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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빨개지는 아이 ㅣ 장자크 상페의 그림 이야기
장 자크 상뻬 지음, 김호영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내게도 고민이 있다,
남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면 꼭 목소리가 떨려나왔고 말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 것
사실 편한 자리에서도 목소리가 떨려 나올때가 있고 속도는 늘 빨랐다
가끔은 내가 긴장을 해서 목소리가 떨리는 건지 아니면 목소리가 떨리는 걸 신경쓰다보니 긴장이 되는건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내 소리가 떨리는구나를 깨닫는 순간 속도는 내가 제어할 수 없이 빨라진다
내가 남들앞에서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이유가 내 목소리에 대한 컴플렉스때문인건지도 모르겠다
뭐 두셋이서 수다를 떨때는 떨리는 일이 없지만 사람수가 조금 더 많아지고 조금 더 낯선 타인이 섞이면 늘 목소리가 점점 떨려온다,
어떤 이가 농담삼아,,, 내가 말하는 걸 듣다 보면 이 사람 말하다가 심장마비로 죽는게 아닌가 걱정될 때가 있다고 할 정도로,,,
집단 상담을 경험하면서 진행자샘이 내 목소리 이야기를 했다,
왜 떨리는 건지 생각해본 적이 있냐고?
나는 그저 사람앞에서 말하는 것이 긴장되어서 떨리는 거라고만 생각했지 그것이 내 유년의 어떤 기억이나 경험과 관계되거나 어떤 심리적인 원인이 있을거란 생각을 못했다,
생각해 봐야 하나?
고민했지만 곧 잊었다,
대신 근거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 좀 떨리면 어떠랴,,
떨리는 염소소리를 가진게 나인걸,,,
그냥 그러려니 하는 배짱이 생겼다,
내가 누군가 대중앞에서 연설을 하거나 강의를 할 일은 아마 절대 없을 것이고 그저 몇몇과 대화를 나누거나 좀 더 많은 사람과 토론 같은 걸 하는게 전부일텐데,,, 그때 좀 떨리는 목소리가 나온들 어떠랴 싶었다,
이게 나이를 먹은 탓인지 아니면 그때 집단 상담덕인지는 모르겠다,
의외로 사람들은 교양있어서 내가 떨리는 염소소리를 내거나 말이 빨라지는 것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그냥 모른 척 해준다,
다만 말이 너무 빨라서 못알아들을 땐 다시 해달라고 하고 나도 신경 써서 말하면 속도정도는 조절이 가능해졌다,
기왕이면 부드러운 음색으로 조곤조곤하면서도 강단있게 말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또 그렇게 하려고 흉내를 내지만 뭐 나도 모르게 염소소리가 나고 속도가 빨라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책속의 소년은 시도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진다,
안면홍조증같은 건지 모르겠지만 어린 소년의 얼굴이 빨개진다는 건 무리에서 다르다는 걸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다, 아이는 그걸 고민하고 걱정하지만 그렇다고 고쳐지는 것도 아니다
나의 염소소리처럼,,
물론 그 아이의 심리를 해집어 들어가보면 무언가 원인이 있을 수도 있고 병리학적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살아가는데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남들이 수군거리는 것 가끔 무리에서 도드라지는 것 말고는
아이는 자기와 비슷한 시도때도 없이 재채기를 하는 소년을 만난다,
그 재채기는 감기도 아니고 알러지도 아니고 그냥 무심코 나오는 재채기다,
물론 둘다 늘 얼굴이 빨개지거나 재치기를 쏟아내는 게 아니다.
내가 늘 염소소리를 내며 말하는게 아닌것처럼
둘은 서로의 다른 점을 알아보고 친해진다,
더 이상 얼굴이 빨개지거나 재채기를 하는 일은 별일이 아니다,
책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자기의 열등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순간 그건 더 이상 열등감이 아닐거라고 말해준다,
뭐 나의 염소소리도 나름 나혼자는 인정한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적어도 나는 내가 말을 오래하다간 심장이 멈춰서 죽지 않을 거라는 걸 알지 않은가
다만 남들이 좀 더 오래 염소소리를 들어야 하는 고통은 있겠지만....
말은 내용이 중요하지 그 소리의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그렇다고 내가 듣기 거북하고 불편한 소리를 내는 건 아니라고 믿으니까,,,,,
살면서 요즘 많이 드는 생각이
누군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건 참 어렵다는 거다,
서로 공감해야한다, 다름을 이애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다 다 다르다,
뭐 그렇게 이야기하고 주장하지만 사실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건 쉽지 않다,
나도 모르게 나와 비슷한 사람에게 끌리고 나와 다른 것에는 거부감이 들고 불편함이 생긴다,
틀렸다는 문제보다 다르다는 문제가 어쩌면 더 어렵다,
틀린건 틀렸다고 하고 고치면 되는 일이지만 (물론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다르다는 건 계속 다른 것을 보고 겪고 함께 해야하는 것이다,
틀린건 아니지만 불편하고 거북한 것 그것이 서로에게 있어서 서로 어색해지고 서로 조그쌕 모른 척 하고 등을 지게 되는 것이다,
자라면서 늘 상식적인 것 남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 예의고 교양이라고 배워왔으니
조금만 다르면 이상하고 비정상적이고 불편해지는 건 당연하다,
나 역시 공감과관용을 이야기하지만
또 누군가 나와 다른 타인을 만나면 여전히 불편하고 빨리 집에 가고 싶은 생각만 든다,
그리고 나랑 닮은 누군가에게 다가가 하소연하며 안전감을 느낀다,
이야기속의 두 소년은 그래서 용감하다,
정말 다른 이를 재미있어하고 관심을 가지고 그리고 친구가 된다,
어쩌면 아이들은 아직 편견의 틀이 말랑말라해서 충분히 넓히거나 바꿀 기회를 가지고 있기때문일지도 모른다, 아직 교양을 덜 쌓고 상식이 많지 않아서 다르다는 걸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런데 요즘의 영악한 아이들은 많은 학습과 커진 두뇌로 이미 교양과 상식이 풍부해져서 단단하고 멋진 틀을 가져버렸다, 그래서 그들이 가진 아직 남은 순수함이 때때로 가식적인 어른들의 교양보다 더 무섭고 공격적인 무기가 되기도 한다, 그 아이들에게 다름은 거의 죽음일 수도 있다
책을 읽고 아이에게 다른 것을 인정하자 내 열등감을 들여다 보고 인정해보자고 이야기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다름이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나 시도때도 없이 재채기를 하는 것처럼 명확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다,
나랑 혹은 우리와 많이 닮아보이지만 어딘가 불편하고 다른 모습들
약간의 엇갈림을 오히려 우리는 더 견디기 힘들다,
같은 학연 같은 혈연 같은 지연에 그렇게 매달리는 건 다른 것은 불편해서 악착같이 같은 걸 찾아내야 마음이 편해지는 속성에서 나오는 건지도 모른다,
같다는 건 편하다
다르다는 것은 불편하고 불안하다
굳이 불안과 불편을 안고 싶지 않다,
그래서 편하고 좋은 것에 안주하고 다른 건 모른 척 하고 싶다, 없었으면 좋겠다, 내 눈앞에 안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불편했던 사람들을 생각해본다,
그들도 사람이고 같은 나라 사람이고 나랑 마주쳤다는 건 나와 공통점이 무언가 있다는 것인데
그들이 불편했다는 건 많은 공통점을 잊을 만큼 다른 면이 있다는 것일테다,
나도 아직 나와 다른 사람은 불편하고 힘들어서 피하고 싶다,
아마 누군가도 내가 불편하고 싫을 것이다,
굳이 편해지려고 노력하지 않고 맞추려고 하지 않더라도
그냥 아 다르구나,, 세상은 다양하니까 다른 사람도 보고 사는 거야 겪고 사는 거야
나도 누군가에겐 타인일테니,, 하는 마음은 잊지 말아야겠다,
자꾸자꾸 생각하고 연습하는 것 그리고 변해보려고 시도하는 것
그게 살아있는 이유라는 생각을 한다,
노안이 와서 글씨가 너무 읽기 힘들었다,
그림도 글씨도 뭔가 너무 작아서,,,,,
그 불편함이 슬펐다,, 아 나도 나이 먹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