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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화학 ㅣ 스스로 해보는 활동 2
신시아 라이트 브라운 지음, 김은령 옮김 / 우리교육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제목만 봐서는 화학에 대한 것을 아주 가볍고 재미있게 다뤘을 거라 짐작했는데 결코 만만한 내용은 아니다. 아무리 문체가 편하다고 해도, 또 어렵지 않은 주제를 재미있는 실험을 보여주는 방식의 구성이라고 해도 실린 지식의 내용이 고학년은 되야 이해할 수 있을 내용이다.
분명 초등 고학년을 겨냥한 책이지만 다루고 있는 범위는 초등과정을 넘어서는 것도 있고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도 보였다. 그렇다고 아주 어려운 것은 아니나 번역서란 것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정도. 교육과정이 우리와 같지 않을테니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게 보여준 점이다. 우리의 과학 수업이 일일이 실험이나 활동을 직접 해 볼 수 없는 여건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라도 활동을 시켜주고 싶을 때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실험의 재료나 도구가 구하기 어렵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데 대체적으로 부엌에서 해결가능하거나 슈퍼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라는 점, 진짜 좋다.
산과 염기는 초등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것 중의 하나인데 그중 수국의 꽃이 분홍이냐 파랑이냐의 문제가 바로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토양에 따라 흙속에 알루미늄이 있으면(보통은 흙속에 알루미늄이 들어 있다) 파란꽃을 피우고 알칼리성(염기성) 토양에서 자라는 수국은 알루미늄을 흡수할 수가 없어서 파란색으로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강한 알칼리 토양에서는 분홍색 꽃을 피운다고 한다. 이제 수국의 색깔로 토양의 상태를 한눈에 알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ㅎㅎㅎ
또 하나 흥미로웠던 것은 독일 나치가 권력을 잡았을 당시, 온 나라의 금을 거두어들인다. 특히 유대인들이 갖고 있는 금붙이를 마구잡이로 빼앗았다. 노벨상의 메달까지도 상관치 않을 정도였으니... 노벨상 수상자인 막스 폰 라우에와 제임스 프랑크도 금을 안전하게 지키려 독일 밖 덴마크의 코펜하겐에 있는 친구 닐스 보어에게 보냈다. 그러나 나치의 힘은 유럽 전역으로 확대되어 덴마크까지 쳐들어가게 된다. 보어는 금메달을 지켜주기 위해 왕수라는 질산과 염산을 섞은 혼합액에 넣는다. 산에 녹은 채 연구소 선반에 놓여 있었으나 금을 녹이는 몇 안 되는 물질인 왕수로 인해 나치가 들이닥쳤을 때 빼앗기지 않을 수 있었다. 이후 전쟁이 끝나고 노벨 재단은 산 용액에서 뽑아낸 금으로 다시 메달을 만들어 과학자들에게 돌려주었다는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었다.
팁 박스의 배치나 사용도 그렇고 다양한 실험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실제 과학시간에 미처 해보지 못한 것들을 간접적이나마 따라해 볼 수 있도록 보여준다. 과학을 비롯한 많은 수업들이 직접 손으로 해보고 눈으로 보면서 배우면 이해의 폭도 넓고 ‘왜 그럴까?‘ 하는 의문을 가질 텐데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활동을 많이 할 수가 없다는 것이 우리 교육의 한계인데 직접 활동을 하면서 미진했던 부분이 보완될 것이다.
책에 실린 주기율표를 보면서 우리 애들도 저걸 외워야 할 텐데 하는 안쓰러움도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