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부하는 이유 - 일본 메이지대 괴짜 교수의 인생을 바꾸는 평생 공부법
사이토 다카시 지음, 오근영 옮김 / 걷는나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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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스포츠 여왕이라고 회자되는 사람 중 하나. 전 여자 탁구 대표팀 감독인 현정화. 그녀는 한국 탁구계에서 유남규, 유승민과 더불어 전설로 통한다. 왜냐, 바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이기에.

 

 

다른 종목이면 그러려니한다. 하지만 그 종목이 탁구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스포츠 종목에는 절대 아성을 쌓은 국가들이 있다. 양궁하면, 대한민국인것처럼, 탁구하면 중국이다. 한국 양국은 세계양국계에서 독보적인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양궁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한번도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우승을 놓친적인 없다. 적어도 여자 양궁에서는.

 

 

마찬가지로 탁구는 세계 1위가 중국이다. 70~80년대 유럽과 일본세가 대항마로 반짝 했지만 80년대 중반부터 중국 독주가 시작되었다. 중국을 이기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세계선수권이나 올림픽에서 남녀 종목 대부분의 금메달을 중국 선수들이 독차지 해 왔다. 그 와중에 간간히 중국 독주를 막은 게 그나마 우리나라였다. 특히 중국 여자 탁구는 한국 여자 양궁에 비견될 만큼 극강으로 적수가 없었다.

 

 

이런 세계 최강 중국 탁구계에 덩야핑이라는 선수가 있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잘 모르지만 30대 중반 이후 사람들 중 덩야핑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 이유는 바로 현정화 때문이다. 현정화가 바로 이 덩야핑이라는 선수를 이기고 올림픽 금메달과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한 차례씩 땄기에.

 

 

당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과 같은 큰 대회에서 덩야핑을 이긴 유일한 선수가 현정화였다. 덩야핑은 세계탁구계에서 별명이 마녀로 통했다. 거의 무적이었다. 나가는 대회마다 모든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선수가 바로 덩야핑이다. 그녀가 세계대회에서 받은 금메달 수만 18개이고, 국내외 대회에서 우승한 횟수는 무려 132회나 된다.

 

이런 선수 앞에서 현정화도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수 많은 작고 큰 대회에서 현정화는 덩야핑을 만났다. 하지만 맨날 졌다. 1세트라도 따면 다행이었다. 역대 전적이 아마도 내가 기억하기론 20여 패 정도 됐다. 딱 2번 이겼는데, 그게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결승 이었다.

 

 

개인적으로 탁구를 매우  즐겼기 때문에 당시 대부분의 큰 대회 영상은 녹화를 떠서 보곤 했다. 내가 생각한 덩야핑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선수였다. 150 센티도 안 되는 키에 상대를 압도하는 눈매와 높은 스카이서브는 당시 모든 선수를 두려움에 떨게했던 덩야핑만의 전매특허였다. 빠르기는 얼마나 빠른지 도저히 칠수 없는 코스로 공을 보내도 그녀는 단숨에 따라잡아 이겼다고 여긴 상대선수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곤 했다.

 

 

세계탁구를 평정하다시피 한 그 덩야핑도 부침을 겪었다. 키가 너무 작아서 중국에서도 세계적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중국 대표로 선발하기를 꺼렸다고. 하지만 무서운 스피드를 발판으로 자기만의 색깔로 무장하여 결국 중국 대표 선발전에서 1등으로 통과했다. 그렇게 하기까지 그녀가 흘러야했던 좌절과 노력은 아마도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 것이다.

 

그리고 스포츠는 항상 결과로 보여지기에 그녀가 어떻게 노력했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고, 오직 세계 최고라는 신화만 회자될 뿐이다. 모든 스포츠 스타가 마찬가지겠지만 그녀도 시간과 함께 추억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그녀의 이름은 간간히 탁구 중계에서나 들을 수 있을 뿐, 그녀가 현재 뭘 하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가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가 현재 뭘하는지 모르는 것처럼.

 

그런데, 그녀의 근황이 소개된 책이 있어 내 관심을 끌었다. 스포츠와 관련된 책이 아닌 공부에 관한 책이라서 매우 신선했다. 일본의 괴짜 교수로 널리 알려진 사이토 다카시의 <내가 공부하는 이유>(걷는 나무, 2014)라는 신간에서 였다. 한 달 사이에 6쇄나 찍었다. 읽어 보니 좋은 내용이 참 많았다. 자게서로 분류될 수 있는 책인데도 불구하고 저자의 박식함과 독특한 이력이 개성과 맞물려 알찬 내용들이 줄줄 쏟아진다. 무엇보다 권위적이고 고리타분하지 않아 좋다.

 

그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덩야핑의 근황은 한마디로 압권이었다.

 

나는 신문에서 그녀의 소식을 다시 접했다. 그녀가 영국의 켐브리지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는 소식이었다. 어린 시절 탁구 연습만하느라 제대로 공부할 시간도 없었을 텐데, 어떻게 켐브리지에서 박사학위를 딸 수 있었던 것일까? 그녀는 운동을 그만둔 뒤 중국 칭화대에 특기자로 입학했다고 한다. 그 당시 알파벳도 제대로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영어와는 거리가 멀었는데, 지독한 노력 끝에 졸업을 하고 영국으로 유학까지 떠난 것이다. 그녀는 켐브리지대학 800년 역사상 세계 정상급 운동선수 출신으로는 최초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인물이 됐다. (p216)

 

켐브리지 800년 역사상 엘리트 운동선수 출신으로 최초의 경제학 박사. 이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공부좀 한다는 사람들도 따기 어렵다는 영국 켐브리지 경제학 박사 학위를 운동만 한사람이 땄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나따위가 가늠할 수조차 없다.

 

중국에서도 나처럼 많이 놀란 사람이 많았나 보다. 그래서 한 기자가 지커닷컴[인민일보 계열 검색엔진] 총경리(CEO)로 변신한 그녀에게 "탁구와 박사 학위, 그리고 비즈니스 가운데 무엇이 가장 쉽고, 무엇이 가장 어려운 일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고 한다.

 

"세상에서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안 되는 일도 없다." (p217)

 

 

역시 탁구 마녀다운 답변이다. 안 되는 일도 없지만 불가능한 것 같은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노력, 그 지속적인 노력이 그녀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저자가 평생 공부로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자세인듯하다. 그래서 마지막 장에 이 에피소드로 대미를 장식한 것 같다.

 

 

사실 이 책에는 평생 공부로서 득이 되는 말들과 사례들이 꽤 많다. 책을 읽으면서 줄도 많이 쳤다. 특히 다음과 같은 부분에서는 멈춰서 음미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만의 개성, 바꿔 말하면 누구와도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강점을 갖는다는 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강력한 무기를 하나 얻는 것과 같다. 누구도 회사에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로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렇게 살다가는 오래 버틸 수도 없다. 하지만 평생 공부를 하다 보면 오랜 시간 공부가 내 안에 쌓여서 누군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지식 세계, 나만의 아우라가 생긴다. 그게 바로 긴 인생을 살아야 하는 우리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요소가 아닐까. (p107)

 

하지만 덩야핑의 사례만큼 강렬한 에피소드는 없는 듯하다. 6페이지에 걸쳐 있는 덩야핑 에피소드를 읽는 것만으로도 책값은 하는 책이다.

 

 

 

[덧글]

저자의 관심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사람은 누구라도 자신이 자극받을 수 있는 에피소드를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분명히 자게서로 분류될 수 있는 책이지만 결코 식상하지 않고 가볍지 않다. 더군다나 평생 인문학자로 살아온 교수가 인생의 선배로서 들려주는 자기체험적인 글이기에 솔직함과 학자로서의 아우라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몇 자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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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4-10-21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어제 교보가서 이 책이 들어가는 입구에 싸여 있어 보니, 벌써 12쇄...ㅎㄷㄷ
예상을 깨고 선전하는 중..ㅎ

카알벨루치 2018-07-11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덩야핑 대단하네요! 우아~공부하는중이라 다카시의 이 책은 내가 읽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도서관에 어제 반납했었는데. 배울게 없는 책은 없네요!

young026 2019-06-03 0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정화는 덩야핑에게는 이긴 적이 없습니다. 올림픽 우승(단식은 아니고 복식)은 덩야핑이 국제무대 데뷔하기 전이었고 93년 세계선수권 우승은 덩야핑이 초반 탈락했을 때였죠. 결승 상대는 88년 올림픽 단식우승자였던 천징이었습니다.
 

이룸 출판사에서 아주 야심차게 기획하여 출간한 철학 총서가 있다. 이름하여 [누구나철학총서]. 이 총서 기획이 얼마나 거창했는지는 발간사에 확연히 들어나 있다. 동서양의 주요철학자 100명의 사상을 총 100권으로 담는 실로 엄청난 작업을 2003년에 기획한 것이다!

 

일단 얼마나 가열차게 기획했는지는 발간사가 웅변적으로 대변해 준다. 발간사가 무려 4페이지에 이른다. 어느 정도로 삐까번쩍한지 혼자 보기 아까워 전문을 옮겨 본다.

 

 

누구나 철학 총서

 

 17세기 바로크 시대의 네덜란드에서는 한때 바니타스라는 정물화가 유행하였다. 허망함과 무상함을 나타내는 바니타스는 사물의 생명감이나 정돈된 배치를 보여주는 여느 정물화와 달리 죽음과 소멸이라는 부정적이고 불쾌하기까지 한 이미지에 치중한다. 해골이나 곰팡이가 낀 치즈,썩은 사과 등이 즐겨 사용된 이미지들이었으니 그 그림의 음산한 분위기는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철학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생동감 있는 정물화가 아닌 소멸하고 있는 바니타스의 모습일 것이다. 아니, 철학뿐 아니라 인문학 자체가 바로 이런 모습일지도 모른다.

  사실 바니타스의 화가들이 사물의 어둡고 무상한 측면을 부각시킨 것은 생명에 대한 또 다른 직관에 기초한 것이었다. 부패와 죽음은 감추고 싶지만 결국은 떨쳐버릴 수 없는 현실의 또 다른 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과거에 마치 학문의 제왕인 듯 행세하던 철학과 인문학의 죽음이 오늘날 당연시되고 희화화되기도 한다. 클릭한 지 3초만 지나도 자신이 원하는 사이트에 링크가 되지 않으면 바로 중지시키고 다른 사이트로 이동하는 초감각적인 새대들에게 철학이나 인문학은 결코 매력 있는 학문이 아닐 것이다. 시간을 두고 끈기 있게 달라붙어야만 겨우 개략적인 의미만을 파악할 수 있는, 느림의 미학을 터득한 사람들에게나 어울리는 학문으로 비춰질 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설적인 사실은 바로 이런 상황이 철학의 가치를 더 크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디(ID)로만 통용되는 가상의 현실 속에서 경험하는 주체들의 혼란과 자아 정체성의 문제, 매트릭스에 의한 가상현실과 지식의 한계, 혹은 그 기초의 문제 들에 봉착하면서 우리는 다시 가장 근본적인 철학적 의문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다. 철학이 무용화되는 시기에 오히려 철학적인 담론들이 가장 번성하였다는 역사적 사실만 보더라도 오늘날 철학의 가치가 얼마나 큰 것인지 쉽사리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철학총서'는 바로 이러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기획되었다. 총서의 이름에 그다지 학술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누구나'는 이중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먼저, 청소년을 포함하여 성숙한 사고를 시작하거나 이미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한번은 접해보아야 하는 철학총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또한 고등학생 정도의 지식만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난해하지 않은 철학책을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반영하고 있다. 엄청난 속도와 순발력이 필요한 이 시대에 그와 정반대되는 느림의 미학만을 고집하는 딱딱한 총서를 고집하는 것은 이 총서의 의도와 어긋난다.

 

 본 청소는 다음과 같은 면에서 지금까지와 다른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본 총서는 동서양의 주요 철학자들을 거의 총망라하는 대규모의 총서이다. 동서양의 주요 철학자 100명의 사상을 총 100권으로 담는 그 규모에서 볼 때 지금껏 유례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산술적 수치에서 갖는 규모의 의미보다 본 총서는 동서양의 주요 사상가들을 모두 다루고 있다는 데서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시도가 될 것이다. '누구나철학총서'는 서양의 사상가 60명과 한국, 중국, 인도의 사상가 40명에 대한 소개로 이루어질 것이다. 역사적 범위로 볼 때 소크라테스나 공자로부터 로티와 들뢰즈 혹은 풍후란에 이르기까지 현재까지도 활동하고 있거나 주도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상가까지 포함된다. 특히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반드시 소개해야 할 가치가 있는 사상가들 역시 대거 포함된 것도 본 총서만이 가지 강력한 장점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본 총서의 모든 필자가 국내 학자라는 사실이다. 본 총서는 국외 저자의 원저에 대한 번역물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필자들은 모두 해당 사상가들을 전공하는 전문가들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어설픈 번역에서 오는 의사소통의 단절이라든가 비전공자의 무지로 인해 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일이 한껏 줄어들 것이다. 특히 몇 사람을 제외한 필자 대부분이 30대 혹은 40대 소장 학자들이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이 겪을 수도 있을 어려움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으며 나름대로 해소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는 점도 큰 장점이 될 것이다.

 셋째,  본 총서는 '누구나철학총서'라는 총서명에서 알 수 있듯이, 청소년들과 일반 독자들로부터 철학을 전공하거나 관심이 있는 전문독자들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철학 총서이다. 주요 개념이나 사상에 대한 설명은 청소년 독자들의 이해 수준에 맞추지만 각각의 책이 담는 내용의 범위는 해당 사상가의 핵심적인 사상과 범위 전체를 덮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이 엄청난 기획은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본 총서에 참가한 많은 집필자들이 기획 과정에서부터 출판에 이르기까지 조력을 아끼지 않았다. 본 기획이 첫 결실을 맺기까지 3년이 넘는 준비 기간과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다. 청소년들을 포함한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모두가 '누구나철학총서'를 통하여 철학의 참 맛과 유쾌함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기획위원 박영욱

 

 

이 발간사는 참으로 거창하기만하다. 왜냐면, 지금까지 달랑 5권만 출간됐기 때문이다. 동서양 100명의 사상을 100권에 담는다는 총 3년 간의 준비기간과 이후 10년의 세월이 더 흘렀건만 공자, 맹자, 소크라테스, 플라톤, 칸트, 헤겔에 대한 책들은 깜깜 무소식이다.

 

 

 

 

 

 

 

 

<로티>와 <비트겐슈타인> 책이 2003년 8월에 제일 번저 출간됐고, 그 다음 해 2월에 <들뢰즈>가 그리고 2004년 8월에 흄이 출간됐다. 이후 출간 소식이 없다가 무려 5년이 지난 2009년 1월에야 지젝이 출간됐다.

 

도대체 지젝은 갑자기 왜 출간한 것이며, 리처드 로티가 왜 1빠였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출간 순서다. 이런 어이없는 순서라니.. 반드시 내야할 사상가는 건너뛰고 로티와 비트겐슈타인, 들뢰즈 흄이라니...어떤 기준으로 출간 순서를 잡았는지 오리무중이다.

 

뭐, 그건 그렇다 치자. 총서의 가장 심각한 부분을 좀 건드려보고자 한다. 내가 본 책은 <들뢰즈>와 <흄>이 전부다. 하지만 일독해보니, 위 발간사의 말 중 "필자들은 모두 해당 사상가들을 전공하는 전문가들로 이루어져 있다."라는 게 뻥이었다.

 

일단 <들뢰즈>를 쓴 박성수는 전공이 칸트다. 그래서 그런지 들뢰즈의 핵심 저작들을 중심으로 하지 않고 (자신의 관심 분야인) 들뢰즈의 영화와 회화 이미지 텍스트로만 책을 구성했다. 들뢰즈에 의해 새롭게 평가된 니체, 스피노자, 베르그송에 대한 그들의 핵심이론들은 다 빠져있다. 그나마 영화와 회화속에서 들뢰즈가 본 베르그송의 논의만 살짝 보일 뿐이다.

 

물론 <로티>, <비트겐슈타인>, <흄>을 쓴 저자들은 모두 해당 철학자의 전공자들이었다. 하지만 <지젝>을 쓴 김현강은 전공이 카프카다. 카프카 전공자가 쓴 지젝은 별로 보고 싶지 않다. 기획위원 박영욱이 "비전공자의 무지로 인해 독자들의 어려움을 겪는 일이 한껏 줄어들" 것이라고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발간사의 말은 지켜져야 하는 거 아니가. 아주 강력하고도 확신있게 3년을 준비하여 발간사를 쓴 사람이라면 말이다. 이런 말이 아예 발간사에 없었다면 아무 문제의 소지도 없었겠다. 하지만 이런 걸 발간사에서 밝힌 건 총서 기획의 핵심 컨셉 중 하나라는 건데, 이것을 아주 우습게 버렸다는 데에 실망감이 크다.

 

그리고 똑같은 흄 전공자가 쓴 <흄>은 [누구나철학총서]의 책이 [e시대의 절대사상] 시리즈 <흄>보다 더 어렵게 서술되어 있다. 두 권의 책을 같이 비교해 보았는데, 살림의 절대사상 시리즈가 훨씬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래서 난 살림 출판사 책을 소장하고 이룸 출판사 책을 사지 않았다.

 

 

 

 

 

 

 

만일 이룸 출판사가 이 총서 시리즈를 계속 발간할 계획이라면 철저히 해당 철학 전공자를 선별해서 책을 발간하는 길만이 해결책일 것이다.

 

근데,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이 시리즈는 죽었다고 본다. 이 총서 시리즈보다 훨씬 수준높은 총서가 살림 [e시대의 절대사상] 시리즈로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철학총서 기획위원 박영욱이 말한 그대로 말이다. 핵심 동서양 철학자들을 해당 전공자들이 알차게 해설하여 편찬해 낸 총서가.

 

정말 전형적인 용두사미식 기획인듯하여 참으로 씁쓸한 느낌의 총서다. <지젝> 출간 이후 이 시리즈 기획위원들은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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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2014-10-21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총서 중 `비트겐슈타인`을 읽고 총서 명을 검색하다 이 글을 접합니다. 지금은 한 오십권 나왔으려나, 했는데 겨우 네 권이군요. 그리고 그마저 기획의도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니 조금은 씁쓸하네요.
글쓴님의 다른 서평이나 감상들도 꽤나 좋습니다. 좋은 곳을 발견한 듯 해 흡족하네요. 이 흡족함도 결국은 `누구나철학총서`가 가져다 준 것이니, 저에게 이 총서는 나름 `만족스러운`총서가 되겠네요.^^

yamoo 2014-10-22 19:57   좋아요 0 | URL
제 글을 좋게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의도하지 않게 편익을 주는 글을 줘서 정말 글쓴 보람이 있네요.^^

2015-08-09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0 2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케첩 2018-08-12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비트겐슈타인만 읽고 너무 좋아서 다른 철학자 편도 읽으려고 했는데 고려해 봐야 겠어요 ㅋ 하지만 박병철 교수의 비트겐슈타인은 다른 비트겐슈타인에 대한 책보다 내용면에서 충실하고 이해하기도 쉬웠어요 개인적으로 이룸이 못다 이룬 꿈을 이루었으면 좋겠네요
 

김병완 작가. 그가 또 신간을 냈나부다. 도서관에 포스터가 붙어 있다.

 

이 사람의 책들. 도서관에서 저자의 책이 나올 때마다 선전한다. 삼성전자 다니다 나와서 3년 간 책 1만권을 읽고 50여 권의 책을 쓰면서 제2의 인생을 사는 사람...어쩌구 저쩌구..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기에 3년 간 1만권의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수치는 뭔가가 이상하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일하면서 책만 줄기차게 읽을 때도 1년에 1천권을 읽을 수 없었다. 그것도 상당수는 발췌독이었다. 뭐, 내가 읽었던 책들이 거의가 사회학이나 철학, 자연과학 이론서들이었기에 그랬을 수는 있다.

 

하지만 아무리 얄팍한 자게서 위주로 읽는다 쳐도 3년 간 1만권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저자가 자신의 책들에서, 자신이 독서훈련이 되어 있지 않아 처음 1년간은 매우 고생했었노라고 고백한 부분이 있어서다. 상당히 공감하면서 읽은 기억이 있다.

 

나도 책을 처음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후레쉬맨 시절, 독서 이력이 전무했기 때문에 잡고 읽는 책마다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고, 읽는 속도도 너무 느렸다. 당시 내 소박한 소원은 어떤 책이라도 좋으니 읽으면서 술술 이해하면 좋겠다는 거였다.

 

김병완 작가도 회사를 때려치고 독서를 하기 시작한 때, 그 독서 수준이 내 후레쉬맨 시절과 거의 같았다. 그런데, 그는 이런 시행착오를 아주 단번에 뛰어넘어 3년에 1만 권이란다. 자기 고백은 9천 몇백권이라는데, 난 이것도 믿을 수 없다!

 

왜냐구? 내가 한달 동안 밥만 먹고 책만 읽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뭔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했는데, 그걸 내가 맡은 적이 있다. 내가 때를 써서 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에 덤탱이를 썼다. 그때 대표가 준비할 한 달 간의 시간을 줬다. (이런 케이스는 거의 없는데, 시간을 안 주면 일 때려 치겠다고 했기에)

 

그래서 내가 한 일이란 것이 필요한 책을 쌓아 놓고 줄창 책을 읽는 거였다. 출근해서 정해진 분량의 책을 가열차게 읽고 보고서 비슷한 걸 만들어 발표하는 거였다. 쓰는 건 이틀이면 됐기에 책을 읽는 작업이 매우 중요했고 가장 많은 시간을 필요로했다.

 

난, 고시공부를 한 이력이 있기 때문에 앉아서 책보는 거는 너무도 익숙하고 내가 그나마 잘하는 몇 가지 일 중 하나라서 신나게 프로젝트를 완료한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내가 읽었던 책들은 대부분 두꺼운 하드커버의 이론서들로 400페이지 ~ 600페이지 정도의 책 500여 권이었다.

 

아침 8시에 출근해서(아침 10시까지 출근이었지만) 새벽 1시까지 밥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모조리 독서에 할애했다. 그냥 읽는 게 아니라 내가 정리해 가며 읽어야 하기 때문에 무척 집중하여 읽어야 하는 그런 독서였다. 물론 완독한 책은 정확히 28권이었다. 나머지 책들은 전부 발췌독이었다.

 

 

600 페이지가 넘는 책(예컨대 <다산선생지식경영법>)을 하루에 본다는 건, 정말 말이 쉽지 피말리는 작업이었다. 기한이 정해져 있는 독서란 집중해서 좋긴 한데, 압박감 때문에 재미가 반감되는 단점이 있다. 그래도 <다산선생지식경영법>은 아침부터 시작된 독서가 밤 9시 정도가 되서야 끝을 볼 수 있었다. 중요 부분에 줄을 치며 집중하면서 초스피드로 읽은 덕택이다. 물론 흥미진진한 내용 때문이기도 했지만.

 

 

나머지 완독한 28권의 책들은 새벽1-2시가 되어서야 완독할 수 있는 책들이었다. 당시 읽은 책들의 목록 일부가 지금도 생각나는데, <전략의 본질>, <의사결정의 원칙>, <게임이론>, <이타적 인간의 출현>, <의사결정의 함정>, <매킨지식 전략 시나리오>, <로지컬 싱킹>, <유쾌한 딜레마 여행>, <자유주의>(미제스),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실용논리학>, <선택의 논리학>, <세상을 바꾼 30가지 심리 실험> 따위의 책이었다.

 

 

 

 

 

 

 

 

 

 

 

 

 

 

 

 

 

 

대부분 심리학, 경영 전략, 경제이론, 논리학 등에 관한 이론서들이었다. 자게서로 분류되는 책은 거의 없었고, 굳이 꼽자면 <의사결정의 원칙> 정도 있겠다. 하지만 <핑>이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와 같은 책은 아니다. 비즈니스의 경영 사례로부터 올바른 의사결정을 훈련하는 실용서이기에 쉬운 책은 아니다.

 

거의 고시 공부하다시피 읽은 책들이라, 신났지만 매우 힘겹게 읽었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서 영화도 보고 놀이도 하면서 집중했던 머리를 식혀줬다. 아무리 책을 좋아하지만 이런 류의 책들을 1년 내내 읽는다면, 그것도 곤욕일 거라 생각했다. 청명하고 좋은 날씨에는 놀러 가는 게 독서하는 것보다 이롭다.

 

 

 어떤 사정으로 인해 그런 독서를 한다손치더라도 1년이면 365권이다. 3년을 수인처럼 책만 읽는다하더라도 1천여 권 정도 뿐이 안된다. <안나 카레리나>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잡는 순간 1년 365권은 도달할 수 없게 된다. 분권된 것을 한권씩 셈해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한 권의 분량이 하루만에 읽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리 속독법을 배워서 읽은들 무리다. 아니, 이런 류의 책들은 속독으로 읽을 수가 없다. 문장마다 비수처럼 꽂히는데 어떻게 휘딱 읽을 수 있을까? <안나 카레리나>를 속독으로 읽는다? 그건 바보같은 독서다. 적어도 도스토옙스키나 톨스토이의 작품들을 읽는 데에 있어서는.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감히 단언한다. 김병완 작가가 말하는(적어도 항상 광고지에서 책선전 하는) 3년 간 1만권은 완전 뻥이라고! 1만권을 읽기 위해서는 아주 얄팍한 책들 위주로 쉴새 없이 읽어야한다. 하루 10권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읽어야 3600권이다. 그래야 3년간 1만권에 도달한다.

 

근데, 이게 가능한 일일까? 수인(囚人) 생활을 하면 가능할 지 모르겠다. 주로 자게서를 읽어야 하루 10권을 채울 수 있다. 발췌독이라도 보통일이 아니다. 일단 <안나 카레리나>와 같은 장편소설을 잡는 순간 하루 10권은 절대 채울 수가 없다. 살림문고 10권이라도 정말 빠듯하다. <살사>나 <초콜릿 이야기>와 같은 쉬운 책을 3권만 읽어도 7시간은 족히 간다. (시간 재고 읽어봐서 안다.)

 

 

 

 

 

 

 

 

더욱이 김병완 작가는 <나는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아템포, 2013)에서 처음 직장 때려친 1년 간은 읽는 행위가 어려웠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 하루 10권은 어림도 없다. 도서관에서 책쌓아 놓고 한 권에 10여 페이지씩 발췌독 한 걸 모두 읽은 권수에 넣는다면 모를까.

 

아마도 내 생각엔 김병완 작가가 하루종일 도서관에서 살았다고 하니, 하루 1-2권 정도는 완독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를 넘는 권수는 분명 발췌독한 것과 이리저리 넘겨 본 걸 모두 합산했을 거다. 비슷한 주제를 갖고 읽어 나가면 훑어본 것도 대충 읽은 거라 생각이 들기에. 그래도 미심쩍긴 매한가지다.

 

왜냐? 도서관은 적어도 한 달에 4번 휴관한다. 그리고 빨간날은 죄다 논다. 도서관 휴관이 매달 4일 이상은 족히 된다. 이런 날 집에서 도서관처럼 생산적인 읽기를 하기도 힘들 거다. 김 작가는 결혼도 했기에, 여러가지 경조사나 집안 일로 어른들을 만날 일이 꽤 될 것이다. 이런 걸 모두 제껴두고 책만 읽는다는 건 상황상 이해가 불가하다. 

 

고시공부와 같은 어떤 중차대한 목표가 있으면 가족 모두가 그런 수인생활을 감내해 준다. 근데, 김병완 작가는 그런 것도 아닌, 자기가 뭔가를 이루기 위해 자발적으로 책을 읽은 거 아닌가. 아무리 심지가 굳은 사람도 공부라는 목표가 없으면 쉽지 않다.

 

뭐, 그래 이 부분은 공감해 주자. 김 작가가 투철한 목표의식을 3년간 지속했다라는 걸. 그런데, 언제나 그렇지만 환경은 자기가 콘트롤할 수 없다. 3년 간 한번도 아프지 않아야하며, 어떤 가족의 대소사에도 전혀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 수인생활을 3년 간 지속해야 1만 권에 도달한다. 하루라도 삐끗하면 그 다음날 20권이 쌓이고 이틀이면 감당할 수가 없게 된다.

 

난 적어도 비슷한 생활을 해 봤기 때문에 하루 분량을 넘기면 어떻게 되는지 감이 잡힌다. 그런데, 김병완 작가가 저걸 가뿐히 해치웠다는 데에 못된 심술이 도진거다.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해 줄 수가 없다. 그가 이전에 계속 직장을 다니면서 독서이력을 쌓아 왔다면 어느 정도 공감해 줄 수도 있었을 거다. 속독력과 이해력이 높아지니.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는 전혀 아니었다.

 

그건, 그의 책 몇 권을 읽어보니 확실했다. 그는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생활을 하자면서, 자본이 주는 안락함의 힘을 예찬하고 있었다. 인용한 책들도 대부분 자게서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인용부분도 여러 권을 쓸 때 알차게 중복 활용하는 것 같았다. 나는 확신했다. 그는 절대 <안나 카레리나>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그리고 <레미제라블>같은 책은 읽었을 리가 없을 거라고. (읽는 순간 목표량을 채울 수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는 강연을 다니면서 독서의 대가처럼 말하고 다닌다. 난, 이게 싫은 거다. 거짓말 같아서. <기적의 고전 독서법>이니 <기적의 인문학 독서법>같은 책을 내고 전문가인양 가이드해 주는 걸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위에서 지적했다시피 그는 고전을 읽어 본 적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플라톤의 <국가>를 하루만에 처음 읽는다?!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

 

어느 정도 독서 이력을 쌓아서, 그래서 책을 겁나게 빨리 쓰는 재주를 가진 건 정말 부러운 재능이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책 한권 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더군다나 내는 책마다 책이 팔리고 어느 정도 이름이 나고 강연을 다니는 걸 보면, 그냥 상황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지 않을까. 환경이 자기를 택해 주었다는 것에 대해서. (난 환경결정론자라 항상 이리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근데, 그는 오로지 자신의 우월한 능력 때문에 그리 된 줄 착각하고 있는 듯보인다. 독서 전문가라고 활게치고 다니는 현재 그의 행태가 그렇다. 자신이 정말 독서전문가로 인식받고 싶으면 1만권을 어떻게 읽었고, 중요 책들의 리뷰라도 정리해서 책을 내는 것이 순리리라.

 

3년 간 1만권은 우스운 숫자가 아니다. 책을 낼때마다 계속 우려먹고 있는데, 1만권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헤아려보시길. 그의 책을 사서 보는 독자들도 생각해 보시길! 1만권을 읽고 쓴 그의 책들을 읽어 보니, 깊이는 커녕 이율배반적인 얘기를 자기도 인지하지 못하고 쓰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의구심이 들어 이런 글을 쓰게 됐다.

 

물론, 그가 천재여서 그가 말한 게 모두 사실일 수도 있다. 내가 오버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그는 자기 책에서 자기의 평범성을 대놓고 강조하고 있었다. 자기도 일반 대한민국 사람들과 같다고. 그의 책에서 그런 내용을 공감하고 보니, 책좀 읽는 나로서는 당연히 의심을 가질만 했고, 책 1만권의 무게가 어떤 것인지 좀 헤아려보자는 의도에서 이 페이퍼를 쓰게 된 것임을 밝혀둔다.

 

마지막으로 난, 그에게 엇가 심정이 없다. 단지, 3년 간 1만권을 읽었다는 거에 태클을 걸고 싶었던 것일 뿐! 도서관에서 다시 김 작가의 포스터를 보니 본의 아니게 울컥하여 생각해 두엇던 것을 페이퍼로 쓰게 되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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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엽감는새 2015-01-09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예전에 지나가는 길에 읽고 오늘은 구글링해서 겨우 이 글 찾았네요.
좀 퍼가도 되겠습니까?
격하게 공감되는 글입니다.

yamoo 2015-01-15 22:5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마음껏 퍼가시길^^

요롤레이요 2015-12-21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크...아직 대학교 1학년 학생이지만 전 하루에 책 한권읽기도 벅차네요..

전공은 공학이지만 주로 심리학이나 사회과학 경제학 역사학관련 서적을 읽는데 아직 1일 1권은 힘들더군요. 이번 방학 70일간 50권읽는것이 목표입니다 ㅋㅋ

yamoo 2015-12-27 19:01   좋아요 0 | URL
사회과학, 역사, 경제학 서적은 하루만에 읽기가 무지 힘듭니다. 낼 셤에 책에서 시험 낼꺼라고 하지 않는 이상 1권 읽기는 정말 무리입니다~ 300페이지 교양 경제학 책만 일독한다고 하더라도 10시간 이상은 집중해서 봐야되지 않을까 합니다~

AARRR 2017-11-15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 내용을 이해하고 요약하고, 기억하고, 실제로 평상시에 적절한 타이밍에 무리없이 떠올릴 수 있는 수준의 정독으로는 아무리 뛰어나도 최대치는 연 200권 정도라고 봅니다. 실제 다독가들이 말하는 얘기들도 종합 해 보면 최대치가 보통 연 200권입니다. 일을 하고 생존에 필요한 시간을 제외하고 남는 시간 거의 전부를 책을 읽어도 연 100권쯤이 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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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총서 시리즈 중에서 한국철학 총서 시리즈는 그리 많지 않다. 가장 널리 알려진 시리즈는 아마도 예문출판사의 한국철학자 총서일 거다. 대체로 동양 철학자 이름을 건 총서시리즈들은(동양철학 총서에 포함되곤 함)대학출판부에서 찍어 내기 때문에 일반에 널리 읽혀지지 않는다. 주로 논문 모음지이기에 수업용 교재로 쓰여 독자가 매우 협소하다.

 

시리즈를 펴 내면서 출간사를 책 앞에 수록한 시리즈도 거의 없다. 대학 교재인데, 그런 걸 넣어서 뭣하겠는가. 총서를 기획한 사람의 정성이나 기획의도를 가늠해 볼 수 없는 시리즈가 넘쳐나고, 대체로 비슷비슷하다. 대학 출판부에서 출간된 한국철학자 시리즈를 보면 대체로 고려 유학자로부터 시작해서 구한말 최제우나 김옥균에서 끝난다. 멋대가리도 없고 거의가 그게 그거다.

 

하지만 작년에 눈에 번쩍 띄는 한국철학자 총서를 구경할 수 있었다. 그것도 한국현대철학자 시리즈다. 그리 많은 부수를 찍지 않았고 현재까지 5권만 나와 있는데, 여태까지 한국철학자 총서 시리즈 목록에서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이 눈에 띈다. 이대출판부에서 나온 이 총서 시리즈는 매우 밀도가 높고 만듬새가 좋다. 가격도 적절하게 책정한듯하다.

 

특히 내가 주목한 건 (언제나지만) 시리즈 출간사다. 시리즈를 펴내며 편집위원인 씨알학회의 출간사가 아주 멋들어지게 수록되어 있었던 거다. 보통 출간사는 한 페이지에 간략히 넣는 것이 보통인데, 이 시리즈 출간사는 무려 2페이지 분량이나 된다. 읽어보면 이 시리즈를 읽어보고 싶은 욕구가 마구 솟구친다. 무엇보다 근 백년 간의 한국의 철학자들을 묶어 시리즈를 낼 생각을 한 건 아마도 씨알학회가 처음인듯하다. 이 시기는 일제 식민지와 맞물려 우리 나름의 '근대'를 찾지 못했던 시기이기에.(물론 내가 무지해서 일 거다. 다른 목록을 모두 검토해 본 것도 아니니..)

 

발간사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현대철학이라는 게 과연 있을까? 있으면 그들은 누구지?'라는 의문들. (우리 역사에서 근대가 없었는데, 현대가 가능해? 라는 의문)

그리고 과연 이들의 사상이 한국현대철학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우리 사사상사에 큰 족적을 남겼는지도 의문이다. 내가 도서관에서 빌려 봤던 건 <박홍규의 철학>인데, 얼마전 타계한 고 박홍규 교수가 우리 사상사에서 어떤 업적을 남겼길래 이 시리즈에 포함됐는지 의아했던 건 사실.

 

박홍규 전집 중 두어 권을 봤었는데, 제자들은 많이 길러냈는지 몰라도 그가 우리 철학에 한 획을 긋는 어떤 철학 이론을 제창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뭐, 이런 문제의식은 <박홍규의 철학>을 읽은 사람들의 몫이겠지. 어쨌든 매우 이례적인 철학 총서 시리즈인 까닭에, 그리고 전대미문(내용이!)의 발간사가 수록되어 있기에, 여기 옮겨본다. 관심있는 분들은 한 권 택해 일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 김교신과 서남동 그리고 박홍규는 정말 이 시리즈에서만 볼 수 있을 듯!)

 

 

 

| 시리즈를 펴내며 |

 

 

  이제까지 한국에서의 철학 연구는 동양과 서양으로 나누어 주로 강대국(중국,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의 사상들 가운데 주류로 알려진 것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한국에서 동양과 서양을 분명하게 분리하는 태도는 20세기 초 일본의 동양통합론에 의해 더욱 확산되고 습관화되었다. 이 때문에 전 인류의 지혜를 참조하여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보편적이면서도 주체적인 연구 태도는 희석되고, 전공별로 나누어진 좁은 테두리 안에 갇히게 되었다.

  서양철학의 연구는 본국에서 제기된 문제와 해답을 개괄적으로 소개하거나 모방하여 한국의 현실에 적용하는 수동적 태도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이러한 실정 때문에 서양철학 문헌들에 대한 사상적 연구는, 번역과 개괄적인 소개 논문의 수는 증가하였으나, 그 창의성에서는 해방 전후의 수준보다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철학 교육의 차원에서도 연구 대상에 대한 주체적이고도 비평적인 설명과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시적 유행 사조로서 혹은 임의적으로 선택된 전공이라는 이름으로 , 대학 교육의 현장에서 교육되어 왔다.

  동양철학으로 분류되어 왔던 동아시아 사상도 철학과마다 한두 명의 연구자를 두고는 있지만 근대 이전의 전통 사상에 대한 연구와 소개에 머물러 있다. 아시아 철학의 연구 또한 전통의 권위에 기대는 수동적 연구 태도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일본과 중국의 선행 연구 방법에 거의 의존하는 에속적 여건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현대의 상황이 던지는 문제에 대응하거나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새로운 방식으로 사유하고 피력하는 데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게 했다. 이 빈 공간은 현대 성양철학이 자신의 전제에 대한 깊은 음미 없이 자신을 선전할 수 있는 무대가 되었다.

  한국 사상계의 이러한 타성적 관행은 최근의 관제화되고 수량화된 시장주의적 강제에 의해 인식조차 되지 못했다. 대학이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을 양성하고, 학술보다는 기업 이윤에 한눈을 팔 때, 한국 청년들의 영혼은 머리 둘 곳이 없다. 또한 창조적 문제 제기와 문제 자체에 대한 분석 및 자발적 해결의 의지에 기초하지 못하는 연구 풍토가 연구자 간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의 부재로 더욱 촉진되었다. 연구 공간의 시장화와 이에 따른 인간관계의 외면화가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연구자들 자신이 속한 역사적이고도 현실적인 조건에 대한 학술적이고도 사상적인 반성과 대응을 가로막았다. 특히 이 시대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근 백년 간의 한국의 현대사상사적 흐름에 대한 주체적 관심의 결여로 철학은 자신들이 어떤 문제를 역사적으로 부여받고 있는지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무자각적 철학은 단지 자신들의 철학을 전공 상태에서도 통ㅇ요될 수 있는 것처럼 무반성적으로 외우며 가르치는 철학 청부업일 따름인 것이다.

  그동안 비주류이자 비체계적인 가치관으로 치부되어 왔던 근 백년간의 한국 사상사을 철학이라는 이름으로 연구하여 발간하는 것은 한국 사상계의 난국을 타개하는 데에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출발은 근현대 한국철학에 대한 자료를 발굴하고 연구하여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것은 발전시키고, 타당성이 의문시되는 관념들은 유보하거나 비판함으로써 재사유와 반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먼저 일차적으로 간단한 자료집을 해설을 첨부하여 발간하고자 한다. 그리고 차후로 현대철학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 논문과 연구서를 발간할 게획이다.

 

 

2011년 7월

씨알학회, 근현대 한국사상사 연구모임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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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상식'이라는 타이틀을 내 건 이 시리즈는 비슷한 류인 웅진 출판사의 [고정관념]시리즈 보다 훨씬 괜찮은 교양 총서다.

 

마치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관련 주제를 묶어 책으로 낸 듯 보이지만, 내용은 그리 허접하지 않다. 체계를 갖추려고 노력한 총서다. 물론 분량상 기획상 수준은 그리 깊은 것은 아니다.

 

타깃층은 아마도 예비대학생과 학부 교양 강좌 정도가 될듯하다. 내가 제일 처음 접한 책은 <자본의 세계화>였는데, 편집이 꽤 괜찮아서 다섯 권을 구입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 시리즈는 전신이 이소출판사의 [세상보세]시리즈의 연속이었다. 나에게 이 시리즈의 <민주주의>와 <국제이주>가 있었는데, 이후 출판사 책을 구입한 후 제목이 같아 비교해보니 똑같은 책이었다.

 

아마도 이소출판사가 [세상보세]시리즈를 절판시킨 후 판권을 넘겨(아니면 자사의 출판사 이름을 바꿨든가) '아주 특별한 상식'시리즈로 대체한 듯하다.

 

 

 

 

 

 

 

 

 

 

 

 

 

 

 

 

 어쨌든 <민주주의>와 <국제이주>를 비교해 보고 같은 책을 가졌지만 다른 총서라서 재밌는 느낌을 받았다. 이후 출판사 시리즈는 종이질도 훨씬 좋고 배판도 좀 녋어져 좋지만 가격이 상당히 높게 책정되 있어 그것이 좀 거슬린다. (민주주의 이후에 나온 책들은 만원이 넘는다..)

 

 

 

 

 

 

 

 

 

 

 

 

 

 

 

 

 

 

 

 

 

 

 

 

뭐, 비슷한 시리즈로 [고정관념]시리즈나 영림카디널의 [도미노 총서]시리즈가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책 만듬새가 훌륭하고 내용도 괜찮아 이 책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물론 [도미노 총서]는 나름대로 장점을 가졌기에 단순 비교는 힘들지만(주제도 다른 것이 상당히 많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모두 5권이다. 이런 류의 시리즈 중 상당히 만족하고 본 책들이라 컬렉션화를 결정했다. 꽤 괜찮은 교양총서니, 혹시 모르시는 분들에게 강추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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