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파산 - 2014년 제2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
김의경 지음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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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채무 불이행. 면책

어느 순간 이런 말들이 나와 상관없닌 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위로 다가온다

imf를 겪고 돈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절대적 전환이 생긴 이후 돈은 사람 머리 꼭대기에 앉았고 누구나 욕을 하면서도  무시할 수 없다. 쉽게 돈을 버는 이이갸기 만큼 쉽게 빚쟁이가 되고 도망을 다니고 파산하고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 소설도 그런 이야기다.

주인공 백인주는 어머니의 사업실패와 부도로  그동안 명의만 빌려준 것들이 발목을 잡으면서 신용불량자가 되고 사채업자에게 쫒기는 신세가 되고 파산 신청을 하고 채무변재를 받게 된다.

백인주는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질 수도 없고 제대로 된 주거공간도 가질 수 없으며 제대로 된 인간관계조차 가질 수 없다.

혹.. 뭘 모르는 사람은 쉽게 이야기한다.

빚 .. 그거 열심히 일해서 갚겠다는 노력이라도 보여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러게 왜 능력도 안되면서 돈은 끌어다 썼는데.. 다 제 주제도 모르고 벌려놓은 일 누구를 탓해? 누군 남의 돈 몰라서 안쓰나 다 제 분수껏 사는 이야기지...

다 맞는 이야기다.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인주같은 경우엔 돈이 이제 더이상 돈만이 아니다.

벌어서 갚고 채무변제로 소멸되고 하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가 된다.

사람이 망가지고 황폐해지고 세상앞에 고개를 들고 눈을 맞추며 걸어갈 수가 없게 만든다.

누군가를 사랑하지도 못하고 잡을 수도 없고 꿈을 꿀 수도 없게 되었다.

 

인주는 상가수첩을 돌리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서울의 곳곳을 돌아다닌다.

여자인 인주는 차안에서 봉투에 상가수첩을 팔고 남자인 소년들 청년들은 돌아다니며 상가수첩을 배포한다. 하지만 누가 쉽고 어려움은 없다. 추위에 돌아다녀야 하는 소년들도 추운 차안에서 손목이 시큰거릴만큼 상가수첩을 담는 일도 편하지는 않다. 하지만 한가지 위안은 아무런 딴 생각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일이다. 아르바이트라는 것이 그렇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조금만 익숙해지면 습관처럼 할 수 있는 일. 예외적인 것이 들어올 수 없는 일 하지만 순간  뭔가 생각에 잠겼다가는 일의 리듬을 놓쳐 함께하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거나 일을 망칠 수 있다. 단순한 일들이 가지고 있는  쉬워서 간과하기 쉬운 함정이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연차가 쎈 인주는 아르바이트 틈틈히 자신의 일상과 시간을 들려준다.

채무변재이후에도 끈질기게 달라붙는 사채업자들.. 막판으로 몰린 사람들을 이용해 돈을 버는 법무사 그리고 이젠 반 변호사가 된 가족들 불안으로 막판으로 몰린 가족은 이제 뻔뻔하고  두꺼워져서 아무것도 없어 더 이상 몰릴 것없는  사람들이 보이는 질긴 무심함만 남았다.

인주는 이렇게 나이드는게 무섭다. 이렇게 몰리고 쫒기고 사라지면서 끊어지는 인간관계도 이젠 지겹다. 더 많은 권력이나 돈 행복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남들처럼 작은 꿈을 꾸고 행복하고 싸우고 그러면서 안쓰러워 안아주고 살아가는 단순하고 일상적인 삶을 꿈꾼다.

그녀의 꿈이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더 슬프다.

인주와 함께 아르바이트 하는 청년들 소년들도 그렇다. 뭔가 대단한 무언가를 바라지 않는다.

이젠 그런 걸 바라지 않아야 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그냥 대학을 가고 취직을 할 수 있고 공무원 시험에 붙을 수 있는 것. 그리고 이런 아르바이트 자리를 욕을 하고도 다시 돌아와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에 만족할 뿐이다.

 

세상을 나름 살아보니 무서운 건 두가지다. 호환 마마가 아니라 사람과 돈이 무섭다.

아니 사람 자체는 무섭지 않을 수도 있고 돈도 그까짓거 별거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사람과 돈이 함께 몰아치면 그 공포가 커지고 불안감이 커진다.

내가 돈에 몰리는 순간 돈은 사람과 함께 온다.

무심하고 감정없는 채무독촉장. 법원에서 날라오는 온갖 고소장들

그걸 가져다 주는 배달원이나 법원 직원은 늘 무심하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서류를 내밀고 사라진다. 하지만 아무말도 위협도 하지 않는 그 사람은 언제나 주눅들게 하고 쪼그라들게하고 심지어 내가 이 세상에 불필요한 사람처럼 하찮은 사람처럼 느끼게 한다.

이런 서류를 아무리 받아도 아무런 대책도 없다는 사실이 .. 나에게 거부권이 없다는 사실이 점점 작아지게 만든다.

그렇게 돈에서 멀어지면서 사람에게서 멀어지고 내가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는 것조차 누군가에게 부담이 될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움츠려 들고 스스로 하찮아진다.

사람때문에 돈때문에 나는 인간으로서 존엄을 잃는다.

인주는 그걸 견디기 위해 재능도 없는 난을 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해도 늘지 않아도 밤에 잠을 못자더라도 백장씩 연습을 하는 건 어쩌면 그 것만이 스스로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혼자만의 자존심일것이다.

호성의 사랑보다 스스로 무언가를 견디는 그 시간이 인주에게 더 큰 지지대가 아닐까

사람에게 마음을 주는 건 이제 지쳐서 어쩌면 아무 감정교류가 없는 행위에 마음을 더 두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주만큼 몰리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마음을 알아서 책을 읽는 내내 불편했다.

내가 마주하기 싫은 현실을 그대로 날것으로 보여주는 것이 장면장면 이어진다.

책속에서 서울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주인공들에겐 그저 상가수첩을 돌려야하는 대상일 뿐이다. 누군가에게 꿈의 대상인 도시가 누군가에게는 그저 살아내야할 대상일 뿐이다.

인주와 함께 상가수첩을 돌리던 그 청춘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고 꿈을 꾸며 살아내고 있으면 좋겠다.

 

자신의 경험이 아니면 녹여내기 힘든 일을 이야기 속에 잘 버무려 내놓은 작가의 힘이 보인다.

다만 너무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구성이라 뒷부분으로 갈수록 지루해졌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동네에 대한 숨은 이야기들도 흥미롭다. 왜 흑석동이고 왜 개포동인지 책내용과 상관없이 서울은 아름답다.

암울하게  마무리된 일본 소설 "화차" 달리 그래도 인주에게 희망을 보이며 끝내서 다행이다.

현실을 그리지만 그래도 한가닥 붙잡을 무언가를 남겨놓는게 나는 아직 좋다.

나도 그렇게 뭔가 빛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길테니..

빚이 아니라 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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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나는 없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1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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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편의 연극을 보는 느낌이었다.

단촐한 무대위에서 한명의 여배우가 끌고가는 단단하고 밀도높은 고전극 한편을 보는 기분

마지막 로드니가 텅 빈 무대 위에서 혼자 쓸쓸하고 허무하게 중얼거리듯 마지막 방백을 뱉고 있을때  어쩌면 무대위의 조명은 로드니가 아니라 저쪽 구석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미소를 짓거나 콧노래를 부르고 있을 조앤을 비출고 있을 것이다.

로드니의 대사는 배경이 되고 관객은 조앤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본다.

아무것도 모르는 여인의 얼굴. 아니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은 여인의 얼굴

그 얼굴이 얼마나 공포스럽고 안타까운지를 느끼며 무대가 끝나고 있음을 느낄것이다.

몇몇 관객에게는 조앤이 필시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거부할 수 없는 사실때문에 끔찍함이 배가 될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문장과 함께 무대의 막은 내려졌고 아직 불이 켜지지 않은 객석에서 우리는 잠시 숨을 쉬지 못하고 그대로 정지해 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숨을 내쉰다. 순간 내 숨소리에 화들짝 놀라기도 할것이다.

 

아가사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메곳이라는 이름으로 쓴  추리소설이 아닌 여성의 삶과 사랑을 쓴 소설 중 하나가 이 책이라고 한다. 살인사건 탐정 등등으로만 기억되는 한 작가의 다른 모습 어쩌면 은밀한 본 모습을 보는 설레임도 있다. 추리물과 또다른 매력이 있지만 동시에 추리물에서 보았던 사람의 심리 인간관계의 뒷모습등의 세심함이 여기서도 발견된다. 사람을 이해하고 잘 알고 있는 작가의 노련함이 여기서도 느껴진다.

 

영국 런던 근교에 사는  조앤은 모든 걸 다 가진 여자였다.지역변호사이면서 다정하고 자상한 남편 로드니 그리고 잘 자라서 이제 각기 가정을 가진 세 자녀 평화롭고 풍요한 일상들 사교적인 사회생활, 그 모든 것은 그녀의 자랑이고 자부심이고 전부였다. 어느날 아픈 딸 바바라를 돌봐주기 위해 바그다드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폭우로 인해 사막 한 가운데에서 발이 묶인다. 가져온 책들은 다 읽었고 아무 할일이 없다. 그 곳에서 조앤은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고 돌아본다.

발이 묶이기전 만났던 동창 블란치의 말이 자꾸 맴돌면서 생각이 이어진다.

 

  " 몇 날 며칠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 말고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면 자신에 대해 뭘 알게될까 ..........전에 몰랐던 걸 알게 될까"

 

블란치의 무심한 듯 툭 던진 말한마디 그리고 또 그렇듯 무심하게 뱉은 자기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이 그때는 그냥 무심코 지나쳤거나 아니라고 단호하게 부인했지만 이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이 사막의 조앤에게는 길고 긴 생각거리로 이어졌다.

블란쳇은 마치 고전연극 속의 예언자같기도 하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코러스같기도 하다 우연히 무심코 툭 튀어나와 우리의 주인공에게 고민을 던져주고 문제거리를 덩져준다. 그리고 무심히 무대뒤로 사라지지만 그녀의 흔적은 책이 끝날때 까지 조앤을 놓아주지 않는다. 비록 그녀에 대해 생각하진 않지만 그녀가 남긴 말 . 그 옛날 학창시절 그녀가 들었던 충고까지 모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조앤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조앤은 스스로 돌아보아도 행복하고 후회없이 살았다고 생각한다.

한때 농부가 되고 싶어했던 철없던 남펴을 다독거리고 몰아쳐서 지금의 안락하고 존경받는 생활을 하게 했고 철없는 딸의 불장난같은 사랑을 막았고 세상모르고 아무에게나 감정이 헤픈 막내딸까지 무사하게 결혼시켰다. 그리고 아들은 그녀가 원하는 변호사가 되게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농장을 하며 잘 살고 있다고 믿고 있다. 모두 그녀의 손끝에서 그녀의 결심과 철저한 보호아래서 이루어진 그녀만의 화려하고 만족할만한 성과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사막에서의 하루하루가 늘어나면서 그 모든 자랑거리와 자부심은 점점 먼지를 뒤집어쓰고 흐릿해지며 본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가 마주하고 싶어하지 않는 진실들 꾹꾹 눌러놓았던 뒷 이야기들 보고도 못본 척하고 모른 척 넘어갔던  남편의 모습. 무조건 누르고 다그치며 몰아갔던 자녀와의 갈등 그리고 모두가 나에게 등을 돌렸다는 외로움

심지어 딸에 대한 지극한 애정으로 한걸음에 갔던 바그다드에서 바바라조차 자기에게 뭔가를 숨기려고 했고 무언가 말하지 않았고 심지어 자신에게 더 있다 가라고 잡았던 이유도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루라도 더 아버지를 그냥 좀 내버려두라는 이유였다는 걸.... 그녀는 마주하기 시작한다

 

"적응 할거예요 게다가 이제 사정이 다르잖아요 아주 달라요. 파트너 변호사가 되는 거니까요 그리고 결국은 업무에..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될 거예요. 두고 봐요 로드니 결국에는 더할나위 없이 행복해질테니까요"

 "내가 행복해질지 당신이 어떻게 알지?"

" 분명 그렇게 될 거예요. 두고 보면 알아요"

 

아무리 부부라지만 타인의 행복에 대해 어떻게 이렇게 확실하게 아무 의심없이 말 할 수 있을까.그녀의 맹목적인 애정은 이렇게 남편에게 그리고 자녀에게까지 이어진다. 그녀가 행복할거라고 장담하고 밀어붙일수록 다른 가족들은 숨이 막히고 불행할 거라는 걸 그녀는 절대 몰랐다. 그녀의 기준은 확고했고 언제나 옳았으며 언제나 가족이 우선이었고 절대적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에 대한 의심없이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완벽한 주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가엾은 조앤

그녀의 그 확고한 신념에 의심이 더해지면서 더할 수 없이 흔들린다. 사막의 신기루처럼 그녀가 가진 모든 자부심은 한낱 망상이 아니었을까 그건 나만 좋자고 만들어 낸  헛것들이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다니...

자녀의 행복을 위해 그리고 남편의 승진과 명예를 위해 그렇게 노력하고 노력했는데..

자기와 달라서 때로는 동정하고 때로는 경멸했던 이웃 레슬리 셔스턴.

그녀조차 이 곳 사막에서 돌이켜 보면 빛나고 건강하고 용기있는 여성이었던것이다.

그녀는 사막에서 이제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의 어리석음 잘못된 판단 그로인한 불행들 그녀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제 길을 잃어버린다.

내가 어디있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 수가 없다. 도데체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 있는가

겨우겨우 찾아 돌아온 숙소에서는 새로운 소식이 그녀를 기다린다.

이제 기차가 들어왔다. 그녀는 이제 집으로 갈 수 있다.

집을 생각하니 로드니가 그립다. 그를 만나면 말하리라.. 미안하다고 자기가 잘못했노라고

그렇게 결심하며 조앤은 차에 오른다. 집이 그립다.

긴 여행 낯선 장소 낯선 시간에서 오롯이 자신을 들여다 본 사람은 많은 생각을 하고 결심을 한다. 그러나 익숙한 곳으로 돌아가 다시 일상에 젖게 되면 그 낯선 시공간에서의 나의 결심들이 얼마나 얼굴이 화끈거리는 우스꽝스러운 것인지를 알게된다. 오호.. 부끄러워라. 어디 누가 알까 아니 나조차 알고싶지 않아 꽁꽁 묶어서 저 깊은 기억 속에 봉인 시킨다. 그땐 분위기에 취해서 그랬던거야. 낯선곳에선 누구나 일탈하고 새로운 꿈을 꾸지. 하지만 현실을 내 일상도 그만큼 소중한거야.조앤 역시 그렇다.

모든 결심을 굳히고 오히려 마중 나오지 않은 로드니에 안도하면서 새로움을 각오했지만 집에 들어서는 순간, 익숙한 공간 익숙한 냄새 분위기에 마음이 놓이는 순간 다시 그녀로 돌아간다.

내가 변했다는 걸 그가 아는게 뭐가 대수란 말인가

어쩌면 그때의 내가 과대망상증이었을지도 모르는데 그 부끄러운 고백을 어떻게 한단말인가

결국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그녀는 명랑하게 말했다 " 나 왔어요 로드니 .............나 돌아왔어요"

 

사람이 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건 어쩌면 모든 우주를 뒤바꾸는 대단한 일이기도 하다.

내가 믿었던 신념이나 가치를 바꾸어야 하고 아니 바꾸는 것만이 아니라 그 것들을 반성하고 부정해야만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건 죽음과도 다르지 않다. 그래서 사람은 진실을 알지만 그것에 눈감기도 하는 것이다. 남편을 향해 환하게 미소짓는 조앤을 떠올리면 나는 등골이 서늘하다.

사막에서의 기나긴 시간동안 내면을 바라보고 성찰하고 스스로를 변화시킨 조앤은 어디로 갔나? 그녀는 지금 서늘하게 웃으며 다시 그녀로 완벽하게 돌아와있다.

세상에 이런 반전이라니...

 

지금 이곳에도 수많은 조앤들이 살고 있고 그런 조앤을 견디는 수많은 로드니가 있을 것이고 조앤의 경멸과 동정을 알면서도 용감하게 살고 있는 레슬리들도 있다.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의 박완서 선생님의 작품 휘청거리는 오후가 떠올랐다. 물론 사람의 위악이나 춤겨진 본성과 통속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도 그게 바로 사람이라고 따뜻하게 품어주던 다른 작품도 많지만...

그 작품에서 남편 혹은 아버지의 등골을 빼먹으면서도 주위의 시선과 스스로의 속물근성을 부정하지도 못하고 눈감고  몰려가던 모녀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속의 블랑쉬도 생각난다. 끊임없는 망상속에서 진실을 보지 못하는 사람. 차라리 망상속에서 행복했던 여자 그래서 이상하게도 현실감있던 그녀의 여동생이 더 안쓰러웠던 작품이었는데...

 

   당신은 외톨이고 앞으로도 죽 그럴거야 하지만 부디 당신은 그 사실을 모르길 바래.

 

로드니의 마지막 독백이 너무나 슬프다.

우리는 모두 아무것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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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학생이 학교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경찰이 사고 조사에 나서고 이 죽음이 사고인지 사건인지를 수사한다.

학생은 학교 체육관 근처 은행나무 아래에 있는 개울에 떨어져 그대로 즉사한 상태

왜 이 소년은 여기서 이렇게 죽었을까

체육관 지붕에는 발자국이 있었고 남학생들은 때때로 담력시험을 이유삼아 체육관 지붕에서 은행나무로 건너뛰기를 하곤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죽은 아이는 이 지방 유지라고 할 수 있는 포목점의 외아들

작고 나약하고 약해보이는 아이.

시신의 죽음과는 상관없이 아이의 등에는 여럿에게 꼬집힌 흔적이 수없이 있다.

이른바 폭력  왕따문제

그리고 경찰들이 가장 꺼려하는 미성년자 사건이다.

경찰은 여타 미성년자 사건들이 미성년이라는 이유만으로 법망에서 잘 빠져나가고 아무런 죄도 받지 않는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선수를 친다. 아직 사후 모의가 있기전에 아이들이 입을 맞추기 전에 아이를 조사하고 잡아들인다.

14세가 넘은 아이는 구치소로 14세가 되지 못한 아이는 아동보호소로...

그리고 가족들이 저항이 시작되고 학교는 전전긍긍한다.

아침에 멀쩡하게 등교한 아들. 안그래도 친한 친구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았을 가엾은 내 아이가 범인으로 몰리다니.. 이건 억울한 일이고 엄청난 오해이며 강압수사가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피의자 부모들은 무조건 내 아이를 감쌀 수 밖에 없다. 내 아이를 내가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킨단 말인가. 무슨 이유가 있음이 분명하다.. 내 아이가 내 아들이 그럴 리 없다.

학교도 전전긍긍이다. 가장 안전하고 무사할거라고 믿은 학교 테우리 안에서의 살인일지도 모르는 사건이 일어났고 학교 아이들이 범인으로 지목되어 잡혀갔다.

죽은 아이도 내 학교 학생이고 잡혀간 아이도 내 학교 학생이다.

누구를 편들자니 누군가가 저항하고 또다른 누군가를 감싸려니 누군가가 억울해한다.

언론도 가만있을 수 없다. 중학교학생간의 폭력 왕따문제는 이미 흔한 사회문제다.하지만 대상이 미성년인 사건은 언제나 신선하고 화끈한 이슈가 된다. 나름 정의로운 관점에서 공정한 관점에서 사건을 파해치고 취재한다고 하지만 누구나 나름의 기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때로는 피해자가 항의하고 떄로는 가해자가 저항한다.

모두 자기 입장이 있다. 내가 가장 억울하고 소외받고 가장 아픈 사람이다.

 

소설은 중학생 나구라 유이치의 죽음에서 시작되지만 누가 그를 죽음으로 몰았는가 하는 문제에 집중하지 않는다. 물론 일단 큰 줄기가 학교에서 일어난 죽음 그리고 그 원인과 가담자들을 찾아내는 것이 큰 흐름이긴 하지만 작가는 여기저기 들쑤시며 이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중학생은 잔인하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잔인한 시기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잔인함은 혼자 서는 과정에서 터지는 고름같은 것이다. 다들 더는 어른들에게 울면서 매달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기들끼리 생존 게임을 시작한다.  p 70

 

아이에게 왕따는 나쁘다고 가르쳤다. 친구를 외롭게 하고 슬프게 하는 것 그건 나쁜 행동이다. 누군가를 무시하고 투명인간 취급하면서 뒤에서 욕하는 건 그 친구를 때리고 꼬집는 것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나쁜 거라고했다. 하지만 더 나쁜 건 누군가가 왕따를 당한다는 걸 알면서도 침묵하는 거라고 했다. 내가 아니니까... 나만 아니면 상관없으니까.. 눈을 감고 다행이라고 여기고 난 적어도 그 아이를 욕하거나 때리거나 무시하는 건 아니라고 위안하는 건 더 나쁘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왕따를 당하고 무시를 당하더라도 의연하라고 했다. 인생의 한부분 한순간 어찌보면 찰라같을 일이년 친구가 없다고 문제될건 없다고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나쁜 친구 나를 따돌리는 친구 무시하는 친구에게 연연하지 말라고...

그런데.... 그게 잘못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는 친구가 없다는 건 물고기가 물이 없다는 것이고 남들이 다들  에쓰라고 할때 혼자 노우라고 하는 건 무장한 백만대군앞에 알몸으로 서있는 것이랑 같다는 걸 몰랐다.

어디든 무리에는 끼어야 하고 남들이 할때 함께 뜻을 모아야 하고 설령 나쁜 짓이라는 걸 인지하더라도 그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건 용기가 아니라 잘난 척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어른은 어른들의 기준으로 아이들에게 정의를 말하고 용기를 말하고 순수를 이야기하지만 아이들은 안다. 그걸 소리높여 외치는 어른들도 그렇게 살지 않는다는 걸... 그렇게 살지 못하기도 하지만 살지 않는다는 것말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말간 얼굴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지만 돌아서서는 종주먹을 날리고 가운뎃손가락을 세울지도 모른다.

아이들 캠프이후 학년주임이 한말은 한마디로 헛소리고 넌센스다.

 

"선생님은 정말 슬프다. 왜 아무도 규칙을 어기는 걸 말리지 않았지? 왜 아무도 선생님에게 알려 주지 않았지? "

아무도 안 할 게 당연하잖아. 도모미는 마음속으로 비아냥 거렸다. 아마 다들 같은 생각일 것이다. 그러면 선생들은 자기가 중학생일때 어른들에게 고자질을 했다는 거야? 만일 그랬다면 정말 왕재수 아냐 아니 중학교 다닐 때 일은 벌 써 잊어버린 거냐고 신기할 따름이었다.

 

지역 유지라고 할 수 있는 포목점의 외동아들이 학교에서 죽었다. 작고 소심하고 나약해보이는 외모와 목소리를 가진 그 아이는 충분히 왕따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더구나 그의 핸드폰에서는 친구들에게 협박을 받은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고 몸에도 폭력의 흔적을 가지고 있었다. 네명의 친구가 잡혀갔고 아이들은 순순히 상해에 대한 죄는 인정을 했지만 죽음은 자신들과 상관이 없다며 한결같이 입을 닫고 있다. 죽은 아이보다 등치가 큰 친구 더 활달한 친구 죽이 잘 맞았던 두명의 단짝 어디를 보나 충분히 피해자가 있고 가해자가 있는 사건처럼 보였다.

경찰은 자신의 명예를 걸고 강하게 밀어붙이고 부모들은 무조건 자신의 아이를 믿을 수밖에 없고 학교는 그 사이에서 우왕좌왕 정신이 없다.

초반 이야기는 언제 사실이 드러나는가를 따라 읽었다. 사건에만 이야기를 치중하다보니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너무 산만한 게 아닌가 싶어 짜증도 났다. 누가 죽였는가? 이것은 사고가 아니라사건인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

이미 어떠 일이 발생했고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주된 이야기였다. 제각각 자기 자리에서 조금도 비껴서지 않고 그대로 고집스럽게 서서 자기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자기에게 유리한대로 판단한다.

정의는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도도하게 세상을 가로질러 흐르는 정의같은 건 이미 말라버린지 오래일지도.

내가 보는 관점에서 내가 편리한 것 내가 판단하는 각각 개인의 정의만 넘쳐난다.

학교의 입장 그중에 교장의 입장 담임의 입장, 피해자 가족의 입장 가해자 부모들의 입장 그리고 제3자라고 할 수 있는 언론의 입장 그리고 가장 공평하길 바라는 경찰의 입장까지 제각각의 위치에서 보면 너무나 당연한 정의가 조금만 비껴서서 타인의 입장에서 보면 그보다 더 가혹 할 수 없다.

사실 규명을 위해 밀어붙인 아이들의 구속과 보호감호는 학교나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폭력적이고 부당하다.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은 공정한 보도를 위해 고민하고 썼던 기사는 누구에게나 편파적이고 억울하다. 학교도  피해학생도 가해학생도 모두 우리학생이니 귀가 얇아질 수 밖에 없다.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가도 이렇게 피해자 에게 죄인처럼 질질 끌려가는 건 못마땅하다.

 

애초에 중학생이란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존재였다.
이지마는 중학교 교사가 된 뒤로 날마다 그것을 실감했다.
어째서인지 제 의사와는 상관없는 일도 저지른다.
아이들이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건 고립이다.
장단을 못 맞춘다거나, 따분하다는 말을 들을까 상식에서 벗어나고 만다.
연못에 뜬 수초처럼 뿌리 없이 불안정하다.
덤으로 집단의 분위기에 쉽게 잠식되고 휩쓸린다.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게 가장 어려운 나이대인 까닭에 끔찍한 사건을 일으키는 일이 많다.

기껏해야 나구라 집안에 닥친 불행을 수군거리는 정도겠지 인간이란 원래 제주변에밖에 관심이 없는 법이니까..p 87

 

어린애라고 순박할 거라든가 솔직할 거라고 기대하면 안된다고 단단히 다짐을 했다. 어린애도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한다, p110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중학생들

수군거리는 사람들 혹은 나름의 결론을 내려버린 사람들

학생들을 믿을 수 없는 , 믿지 않겠따고 다짐하는 어른들

모두가 완벽한 악인도 완벽한 선인도 아닌 채 양면을 지니고 있다.

저마다의 정의를 품고 있으므로

 

사건이 조금은 찜찜하게 마무리가 되고나서 조금씩 아이들이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가도 지난 시간은 야금야금 감질나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죽은 나구라도 무조건 나약한 희생자는 아니었고 나구라를 괴롭혔다고 의심받는 아이들도 모두 나쁜 학생은 아니었다.

흔히 이야기하길.. 나대거나 튀거나 하지마라 그러다 왕따당한다.

쟤는 왕따당해도 싸지 않니? 재수없잖아. 지가 얼마나 잘났다고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나대니?

쟤 정말 웃기지 않냐? 우리 쟤 그냥 무시해버려

이제부터 아는 척 하지 말기. 아는 척 하면 배신자

시작은 항상 사소하다. 별일 아니다.

친구끼리 놀다보면 장난치다보면 그럴 수 있는 일이지. 뭘 그런걸 가지고 화를 내니? 문제를 확대해석하는 거아니야? 일 키워서 좋을 거 뭐가 있는데.. 다 까고 보면 너라고 별 수 있을 줄 알아?

..............................................

아이는 천사가 아니다. 이 세상이 천국이 아닌걸.. 어른들이 천사장도 아닌데 아이들이라고 마냥 천사일 수는 없다. 그들도 경쟁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열등감을 느끼고 누군가를 때리고 싶고 죽이고 싶다. 어른의 희노애락이 애들이라고 벼켜가진 않는다. 절대로

어쩌면 천진한 얼굴로 너무나 순수하게 누군가를 괴롭히고도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한 행동이 누군가에게 고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보다는 지금 내 감정에 더 몰두해서 스스로 합리화하고 그것이 옳다고 믿어버리는 순진무구함이 어린 학생들의 무기일지도 모른다.제 머리만 덤불에 쑤셔박고 감쪽같이 숨었다고 믿어버리는 어리석은 뀡처럼 아이들도 아직은 어려서 어리석고 그래서 불안하고 무서운 존재이다.

 

책 뒷장에 쓰여진 무엇을 예상하건 그 이상의 반전이라는 게 드러나고 나서 조금 두려웠다.

그래서... 나구라는 왕따 당해 마땅하다는 건가?

 

여리고 나약한 친구에게 그럴면 안되는 짓은 4차원이고 주제파악 못하고 나대는 고자질장이에게도 그러면 안되는 짓인 것이다

나구라의 행동들이 드러나고 나머지 네명의 행동들 그리고 기타 눈에 드러나지 않았던 주변부 사람들이 하나둘씩 등장하면서 누구나 가해자이고 누구나 피해자일 수도 있다는 단순한 진실만 남았다. 내 입장에서 본 정의감 내 입장에서 본 용기 내 입장에서 본 선심이 누군가에게는 독이되고 창이 될 수 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 진실앞에서 누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아이한테 늘 말했다 참 좋고 된 어른처럼....

"왕따보다 나쁜 건 그걸 보고 침묵하는 거란다. 옳지 않은 걸 보고 가만있는 것 용기가 없는 것 그게 옳지 않다고 알지 못하는 어리석음.. 그 모든 것이 더 심한 죄가 될 수 있단다.

하지만 안다. 어른들도 왕따가 두렵고 집단에서 도드라지는게 두렵고 누군가와 함께 한다면 폭력도 악행도 무뎌질 수 있는 존재라는 것

지금 조용한 이 거리에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불안하고 또 누군가는 무뎌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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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도데체 뭐지? 뭘 말하고 싶은거야?  뭘 생각하라는 거냐구?

아무 생각이 없으면 어떻고 결말이 없고 생각거리가 없는 이야기라도 무슨 상관일까

읽으면서 고개가 갸우뚱해지고 킬킬거리게 되고 몹시도 이유도 없이 불편해지는 과정들을 거치면서 마지막 장을 덮는다.

보통 단편집을 읽을 때는 한가지 혹은 두세가지 글을 읽고 쉬었다가 다시 읽는다.

하지만 이 책은 손에서 뗄 수가 없다 마지마 한장까지

이야기에 빠져든것도 아니고 다음 이야기가 몹시도 궁금한건 아니었다. 때때로 그만 읽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계속 읽어나간다. 도데체 이 작가 어디까지 가나 보자는 심정.. 어디까지 어떤 이야기까지 할 수 있나 한번 두고보자는 마음이 더 컸다.

두고보자는 사람치고 무서운 사람없다는 말이 맞다.

두고보자고 이를 갈고 꾸역꾸역 감정을 눌러가며 읽었는데 내가 졌다.

아무 일도 아닌것을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의 일상같은 무료한 일들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아니다 아름답다는 표현은 적당하지 않다. 그 무료하고 무심한 일상이 이렇게 제값을 가지게 되는 구나 하는 느낌?  뭐 그런거였다.

짧고 무심한 무장들  단순한 표현과 묘사들이 하나하나 쌓여가면서 이야기를 구성한다. 아주 놀랍고 화려한 기교도 없는 이야기가  마음을 끌어당기고.. 어때? 이런거 들어본 적 없진 않겠지? 하고 마구 찔러댄다.

첫 이야기 " 로봇"을 읽고 나서 참 막막했다. 그래서 어쩌라구... 이 여자 어떡하라구 이러구 끝이 나나.. 적어도 작가가 그가 만든 작중 인물을 이렇게 무책임하게 던지고 끝이 나도 되나 싶었다. 그런 기분은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악어에서는 점차 그러려니 싶었다. 차라리 짧게 끝나는 글들이 더 편하게 다가왔다. 그냥 이런 사람이 있었대.. 라는 누군가의 무심한 소문을 듣는 기분이고 인터넷의 한두줄 기사를 무심하게 읽는 기분이었으니까..

마코토에서는 괜히 내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고 조의 이야기는 조금 서글프기도 했다.

이야기는 낯선데 그 속에 있는 인물은 너무나 익숙하다. 익숙한 사람들의 낯선 행동들을 몰래 보는 기분..

책장을 덮고나니 왠지 나도 글이 쓰고 싶어졌다. 무심하게 지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나도 소곤거리며 주위를 살피면서 조심조심 들려주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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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이 인간이 정말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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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청스럽게 말 잘하는 누군가의 입을 넋을 잃고 입을 쩌억 벌린채 듣고 있었던 기분이 드는 책

어떤 이야기든 그의 입을 거치면 기가 막히게 몰입되어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다.

그러다 번쩍 정신이 들고 하하 웃고

나중에 자기 전에 불현듯 생각이 스친다.

그 인간 혹시 내 얘기한거 아니야?  설마.... 아니겠지  아닐거야.

왠지 찝찝하고 뭔가 뒤를 닦지 않고 나온 기분으로 잠자리에 든다.

 

모든 이야기가 교휸을 주거나 감동을 줄 필요는 없다.

사람의 정신을 홀리고 빠져들게 만드는 이야기도 괜찮다.

그렇게 나를 잊고 빠져든 이야기에서 무릎을 치고 뒤통수가 간질할만큼 머쓱해지기도 하는 경험

그런 독서도 괜찮다.

 이 책을 일고나니 누군들 사랑스럽지 않은 사람이 없다.

지리멸렬하고 찌질한들 어떠한가.

그게 나이고 너인걸..

설령 내 얘기더라도.. 이렇게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 웃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그의 이야기 실력은 늙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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