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의 나라 - 몽족 아이, 미국인 의사들 그리고 두 문화의 충돌
앤 패디먼 지음, 이한중 옮김 / 윌북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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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서재결혼시키기>를 쓴 앤 패디먼의 다른 책이 뭐가 있을까를 검색하다가 발견해서 산 책이다. 빨리 읽어야 겠다는 생각에 집에 오는 길에 영풍 문고에 들러서 사버렸다. 서점에서 이 책의 원제를 보는 순간 이 책이 <서재결혼시키기>의  저자 프로필에 나온 <유령이 붙들면 넘어진다>라는 알쏭달쏭한 제목의 한국어 판임을 알게 되었다. 간질에 해당하는 몽족의 단어인 '코다페이'를 영어식으로 풀어쓰고, 그걸 한국말로 다시 번역한 것이다. 요즘의 한국말로 바꾸면 간질, 아니 뇌전증이다. 사실 프로필에서 이 책의 제목을 봤을때, 귀신 이야기일 것을 기대했다. 그래서 출판되면 꼭 읽어야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순간이 이렇게 금방 올줄이야.  

하지만 그 순간부터 바로 읽기 시작했는데, 영 책장이 넘어가질 않는다   

아니, 이럴 수가 수다스럽고 지적인 저자의 의사-환자 관계, 의사소통, 동양과 서양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다룬, 내가 모두 좋아하는 주제를 다룬 책인데 왜 안넘어갈까? 혹시 도입부이기 때문일까?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지만 십중팔구 도입부에서 독자의 호기심을 끌지 못하는 책은 이야기가 좀 더 진행되더라도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몽족의 아이인 리아, 헌신적인 그들의 부모와 논리적인 미국인 의사들, 그리고 탈문명적인 몽족과 첨단 문명적인 미국사회가 대비되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문명의 차이는 언어의 차이로 시작되고, 언어의 차이는 소통의 단절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 소통의 문제가 한 아이의 생명을 다루는 문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데에 있다. 이 책이 흥미를 끄는 바로 이것이다. 문명의 충돌이라는 거대담론을 의사-환자 관계라는 문제로 압축시키고, 여기서 좀 더 나아가 리아라는 몽족 아이의 간질, 코다페이, 유령이 당신을 붙들면 넘어지는 병, 을 치료하는 문제로 환원된다.  

근데, 왜 지루할까? 책이 지루한 이유야 여러가지지만, 사실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일 가능성도 아주 많다, 이 책이 지루한 가장 큰 이유는 뻔한 전개에 있다. 독자의 예상을 전혀 뛰어넘지 못한다는 것. 물론 이것이 논픽션이니 사실 그런대야 어쩔 수 없지 않냐고 항변할 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내가 생각한 최선의 전개방식은, 초반에는 철저하게 미국인 의사의 입장에서 써내려가면서, 중반에는 몽족의 입장에서 미국인 의사들의 해결책을 뒤집고, 마지막에 둘의 의견차이가 맞고 틀림의 문제가 아니라 소통의 문제였다는 저자의 의견을 덧붙이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다.  

좋거나 말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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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과의 동침 - 어느 불면증 환자의 기억
빌 헤이스 지음, 이지윤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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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가가 이전에 쓴 '5리터'를 재미있게 읽어서 구입하게 된 책이다. 하지만 책 두 권을 읽고 작가의 글 쓰는 방식이 빤히 보인다면 그건 좀 곤란하다. 물론 작가의 글쓰는 방식이 내가 닮고 싶어하는 방식이긴 하지만 두 책의 구성방식이 소재만 다를 뿐 똑같다면, 앞으로 더이상 빌 헤이이스의 책을 살 이유가 없을 것 같다.   

과학사와 개인사를, 문학과 과학을 한 권의 책 속에 버무리는 능력이 여전히, 사실 시기적으로는 이 책이 처음 나온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라는 말이 부적절하지만, 뛰어나다. 하지만 빌 헤이스의 단점 중에 하나는 과학사를 많이 공부한 것도 알겠고, 저널리스트로서 '의학'이라는 전문분야에 대한 지식이 많은 것도 알겠는데 책속에 자신만의 의견이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책속에 남의 말들만이 가득하고 자신의 의견이 없다면 과연 그 책을 꼭 읽어야 할까?  

이 책속에 들어간 자신의 불면증, 코카콜라 사장의 아들, 카페인, 동성애, 에이즈에 대한 이야기는 이런 자신의 빈곤한 주장을 보완해주기 위해서 넣은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개인사가  이 책의 커다란 주제에 잘 섞여져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5리터>가 시기적으로도 나중이고 완성도면에서도 더 나아졌다는 사실은 조금 위안이 된다.  

두 권의 책을 읽고나서 좀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빌헤이스가 다룬 소재인 피, 불면증 다음에는 어떤 소재를 다루게 될까? 만약 이 소재들 사이에 규칙이 있다면, 그건 뱀파이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피에 굶주린 인물! 아마도 다음은 태양이나 십자가에 관한 것이 아닐까 싶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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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 체크리스트 - 완벽한 사람은 마지막 2분이 다르다
아툴 가완디 지음, 박산호 옮김, 김재진 감수 / 21세기북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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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의사이자 에세이스트이면서 동시에 뛰어난 멘토이기도 한 저자가 이 책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전의 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건 바로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세계, 정확히 말하면 의료계,에서 좀 더 예측가능하고 덜 위험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성찰이다.  

책 속의 표현을 따르면 세상에 존재하는 일는 세가지 종류이다. 단순한 일, 복잡한 일, 복합적인 일. 의료계가 겪고 있는 예측 불가능한 문제들, 의료사고을 줄이고, 중환자실의 감염률을 낮추고, 수술후 합병증을 줄이는 일,은 복합적인 문제에 해당하는데, 중요한 것은 의료계만이 복합적인 문제를 겪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3,4십층 짜리 건물을 짓거나, 최신형 비행기를 조종하거나, 투자관리를 하는 업종에서 일하는 이들도 의료계와 비슷한 문제를 갖고 있다.   

3-4십층짜리, 아니면 그이상의 건물을 지을때는 얼마나 많은 분야의 얼마나 많은 인원들이 얼마나 많은 변수를 염두에 두고 일을 할까? 수십개의 버튼과 조종관, 계기판이 달린 비행기를 정상적인 상황에서 조종하는 것도 어려운데 비행기가 겪을 수 있는 난관,예를 들면 갑자기 화물칸의 문이 열린다든지, 엔진이 멎는다든지, 새가 엔진 속으로 들어간다든지 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수많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는 투자업계에서 꾸준히 흑자를 내는 것은 과연 우연일까?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고 그들의 조언 속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찾아내고, 그것을 의료계가 겪고 있는 문제에 적용시키는 과정,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처음과 끝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너무 단순하지만, 책의 제목인 체크리스트이다. 체크리스트의 존재는 확인하고 강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단순화와 '의사소통'의 역할이 훨씬 더 강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좋은 체크리스트라는 것은 이미 그것을 시행할 의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확인과 강요의 역할이 끝나기 때문이다. 체크리스트를 통해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로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문제의 핵심적인 부분을 파악하고 자신들과 비슷한 문제를 겪었던 선험자들이 냈던 최선의 방법을 참고해서 해결하는 것. 그것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체크리스트가 갖는 의미이다.   

복잡한 문제라도 해결책은 단순한 곳에 있다. 이게 그의 철학이다. 예를들면, 그의 말처럼 로봇 수술이 모든 감염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그보다는 손을 '제대로' 씻는 법을 교육하는게 훨씬 효과적이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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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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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에 다 읽어버리기 아까운 책이다. 다음에 읽게 되면 한편 한편 읽어야 겠다. 누구말마따다 이건 그냥 글이 아니라 전문가가 한편, 한편, 한글자, 한글자 심혈을 기울여 쓴 글이기 때문이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책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고민하는 문제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가 하나하나 가슴에 와닿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부분을 몇가지 꼽으라면, 정확하지는 않지만 책의 내용만을 읽고 책에 조그만 흠이라도 생길까봐 전전긍긍해서 모든 책을 깨끗하게 보는 사람들은 책의 정신만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책과 플라토닉한 사랑을 나누는 이들, 그들의 집안에 책 속지에는 절대로 서명따윈없다.  

책의 본문에 줄을 치는 것을 꿈도 꿀 수 없는 얘기고, 반듯하게 선반에 수직인 채로, 휘거나 기울여서 놓여 있어도 안 된다. 왜냐하면 그들은 책을 섬기는 책의 시녀들이기 때문이란다. 시녀적인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책은 섬김의 대상이지만 책의 육체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책으로 블록을 쌓고 기울어진 책상의 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도 이용할 수 있고, 요리책들은 찌개를 끓이다가 뜨거운 그릇을 받치는 용도로 사용할 수 도 있다. 아니, 아무리 책을 싫어해도 그렇지 신문지와 폐지와 잡지들도 많은 데 하필 신성한 '책'을 꼭 그 시시껄렁한 일에 사용해야 하냐고 항의를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 역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책과 육체적인(?) 사랑을 나눈다는 저자의 의견은 전혀 다르다. 아이들의 책들이 블록을 쌓다가 구겨지고, 심지어 어떤 아기들은 먹기도 할 것 같다, 먹어서 일부 페이지가 없어지고, 책상을 받치기 위해서 밑에 깔려 동그란 자국이 남고, 요리책 위로 찌개가 엎어져 설명하기 어려운 냄새가 은근히 난다는 것, 그런 모든 것들이 '책'이 갖고 있는 사연이고, 책과 책을 읽은 사람이 함께 경험한 세월의 흔적이라는 것이다. 책의 내용만이 아니라 책의 육체가 독자와 함께 늙는다는 것, 저자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럴싸하다.  

앞으로 좀 더 책들을 험하게 굴려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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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에 꽂힌 책
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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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루스로 부터 시작된 책의 역사가 아닌, 아무도 관심조차 갖지 않는 책꽂이의 역사를 다룬다고 해서 읽게 된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또 뒤의 번역자의 해설을 보면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것은 책과 책꽂이 둘 다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책꽂이라는 것이 책 없이 독립적으로 혼자 존재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책꽂이의 역사를 말하는 것은 곧 책의 역사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두루마기 책에서 네모난 책으로, 사슬에 묶인 책에서 어디라도 이동이 가능한 책으로 변화하는 책의 역사는 책을 넣는 궤짝에서 사슬 달린 책꽂이, 회전식 독서대, 경사진 독서대, 선반이 있는 책꽂이로의 변화를 설명해준다. 책등, 앞마구리, 윗마구리, 아래마구리와 같은 책의 구조적 명칭을 배우는 재미도 쏠쏠하다. 덧붙여 책이 아니라 책꽂이의 역사를 살피는 것은 '책'을 다른 관점에서 보게 되는 장점도 갖게 된다. 사실 '책'의 내용만을 다룬다면 책등이니, 앞마구리니, 윗마구리니 하는 구조적 명칭이 뭐가 중요하랴?  

이 책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은 책꽂이-아무 생각없이 보면 도저히 무슨 '공학'이라는 것이 절대로 작용했을 것 같지 않은 물건-에 관한, 또는 책 보관에 관한 시시콜콜한 문제들을 지나치게 진지하게 다룬다는 점이다. 책등을 앞으로 뒤로 꽂는 문제부터, 책을 옆으로 쌓는 방법, 선반의 끝에 맞추어 정렬시킬것인지, 아니면 뒤에 맞추어 정렬시킬 것인지 와 같은 문제도 다루고, 유명 도서관들의 책장 배치나 책장 공학(?)-책장이 어떤 방식으로 레일을 따라서 움직이게 할 것인가?-과 같은 지극히 공학적인 문제들도 함께 다룬다.  

하지만 처음에는 책과 책꽂이에 관한 '수다'인줄 알았던 이 책의 정체가 점점 책꽂이 '공학'에 관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급격히 나의 집중력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작가의 상세한 설명을 들어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물건의 모양을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님, 그냥 상상하기 싫은 건가? 

그럼에도 이 모든 장점과, 또 이 모든 지루한 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사소한 부록은 쓸만하다. 사실 부록 역시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시시콜콜한 문제를 지나치게 진지하고 꼼꼼하게 다룬다. 그래서 쓸모있으면서 그래서 쓸데없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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