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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도데체 뭐지? 뭘 말하고 싶은거야? 뭘 생각하라는 거냐구?
아무 생각이 없으면 어떻고 결말이 없고 생각거리가 없는 이야기라도 무슨 상관일까
읽으면서 고개가 갸우뚱해지고 킬킬거리게 되고 몹시도 이유도 없이 불편해지는 과정들을 거치면서 마지막 장을 덮는다.
보통 단편집을 읽을 때는 한가지 혹은 두세가지 글을 읽고 쉬었다가 다시 읽는다.
하지만 이 책은 손에서 뗄 수가 없다 마지마 한장까지
이야기에 빠져든것도 아니고 다음 이야기가 몹시도 궁금한건 아니었다. 때때로 그만 읽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계속 읽어나간다. 도데체 이 작가 어디까지 가나 보자는 심정.. 어디까지 어떤 이야기까지 할 수 있나 한번 두고보자는 마음이 더 컸다.
두고보자는 사람치고 무서운 사람없다는 말이 맞다.
두고보자고 이를 갈고 꾸역꾸역 감정을 눌러가며 읽었는데 내가 졌다.
아무 일도 아닌것을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의 일상같은 무료한 일들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아니다 아름답다는 표현은 적당하지 않다. 그 무료하고 무심한 일상이 이렇게 제값을 가지게 되는 구나 하는 느낌? 뭐 그런거였다.
짧고 무심한 무장들 단순한 표현과 묘사들이 하나하나 쌓여가면서 이야기를 구성한다. 아주 놀랍고 화려한 기교도 없는 이야기가 마음을 끌어당기고.. 어때? 이런거 들어본 적 없진 않겠지? 하고 마구 찔러댄다.
첫 이야기 " 로봇"을 읽고 나서 참 막막했다. 그래서 어쩌라구... 이 여자 어떡하라구 이러구 끝이 나나.. 적어도 작가가 그가 만든 작중 인물을 이렇게 무책임하게 던지고 끝이 나도 되나 싶었다. 그런 기분은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악어에서는 점차 그러려니 싶었다. 차라리 짧게 끝나는 글들이 더 편하게 다가왔다. 그냥 이런 사람이 있었대.. 라는 누군가의 무심한 소문을 듣는 기분이고 인터넷의 한두줄 기사를 무심하게 읽는 기분이었으니까..
마코토에서는 괜히 내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고 조의 이야기는 조금 서글프기도 했다.
이야기는 낯선데 그 속에 있는 인물은 너무나 익숙하다. 익숙한 사람들의 낯선 행동들을 몰래 보는 기분..
책장을 덮고나니 왠지 나도 글이 쓰고 싶어졌다. 무심하게 지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나도 소곤거리며 주위를 살피면서 조심조심 들려주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