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에 대한 책이 일본만큼 많이 나온 나라는 없는 듯하다,

우리에게 왕따 문화가 있기전 이지매가 있었고 학원폭력이 있고 학교 붕괴가 있었고

유감스럽게도 그 현상은 우리에게도 조금씩 번지고 있다,

왕따에 대해 많은 책들이 있다,

 주로 피해자의 입장에서 혹은 가해자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책은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닌 옆에서 바라보는 이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옆에서 보는 사람

아주 객관적으로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다시 말하면

방관자

혹은 아무도 모르게 떨고 있는 제  3의 피해자

그렇다,

왕따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아이와 함께 왕따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늘 강조했었다,

왕따에서 가장 나쁜 건 왕따를 주동하는 여왕벌도 아니고 거기 따르는 무리들도 아니고 그걸 보고도 모른 척하는 주위사람이라고 했다, 왕따를 하는 아이는 적어도 누가봐도 나쁜 아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게 된다(요즘은 아주 영악하고 교묘해서 이런 구분도 의미가 없긴 하다) 그러나 옆에서 바라보기만 하는 방관자는 딱 꼬집어 잘못했다고 할 수 없지만 그래서 더 아프고 힘들게 하는 존재이다, 나의 고통을 바라보고 알고 있는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묵하고 있는 사람 

미워하려니 내가 너무 외롭고 다가가기엔 어딘가 두렵고 낯선 눈길들

그러니 절대 누군가 왕따를 당한다고 느낀다면 방관자는 되지 말라고 정말 대책없는 충고를 퍼부었다.

그럼 어떤 행동을 해야하나? 

이 책에서  주인공은 돈짱을 괴롭히는 야라가세 패거리가 있다,

그들은 정말 사소하고 의미없는 일로 돈짱을 괴롭히기 시작했고 돈짱이 어떤 저항도 없다는 이유로 아주 편하게 놀리고 구타하고 마음대로 장난감처럼 취급한다,

그걸 보는 주인공은 마음이 괴롭다,

그저 당하기만 하는 돈짱이 너무 이해가 안되면서 입밖으로 내뱉지도 못한 응원을 보내고 화를 내고 소리없는 고함을 질러댄다, 그 뿐이다,

행여 야라가세 일행과 눈이라도 마주칠까봐 전전긍긍하는게 현실이다,

내가 아니니까 다행이지만 누군가가 당하는 걸 보는 것도 몹시 괴롭다, 그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더 힘들다

어쩌면 말이다,

왕따를 옆에서 방관하는 아이들은 가정폭력을 지켜보는 아이들이나 권력이나 힘의 폭력을 떨면서 지켜봐야 하는 사람들의 심정과 같은게 아닐까

나서기엔 내가 너무 작고 나약하고 섣불리 나서다가는 오히려 내가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눈을 감아도 현실이 눈꺼풀안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은 고통 그래서 더 꼬옥 눈을 감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내가 무얼 잘못할까 자꾸 움츠려들게 되는 그런 기분과 같지 않을까

주인공도 그렇다

돈짱이 당하는 걸 보면서 화도 나고 돈짱이 너무 미련해보이지만 애써 모른 척 한다,

나만 그런건 아니니까

그러다 본인에게 일이 닥치는 순간  돈짱에게 자기가 한 모든 행동들을 고스란히 경험하면서 어쩔 줄을 몰라한다. 돈짱이 도움으로 야라가세의 폭력에서 떨어지지만 그 이후도 변한게 없다,

그저 돈짱을 철저하게 모른 척 하기로 한다,

그리고 훔쳐보게 되는 돈짱의 절규 그리고 학예회에서 벌어지는 돈짱의 저항

그러나 그뿐이다,

 

왕따에는 이유가 있죠

그 애가 우리애를 부추긴 겁니다,

애들끼리 장난 아닐까요?

그런데 왜 도시바(돈짱)은 화를 내지 않았습니까? 싫다는 말을 확실히 하지 않은 것도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는 눈을 감고 싶고 학교는 그저 무탈하게 넘어가길 바라고 가해자는 버틸 때까지 버티고 싶고 피해자 가족은 그냥 피하고 싶고 주변인은 그저 내일이 아닐 뿐이고

그러게 덮어지고 넘어가면 모두가 안도할 뿐이다,

 

현실에서는 포장마타 아저씨 같은 분들을 찾을 수 없다,  행동하는 어른을 보기 힘들다,

아저씨의 따끈한 어묵국물에도 내 마음을 녹이기는 힘들다,

그런 어느날 까마귀에게 당하기만 하던 도둑고양이가 까마귀에게 덤비고 당당하게 구는 걸 목격한다, 예전 까마귀에게 당해 거의 죽음에 이른 고양이 돈짱을 미치게 만들었던 분노하게 만들었던 그 고양이는 이제 당당하다

"사람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걸 보고 모르는 척 하면 안 되지

 그러면 기분이 영 개운치 않아.

 하지만 그 대신 이 모양이 됬잖아요

 그렇다고 해도 역시 모른 척 해서는 안되는 거야

 마음 속에 간직한 등불이 꺼져 버리면 어떻게 되겠니?

 

(부끄럽고 부끄럽다)

 

마지막 졸업을 앞두고 주인공은 용기를 낸다,

내 손가락끝의 가시처럼 아프고 찝찝한 이기분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할 수는 없다,

졸업식 예행연습을 하던 날

의자위로 올라선 주인공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한다

 

잠깐 제...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저는 용기가 없어서.......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데도 모르는 척 하고,,,,,,,,,

친구는 괴롭힘을 당하다가 결국 전학 갈 수밖에 없었는데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데

이대로 모르는 척하면서 졸업을 하게 되는게 ...........

이런 기분을 가지고 중학생이 되는 게 싫어서............. 그래서

 

결국 제데로 하지도 못하고 소란속에 묻힌다, 마지막까지 꼴불견. 생각할수록 창피.

그러나 후련하다

그리고 야라가세의 눈을 마주한다.

이제는 그 아이를 마주 볼 수 있을 듯하다, 무언가 말하려던 야라가세는 다른 친구들이 다가오제 자기가 먼저 피해버린다. 예전 포장마차 아저씨가 말하던 중학생에게 맞던 아이가 야라가세였을까 그도 아픈 곳이 있었을까 그랬다면 돈짱에게는 왜 그런건데...

생각이 복잡해지지만 한편 후련하다,

제대로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하긴 했으니까

 

하지마. 싫어

그렇게 하면 아프잖아.

내가 싫어.

니가 그렇게 하는게 나는 싫어

하지마 그건 옳은 일이 아니야

누가 너한테 이런 짓을 하면 기분이 어떻겠니?

만약 그가 나라면 어떨까?

나처럼 아무도 보지 못한 척 그냥 지나치고 외면하면 기분이 어떨까?

 

끊임없이 나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나라면 어떻겠니?

그 의 심정은 어떨까?

내가 경험한 게 아니고  하고 싶은게 아니라고 모른 척 하는 건 비겁하다.

공감이라는 건 내가 경험하지 않고 모르는 일이라 하더라고 그 사람을 이해하고 인정하려는 마음이다. 그가 힘들구나 아프구나 애쓰는구나를 알아주고 행동하는 거라고 했다,

그게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꾸 되새김질을 하고 나에게 일러주어야 한다.

아니라고 하라고 싫다고 하라고 그러지 말라고 하라고...

이제 이 쉬운 말 한마디 행동하나는 용기가 되었다.

그냥 마땅한 일이 아닌 용기를 내어야 하는 일..

그래도 자꾸 내게 질문을 하고 의문을 품어가며 용기를 내어보자

이제 더이상 돈짱처럼 전학가버리는 아이가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그리고 주인공처럼 내가 하고 싶은 말에 큰 용기를 필요로 해야하는 힘든 일이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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