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파는 상점 -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5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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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먼저 권하고 내가 읽은 책이다.

책 표지가 참 오묘하다.

뭔가 신비롭고 이상한 세계로 이끌고 가려는 듯 .. 어쩌면 이 책의 내용을 집약하고 있는 거 같았다.

그런데 내용은 조금 달랐다. 적어도 내게는...

환상적일거라는 기대는 추리물비슷한거? 로 바뀌더니 조금은 철학적이고 잠언적이다.

좋다 나쁘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이므로 넘어가자.

아이는 책이 재미없다고 했다.

하긴 시간이라는 추상적인 개념과 사유가 아직 채 중학교도 못간 아이에게는 어려웠으리라

그리고 이야기 자체는 술술 넘어가지만 중간중간 잠언적인 이야기가 자꾸 맥락을 툭툭 끊어버린다,.

청소년 소설을 읽으면 내용이 한결같다.

아버지의 부재 혹은 있어도 배경

씩씩한 엄마 그리고 엄마와 소통이 잘 되는 딸

설령 엄마와 상극인 딸이 나오더라도 (신기루처럼) 나도 모르게 엄마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딸이 있다.

남학생이 주인공이면 부모가 부재한 경우가 많고 여학생은 아빠가 부재중이며 엄마와는 긴밀한 관계를 갖는다. 그것이 대립이든 소통이든

그리고 나를 좋아하는 단짝이 있고 멀리서 친구와 연인의 중간에 선 괜찮은 이성친구도 있다.

그리고 사건은 항상 주인공에게 일어나며 쿨하고 중성적인 주인공이 그 문제를 풀어나간다.

물론 주인공이니만큼 문제가 그에게 몰리는 건 당연하지만 늘 중성적이고 털털한 주인공이다.

사실 시간이라는 사유를 뺀다면 이 책도 충실하게 그런 청소년 도서의 수순을 밟고간다.

로맨틱 코메디가 가진 캔디형 여주인공과 멋진 남자처럼 어쩌면 청소년 문학도 그런 도식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내 시간을 누군가를 위해 쓰겠다는 것 그래서 생겨난 시간을 파는 상점

그 제목이 주는 신비롭고 기대감 가득한 상점이 점점 시시해진다.

사실 이름은 근사하고 취지는 좋았지만 결국 심부름센타같은 거? 뭐 그런 속된 실망도 했다.

내 시간을 내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

그래서 누군가가 도움을 받고 좋아지는 것 뭐 좋다.

그런데 자꾸 읽다가 끊어진다.

후기를 보면 손에서 놓을수 없을 만큼 흡입력이 있다는 평도 있지만 나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아서인지 나는 자꾸 책에서 손을 놓는다.

숨겨놓은 이야기는 알만하게 풀리고 내곁에서... 라는 아이디나 강토 이야기같은 거 ... 그리고 자꾸 풀어놓으려는 이야기들은 헷갈린다. 시간에 관한 생각이라든다 등등은

 

시간은 금이다.

시간을 소중히하라..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고

머리가 커서는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하다 다만 어떻게 쓰느냐가 다를 뿐이라는 것

그리고 내가 보낸 시간들이 모여서 나 자신이 된다는 것

그렇게 시간에 대한 잠언들이 늘어갈 수록

시간은 자꾸 흘러간다. 손가락사이에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좋은 책인거 같은데 자꾸 겉돈다는 느낌

어쩌면 내가 좋은 독자가 아니어서일지도 모르고

작가가 할말이 많고 그걸 자꾸 풀어놓고 싶어하는 조급함때문은 아닐까 하는 핑계도 대보고

나중에 시간나면 천천히 다시 읽어봐야겠다

 

차라리 아주 상투적으로 재미있게 썼더라면 더 낫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철학을 이야기로 푼다는 건 어려운 일인데 이만하면 그래도 수작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암튼 나랑은 안맞다.

아니면 지금 이시간의 나랑 안맞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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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 사계절 1318 문고 1
미리암 프레슬러 지음, 유혜자 옮김 / 사계절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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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신문 북 리뷰 코너에서 우연히 만난 책이다.

아이들 책을 소개하는 코너라 당연히도 그림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마주한 책은 참 감동스럽다.

뭔가 감정을 긁어내려는 노력도 없이 담담하게 한 소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난하고 약하고 건강하지 못하고 부모조차 없고  한때 학대받은 기억을 가진 소녀가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이었다,

성장 소설을 많이 접했다고는 하지만  소녀의 아니 어쩌면 어린이에서 소녀로 넘어가는 소녀의 은밀하고 담담한 성장은 첨이었던거같다.

절대 흥분할 일도 감동할 일도 없는 소녀할링카에게 오늘은 어제와 같고 내일도 오늘과 다를게 없다. 다만 이모의 편지와 이모네로 가는 날과 언젠가 (언제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이모와 살날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지금 이곳 기숙사는 그냥 하루하루 견디는 무심한 날들일뿐이고

그런 할링카에게 작은 기적이 왔다.

그리고 담담한 소녀는 그 기적같은 행복을 조금씩 느낄 준비가 되어있다.

남들눈에는 하찮고 아무것도 아닐 모든 것에 행복을 느끼는 것 그리고 그 행복이 내곁에 편히 쉬어가라고 의자를 내어주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한번 맞을때가 아픈 법이지 두번 세번 반복되면 아무렇지도 않듯이 상처를 숨길 줄 알았던것터럼

첨 느끼는 감정이 어색할 뿐이지 친구와 마음을 나누고 사소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감동할 줄 아는 것 그것도 한번 두번의 훈련이 필요하고 노력이 필요한 일아닐까

행복이 오기만 기다리지 않고 그행복이 내곁에 쉬어갈 수 있게 의자를 어주는 작은 배려가 더 아름답다.

오래되고 낡은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담담한 소녀의 은밀한 자기 이야기가 많은 울림을 준다,

잠언같은 좋은 말들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너도 그렇게 느끼길 바란다.. 내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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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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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새살이 돋기 위해서는 상처는 필수불가결하나 조건이다? 였던가

 

상처를 입고나면 새살이 돋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처가 덧나고 곪아서 썩어버리는 지경에 이르기도 하지만 그래도 소독하고 잘 갈무리하면 새살이 돋는다. 흍터로 보기 흉해지든 감쪽같이 원상복구가 되건....

그리고 그 새살은 각자의 몫이다.

 

 

예전 인생극장을 생각케하는 두가지 결말

두가지가 그다지 다르지는 않다,

언제나처럼 덤덤하고 건조하게 일상적이다.

깜찍하고 놀라운 헤피앤딩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은 좀처럼 변하지 않고 시간을 되돌리건 되돌리지 않건 사람은 언제나 같은 순간에 비슷한 결정을 내린다.

다만 상처를 지나고 새살을 가진 소년이 성장했을 뿐이다.

 

한때는 그녀의 가장 최고작은 위저드 베이커리라고 생각했다.

초기작을 넘는 후속작은 없었다고,.

첨 읽었을때 놀라움 기가막힘이 너무나 강하게 남아있어서였을까

그 기대만큼은 아니고 이번에는 담담하게 읽힌다.

모든 상황들이 파악되면서 조금 심심해졌지만 대신 한구절한구절 고심하고 골라냈을 문장들이 눈에 보인다.

세상읭 물질계와 비물질계의 균형. 미묘한 시간의 비틀림등등을 묘사하는 솜씨도 예사롭지 않다.

결국 그동안 읽어왔던 그녀의 작품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걸 다시 확인한다.

최고니 뭐니 하는 평가는 내주제가 안되는 관두고 내 취향에 가장 맞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

 

 

만일 어떤 골목 모퉁이에서 위저드 베이커리를 만나면 나는 어떤 메뉴를 주문할까

살면서 수많은 그릇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대해 도망치고 싶어하고 숨고 싶어하는 일 없는 강한 조금은 뻔뻔한 사람이 되게 해달라는 건 어떨까

 

어떤 결론에 도달하든 그걸 살아내는 건 결국 내가 할 몫이라는 것

또 읽어도 그렇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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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 사계절 아동문고 83
최나미 지음, 정문주 그림 / 사계절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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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행복 모든 이의 평안이 누군가 한사람의 보이지 않은 희생으로 이루어진다면 그건 진정한 행복이 아니다

명절을 앞두고 여기저기 하소연이 이어진다,

 

명절치루기. 손도 까딱하지 않는 남편들 잔소리하면서 휘어잡으려는 시어머니들

그 사이에서 뺀질거리거나 공손하거나  도전하거나하는 며느리들

명절에 친정에는 언제가야하는가

시집에서는 어떤 타이밍에 나와야 하는가

나도 내집에서는 귀한 자식이고 남들 못지않게 공부했고 노력했다. 그런데 왜 얼굴도 모르는 남편의 할아버지 아버지등등을 위해 나만 일해야하는가

한집안의 제사를 위해서 성이 다른 여자가 서로 갈등하고 힘들어하는게 과연 진정한 가족의 행복인가

멋지고 당당한 딸 . 나랑 통하고 아빠를 이해하는 딸은 괜찮지만

나대고 혼자만 생각하며 고집피우고 선머슴같은 딸은 곤란하다?

치매에 걸린 시모를 돌보는 건 오롯이 며느리 담당이다.

며느리가 제자리에 있으면 가족이 평안하고 아무일도 없는 것이고 그 일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순간 가족은 내팽개치는 것이고 나만아는 이기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남자처럼 당당하고 꿀리지 않게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다른 면에서 남자를 닮고 싶어하고 모방하는 또다른 폭력 혹은 비겁한 의미는 아닐까

 

주욱 읽어가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하필 그 순간. 할머니가 아프기 시작한 무렵 내 일을 선언한 엄마가 밉다. 그렇게 이기적일 수가 없다.엄마만 참으면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아침마다 종종거리지 않아도 되고 고모들이 집을 들락거리지 않아도 되고 아빠가 늘 화난 상태로 있지 않아도 되고 언니 교복치맛단이 틑어져 벌점을 받지 않아도 된다. 엄마만 제자리에 있으면

그런데 엄마의 제자리는 어디일까

 

내가 편하고 아무탈 없는 일상을 살고 있는 이곳에는 보이지 않은 많은 노동들이 존재한다는 건 염연하나 사실이다. 그런 하위기반이 없이 저혼자 잘난 사람은 세상에 하나도 없다.

단지 그걸 잊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공기가 있어 숨을 쉬고 물이 있어 살아가고 있다는 걸 평소엔 생각하지 않듯이

단지 매연이 심해지면 투덜거리고 목이 마를때만 고통스러울 뿐이다. 당장 달콤한 음료나 내 정신을 쨍하게 깨워줄 카페인이 든 커피만을 바라보고 신선한 공ㄱ이를 위한 공기청정기에 관심을 쏟을 뿐 공기 물.. 그 존재는 잊는다.

살면서 우리주변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 노동들은 그냥 공기이고 물일 뿐이다.

엄마... 라는 것도 그렇지 않을까

제자리에 있으면 편하지만 없으면 티가 나는 것

그래서 엄마들이 하는 살림이라는 것이 그렇게 안할때만 티가 나는 건지도 모르고

 

인물들이 살아있고 끝까지 지가의 정체성을 버리지 않고 끌고간다. 쉽게 하하호호 화해하지 않는 것도 맘에 든다. 사실 현실에서도 쉽게 해결하기 힘든 문제다

가영이 아빠같은 사람이 보통이고 또 그렇게 나쁜 사람이라고 할 수도 없다.

각기 자기자리에서 제 할일을 하는게 뭐가 나쁘냐는 것 , 그리고 40년을 그렇게 교육받고 인지하고 살아온 사람이 갑자기 죽을 날을 받아놓은게 아닌 이상 바뀔리는 없다.

절대 변할거같지 않은 가부장인 아버지

조용히 할말 다하면서 내 권리를 주장하는 엄마

그리고 쿨하고 이기적인 그래서 때로는 도피처가 되기도 하는 언니

내가 돌봐줘야할 막내동생같은 친구 주환이

그 사이에서 가영이가 점점 자라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좋아했던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지만 결코 미워하지 않는다.

항상 내가 그 입장에 되지 않으면 모든 걸 알 수 없다.

축구시합 사건이 없었다면 가영은 끝내 엄마를 이해못했을 수도 있다.

가영은 여자로 태어났지만 어쩌면 사고방식은 철저한 남자아이인지도 모른다.

누군가 희생은 당연하다는 것.. 뭐 그건 조금 이기적인 사람이면 남녀없이 할 수 있는 생각이기도 하지만 .. 모든 딸들이 엄마를 다 이해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내가 엄마이고 아내이고 며느리이기전에 나 자신으로 살고 싶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꿋꿋하게 살아내는 엄마 윤서영씨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설령 지금의 별거가 쭈욱 이어질지모르겠지만...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국 딸들도 엄마를 이해하기 시작했으니까

 

이 작품에서 독특한 캐릭터.. 언니 가희다

꽤 시니컬하고 잘난척하며 극도의 이기심을 보이면서도 한순간 여러지며 눈물 흘리고 세상에 드러내어 창피한 일의 기준이 제나름 독특하다는 것...

꽤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리고.. 의외로 가영이 고모들이 착하다.

올케의 반란에 뭐라고 하더라도 결국은 함께 도와주는 것  뭐 좋은 마음으로 하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당번이라고 항상 와준다는 것 그 자체는 꽤 괜찮은 편이다.

손아래 올케라고 무시하고 맘대로 하지 않는 것은

뭐 구성상 그것까지 넣으면 이야기가 너무 복잡해지려나?

나의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의 도움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그 누군가에게는 그게 의무이고 직업일지라도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이 늘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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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전설은 창비아동문고 268
한윤섭 지음, 홍정선 그림 / 창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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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로 전학온 아이가 있다.

동네 친구들은 그 아이에게 동네 전설을 이야기한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하지만 확실하게 각인을 시키듯이 ....

흔히 시골에서 볼 수 있는 무서운 이야기라고 치부해버리기엔 너무 실감난다.

아들이 죽고 남은 노부부는 병에 걸리고 그 치료약으로는 어린 아이의 간이 필요하다

그 간을 구하기 위해 아이들을 잡아간다.

죽은 아이를 낳은 여자가 아이를 뱀산에 묻고도 그 아이가 그리워 매년 찾아오는데 죽어서도 잊지 못하고 그 곳을 해맨다,

일제시대 강제 노동을 하다 죽은 독립투사가 자기가 노동한 아카시아나무를 찾아온다.

염하는 노인네는 어려 죽어버린 자식들을 대신할 아이를 잡아간다,

이게 뭐,, 하고 무시하고 싶지만 그래도 등골이 으스스하다.

그리고 아이들은 함께 행동한다.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서 ... 하지만 그렇게 아이들은 친구가 되고  동질감을 느끼고 그들만의 은밀한 비밀도 갖게 된다,

 

어쩌면 준영은 아이들에게 마을의 전설에 대해 들었을때 부모님께 이야기할 수도 있었다.

아이들이 이러이러한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인지 아닌지.. 물어볼 수도 있고 사실을 알아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어쩌면 사실이 무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것이다,

뭔가 함께 나누는 것이 있고 그걸 함께 느끼고 동질감을 느낀다는 것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조금씩 가까워지고 친해져가는 과정 그것이 더 중요하다.

어른에게 도움을 청하면 쉽게 해결될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아이들은 어렵게 고민하고 걱정하고 두려움을 느낀다. 어쩌면 아이들이 그렇게 어른에게 쉽게 도움을 구하지 않고 혼자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그 순간.. 아이는 성장을 하는 것같다.

데미안에서 왜 싱클레어가 프란쯔에게 협박당하는 사실을 부모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 끙끙거렸는지.의아해 했지만 이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알거같다.

혼자만의 비밀을 갖는것 나의 미빌과 내가 정면으로 마주하고 고민하고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하는 그 순간이 사춘기의 시작이고 성장의 시작이 아닐까

부모는 뭐든 내게 털어놓고 상의하라고 하지만 어쩌면 부모가 개입하기 애매하고 개입해버리고 나면 스스로가 나약해 보여서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들이 생기는 순간이 성장이 아닐까

 

준영은 그렇게 마을의 전설을 아이들과 함께 나구고 두려워하고 은밀한 동지감을 느끼면서 서서히 성장한다. 여름이  어느새 지나고 가을빛치 눈에 보이듯이 그렇게 준영도 점점 득산리에 동화되어가고 득산리 아이가 되어간다. 그리고 자란다.

내가 막연히 두려워하든 실체인 돼지 할아버지를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그 마음을 알고 세상 어떤 음악보다 아름다운 밤나누에서 밤이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를 함께 듣는다.
돼지 할아버지와 함께 나눈 새벽의 시간이 또다시 준영을 한뼘 자라게 한다.

누군가를 이해하게 되는 일.. 성장은 그렇게 이해의 다른말이고 두려움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용기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등 뒤에서 간접적으로 사실을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느끼고 마주하면서 알게 되는 진실들이 더 값진것으로 남는다

 

덕수를 비롯한 아이들이 왜 새로운 아이에게 득산리 마을의 전설을 이야기하고 겁을 주는지는 명확하게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하지는 않다.

덕수 패거리들이 준영을 위협하려고 하는 의도가 아니라 그들 나름의 새로운 친구를 맞이하는, 어색함을 없애는 한가지 방법으로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인듯하다.

누군가와 무섭고 은밀한 것을 나누면 더 친해진다. 함께 어색해하며 들어간 귀신의 집에서 나올때는 두 손을 꼭잡고 얼굴을 마주보며 안도의 웃음을 나눌 수 있는 것 처럼 함꼐 공포를 경험하고 약간의 짜릿한 나쁜 짓을 경험하는 것이 친밀해지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그 누구도 영악하지 않고 위악을 떨지도 않아서 좋았다.

그게 자칫 밋밋해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선하고 생각이 깊은 아이들이 보여주는 아이다운 악동짓이 더 마음에 든다. 밤서리를 하면서도 돼지 할아버지를 걱정하기도 하고 방앗간집 할머니의 죽음에 함께 상여꾼이 되려는 마음에서 아이들의 마음이 보인다,

 

읽는 내내 그 전설이 사실인지 어떻게 결론이 날지 궁금했지만 책장을 덮으면서 그건 중요한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는지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그렇게 무서운 사람들인지보다 그 은밀한 전설을 통해서 아이들이 자라는 것 더 친밀해지는 걸 느끼고 나도 모르게 득산리에 적응해가는게 더 좋았다.

 

작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하면서 세세하고 단순한 아이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큰 격랑은 없지만 일상적이면서도 그 안에서 크게 요동치는 아이들의 마음이 손에 잡힐듯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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