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 응모해서 보러가게 된 영화. 몇년만에 혼자 밤에 하는 시사회를 가서 만난 영화
사실 영화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었고 덕분에 어떤 편견도 없었고 그냥 남자보다는 여자가 많이 나온다는 거 그것말고 아는거 하나 없이 보게 된 영화다. 영등포 CGV의 스타디움은 무척 컸다. 그 커다란 영화관은 예전 대학에 첨 와서 대한극장에서 느낀 크다!라는 느낌과 비슷했다. 그 크다란 영화관에 혼자 달랑 (물론 객석은 찼지만 나는 혼자니까) 앉아서 영화를 보면서 참 많이 울컥했다영화내용자체가 울컥한 면도 없진 않았지만 지금의 나를 비춰보면서 느끼고 배우고 감정이 이입되면서 울컥해지는 부분들이 많았다.
영화는 미국 케네디 시절 아직 흑인차별이 활발하던 시절 집집마다 흑인 하녀를 두고 살던 마을의 이야기다. 다들 결혼하는 것이 목표이고 결혼을 한 친구들 사이에서 아직 결혼을 하지 않고 친구들보다 키도 크고 덩치도 있고 머리도 심한 곱슬이라 외모 콤플렉스도 있지만 결혼보다는 일을 좋아하고 글을 쓰고 싶어하는 스키터가 살림정보에 대한 칼럼을 쓰게 되면서 가정부들과 만나게 된다. 아무런 편견없이 가정부들을 대하는 스키터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고 하지도 않았던 그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하고 가정부 일외에 아무것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가정부 "에이블린"과 주인의 화장실을 썼다는 이유로 누명을 쓰고 쫓겨난 활발한 "미나"의 도움으로 책을 써나간다.
사실 첨에 흑인 가정부와 백인 주인간의 갈등 그리고 그 사이를 이해하는 주인공이 나오고 뭐뭐 그렇구나 했을때 지금 21세기도 십년이나 지나서 이런 이야기가 왜 나올까 이렇게 두 계급간의 갈등이 이어지다가 그렇게 화해하는 그런이야기인가 싶은 생각도 했었다. 남의 나라의 인종문제를 보러 늦은 밤 극장에 앉아있는 건가 하는 조금 꼬인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영화가 시작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이건 그냥 그때 그곳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영화와 관계가 없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꼬리를 문다.
어쩌면 지금 2011년부터 앞으로 다시 계급사회가 돌아오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지금의 계급은 신분이나 피부색깔이 아니라 얼마나 돈을 가지고 있는가? 그 돈으로 얼마나 큰 권력을 살 수 있는 가로 나뉘어 지는 건 아닐까.. 가진 사람들은 이제 점점 노골적으로 그들의 울타리안으로 타인이 진입하는 걸 거부하기 시작했고 그 울타리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사람들은 점점 박탈감을 느끼고 분노하면서 둘 사이가 점점 멀어지고 그 차이가 점점 명확해지는 것 이게 21세기의 새로운 계급으로 굳어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엉뚱하게 들었다.
저 흑인들이 병을 옮길 수도 있고 불결해서 집에서 일을 시키고 부려먹을수는 잆지만 함께 화장실은 쓸 수 없다는 주장... 없는 사람이 비정규직으로 노동을 하고 귀찮고 더럽고 사소한 일들을 해주는 건 고맙지만 그들과 어울리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언제든 내가 원하면 바로 자를 수 있다는 것 그게 지금 과 뭐가 다를까...
첨엔 주저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백인여자에게 털어놓는다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한 에이블린과 미나는 거절하지만 계속되는 차별과 멸시속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꽁꽁 숨겨놓고 혼자만 앓았던 이야기를 털어놓음으로서 그들 사이에 이해와 공감이 오가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그리고 스키터도 자신을 키워준 하녀에 대한 이야기를 엄마에게 듣게 된다.
스키터의 엄마 이야기를 들으면서 젤 맘이 아팟다. 그건 쫒겨난 가정부에 대한 슬픔 연민같은 게 아니라 남들의 눈을 의식해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정부를 쫒아내야하는 스키터의 엄마 마음에 너무나 공감이 되어서였다. 그러고 싶지 않은데 자기보다 우위인에 있는 위원회 사람들이 버릇없고 무례한 하녀에게 뭔가 조치를 해야한다고 강요하고 단체로 몰아세우면서 엄마는 어쩔 수 없이 이게 아니란걸 알면서도 마음과 다르게 행동한다.
어쩌면 세상에서 제일 나쁜 건, 다 알면서 이해하면서 다르게 행동하거나 입을 다무는 것이다. 차라리 나쁜 짓을 하는 주체보다 옆에서 보면서 모른 척 하고 함께 동조하고 떠밀려 다니는 무리인지모르겠다.
학급에서 왕따를 주도하는 아이도 나쁘지만 내가 왕따 당할까봐 두려워서 어떤 희생양을 필요로 하고 그 상황에 눈감아 버리는 친구들 좋은 행동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용기있게 나서지 못하고 입을 다물어 버리는 친구들
세상이 불공평하고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면서도 이놈도 싫고 저놈도 싫다는 이유로 투표하지 않는것 모른 척 하는 것 뒤에서 말은 많지만 귀찮아 나서지 않는것. 그건 잘못이야라고 말하지 않는것.. 그러면서도 나는 다 알고 있어 뭐가 옳고 그른지... 알기는 알아 하면서 아는 걸로 끝내는 것 정말 나쁜 건 그런 사람들이다. 그러고 그런 사람이 나다.
주인공 엄마가 어떤 마음인지 오래된 하녀와 아꼈던 하녀의 딸을 쫓아낼 때의 마음이 어떤지 알고 그 마음을 안다는 게 너무 부끄럽다는 생각마저 들어서 그 장면에서 젤 많이 울었던거같다. 나도 참 비겁하게 눈치보면서 살고 있구나.. 그러면서 내가 옳다고 착각하고 살고 있구나..
결국 책은 성공하고 미나는 새로운 주인과 연대감을 가지게 되고 서로에게 힘이 되면서 새삶을 찾는다. 미나가 힐리에게 먹인 파이이야기는 온 동네를 웃게 만들면서도 할리의 허위의식때문에 드러나지 못하고 있는 장면이 고소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에이블린이 키워주는 백인 아이에게 해주는 말이 참 좋았다.
YOU ARE KIND YOU ARE SMART YOU ARE IMPORTANT (맞는지...)
너는 착하고 너는 똑똑하고 너는 소중하다.. 그말을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에게 끝임없이 들려주면서 자존감을 키워조고 스스로를 사랑하게 만든다. 그리고 결국 쫓겨날때 아이는 그말을 에이블린에게 들려줄때 또 울컥했다 아이를 한번도 안아주지 않던 백인엄마대신 아이의 엄마가 되어준 에이블린은 아이를 키우는것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동네에서 왕따를 당하던 여자와 미나와의 관계도 참 좋았다. 가정부를 첨 써보는 시골에서 온 여자는 미나를 그냥 있는 그대로 존중해줬고 미나는 첨으로 주인이면서 자기가 보살피고 돌봐야 할 사람으로 그녀를 대한다. 둘은 서로에게 아픈곳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유대감이 자라고 편견없는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게 된다.
사람이 자신의 눈으로 무언가를 바라본다는 것... 그런 시선들에 대해 이 영화는 이야기 하고 싶었던거 같다 (내 눈에는) 스키터가 바라보는 가정부는 따뜻하고 위로가 되고 아픈 엄마자리를 대신 해준 사람이었다. 그러나 할리의 눈에 보이는 가정부는 그저 힘든 일을 하고 언제든 부려먹을 수 있지만 불결하고 믿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에이블린이나 미나의눈에도 백인 여자들은 요리도 청소도 육아도 못하면서 잘난척하는 그러나 무시할 수 없는 두려운 존재였고.. 자신의 처지에서 바라보는 상대는 어쩌면 자신의 편견이라는 틀을 통해 보이는 일그러진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서로가 솔직하게 다가갈때 그들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