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에 대한 책이 일본만큼 많이 나온 나라는 없는 듯하다,

우리에게 왕따 문화가 있기전 이지매가 있었고 학원폭력이 있고 학교 붕괴가 있었고

유감스럽게도 그 현상은 우리에게도 조금씩 번지고 있다,

왕따에 대해 많은 책들이 있다,

 주로 피해자의 입장에서 혹은 가해자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책은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닌 옆에서 바라보는 이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옆에서 보는 사람

아주 객관적으로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다시 말하면

방관자

혹은 아무도 모르게 떨고 있는 제  3의 피해자

그렇다,

왕따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아이와 함께 왕따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늘 강조했었다,

왕따에서 가장 나쁜 건 왕따를 주동하는 여왕벌도 아니고 거기 따르는 무리들도 아니고 그걸 보고도 모른 척하는 주위사람이라고 했다, 왕따를 하는 아이는 적어도 누가봐도 나쁜 아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게 된다(요즘은 아주 영악하고 교묘해서 이런 구분도 의미가 없긴 하다) 그러나 옆에서 바라보기만 하는 방관자는 딱 꼬집어 잘못했다고 할 수 없지만 그래서 더 아프고 힘들게 하는 존재이다, 나의 고통을 바라보고 알고 있는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묵하고 있는 사람 

미워하려니 내가 너무 외롭고 다가가기엔 어딘가 두렵고 낯선 눈길들

그러니 절대 누군가 왕따를 당한다고 느낀다면 방관자는 되지 말라고 정말 대책없는 충고를 퍼부었다.

그럼 어떤 행동을 해야하나? 

이 책에서  주인공은 돈짱을 괴롭히는 야라가세 패거리가 있다,

그들은 정말 사소하고 의미없는 일로 돈짱을 괴롭히기 시작했고 돈짱이 어떤 저항도 없다는 이유로 아주 편하게 놀리고 구타하고 마음대로 장난감처럼 취급한다,

그걸 보는 주인공은 마음이 괴롭다,

그저 당하기만 하는 돈짱이 너무 이해가 안되면서 입밖으로 내뱉지도 못한 응원을 보내고 화를 내고 소리없는 고함을 질러댄다, 그 뿐이다,

행여 야라가세 일행과 눈이라도 마주칠까봐 전전긍긍하는게 현실이다,

내가 아니니까 다행이지만 누군가가 당하는 걸 보는 것도 몹시 괴롭다, 그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더 힘들다

어쩌면 말이다,

왕따를 옆에서 방관하는 아이들은 가정폭력을 지켜보는 아이들이나 권력이나 힘의 폭력을 떨면서 지켜봐야 하는 사람들의 심정과 같은게 아닐까

나서기엔 내가 너무 작고 나약하고 섣불리 나서다가는 오히려 내가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눈을 감아도 현실이 눈꺼풀안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은 고통 그래서 더 꼬옥 눈을 감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내가 무얼 잘못할까 자꾸 움츠려들게 되는 그런 기분과 같지 않을까

주인공도 그렇다

돈짱이 당하는 걸 보면서 화도 나고 돈짱이 너무 미련해보이지만 애써 모른 척 한다,

나만 그런건 아니니까

그러다 본인에게 일이 닥치는 순간  돈짱에게 자기가 한 모든 행동들을 고스란히 경험하면서 어쩔 줄을 몰라한다. 돈짱이 도움으로 야라가세의 폭력에서 떨어지지만 그 이후도 변한게 없다,

그저 돈짱을 철저하게 모른 척 하기로 한다,

그리고 훔쳐보게 되는 돈짱의 절규 그리고 학예회에서 벌어지는 돈짱의 저항

그러나 그뿐이다,

 

왕따에는 이유가 있죠

그 애가 우리애를 부추긴 겁니다,

애들끼리 장난 아닐까요?

그런데 왜 도시바(돈짱)은 화를 내지 않았습니까? 싫다는 말을 확실히 하지 않은 것도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는 눈을 감고 싶고 학교는 그저 무탈하게 넘어가길 바라고 가해자는 버틸 때까지 버티고 싶고 피해자 가족은 그냥 피하고 싶고 주변인은 그저 내일이 아닐 뿐이고

그러게 덮어지고 넘어가면 모두가 안도할 뿐이다,

 

현실에서는 포장마타 아저씨 같은 분들을 찾을 수 없다,  행동하는 어른을 보기 힘들다,

아저씨의 따끈한 어묵국물에도 내 마음을 녹이기는 힘들다,

그런 어느날 까마귀에게 당하기만 하던 도둑고양이가 까마귀에게 덤비고 당당하게 구는 걸 목격한다, 예전 까마귀에게 당해 거의 죽음에 이른 고양이 돈짱을 미치게 만들었던 분노하게 만들었던 그 고양이는 이제 당당하다

"사람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걸 보고 모르는 척 하면 안 되지

 그러면 기분이 영 개운치 않아.

 하지만 그 대신 이 모양이 됬잖아요

 그렇다고 해도 역시 모른 척 해서는 안되는 거야

 마음 속에 간직한 등불이 꺼져 버리면 어떻게 되겠니?

 

(부끄럽고 부끄럽다)

 

마지막 졸업을 앞두고 주인공은 용기를 낸다,

내 손가락끝의 가시처럼 아프고 찝찝한 이기분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할 수는 없다,

졸업식 예행연습을 하던 날

의자위로 올라선 주인공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한다

 

잠깐 제...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저는 용기가 없어서.......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데도 모르는 척 하고,,,,,,,,,

친구는 괴롭힘을 당하다가 결국 전학 갈 수밖에 없었는데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데

이대로 모르는 척하면서 졸업을 하게 되는게 ...........

이런 기분을 가지고 중학생이 되는 게 싫어서............. 그래서

 

결국 제데로 하지도 못하고 소란속에 묻힌다, 마지막까지 꼴불견. 생각할수록 창피.

그러나 후련하다

그리고 야라가세의 눈을 마주한다.

이제는 그 아이를 마주 볼 수 있을 듯하다, 무언가 말하려던 야라가세는 다른 친구들이 다가오제 자기가 먼저 피해버린다. 예전 포장마차 아저씨가 말하던 중학생에게 맞던 아이가 야라가세였을까 그도 아픈 곳이 있었을까 그랬다면 돈짱에게는 왜 그런건데...

생각이 복잡해지지만 한편 후련하다,

제대로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하긴 했으니까

 

하지마. 싫어

그렇게 하면 아프잖아.

내가 싫어.

니가 그렇게 하는게 나는 싫어

하지마 그건 옳은 일이 아니야

누가 너한테 이런 짓을 하면 기분이 어떻겠니?

만약 그가 나라면 어떨까?

나처럼 아무도 보지 못한 척 그냥 지나치고 외면하면 기분이 어떨까?

 

끊임없이 나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나라면 어떻겠니?

그 의 심정은 어떨까?

내가 경험한 게 아니고  하고 싶은게 아니라고 모른 척 하는 건 비겁하다.

공감이라는 건 내가 경험하지 않고 모르는 일이라 하더라고 그 사람을 이해하고 인정하려는 마음이다. 그가 힘들구나 아프구나 애쓰는구나를 알아주고 행동하는 거라고 했다,

그게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꾸 되새김질을 하고 나에게 일러주어야 한다.

아니라고 하라고 싫다고 하라고 그러지 말라고 하라고...

이제 이 쉬운 말 한마디 행동하나는 용기가 되었다.

그냥 마땅한 일이 아닌 용기를 내어야 하는 일..

그래도 자꾸 내게 질문을 하고 의문을 품어가며 용기를 내어보자

이제 더이상 돈짱처럼 전학가버리는 아이가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그리고 주인공처럼 내가 하고 싶은 말에 큰 용기를 필요로 해야하는 힘든 일이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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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빈자리 낮은산 키큰나무 8
사라 윅스 지음, 김선영 옮김 / 낮은산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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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이미에게는 불행한 일이 연달아 일어났다,

아끼던 고양이 미스터가 죽었고 아빠는 바람이 나서 가출했고 이모는 사고로 기억상실에 걸렸다

행복했던 집을 떠나 새로운 도시에서 컨테이너 집에서 이모를 돌보며 살기 시작했다.

낯선 환경과 더 바빠진 엄마 좁아진 집 없어진 내 방 그리고 어린 아이가 되어 늘 똑같이 반복하는 이모... 제이미는 그게 자신에게 일어난 불행의 전부라고 믿었다,

그런데........

잊고 싶은 기억이 생겨버렸다,

 

이야기는 아이러니하다

사고로 머리를 다친 이모는 계속 기억을 되찾기위해 노력한다,

사고 이전의 기억을 뚜렷한데  그 이후의 기억은 30분을 넘기지 못하는 이모를 위해 기억의 실마리를 찾가아며 이모의 기억을 살리려고 한다

반대로 제이미는 기억을 잊어버리고 싶다,

영원히 누구도 모르고 나도 모르게 그냥 그렇게 사라져버리기를 바래고 또 바랬다,

버터 스카치 사탕의 맛이랑 얼굴이 눌리는 촉감같은 건 영원히 지구에서 없어지기를...

강한 충격이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람은 방어기제가 작동한다,

방어기제는 스스로 살기위해 생기는 것이다,

내가 살기위해서 모른 척하고 아닌 척하고 남탓을 하고 그리고 잊어버린다,

해리는 가장 어두운 기억이고 가장 강한 방어기제이다,

우리의 제이미는 그 방어기제를 간절히 바란다,그러나 잊고싶은 기억일수록 너무 또릿하게 각인되어버렸다,

제이미는 학교에서도 무시받고 없는 듯한 존재이고 엄마앞에서도 아무것도 말 할 수 없다,

아빠와 헤어지고 이사를 한 후 엄마는 공장에 다니느라 바쁘고 이모를 돌보느라 바쁘고 그리고 이젠 오븐에 구운 소고기 요리 돼지 갈비 샐러드 쿠키와 케잌 대신 간단한 마카로니 치즈와 제로콜라에 의지할 뿐이다,.

학교에 찾아온 아서씨의 수업  그리고 짧은 아서씨와의 대화

이웃에 사는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괴상한 소녀 오드리

꼭 이 두사람이 싫어서라기 보다 제이미는 누군가와 가까이 하면서 자기의 기억 혹은 비밀의 봉인이 해제될까 두려웠던 거였다,

따뜻한 말한마디 무심한 친구와의 농담속에서 진심이 튀어나오고 그 봉인된 기억이 튀어나올까봐 두렵다, 그래서 그들이 더 싫다, 오히려 무시하고 조롱하는 선생님이 더 편하다.

기억을 봉인을 확실히 하고 싶은 마음에 오드리의 최면술에 응하지만 자기가 말해버렸을까봐 더욱 두렵다,

절대 누구도 알아서는 안돼 절대,,,,

 

결국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과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기억은 서로에게 위로가 된다,

네 잘못이 아니야, 니가 잘못한게 아니야

그 한마디에 제이미는 그냥 무너지고 비밀은 사라졌다,

말해버리면 누군가가 알아버린 비밀은 더 이상 힘이 없다,

 

마지막의 헤피앤딩이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이도 있다,

그러니 한 아이가  아닌척 하며 견뎌내고 버티는 이야기에 이런 동화같고 환상적인 앤딩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너무 잘 견디는 것처럼 보이고 그렇게 보여야 한다고 믿는 아이에게 이정도의 희망은 괜찮지 않을까 적어도 책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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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와 여우, 그리고 나 독깨비 (책콩 어린이) 32
패니 브리트 글, 이자벨 아르스노 그림,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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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작은 아이가 많이 힘들어했다,

친한 절친과 드디어 한 반이 되었다고 좋아했던 학기초와 달리 한학기가 채 지나기도 전에 모든게 달라졌다. 아이는 절친과 둘만의 시간을 원하고 둘만의 시간을 원했지만 그 아이는 새로운 친구도 좋아했고 모두 함께 놀기를 원했다. 이런 저런 갈등이 생기고 화가 나고 토라지고 말하지 않고 같이 놀던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고 학교를 가고 싶지 않은 마음까지 ...

내 자식이라 팔이 안으로 굽음과 동시에 내 아이의 문제도 명확하게 보였다,

친구는 독점하는 게 아니다. 여럿이 함께 놀아보는 것도 괜찮다

그 아이의 마음도 배려해줘야 한다,

내가 좋은 게 늘 상대에게도 좋은게 아니다

먼저 다가가고 양보를 해봐라..

사실 아이가 정답은 알고 있다. 그러나 해답을 몰랐다

나도 그걸 알지만 마음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 그래야만 하지만 하기싫은 마음

왜 나만 틀려야 하는지 억울한 마음

결국 아이는 학교를 거부했고 이틀을 쉬었다 그리고 시간을 견디고 다른 친구가 생기긴 했지만 절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첫사랑만이 지독한게 아니었다,

첫 절친 친구와 단둘이 나누는 은밀한 우정과 둘만의 비밀같은 소녀소녀한 과정을 꿈꾸던 딸아이의 꿈은 깨졌다.

 

왕따는 그 이유를 찾는데서 시작하면 안된다,

그 상황 자체를 보아야 하는 일이다,

왕따 당할만하더라 .. 이 선입관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날이 진화하는 it기술처럼 왕따도 진화한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어디 하소연할 곳없는 아이들은 마음을 바늘로 무장하고 어디든 걸리면 찔러버린다, 이유가 없다. 내가 살고 봐야하는 절박함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가진 바늘을 나보다 약한 곳으로 찌른다. 아이들은 순수한만큼 정확하게 상대를 알아본다. 나보다 약한 아이 나보다 만만한 상대

이 책이 좋았던 것은 주인공의 왕따 이유가 나오지 않는다,

모든게 불분명하다.,

왕따를 시키는 여왕벌들에게 물어도 정확한 대답을 못할것이다.

그냥 마음에 안들어서 괜히 미워서 귀찮아져서 우리랑 다르니까,,,

일단 지금 이 순간의 사건을 보아야 하고 아이 마음에 근육이 붙기를 기다려야한다, 혼자 견딜 수 있는 근력 나를 존중할 줄 아는 근력  세상은 의외로 넓다는 걸 알게 되는 근력까지

그리고 평범하고 아무 생각없어 보이는 아이들에게도 근육운동을 시켜야 한다,

사람을 따돌리는 건 죄악이다.

누구든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놀아주고 손을 내밀어 함께 잡는 것이라고

모른 척 하는 것  상관없다고 여기는 쿨함도 잘못이라고 말해서 근력을 키워져야 한다.

내가 먼저 손잡고 말걸고 하는 것이 좋은 처방일 수 있다고 말이다,

 

주인공은 제인에어를 읽으며 혼자 위로하고 치유한다,

예쁘지 않고 마르고  아무것도 가진 것없는 고집장이 제인에어에게 마음을 주면서 그의 행복을 빈다. 그리고 나의 행복을 꿈꾼다. 로체스터와의 결혼이 깨어지고 마음이 수천개로 조각난 제인에어를 보며 나도 절망하지만 그래도 영원한 두사람의 사랑에 다시 안도하는 것에서 위로를 얻는다. 아이에게 가만히 책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그것만으로 위안이 된다는 걸 알게 된다, 적당한 책을 찾아 읽어주고 들려주는 것 그것 뿐이다,

어떤 조언이나 위로보다 읽어주고 가만히 안아주고 하는 말을 듣는것

나는 아이에게 그걸 하지 못했다,

늘 해결책을 제시하고 니가 변해야 한다고 충고 나부랑이나 하고 있었다,

상담공부를 한답시고 나는 이론만 알고 있었다,

"제발 그냥 들어달라고.....내 편이 좀 되주면 안돼? 나도 안다고  알지만 지금은 내 편이 좀 되 주면 안돼나교.." 아이가 울면서 소리칠 때야 나는 멍하게 이해를 했다.  바보다

누구나.. 아이도 해결책을 모르는 게 아닌데

세상의 모든 정답이 정답 노릇을 하는게 아니다

이론이 확실해도 늘 다른 실제는 존재한다

사람사이의 일들  사람의 일들은  그 일의 종류만큼 관계의 수만큼 제각각 예외들이다,

 

누군가가 제아이가 왕따를 당한 아이와 "놀아주다가'  힘들어져서 잠깐 멀리 했더니 자기아이더러 왕따 주동자라고 하는 바람에 그 아버지에게까지 전화가 오고 난리난 적이 있다고 하면서 마지막에 덧붙였다 꼭 왕따당하는 애들은 이유가 있더라,,,

순간 욱했다,

이유가 있다니... 그래 이유가 있겠지만 그 이유가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고 어떤 말대꾸도 받지 못하고 없는 존재로 취급받을 이유가 되냐고 되받아 치고 싶었다,

밤늦게 전화한 그 부모가 순간 욱해서 한건지 며칠을 고민하다 한건지 알고나 하는거냐고

무조건 들이대고 싶었지만 못했다. 그놈의 교양때문에,,,,

 

아이는 사 준 책을 한 참 뒤에 읽었다,

읽고 난 소감이 어떠냐고 묻지 않기로 했다. 너무너무 묻고 싶어서 입술이 달싹거렸지만 억지로 참았다, 아무 말이 없었다, 읽었으니까..

 

아이는 이제 새학년을 잘 지낸다. 누군가에게 너무 매달리고 깊이 사랑하지 말자는 걸 배운거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상처받지 않을만큼 다가가는 법을 배운 아이는 어른에게 한발짝 다가가 있다, 마음을 닫는 방법 내가 덜 아픈 방법  그걸 알게 하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나를 덜 다치게 하려고 다가가지 않은 방법을 택한 아이에게 그건 아니라고는 말하지 못했다,

새 친구들이 시크하다고 한다는 말을 들었을때  순간 울컥했다, 어쩌면 좋은 뜻일지도 몰라,,,나를 위로한다, 내가 너무 깊이 오해할지도,,,

 

아이는 커가며 아이다움을 버리고 어른의 방식을 택할것이다,

그리고 단단해 지는 만큼 외롭기도 할거고  아 모르겠다 뭐가 좋은 건지는

아직은 좀 더 상처받고 넘어져도 충분히 괜찮다고 하고 싶지만 동시에 아이가 아픈 것도 싫다

나 역시 상처를 받기보다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기로 한 사람으로 뭐라고 충고도 못하겠다

 

 

아이에게 사주기만 하고 뒤늦게 책을 읽으면서 괜히 내가 아프다

담담하게 책장을 덮는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는데 내가 자꾸 주변을 서성인다,

괜찮니? 물어보고 싶어서

 

책이 아이를 담담하게 하고 나를 들쑤셔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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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 창비청소년문학 2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 창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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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년 그리고 5 대에 걸친 이야기가 퍼즐처럼 서서히 그 윤곽을 드러낸다,

운동화를 훔쳤다는 누명으로 초록캠프로 가게된 스탠리 그리고 그의 고조할아버지가 돼지를 훔친 이야기. 그리고 케이트 바로우의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얽히고 엮이면서 스텐리와 제로의 관계가 이어지고 이야기는 멋지게 마무리 된다,

복잡한 이야기지만 흡입력은 대단하다,

처음엔 그냥 성장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스텐리가 뚱뚱하고 자신없던 외모가 근력이 생기고 홀쭉해지고 어른이 되어가듯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아를 찾는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스텐리는 처음부터 자존감이 바닥인 소년은 아니었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현실을 그냥 받아들이고 꾸역꾸역 자기가 맡은 일을 해내는 뚝심을 가졌다. 게다가 부모님이 걱정할까봐 거짓으로 편지를 쓰는 섬세함마저 가지고 있다.

보여지는 부분은 비참할지 몰라도 그 아이의 내면은 원래 단단한 아이였다는 걸 두번 읽으며 알게 된다 그 아이의 힘은 결국 낙천적인 부모에게서 왔고 그 부모 역시 온갖 일을 겪고 돈을 모조리 잃고 난 다음에도 낙천적일 수 있는 조부모 그리고 어쩌면 사소할 수 있는 돼지를 훔쳤다는 생각을 오래오래 잊지 않고 간직하고 있는 고조할아버지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온간 불행을 고조할아버지 탓으로 돌리던 집안의 내력은 알고 보면 그렇게 웃고 넘기려는 여유고 유머였던 거 같다,

결국 고조할아버지가 평생을 가지고 있던 집시여인에 대한 죄의식은 나중에 스텐리로 의해 다 풀린다. 그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결국 운명은 제로와 만나게 하는 거였나보다,

잘못된 시간 잘못된 장소란 애초에 없었을 것이다,

조금 이른 시간 조금 늦은 시간이 잇고 조금 어색한 장소가 있을 수는 있지만 모든 시간 모든 장소는 다 의미가 있다,

스텐리가 매일매일이 더 최악이라고 여기며 파던 구덩이 역시 그리 헛된 장소나 시간은 아니었다,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아직 꿈을 꾸지 못하고 꿈을 찾지 못한 아이들에게 꿈을 찾으라고 큰 그림을 그리라고 독촉하기 전에 지금 하루하루의 일과를 묵묵히 해내는 미련할만큼의 성실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떨까

물론 그 미련한 성실성이 엉뚱한 방향을 흐를 수 있고 시간 낭비라는 걸 알게 되는 날도 있겠지만 내가 최선을 다했던 일은 그 결과가 어떻게 되건 내겐 좋은 시간이 되고 좋은 의미로 남지 않을까 싶다, 스텐리처럼 말이다,

그가 무언가를 원하고 꿈꾸지 않았지만 묵묵하고 지속적인 행동이 선을 가지고 오고 행운을 가지고 오지 않았던가,,,

작은 퍼즐을 꾸준하게 맞춰나가는 하루하루의 의미도 생각해볼 만하다,

 

이야기가 복잡하지만 그래도 잘 읽히는 건 이 책 곳곳에 숨어있는 유머들 때문인거 같다,

인물의 행동이나 사고 그리고 불쑥 불쑥 드러나는 작가의 유머코드는 엉뚱하지만 발랄하다,

심각한 사건을 조금 비켜서서 재미있는 일로 받아들이는 여유가 책 전체에 있고 그 작가의 감성이 스텐리에게 고스란히 느껴진다,

 

아이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갖게되더라도 좋은 동기부여가 되면 좋겠다,

자신의 구덩이를 구덩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꾸역꾸역 파는 끈기가 갖고싶다고 생각하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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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도 춤을 추어요 -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38
힐데 하이두크 후트 지음, 김재혁 옮김 / 보림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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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가 가득한 그림책이다.

흔히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크고 작은 돌멩이들이 이리저리 헤쳐모이면서 이야기를 만든다,

모양도 무늬도 크기도 제각각이다

때로는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기도 하고 두세개가 모여있거나 여러개가 옹송오송하게 모여있기도 하다.,

그저 돌멩이네 .. 하고 넘어갈 법도 하지만 그 돌멩이를 보는 마음은 제각각이다,

아이들은 아니 때로 어른들도 제 마음을 알지 못한다,

내가 화가 난 이유가 슬퍼서인지  불안해서인지 아니면 외로워서인지를 알지 못한다,

그냥 "화가 났어" " 나 화났거든" 하고 그만이다,

아무 말 없이 한 구석에 쭈구리고 있는 아이 혹은 한켠에 말없이 먼산을 보는 어른

그들도 자기 마음을 표현할 수 없다.

내가 외로운 것인지 심심한 것인지 아니면 피곤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

그들에게 이 그림책의 돌멩이는 자기 자신이다,

누군가가 미울 때

내가 스스로 못나 보일 때

불안하고 자꾸 뒤쳐지는 조급함이 들 때

외롭고 왕따 당한 기분이 들 때

함께 있지만 나만 어울리지 못하는 기분이 들 때

그때 그때의 감정이 돌멩이에게 나간다,

이 돌멩이가 나같아...

저 돌멩이는 이유없이 싫어

마음은 가만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그건 분명 내것인데 내것이 아닌거 같다. 낯설다,

내가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아무리 좋다고 그렇게 까부는 건 아니었는데 내가 잠시 미쳤었나봐 , 내일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보지?

세상은 정말 행복해 보여 딱  나 한사람만 빼고

엄마도 멀어보이고 아빠도 어렵고 나는 너무 심심하고 외로워

혹시 들켰을까? 내 행동이 이상한 거 아닐까? 나 괜찮은 거 맞나?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 보면 단수한 감정 뒤에는 나를 알아봐주었으면 하는 욕망도 있고 더 잘 하고 싶은 욕심 누군가와 관계맺고 싶음도 있다,

 

돌멩이 그림을 보면서 아이는 혹은 어른은 내 마음을 느낀다,내 마음을 본다,. 내 마음을 안다

이건 내모습이구나

이건 우리 아빠 우리 엄마. 이건 친구와 나

마음을 몰라서 감정을 몰라서 표현하기 힘든 어른과 아이는 이 그림책으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서로 쑥스러워 마주 보고 눈을 맞추진 못해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그림책을 들여다 보면서

"있잖아요 사실 내가 요....

하며 시작되는 조곤조곤한 이야기에서 내 마음을 그리고 너의 마음을 알게 되면 좋겠다,

그림책은 참 좋은 약이 될 수 있겠다. 적어도 쓰지는 않을테니까...

 

잠깐 다른 이야기

스마트폰이 처음 나오고 다들 신기했던 건 이제까지 버튼을 힘으로 눌러 작동했던 기기가 아니라

다만 살짝 스치는 터치로 기기가 작동한다는 거였다.

어떤 대상이 나의 손끝에서 움직인다는 것

그것도 조금은 폭력적일 수 있는 물리적 힘( 단순한 버튼하나 누른 것에 대단한 힘이 들어가는 건아니겠지만 그래도 힘은 힘이니까) 이 아닌 어떤 만짐으로 이루어 진다는 건 근사한 일이었다.

사람은 어쩌면 누구나 누군가와 소통을 하고 싶어하는 존재일 것이다.

그 소통이 누르는 힘이 아니라 살짝 건드려지는 촉감으로 이루어 진다는 건 설레는 일이다,

아무도 만져주지 않는 나를 만지듯이 사람들이 핸드폰을 만지고 꾸미고 사랑하게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문득했다,

이렇게 따뜻하게 만지고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불안하고 언제나 내몸처럼 늘 함께 해야하는 것 세상의 끝에서도 나와 함께 분명히 함께할 이 핸드폰이 어쩌면 작은 위안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없어도 이거 하나면 외롭지도 않고 혼자가  아니다.

가끔 다수가 모인 전철안이나 대합실에서 모두가 제각각 핸드폰을 쥐고 들여다 보는 모습이 짠하다 내가 너무 외로워서 소통하는데 그 대상은 핸드폰 뿐이라니...

그래도 그게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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