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박석무 엮음 / 창비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잡고 있던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 ... 해방감이 먼저 든다.

그동안 오래도 잡고 있었다.

 

예전.... 성균관스캔들을 보면서 정약용이란 인물에게 매력을 느꼈고.,.. (이렇게 보면 나는 어디가서 사학전공이라고 말도 못하겠다.. 그 사년간은 도데체 무얼 한건지... 남아있는게 없다..흑)

가장 쉽게 인간적으로 접근한 게 이 책이 아닐까 하는 얄팍한 마음에 읽기 시작했는데..

중간에 이것저것 끼어들고.. 영 진도가 나가지 않다가 드디어 다 해치웠다....

해치웠다.. 이 표현이 이번만큼은 정말 잘 맞아떨어진다.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면서.. 혼자 키득거렸다.

정약용선생도 어쩔 수 없는 부모인가보다.. 그리고 왠지 학부모에 가까운거 같고..

한창 학문을 해야하는 두 아들을 멀리 두고 유배지에 와있으면서도 두 아들 걱정에 안달복달이다. 죄송한 표현이지만... 안달복달이구나... 싶은 대목이 눈에 띄었다.

하나하나 꼼꼼하게.. 조금 심하게 말하면 쫀쫀하고  일일이 공부하는 방법 책을 쓰는 방법을 일러주면서 못미더워 안달복달... 잘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전전긍긍... 그 마음이 구절구절 느껴진다.

인간적인 면이라고나 할까...

 

최고봉은 양계에 대한 당부를 하면서 선비다운 양계를 말할때... 이런 저런 방법으로 양계를 해보고 그 풍경을 시로도 써보고 여러가지 방법들을 잘 정리하여 한권의 책으로도 묶어보아라... 뭐 그런.. 먹고 살자고 아들이 닭을 키우겠다고 하는데 그 방법들을 궁리하라는 건 이해가지만 그것을 학문으로 연결하는 탁월한 식견이.. 우와   한다..

그래도 페족으로서 당당한 자부심만은 잃지 않기를 바라는 아비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져서 마음이 찡하기도 했다.

말씀 하나하나가 지금도 여전히 유용하고 그 가치가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멀리 있는 아비로써 제대로 그 역활을 못한다는 죄책감이 어쩌면 더 자잘한것에 신경을 쓰게 하고 자꾸 다그치고 화도 내고 안달복달로 비치지만 그것이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아이를 기르면서 수십권씩 읽어치우는 육아서..

그 중 가장 정수가 이 책이 아닐까 싶다.

시간이 그렇게 흘렀음에도 사람의 도리라는 것 학문하는 자세 일상적인 효와 어른에 대한 공경 .儉과 勤 의 생활 자세...  그건 변함이 없는 것이니까...

일일이 밑줄 그어가면 읽었다.

학자로서 정치가로서의 정약용보다는 아비로서 부모로서의 정약용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비록 지식이 짦아 그의 글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감히 같은 부모로서 자식을 생각하는 것.. 그리고 조금은 더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사는 것이 옮은 것인지 하는 것들은 함께 공감한다.

 

어쨌든....

나는  숙제를 마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곡미술관 강화문 교보 시네큐브...

13년간 내게 은밀한 도피처가 되어준 곳이다.

우울하고 막막하고 알 수 없는 불안감으로 혼자 서성거려야 할때 아무 생각없이 버스타고 도착한 곳이 그것이었다.

교보의 책들 사이를 목적없이 헤매기도 하고

청승스럽게 성곡미술관의 카페에서 커피를 홀짝거리기도 했지만

가장 많이 했던게 씨네큐브의 좁고 어두운 극장에 웅크리고 화면을 응시했던 일들이다.

상영시간도 적당했고 거리도 적당했고 무엇보다 혼자서 기웃대도 어색하거나 부끄럽지 않았던 곳이었다. 몇번을 가고 보니 그 옆의 라바짜에 혼자 앉아 커피를 마실 배짱도 생겼다.

무얼 볼까 하고 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무작정 아침에 나서서 그날 하는 영화를 잡아 보는 것...

그렇게 나의 은밀한 도피처였고 비밀 장소였다.

누구도 알지 못하지만  일본영화 플라워도 아네트 버닝의 마더엔 도터도 참 좋았다.

그냥 혼자 훌쩍거려도 민망하지 않았고.. 오시는 분들의 연령대도 이상하게 편안했던 곳이었다.

유난히 혼자가 많았고 좋았던 곳이다.

 

이제 이사를 가면 언제 올지 모르겠다. 어쩌면 이 근처에 영화를 보고나면 소비할 장소가 없어서 더 소박하고 건전한 도피생활이 되었던거 같다. (괜히 남대문 동대문을 가게되면 필요없는 돈을 쓸기도 한다..)

 

경기도로 이사를 가면 동대문시장이랑 이곳이 참 그리울거 같다......

혼자 커피를 마시고 영화를 보고 매운 바람을 맞으며 서울 한복판을 열씸히 걸어다니던 그 기억들이 날거같다...

사람도 아니고 책도 아니고 그냥 어떤 거리가 장소가 사람에게 위안이 되고 힘이 된다는게 참 새삼스러우면서도 좋다...

안녕...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실 영화를 볼 생각은 아니었다. 학부모강연회가 있다고 꾸역꾸역 광화문까지 갔었는데... 날짜가 오늘이 아니란다.. 이런 덴장... 날도 추운데 일찍 서둘렀더만.. 아니라네.. 결국 어쩔까 하다가 씨네큐브로 갔다.

시네큐브... 이제 이사가면 여기 올 일도 없을거 같다. 뭐 사실 막히지 않는 시간에 차로 온다면 1시간도 채 안되겠지만. 일단 내가 뚜벅이고.. 서울과 경기도라는 정서적 거리감이 나를 더이상 이곳으로 유혹할거 같지도 않다..

 

극장에 갔더니 김기덕 감독전이랑 르아브르 이렇게 두편이다.

김기덕의 작품은 왠지 불편했다는 기억으로 쉽게 제외되고 아무런 사전정보없이 이영화를 봤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추운날 일찍 서둔 탓에. 조금 졸았다.

 

내용이 너무 잔잔하고 큰 사건없이 흘러가서일까.. 조금 지루하고 착하기만 하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르 아브르에서 구두닦이를 하는 마르셀은 아내가 병원에 입원하고 우연히 마주한 아프리카 밀입국 소년을 위해 밀항을 도와준다. 그 과정에서 동네 사람들이 하나둘씩 협력을 하고... 뭐랄까 동화같기도 하고 만화같기도 하다.

경찰이 계속 마르셀을 그리고 동네사람들을 추적하고 감시하지만 그건 영 엉성하다.

밀항자금을 위해 자선콘서트를 하고 가짜 신분증으로 살아가는 베트남출신 구두닦이 조차 선뜻 모은 돈을 내밀만큼 영화는 착하고 따뜻하기만 하다.

사실 사는 곳도 형편도 누군가를 도와주기보다는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들인데.. 그들은 생면부지의 아프리카 소년을 엄마에게 보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자선 공연을 위해 남편과 화해하는 미미도 착하고 아내가 돌아왔다고 자선공연을 하는 리틀밥.

그리고 외상값도 못받으면서 빵을 마구마구 안기는 빵가게 아줌마.. 유통기한 지난 음식이라고 하면서 마구마구 음식을 주는 식료품 아저씨.. 그리고 아름다운 바 아줌마...

영화는 착하게 아름답게 동화처럼 흘러가고 마지막 방점을 경찰 모네 아저씨가 찍는다. 소년을 발견하고도 모른척..그렇게 소년은 엄마를 찾아 가고 마르셀 아저씨의 부인은 병이 낫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내용도 착하지만 영화의 전개방식도 참 착하고 소박하다. 조금 과장된 효과음.. 뭔가 어설프면서도 따뜻한 연기들.. 옛영화를 보고 있는 거 같은 나른하고 따뜻하고 편안함 익숙함...

연말이라서 그럴까 어쩌면 진부하고 유치할 수도 있는 영화가 그저 따뜻하고 행복해서 좋았다.

소년도 엄마를 찾을 거 같고 알고보니 모네 형사도 선한 사람이었고.. 마르셀 아저씨도 여느때 처럼 아내랑 행복하게 살거고....

 

가끔은 이렇게 착하고 소박한 사람들의 행복한 이야기가 좋다..

그만큼 내가 팍팍하게 살고 있나보다...낡은 프랑스 영화를 어둡고 작은 극장에서 옹기종기 모여 보던 기억이 나면서... 왠지 한20년전으로 돌아간 느낌은 낯선 사람들과 옹기종기 영화를 보고 나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미술관에 간 역사, 박물관에 간 명화]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뽀르뚜아 아저씨]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뽀루뚜아 아저씨 - 2010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작 푸른숲 그림책 3
이덕화 글.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둘째란게 다 그런거 같아요. 

왠지 모르게 나만 소외되는 느낌.. 나만 관심을 못받는거 같은 느낌

나만 뒤쳐졌다는 느낌.

나만 모르고 모두는 알고 있는 거 같은 찜찜함

 

언니에게는 나에게 없는 풍부한 상식과 힘이 있고

동생에게는 나에게 없는 귀여움과 애교가 있는데

나는 가운데 끼어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이러기에도 애매하고 저러기에도 어정쩡한

 

다혜도 그런 맘이 아닌었을까?

남들은 다 아는 브라키오사우루스를 혼자만 모른다는 소외감...

그렇다면..

나는 나만의 뭔가를 만들면 되지..

그렇게 오래 고민하지 않고 뚝딱 얼렁뚱땅 해결해버리는 경쾌함도 다혜는 가지고 있지요

 

짜잔... 나만의  뽀르뚜아를 만들었네요  그거 뭔지는 중요하지 않죠.

나만 알고 있다는 거.. 그런게 있다고 우길 수 있다는게 중요할뿐,..

 

 

그리고 이내 행복해져서 산으로 뛰어갑니다.

나만의 뽀르뚜아를 찾아서.. 하지만 놀이에 빠져 이내 잊었을지 모르겠네요..

뽀르뚜아면 어떻고 뚜르코아면 어때요.. 지금 신나고 즐거운데..

그러다 그만.. 으악~~~~~~~~

산아저씨를 만납니다.

온몸이 푸른 나무로 뒤덮인 군데군데 꽃도 있고 풀도 있고.. 새들도 있는 아주아주 거대한 아저씨

 

그래 이 아저씨가 뽀르뚜아야...

그리고 이내 친구가 되죠.. 나만의 뽀르뚜까가 드디어 눈앞에 나타났지요..

나랑 신나게 놀아주고 내눈에만 보이는 비밀친구 뽀르뚜아...

이제 다혜는 든든합니다. 나만의 뽀르뚜아를 만났으니까요..

 

그림이 참 귀엽습니다.

다혜의 표정이 다섯살 여섯살때의 둘째랑 비슷해요. 쉽게 놀라고 뽀료퉁해지고 행복해지는 얼굴

모르면 모르는대로 우길 수 있고 뭔가 알게 되면 그게 뭔지 상관없이 안다는 자체로만 뿌듯한 기분이 온 얼굴 가득했던 그때의 꼬맹이들...

다혜는 어리둥절 했다가 신났다가  마지막에 뽀르뚜아와 헤어지고 당당하게 엄마에게 말하고는 아내 푹 골아떨어지네요.. 든든하고 행복한 얼굴로...

색연필로 쓱쓱 그려놓은 듯한 사람들은 다정하고 익숙한 얼굴입니다. 산아저씨도 무서운데라고는 하나도 찾을 수 없을 만큼 순하고 친근하구요...

그저 둥글 둥글한 동산같은데 막상 일어서니 백두산도 부럽지 않은 거대한 산이더라구요..

자연은 누구든 차별하지 않고 내치지 않고 품어주고 받아주지요. 바로 뽀르뚜아 아저씨처럼

다혜도 공룡이름따위는 알지 못해도 그렇게 자연과 친해지고 정을 느끼고 동화되어갑니다.

 

아이가 제법 자라고 나서는 그림책은 읽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 책을 뒤적여도 기왕이면 글밥이 많은 책... 뭔가 도움이 되는 책을 보게 되요..

사실 이 책도 아무런 정보가 없어서 외국작품인줄 알았답니다, 제목부터 어디 저기 남미에 있는 작가의 작품같은 느낌이 나거든요. 표지도 그렇고..

그런데 다혜랑 다혜가족이 바로 한국인이네요. 동글동글하고 모난데 없는  이쁘지도 않고 잘나지도 않지만 친근하고 다정한 얼굴들

내용도 단순하지만 재미있고 정감이 갑니다.

누구나 외로운 시절을 겪었고 그때 나를 위로해주는 무언가를 간절히 원했었다면 다혜의 뽀르뚜아가 쉽고 공감이 갈겁니다. 나만 아는 친구 나랑 가장 친한 친구..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나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는 친구... 그런 친구가 내 마음의 짐을 덜어주고 위안이 된다면 .. 정말 다행이지요...

 

책을 보면서 순수했던 내 아이들의 그때가 떠올려지고...괜히 찡하기도 했네요..

생각지도 못한 깜짝 선물같은 그림책입니다.

어린 아이는 어린 아이대로 자란 아이는 자란 아이대로  입가에 미소를 띠며 보게 될 그림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무선) 보름달문고 44
김려령 지음, 장경혜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의 작가 김려령의 새로운 이야기가 나왔다.

앞의 두 권에 비해 조금은 가볍고 쉽게 읽을 수 있을 만큼의 두께와 좀 더 연령층이 어려진듯한 이야기.. 하긴 앞 두권은 청소년 도서고 이번에는 어린이 도서니까..

하지만 누가 읽든 좋다는 건 공통점이다.

 

등단은 했지만 아무도 알지 못하는 동화 작가 명랑씨.. 그는 계속되는 가족의 구박과 글을 쓰지 못하는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이야기 듣기교실을 연다.

참 독특하다. 쓰기도 아니고 말하기도 아니고 듣기라니...

흔히들 말을 잘 하려면 남과 소통을 잘 하려면 우선적으로 잘 들어야 한다고 하지만 사실 현재 듣기란 건 많이 무시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야기 듣기 교실이라... 나름 참 신선했다.

그리고 세명의 아이가 모여들고 오명랑 작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책은 그렇게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숨어있는 액자식 소설이라고 하겠다.

오명랑 작가는 건널목 아저씨 이야기를 들려준다. 누구인지 어디에 사는지 어떤 사람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아이들을 위해 교통 정리를 해주고 말없이 궃은 일들을 해주고 따뜻한 위로의 말이나 행동은 없지만 언제나 그곳에 있어 든든한 그런 사람이었다.

그 아저씨를 통해 도희와 태희 그리고 태식이 만나고 서로의 기나긴 인연을 맻는다.

 

작가는 좋은 사람이란 가만 있어도 좋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이라고 한다. 내가 이렇게 하면 저사람이 저렇게 해주겠지 하는 어떤 계산이 없이  당연하게 좋은 일을 하는 사람.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과연 우리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는지 .. 그리고 내가 그런 사람인지...

 

명랑씨는 아이들에게 건널목이야기를 해주면서 아이들에게 세상을 사는 따뜻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생각케 하는 동시에 스스로 가졌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기도 한다.

 

건널목 아저씨의 이야기도  참 따뜻하고 좋았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존재하기는 할까 하는 마음.. 그리고 더불어 아리랑 아파트의 부녀회장 아줌마나  복숭아 할머니등등도 우리 주변에 볼 법한 인물이지만 하나같이 따듯하고 친절하다. 그러면서도 그런 친절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은근하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따뜻함이 옮겨오는 아랫목처럼 우리를 훈훈하게 해준다.

 

이야기를 하면서 명랑씨도 막혔던 마음속의 응어리를 풀어낸다 그냥 아뭫지도 않다는 듯 꺼집어 해쳐봐야 서로에게 상처만 준다고 생각하고 꽁꽁 닫아두기만 했던 이야기를 말을 통해 꺼집어 내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치유한다.

 

사실 어떤 사건도 시간이 지나 좋은게 좋다고 덮고 외면하다보면 상처가 덧나고 보태지면서 더 커지기도 하고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픔을 각오하고 드러내보면 의외로 쉬운 치료법을 찾을 수도 있고 별거 아니란 생각을 할 수도 잇다.

 

명랑씨나 엄마나 새언니나.. 모두 이건 저 사람에게 상처일거야.. 건드리면 안되 .. 하는 암묵적인 약속으로 드러내지 않고 그것이 서로를 위하는 것이라고 믿고 살았다. 그건 타인에 대한 배려이기도 했고 가족이라는 의리이기도 했지만.. 결국 그것이 오명랑이 작가로서 글을 쓰는데 큰 걸림돌이 되었던 거다.

작가란 이야기를 그냥 꾸며서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내 속에서 묵혀지고 삭혀졌던 일들 내가 경험하고 생각했던 것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모두 뒤석여서 내가 만든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니까...

명랑씨도 그렇게 속에서 묵히기만 했던 이야기를 꺼내어 이젠 가볍게 자신의 이야기든 만든 이야기든 글을 쓸 수 있을 거 같고.. 어머니도 자식들에게 마냥 미안하기만 한 죄가 이제 자식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모두 묵힌 것을 꺼냄으로서 해소가 된다.

 

모두 이제 행복해졌는데.. 그럼 건널목 아저씨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여전히 우스꽝 스러운 모자를 쓰고 건널목 카펫을 짊어지고 다니면서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교통정리를 하고 계실까? 또 어딘가에 있는 쌍둥이들을 지켜보면서 말없이 도와주고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