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나가수에 이소라가 나왔다. 호주공연에 참가했던 이전 맴버들과 함께 이소라가 나왔다.
단 하나 피아노만의 반주로 이소라가 노래를 불렀다,
"슬픔 속에 그댈 지워야 해..."
원래 이현우가 불렀을때는 이현우 특유의 건들거림이랄까 시니컬함이 목소리에 묻어서 덤덤하
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불렀던 노래라고 기억한다.
가사 자체가 참 슬프고 아름다웠었는데 이현우의 목소리로 듣는 노래는
" 이별 뭐 그까짓거 괜찮아 난 아무렇지도 않아.. 사랑했지만 이제 잊어야지 뭐.."
하는 그런 시니컬하게 손을 내젓고 뒤돌아 걸어가버리는 그런 모습이 떠올려졌다.
그 노래를 그때 이소라가 불렀다.
이소라 특유의 집중력이 또 시작된다. 반주가 시작되고 그녀의 목소리가 나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음악이란게 무언가를 하면서 배경으로 들을 수도 있고 귓가를 스쳐가게 하는 부수적
인 그런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녀는 그 꼴을 못본다.
당장 내 목소리에 내 노래에 집중하라고 시선을 청각을 촉각까지 잡아 끌고 있다.
그녀가 노래를 시작하면 노래가 끝나고 반주도 끝나고 그녀가 무대를 내려갈때까지 다른 짓을
할 수가 없다. 꼼짝없이 시선을 귀를 그녀에게 고정하고 있어야 한다.
노래가 끝나면 꼴깍.. 하고 참았던 침이 넘어갈 때도 있다.
예전 20년 가까이 전에 그녀의 콘서트에 간 적이 있었다. 그때도 그녀의 앨범을 다 샀고 그녀의
노래를 좋아했고 자주 들었고 그래서 콘서트도 갔다.
솔직히 그때 중간에 20분 정도 졸았다. 매번 같은 분위기의 노래와 그녀의 나른하고 조근거리는
음성 특별하게 기억나지 않았던 게스트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전에 다녔던 이승환이나 김종서
심지어 조관우의 콘서트에서 봤던 방방거리는 분위기는 하나도 없는 조용하게 가라앉은 콘서트
그땐 음반은 좋은데 콘서트는 못오겠다 싶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고 나도 나이를 먹었고 그다음 나오는 그녀의 음반을 사지않은 시간들이
채워졌고... 나는 가수다...에서 그녀가 나왔다.
한때 좋아했던 열심히 들었던 그녀의 노래를 반가운 마음에 듣고 싶었다.
첫날 부른 것이 "바람이 분다" 였을거다.
바람이 분다.......
그가 첫 소절을 내는 순간 마음 저 쪽에서 뭔가가 쿵! 하고 떨어졌다
그게 무엇인지 아직도 나는 모른다. 그때 그 소절을 듣고 그대로 얼음이 되어서 노래를 듣고 있
었다는거...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그렇게 끝나는 노래에서 주책맞게 눈물이 흘렀다.
그렇다. 그대는 나일 수 없다. 내가 그대가 아닐 수밖에 없듯이.. 그리고 기억은 추억은 저마다
다르게 적히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오해이더라도 받아들이는 것밖에...
여러가지 생각들이 오가면서 그 노래가 가슴이 박혔다.
바람은 분다 도 아니고 바람이 분다... 라는 그 조사 하나마저 의미있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녀를 보는 주말이 내내 즐거웠다,.
당시 사정상 주말 예능을 보고 깔깔거리는 여유가 없었음에도 그녀가 나온다는 이유로 열심히
챙겨봤고 그 밤마다 인터넷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찾아서 헤매었다.
그리고 그녀는 떠났고 다시 지난 주말 홀연히 (내게는 정말 홀연히...다) 나타나서 소박한 반주
로 그대를 슬픔속에 지워야 한다고 읆조렸다.
세상에는 노래를 잘하는 가수가 정말 많다.
그런데 내게.. 그녀만큼 그녀에게 집중하게 만드는 가수는 없었다.
세상엔 내가 좋아했던 조관우의 목소리도 하나도 욕을 먹는 김건모도 하나다 (나의 이십대에
나는 그의 노래에 목소리에 정말 많이 위로받았엇다. 그의 노래는 어떤 상황이든 나를 웃게 했
고 기운나게 해줬다.. 요즘 찌질하게 나와도 그때 그 위안이 너무 고마워 난 무조건 그의 편이다)
그러니 그 좋아하는 목소리 사이에서 이소라는 튀지도 않으면서 귀기울이지 않으면 그냥 흘러
가버릴 그른 낮은 소리로 나를 잡는다. 매달리지도 봐달라고 애교부리지도 않으면서
담담하게 나를 잡는다.
나도 이제 나이를 먹어서 그녀의 노랫말이 공감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녀는 나랑 동갑이다. 근데 그때 부터 그렇게 겉늙은이같은 가사를 읋었는데 난 그때 무지
유치했었나보다...
이제야 그녀의 노랫말이 보이기 시작하고 이해되니까...
그녀를 안다는게, 그녀의 노래를 들을 수 잇다는 것이 참 행복한 한낮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