비바, 제인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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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일어났다.

정치계 거물과 어린 여자 인턴의 스캔들

누군가는 여유있게 그 입놀림에서 빠져나가고 누군가는 영원히 그 안에 박제된다.

가족이 동원되어 불미스러운 일이었다고 사과하고 남편은 사랑하고 이해한다고 하여 끝난 일이 된 사람이 있고 어떤 변명도 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그대로 인터넷에 남아 영원히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누구든 찾아보고자 하면 찾을 수 있게 영원히 박제된 상황

사람은 보고싶은 것만 보고 보여지는 것만 본다.

사람은 똑똑하고 이성적이지만 사람들은 어리석고 야비한 면이 있다.

모두가 바라보고 모두가 생각하고 있다는 면을 모두가 믿는다.

아비바는 그렇게 가슴에 주홍글씨를 단 여자로 모두가 기억하게 된다.

전도유망한 정치인을 유혹한 어리석고 야심있는 여자

그리고 시간이 흘러도 인터넷속에 아비바는 그대로 있다.

설령 개개인의 기억에서는 잊혀졌다하더라도 누군가 궁금해서 아비바의 이름을 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과거다.

사람들을 보여지는 것을 보고 믿고 쉽게 말을 하곤 한다.

 

이야기는 네 사람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어린 딸의 치기어린 연애를 걱정하며 딸을 보호하기 위해 나름의 최선을 다하는 엄마

독립적이고 멋진 엄마가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음을 알고 그 비밀을 아는 순간 엄마가 솔직하지 못하다는 것에 실망하고 정의를 위해 무언가를 행동하는 딸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남편의 불륜 상대, 잊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하필 결혼 기념일에 남편의 딸이라는 아이가 나타나 다시 그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아바바 그리고 제인의 이야기

어쩌면 각자의 입장에서 모두가 피해자이고 모두가 방관자였다.

딸로 인해 간신이 이어간 가정은 딸이 집을 나가면서 분리되었지만 엄마는 그대로 자신만만하고 독립적인 삶을 이어간다.

과거에 매이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는 제인은 이제 옛날의 그녀가 아니다.

어린 루비는 엄마가 어떤 사람인가 알게 되면서 배신감을 느끼고 정의감에 불타지만 그 역시 사람들을 만나면서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가장 복잡한 인물 엠비스는 남편의 외도를 알고 이해하고 덮고 함께 살아간다. 그 마음이 단순히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것이 아니다. 남편을 사랑하고 있다는 복합적인 마음이 있고 자신만의 삶을 꾸려나가며 정치인의 아내이면서 동시에 개인 엠비스로 살아가는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앵무새와 대화를 하는 시간에 의지하면서

 

작은 나라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어서 가능한 결말에 그래도 안도와 통쾌함을 느끼는 건

내가 수치스러워하기를 거부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결심했다는 것

그리고 의외로 주변에 나를 지지하고 나를 이해하고 때로는 나의 과거에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지금의 나를 바라보고 판단해주는 사람들말이다.

함께 한다는 것은 같은 뜻을 가지고 같은 길을 함께 걷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 같다.

사회의 편견을 알아차리고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있는 그대로의 문제를 바라보려고 하는 태도, 사람이란 복잡하고 다면적이어서 지금 내가 보고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닐 것이라는 질문을 가지는 태도, 각자의 자리에서 때로는 무심하게 때로는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느슨한 그러나 확실한 연대가 아닐까

엠바스와 루비의 관계처럼 말이다.

(루비를 바라보는 엠바스의 태도는 정말 멋졌다. 막장 드라마로 갈 수도 있었고 어쩌면 남편의 미래를 위해 참고 덮었던 것일 수도 있지만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무시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하는게 쉽지는 않을 텐데)

폭력을 이기는 것은 싸우고 외치는 방법도 있지만

그냥 일어난 일을 인정하고 다시 내 삶을 살아가는 것도 있다.

그리고 다시 살아가는 사람을 응원하는 것. 바라보는 것, 가끔은 무심해지는 것

점들이 연결되어 선이 되고 선들이 모여 면이 된다.

하나하나의 편견에 대한 고민과 질문들, 그리고 용기있는 한 걸음이

결국은 보이지 않지만 든든한 연대가 아닐까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아비바들도 그렇게 수치스러워하지 않고 자기 삶을 잘 살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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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제인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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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투르게 원하고 실수하고 웅크렸다가 다시 앞으로 걸어가는 아비바와 네 여자들
어떤 사건의 각기다른 입장을본다.
여성ㅈ에게 더 가혹한 현실과 이차피해에도 수치스러움을거부하고 걸어가는 것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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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마음산책 짧은 소설
최은미 지음, 수하 그림 / 마음산책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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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이야기

이희승에게 사기당한 부부 이야기

사기라는 것이 돈을 털리고 속는 것만 아니라 피해자의 마음을 망가뜨리는 것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 사건의 시간에서 한 발도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아내나 다른 피해자들은 금액을 보상받고 다 해결되었다고 잊고 일상을 사는 것 같은데 나는 믿었떤 그 마음. 그때 그가 보여준 표정 미안해했던 말투, 진지한 자세를 곱씹으면서 어디서부터 사기가 시작되었던 것인지 풇고 또 훓어본다.

그리고 그 마음을 돌려받기 위해 큰 결심을 한다. 이희승을 만나 무언가를 하기로

나는 이희승을 보르고 이희승도 나를 모른다. 아내도 나를 모르고 나도 아내를 몰랐다.

함께 단톡방에서 이희승을 성토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모르겠다.

그리고 이제 나는 내가 원래 무얼 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비벼놓은 자장면도 먹는 나였는데 지금 이희승에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둘의 상관관계를 증명해야 하나 둘이 무관함을 보여야 나

제목이 끌렸던 이야기다.

집요하게 무언가를 알아내려는 그 마음. 그게 이제 어떤 의미인지는 중요하지 않은데 그냥 알고 싶고 내가 왜 이러는지 알아야만 설명이 될 것 같은 그러나 불길하게 이 주인공은 끝내 알지 못할 것 같다.

 

2. 특별한 어떤 날

동네 마음씨 좋은 할머니가 살았고 이웃은 그 집에 모여 놀고 수다를 떨던 날들

어느날 젊은 엄마의 아기가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숨도 못쉬고 있고 모두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 옆집 할머니가 나타나 아기를 거꾸로 들고 등을 탁 내려쳤떠니 아이 목에서 구슬이 튀어나와 살아났다는 전설같은 이야기

그 이야기를 반복해서 만나는 사람에게 계속 들려주는 아이 엄마

그날의 날씨, 그날 사람들의 모습과 이야기들, 그날 분위기등은 상황에 따라 더 섬세하게 설명되는 부분이 달라지고 점점 더 입체적으로 바뀌어가지만 할머니가 나타나고 아이가 살아나는 부분은 늘 긴장감과 함꼐 같은 결말을 맺는다.

이야기의 주인공이 성인이 되어 할머니 장례식을 위해 고향에 가고 친척과 친지들을 만나 지낸 어떤 하루의 이야기다.

어떤 날이란 기억은 어떤 부분을 보는지 어디에 관심을 둘 것인지에 따라 주인공이 다르고 이야기는 다르게 흘러간다.

영웅처럼 아이를 구한 할머니.

죽다가 살아난 아이

그렇게 흘러간 이야기는 누군가에게는 그날 눈앞에서 아이를 잃지 않아서 다행인 젊은 엄마에게 초점이 맞춰진다.

지금 내가 만나서 가볍게 수다처럼 나눈 이야기는 어떻게 기억이 될까

할머니를 잘 보냈다고 기억할 수도 있고 간만에 친지를 만나서 나이들어감을 느꼈다고 기억할 수도 있고 여전히 변하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안심했다고 기억할 수도 있다.

어떻게 기억되든 지금 역시 어떤 특별한 날일 수도 있지 않을까

3. 이상한 이야기

남의 만두를 훔친날

보이스 피싱을 당한 날

내가 한 없이 초라하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날이 있다.

애인이 떠난 이유를 모르겠고 날이 갑자기 추워져서 눈이 내리는데 나는 초라하게 패딩이 아닌 낡은 코트를 입고 있던 날 그래서 순간 누구를 향해서라도 지고 싶지 않다는 어떤 오기가 생기는 날이 있다.

(사실 이런 날을 빨리 집으로 돌아가 씻고 그냥 잠들어 버리는 게 가장 안전하다.)

그날 갑작스러운 눈으로 피해 들어간 곳이 은행 현금인출기안이었고 거기서 누군가가 두고간 만두를 본다. 내가 잘 알고 자주 먹었고 좋아하는 만두가게의 바로 그 만두가 내 눈앞에 있다. 그래도 잠시 기다리기로 한다. 만두 주인이 얼른 생각이 나서 다시 돌아 올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다가 드디어 주인이 없구나 싶은 순간 만두를 들고 나가려는데 공교롭게도 만두를 찾아 헐레벌떡 오는 주인과 마주치고 실랑이가 오간다.

만두를 돌려줄 타이밍을 놓친 순간 나는 오기인지 수치심을 감추기 위해서인지 점점 더 뻔뻔하게 나가기로 한다. 쫒아오는 만두 주인을 피해 도망가는 중에 옛 애인에게 연락이 오고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냥 순간 부끄러움을 이기고 솔직해지면 아무 일도 아닐 일에 피하고 숨고 숨기고 다급해진 마음과 오기가 뒤섞인 그 복잡오묘한 상황에서 나는 전 애인을 도와줄 수 있다는 전능감에 잠시 만족해하며 어떤 의심도 없이 그 통제감을 잡아버린다.

그 마음에 다른 어떤 말이나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다.

점점 나는 나를 용서하기도 어려워지고 그냥 계속 지금의 상황을 밀고 나갈 수 밖에 없는 순간 장원씨가 아니라는 만두주인의 말에 화가 난다.

이 여자는, 좋은 패딩을 입고 있는 이 여자는 도데체 나에게 왜 이러는 걸까

어쩌면 나도 알고 있는데 알고 있음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 내가 듣기 두려워하는 그 말을 만두 주인이 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나는 누가 나를 좋아하고 누가 나를 싫어하는지 명확해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었다.

누군가 나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알 수 없는 순간이 견딜 수 없이 불안해서 결국 관계를 망쳐버리는 사람

장원씨인지 피싱인지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 지금 나를 필요로 하는 것인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만두 주인은 그걸 부정하고 단호하다.

그런 이상한 날이 있다.

잡고 싶은 애인에게 결국 마음속 본심을 질러버리고 후회하고

남의 만두를 돌려줄 타이밍을 놓치고 오기처럼 안고 돌아온 날

그러나 그 마음을 끝내 나도 무엇인지 알지 못해 불안하고 내가 너무 싫은 어떤 날

그런 이상한 날이 있다.

더구나 봄에 눈이 내리는 날이라면 더욱 이상한 게 맞다.

 

4. 별 일

담배를 피우는 범인을 꼭 잡고 싶었을까

잡으면 어떻게 하고 싶었을까

저녁에 반딧불처럼 핸드폰을 보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아빠일 그 남자들 사이에서 누군가의 아내 혹은 엄마일 여자도 담배를 피운다. 공개된 장소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별일은 도처에 있는데 내 눈에 보이지 않아서 몰랐고 내 눈에 띄는 순간 별 일이 된다.

그냥 그런 일이 별 일이 되는 것

내가 모른다고 없는 일은 아닐텐데

 

단편들의 제목이 좋았다.

글을 읽고 다시 제목을 보면 이런 이야기에 이런 제목이? 라고 무릎을 치게 된다.

결국 작가의 말처럼 모든 이야기의 제목이 별일이다.

나만 모르는 이야기여서

내가 모르는 이야기여서..

이제 알게 된 이야기들, 참 별일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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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콜스 - 영화 [몬스터콜] 원작소설
패트릭 네스 지음, 홍한별 옮김, 짐 케이 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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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 엄마를 낫게 하려고 온 게 아니다. 너를 낫게 하려고 왔다. ”

엄마가 죽을 거라는 걸 알고도 견딜 수가 없었어. 그저 끝나길 바랐어. 다 끝나길 바랐다고!”

내가 아주 오랫동안 그런 생각을 했어. 아주 오래전부터 엄마가 이겨내지 못할거라는 사실을 알았어. 맨 처음부터, 엄마는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지만 내가 그런 말을 듣고 싶어 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거였어. 그리고 난 그 말을 믿었고 사실은 믿지 않았지만

그러다가 이제 그타기를 내가 얼마나 바라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 그저 이런 일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기를 바랐어. 기다리는 걸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어. 그게 나를 이렇게 외롭게 만드는 걸 더 견딜 수 없었어

이 일이 그저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 거다. 그게 엄마를 잃는 일일지라도.

 

진심이었다. 진심이 아닐지라도

사람은 복잡한 짐승이니까 어떻게 여왕이 좋은 마녀이면서 나쁜 마녀일 수가 있는가? 오아손이 살인자이자 구원자일 수 있는가? 약제사가 성질이 고약하면서도 생각은 바를 수가 있는가? 목사는 생각이 잘못되었으면서 선할 수 있는가? 보이지 않는 사람이 보이게 되었을 때 더 외로워질 수 있는가?

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 그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네 마음은 하루에도 수백번 모순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너는 엄마가 떠나길 바랐고 동시에 엄마를 간절히 구하고 싶었다. 너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고통스러운 진실을 알면서도 마음을 달래주는 거짓을 믿은 것이다. 그리고 네 마음은 두 가지를 다 믿는 것에 대해 너를 벌 주는 것이다.

 

삶은 말로 쓰는게 아니다. 삶은 행동으로 쓰는 것이다. 네가 무얼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네가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나쁜 것이 아니다. 생각일 뿐이다. 무수한 생각 중 하나 행동이 아니었다. “

 

아픈 엄마를 가진 소년 코너는 외롭고 씩씩했다.

모두가 엄마가 아프다는 걸 알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걸 알지만 모두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코너가 아무 말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코너는 엄마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동시에 엄마가 죽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당사자가 어떤 마음인지 알 수 없을 때 주변 사람들은 혼돈스럽다. 위로를 해야할 것 같은데 또 맞지 않은 것 같고 아무렇지 않은 척 대하려고 하지만 그러기엔 사실이 너무 크다.

사람들은 코너를 배려하려는 마음이었고 동시에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을 것이다.

엄마 역시 자신의 병에 대해 다가오는 죽음에 대해 아이에게 어떻게 전달을 해야할지 몰랐을 것이다.

코너는 엄마가 죽는다는 걸 믿지 않은 것처럼, 조금만 더 견디면 괜찮아질거라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코너에게 위로와 배려는 어울리지 않아 보여서 사람들은 침묵을 했고 그 침묵이 힘들어서 모른 척 하고 있었다. 언제든 손을 내밀면 잡아줄 준비를 하면서 주위를 서성이면서도 선뜻 어떤 선을 넘어 코너에게 다가가기 힘들어 했다.

그리고 그 시간이 길어지면서 조금씩 모른 척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아. 코너는 도움을 원치 않은 것 같아.

그러나 그들이 몰랐던 건 코너가 원하는 건 아무 일도 변하지 않은 것이다.

그냥 함께 공부하는 친구이고 학생이고 이웃인 것처럼 스스럼없이 코너를 대하는 것 그래서 일상에 아무런 균열도 없이 그냥 어제처럼 이어나가는 것이었을 텐데 이미 그러기에는 늦어 버렸다,

내가 너를 위해서 한 일이야... 라는 것이 코너에게는 상처로 남았고 내가 그 상처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일은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일이라는 생각까지 이어졌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코너가 아니니 그 마음을 짐작만 할 뿐 알기는 어렵다.

 

엄마도 코너에게 진실을 말하기 어렵다.

내가 낫지 않은 병이야. 곧 죽을거야 라는 말을 혼자 식사를 차려먹고 혼자 빨래를 하고 치우고 쓰레기를 버리는 아이에게 할 수는 없었다. 혼자 일상을 견디고 아이답지 않게 구는 아이에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냥 희망을 주고 아이가 그걸 믿는다고 생각하고 견디는 것 그게 엄마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 것이다.

아빠도 아이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어쩌면 아빠는 이미 나는 제3자라는 마음이 있는지 모르겠다. 아이와 엄마를 떠난지 오래 되었고 아이를 만나고 아이를 사랑하지만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 내가 할 역할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을 것이다.

괜찮다고 다시 와도 엄마와 너를 볼 수 있다고 그렇게 말한다. 코너가 그때는 늦을 수도 있다는 말을 애써 외면하면서 서로가 잘 알고 있고 서로가 잘 알고 있음을 아는 그 진실을 열지 않는다.

할머니는 진실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본인이 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딸이 혹은 이전 사위가 그 말을 아이에게 해 주어야 하는데 둘 다 겁을 먹고 어리석어서 그 말을 하지 않음에 화가 난다. 아이 마음을 알기에 무어라 할 수 없고 그냥 무뚝뚝하게 대할 뿐이다

코너는 어른들이 무슨 말을 자기에게 하고 싶은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런 태도들이 결국 나는 보이지 않은 존재로 만들고 있다는 것도 안다.

보이지 않은 존재로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생활할 뿐이다.

숙제를 하지 않아도 발표를 하지 않아도 심지어 큰 사고를 저질로도 코너는 보이지 않은 학생이다. 배려받고 그럴 수 있다고 받아들여지는 아이. 지금 충분히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여겨지는 아이. 그 마음은 결국 코너가 외면하고 싶은 사실을 진실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들이다.

 

코너는 자신이 잘못을 하고 벌을 받음으로써 이 긴장감을 해소하고 싶다.

내가 대신 벌을 받고 엄마가 살아나기를 바랬던 것일까

내가 잘못했으니 엄마을 잃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벌을 받기를 간절하겍 바라는 그 마음이 몹시 아팠다.

 

몬스터의 말은 사람에 대해 이해할 수 없지만 받아들여지는 부분을 설명한다.

누군가를 선하고 악하다고 할 수 있는 기준이 있을까

어떤 일에 대해 당연하다거나 억울하다고 할 수 있는 기준이 있을까

우리는 각각 자기 기준을 가지고 있을 뿐이고 각자의 입장이 있을 뿐이다

살인자인 왕손이 좋은 통치자가 되거나 나쁜 마녀가 착한 마녀일 수도 있는 것

독선적인 약제사가 사람을 구하려는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거나

선한 목사가 나쁜 신념을 가질 수도 있는 일을 우리는 너무나 많이 본다.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인지 몰랐어요.

사건이 생기면 주변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그러나 코너는 선함과 악함이 구분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게 명확해야 안심이 되는데 그 두가지가 내속에서 서로 부딪치고 갈등하고 휘몰아칠 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고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 수가 없다.

내가 가진 가장 깊은 진실은 엄마를 사랑한다는 것, 엄마와 헤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그러나 엄마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엄마의 고통을 바라봐야 하는 것이고

엄마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엄마를 힘들어하는 내 마음임을 알 때 아이는 너무나 혼란스럽다

모든 것이 내 잘못이어서 내가 어떻게 통제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 마음이 코너안에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갈등을 자기 것으로 흡수한다.

내가 나쁜 아이여서 부모가 싸우고 가족이 위태로워진다고 믿는다.

내가 착한 아이가 되면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다고 믿으면서 참겨 견뎌내는 어른 아이가 된다. 그리고 무심한 어른들은 참 의젓하다, 착하다고 아이를 다시 그 소용돌이 속에 내버둔다.

할머니는 코너의 그런 면이 못마땅했을 것이다.

차를 준비하고 행주질을 당연하게 하는 아이는 없으니까

모든 것을 다 부서버린 그 과정이 놀랍고 충격이지만 어쩌면 다행이라는 마음도 들지 않았을까

고통앞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내 마음을 감추고. 아니 감출 것도 없이 알지도 못하면서 누르고 덮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것, 그렇게 행동하면 정말 없지 않을까 하는 미련한 기대를 갖는 것

그렇게 고통을 혼자서 점점 키운다.

아이도 어른도 마찬가지다.

 

몬스터가 코너를 몰아붙이면서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를 들었을 때

코너가 내 마음을 마주하고 그 마음을 인정했을 때

비로소 엄마를 잘 보내줄 수 있었고

엄마도 자신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었다.

사실 서로 몹시 안타까워하고 배려하는 마음이었었는데

내가 수도 없이 검열하고 판단하고 평가해버렸던 그 마음을 비로소 떠나보낸다.

이야기는 어둡고 아프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

세상에 해피엔딩은 없다. 그냥 엔딩이 있을 뿐이다.

그 엔딩이 해피할지 아닐지는 지금 당장 알 수는 없다.

지금은 그냥 솔직한 내 마음을 알고 전달하는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따뜻하고 강한 몬스터가 있을까

누군가를 옆에서 지켜보고 그 사이 경계를 넘어야 할 때와 기다려야 할 때를 알고 있는 것

아프지만 진실을 전달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기다려주는 것 

그게 어른의 역할이 아닐까 


책은 코너의 마음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묘사해준다면

영화는 코너의 마음을 짐작하게 하면서 함께 안타깝게 성장하게 한다.

둘 다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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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둘이 도쿄 동거방 도감 - LIFE FOR TWO IN TOKYO 도쿄 도감
mame 지음, 권미량 옮김 / 인간희극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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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생활의 형태를 볼 수 있는
예쁘고 아기자기한 책
가끔 꺼내보면 행복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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