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와 이저벨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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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이 있다.

아버지, 남자의 존재는 없다.

처음부터 세상에 달랑 둘만 떨어진 것처럼

30대 중반의 엄마는 딸이 염려스럽다. 딸이 자기처럼 될까봐 두렵고 자신의 진실을 알면 자신을 경멸하고 떠날까 두렵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고 현실이라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믿는 세계에서 고군분투한다. 내가 어울려야 하는 세계에는 차마 발을 들이기 두렵다.

십대 중반이 된 딸은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다. 늘 피곤한 모습으로 돌아와 무심하지만 예민하게 나를 감시하고 있는 엄마가 싫다. 엄마가 그리워서 보고싶어 집에 돌아오지만 정작 마주치는 그 사람은 내가 그리워하던 엄마가 아니다. 엄마의 눈을 피하고 말하지 않은 긋들이 늘어가고 엄마가 모르는 내 모습이 있고 거짓말들이 있다.

여느해 보다 무더운 여름 엄마 이저벨은 딸 에이미의 충격적인 모습을 알게 되고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 된다.

그러나 그게 계기였을까

스스로를 가두고 지키려고 애쓴 비밀을 새 친구들에게 그리고 에이미에게 털어버리고 다시 새로운 시간을 맞는다.

아버지의 부재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동경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시고 사랑받기를 원하는 갈망이 도덕적 죄책감을 이기는 순간 이저벨은 아버지의 친구를 사랑하고 에이미를 가졌다. 원하던 교사가 되지 못했고 유일한 보호자였던 엄마가 돌아가시고 새로운 도시로 가서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딸을 키운다.

그때의 이저벨 나이가 된 에이미는 이저벨이 그랬던 것처럼 외롭고 불안하고 관심이 고프다.

이저벨은 에이미를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그 사랑을 어떻게 줘야 하는지 몰랐다.

불안해서 새장에 가두어야 할 것 같았고 다른 이들에게 손가락질받지 않게 안전하게 잘 키우고 싶었을 뿐인데 그런 이저벌에 사랑이 에이미에게는 불편하고 외롭고 두려웠다. 그 채워지지 않은 마음 드러내보일 수도 없어서 자신을 긴 머리 뒤에 숨기고 지냈다. 그리고 자신을 알아보았다고 믿는 교사에게 마음을 열고 먼저 다가가지만 결국 그 모든 건 더운 여름날의 꿈이었다.

사랑이 서로에게 닿지 못했다.

두껍고 진한 선으로 연결된 이저벨과 에이미는 서로 미워하고 부담스러워하고 또 그 마음이 무겁고 두렵고 죄스러워 어쩔 줄 모른다.

모두가 최선을 다해 살아가지만 그 선택과 삶이 늘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왜 그랬을까 그때 그러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까?

이런 후회들이 밀려오지만 지금 이순간의 선택과 행동도 또 최선인지 아닌지 자신이 없다.

결국 그때는 옳았고 최선이었을 것이다.

지금 아님을 알게 되었지만 다시 바꾸고 수정할 뿐이다. 삶은 최선으로만 이어질 수 없다.

순간순간 최선이 되돌아보면 후회와 원망 아쉬움이 된다. 그러나 멈출 수도 없고 고치거나 바꿀 수 없다.

그냥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코끼리를 먹는 방법이 한번에 한입씩인 것처럼

사는 일도 하루하루 쌓여나갈 뿐이고 어제와는 조금 다르게 다시 또 다르게 시도해 볼 뿐이다.

늘 나의 비밀은 이야기하는 순간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된다. 모두가 알게 되면 잊히는 것만 남을 뿐이다.

두려움과 불안은 내가 키우고 있는 것이다.

때로 모두에게 드러난 비밀이 나를 공격하기도 하겠지만 누군가의 선의를 받아들이기도 하고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래도 세상은 살아볼만하고 일단은 살아가다보면 실수나 실패도 있지만 경험치도 생기게 될 것이다.

이저벨과 에이미의 어긋난 불안과 갈망들도 아프지만 좋았다.

가장 가까운 이가 의도치않게 주는 상처가 가장 아프다.

내 방식으로 타인을 바라보는 것

나와 아이를, 나와 부모를 분리하지 못하고 나처럼 여기는 마음

아이를 나와 같다고 생각하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믿는 마음과 부몬느 무조건 나를 이해할 수 없다고 단정지어버리고 자기 세상에 들이지 않는 것

그건 결국 나를 가장 아프게 하는 일이다.

이저벨의 용기있는 고백과 새롭게 에이미를 바라보는 마음들 그는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도티와 베브의 돌봄과 연대도 멋졌다.

누군가에게 아낌없이 선의를 베푸는 일도 좋았고 그 베품을 사심없이 받아들이고 감사하는 일도 멋진 일이다.

서로 어울려 산다는 건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세상은 그래도 살만하고 좋은 사람이 조금은 더 많다는 것

그리고 내가 좋은 사람이 된다면 또 좋은 사람으 조금 더 늘어난다는 단순한 셈법들

그것이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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