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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주스 가게 - 제9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ㅣ 푸른도서관 49
유하순.강미.신지영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불량스러움을 제목에서 드러내며 이 책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것임을 단박에 알게 한다. 초딩이 불량스러우면 얼마나 불량스럽겠어. 중딩이나 고딩이라면 모를까?^^
어쩌면 내 아들도 다른 사람의 눈에는 불량한 학생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물론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아주 순하고 착한 학생일런지 몰라도. 그런 아들 녀석에게 얼른 읽히고 싶어 내가 먼저 빠르게 책장을 넘긴다.
「불량한 주스 가게」폭력을 휘두른 벌로 정학을 받은 건호는 엄마가 여행을 간다며 억지로 주스 가게를 떠맡게 된다. 하지만 엄마가 여행이 아니라 수술을 위해 입원한 것임을 알게 된다. 3년 전 아빠가 수술 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먼저 떠나보낸 건호에게 엄마의 존재는 굉장히 컸으리라.
그런 한편 친구들과 오토바이 날치기를 계획하고 있었던 건호가 그들 무리에서 빠질 결심을 굳힌데는
새벽 청과물 시장에서 부딪친 할아버지의 가게에서 파는 불량품 같은 보잘 것 없는 사과의 맛을 보게 된 것에서 비롯된다. "겉만 그럴싸하다고 좋은 게 아냐. 오히려 그런 놈들이 맛은 형편없는 경우가 많거든."
강자 앞에서 비굴한 모습의 아이들을 보면서 자신이 꽤 멋지다고 똥폼 잡고 살았을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 건호는 자신이 쓴 반성문에서도 드러났듯, 앞으로 선생님들께 고분고분해지거나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것 등을 잘해 낼 자신이 없다고 했다. 이 점이 무조건 엔딩을 해피하게 마무리 하려는 작위적인 느낌이 아니라 좋았다. 그래서 가게를 말아 먹을지도 모르는데 왜 자기한테 가게를 맡겼냐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 진정성있게 다가온다. "널 믿고 싶었어." 누군들 자식을 믿고 싶지 않겠냐만은 매일 머리와 말만 널 믿어라고 했지 마음은 다른 방향으로 갔음을 내가 알기에 많이 부끄러웠다. 나도 널 믿고 싶다, 아들아!
「올빼미, 채널링을 하다」요즘 아이들은 늘 귀에 이어폰을 꽂고 산다. 그래서 딸에게 한마디 한 적이 있다. 최소한 엄마랑 있을 때는 뺐으면 좋겠다고. 마치 다른 사람과 소통하지 않으려는 것을 몸짓으로 나타낸 듯 해서 기분이 나쁘다고 했더니 순순히 들어준다. 이어폰 때문일까? 가는 귀가 먹은 아이처럼 내 말에 엉뚱한 대답을 해서 자주 웃게 된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가는 귀가 먹어서라기보다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서 건성으로 듣기 때문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런면에서보자면 유성 또한 울 딸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형을 우연히 알게 된 유성은 우주에 있는 생명체와 교신할 수 있는 사람들의 활동인 채널링을 접하게 된다. 그 일이 있은 후 이상한 경험을 한다. 귀가 아닌 마음 판에 부드럽게 써지는 듯한 느낌으로 타인의 마음 속 소리를 듣는.
실제로 그런 일들이 채널링인지는 확실치도 않고 남이 하는 생각이 계속 되지는 않았지만 이후 말귀가 어둡다는 소리를 듣지 않게 된다. 그것은 마음을 모아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기 때문이란 것을 알게 된다. 부모들은 굳이 멀리 갈 것도 없이 자신의 자녀들 그중에서도 사춘기의 청소년들과 채널링을 꿈꾸겠지.^^
「프레임」누구나 자신의 프레임을 통해 보는 것만이 진실이라 믿는다. 정말 그럴까?
예비 마킹만 한 답안지의 처리를 두고 학교 안팍의 논란으로 시끄럽다. 무엇보다 ㅇㅇ대 갈 놈이라는게 영 불편하다. 공교육에서조차 공평하지 않음은 잘 알고 있지만 다시 확인하게 되는 꼴이라니....
뭐 그뿐인가, 얼마전 모 연예인이 특례입학 거절로 이슈가 된 바 있다. 그렇다고 내 아이가 그 대학에 들어갈리 없지만 분명 누군가는 그 한 사람때문에 고개를 떨궈야 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을테니.
이 단편은 분명 논쟁거리가 될 여지가 많다. 아이들끼리도 설전이 오가겠지. 뭐 대충 아이들의 입을 통해 나올 말은 뻔하지만. 어쨌거나 이로인해 성택은 자퇴를 선언하게 된다.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주인공인 가정교사 마리아가 결혼을 위해 수녀원을 나오며 불안해하는 마리아에게 원장은 "마리아야, 걱정 말거라. 하나님이 한 문을 닫으실 때 또 다른 문 한 개는 꼭 열어 놓으신단다"라며 위로했다. 무튼 성택에게 또 다른 기회의 문이 열려 있기를 바란다.
「텐텐텐 클럽」진이와 함께 사는 수미 누나가 엄마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거기다 10살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단다. 그럼에도 이들이 서로를 의지하고 생각하는 마음은 매우 애틋하다.
돌아가신 아빠와 새엄마 그리고 주인공 진이는 각각 열 살씩의 나이차이가 나서 텐텐텐 클럽이라 이름 붙여졌다.
스물 둘의 예쁘지도 않은 누나에게 생긴 남자를 목격하게 된 진이. 그 남자는 평소 맨발로 다니는 누나의 발을 감싸 안고 울고 있다.
영하 15도의 추운 날씨에도 맨발로 다닌 것은 아빠가 떠난 후의 뜨거운 슬픔을 주체하지 못해서 생긴 증상인데 이젠 걱정 없겠다. 누나의 맨발이 마음 아픈 사람이라면 믿어 볼만하지 않겠는가...
네 편의 단편 모두 만족스럽다. 그중 '새로운 작가상'을 수상한 유하순 작가의 「불량한 주스 가게」와 「올빼미, 채널링을 하다」는 다음 작품을 기대해도 좋을 기본기가 탄탄한 작가임을 보여준 듯하다.
청소년 단편을 쉽게 접하기 어려운데 매년 꾸준히 푸른문학상을 통해 등단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는 장을 마련해 준 출판사에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