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실린 단편으로 필독으로 정해져 많이들 읽는 책이건만 나는 이제서야 <메밀꽃 필 무렵>을 만났다. 여러해 전 여름 끝무렵이던가 봉평 메밀꽃 축제를 한다길래 가 본적이 있다. 메밀을 본 적 조차 없는 내게 무리지어 피어있는 메밀 꽃밭은 장관이었다. 이후 중랑천변에 심어놓은 하얀 꽃이 메밀꽃인줄 그제야 알게 되었음이 마치 '나귀가 걷기 시작하였을 때 동이의 채찍은 왼손에 있었다. 오랫동안 아둑시니같이 눈이 어둡던 허 생원도 요번만은 동이의 왼손잡이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는 표현이 내게도 딱 들어맞았다. 기억엔 없지만 대강의 줄거리를 알고 있는 것을 보면 어쩌면 어릴적 한국문학단편선 등을 통해 읽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것은 '안다'라고 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효석 문학관이나 당시의 방앗간을 재현해 놓고 작품의 줄거리를 판넬에 붙여 놓는 등 그때 보고 온 많은 것들 중에 기억나는 것은 소금밭처럼 하얗게 펼쳐진 메밀꽃밭 뿐이었으니 작품에 대한 이해도도 한참이나 떨어졌을 것이고 애틋함이나 인물의 내면 묘사니 서정성이니 하는 것들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흘러드는데는 굉장한 거리를 두고 있지 않았나 싶다. 사실 스토리는 굉장히 단순하다. 젊은 시절의 단 한번의 연을 봉평에서 맺은 드팀전 장돌뱅이 허생원. 그것이 반평생을 봉평에 마음을 붙잡은 이유인데 그 마음이 아련하고 안타깝고 그가 들려주는 풍경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려져 예쁘게 마음으로 들어온다. 한가지 개인적으로 불편했던 것은 주석을 뒤쪽으로 뺄 것이 아니라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아래에 달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작품을 읽으며 새삼 문학작품 속 우리말에 대해 생각을 하게된다. 마흔 넘은 내게도 생경한 많은 단어들. 한 페이지에도 주석이 몇 개씩 달릴만큼 낯선 말들을 많이 보였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느낄 거리감은 그만큼 멀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현대 단편을 그렇게 달가워 하지 않는데는 이러한 점과 더불어 시대적 배경이나 내용이 어두운 것이 많다는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어쨌거나 이효적 작가의 단편은 한국 단편을 대표 할 만한 주옥같은 작품들이기에 또 그렇게 목매는 수능에 출제될 경향이 비교적 높기때문에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이때가 아니면 또 언제 이런 작품을 읽겠는가. 울딸이 비교적 재미있다고 꼽은 작품으로는 감자, 역마, 봄봄 등이 있는데 이러한 작품들을 잘 선별하여 나왔으면 좋겠다. ^^보물창고에서 올 에이지 클레식으로 이미 봄봄이 나오긴 했다. 중고딩 교과 관련 도서들은 일반적인 도서와 달리 시장성도 있지 않나? 더구나 보물창고의 책들은 표지 디자인이 예뻐서 반응도 좋을 텐데. 타출사의 책들과 비교하면 확연히 눈에 들어올 예쁜 컬러와 표지. 요즘 애들은 낡은 느낌의 책보다 이런 세련된 디자인을 좋아한단 말이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