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째 이사중이다.. 

오늘 오후에 드디어 책장이 들어와서 안방에 쭉~~~늘어놓았던 책을 전부 책장에 넣을 수 있었다. 점심 시간에 짬을 내어 잽싸게 집에 갔다 왔다. 이제 두발 뻗고 잘 공간이 확보되었고, 쌓여 있던 박스가 안방에서 치워지니 보기가 넘 좋다~^^

근데 주방과 거실에는 여전히 박스들이 쌓여 있고, 옷가지들은 행거에 대책 없이 걸려 있다. 아직 수납 박스가 도착하지 않아 계속 방치되어 있는 상황.. 

이사하던날 사무실 직원들이 4명 도와 줬지만 모두들 너무도 힘들어했다. 뭔 책이 이리도 많냐고..이사짐 센터 아저씨도 무슨 혼자사는 사람이 짐이 이렇게도 많냐고 타박이다. 특히 책! 이건 뭐, A4용지 박스로 120박스가 넘으니 그럴만도 하겠다는 생각이다. 

비용을 줄이려고 일단 짐 쌓는 것은 모두 혼자 했는데, 이거 장난 아니다. 다시는 이사짐을 쌓지 않으리라! 

오늘 퇴근후 집에 가면 책을 정리해야 겠다. 책 정리 끝나면 옷정리...그러면 대충 정리가 끝나겠지..너무도 힘든 이사다~~ 담에는 포장 이사 전문 업체에 맡겨야 겠다~ 

 

 

항상, 책들을 박스에 담아 보관했는데, 대형 책장 7개로 벽에 쭉~ 늘어 놓으니 완전 대박이다~~ㅎㅎ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가넷 2010-05-13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들어 사는 사람들은 이사 걱정이 너무 큰 것 같네요...;;;

yamoo 2010-05-13 17:37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원룸에 살다가 워낙 공간이 협소해져서 전세로 가는 건데, 담엔 집을 사서 이사다니지 말고 오래 살아야 겠어요~^^;;

gimssim 2010-05-13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난 5월 26일 이사를 했는데 아직 난민촌 수준입니다.
포장이사를 하지 않아 다 제손으로 싸고 풀다보니 그러네요.
중간중간 놀러도 다녀야 하구...

yamoo 2010-05-14 17:43   좋아요 0 | URL
하하 4월 26일 아닌가요? 아직 5월 26일 되려면 멀었는뎅..ㅎㅎ 짐이 많으면 포장이사는 필수인거 같아욤~ 특히나 책이 많으면..혼자 이사하면 난민촌 수준의 기간이 길어지는 거 같다는..ㅋㅋ

gimssim 2010-05-14 23:10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4월 26일.
죽으면 늙어야한다니까요.(이건 실수 아님...유머!)
 
은밀한 생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은밀한 생>의 겉표지에는 파스칼 키냐르의 ‘장편소설’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작가의 책을 처음 펼치는 사람이라면, 일반적으로 서가에 진열되어 있는 소설작품 중 한 권을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아무생각 없이 책을 읽기 시작한 사람은 몇 페이지를 넘기다가 말고 이상한 책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페이지를 더 넘기면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소설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전통적인 산문도 아닌 것이, 거기다가 시도 아닌, 참으로 난감한 문장들과 단락들만이 계속 이어진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예상을 뛰어넘는 감탄스러운 문장을 만나게 되고 계속 줄을 긋게 된다.

소설이라는 전통적인 장르 개념을 파괴한 이 작품은 무엇보다 이러한 독특한 형식이 주목을 끈다. 체계 없이 그냥 생각의 편린과 같은 단락들이 무수히 연결되어 나아가지만 결국에는 단일한 주제의식을 전달하고 있다. 키냐르가 개척한 새로운 장르라는데, 이 형식적 이질감으로 인해 가독성은 현저히 떨어지고 있음은 부인할 수가 없다. 어떤 장르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든 장르에 속하는 형식의 한 변형이라는 데 어지럽기는 매한가지다.(키냐르는 왜 한 가지 장르에 얽매여서 사고를 빈약하게 하는가?, 왜 모든 장르의 이점을 활용하면 안되는가?라고 반문한다)

이 작품을 형성하고 있는 53개의 장들은 각기 소설, 신화, 전설, 묘사, 대화, 희곡, 아포리즘, 평전, 음악과 미술에 대한 평론 등의 독자적인 장르를 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단지 한 두 문장으로 이루어진 극히 짧은 장과 단편소설 분량의 호흡이 긴 장들이 어지러이 섞여 있다. 이러한 체계없는 구성 속에서도 각 장들 간에는 나름대로의 연관성이 느슨하게 유지되는가 하면, 26장처럼 전혀 이질적인 장이 끼어들어 흐름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어지러운 방식이 “설명할 수 없는 삶을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표현하려는 작가의 의도된 전략임”을 알기 전에는 그저 당혹스러울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들쭉날쭉한 53개의 장을 읽는 방법도 평면적이어서는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을 번역한 송의경씨에 의하면, 키냐르 책은 그에 걸맞은 독법이 필요하단다. “모자이크를 바라보듯 부분과 전체를 한눈에 아우르는 노력을 이중으로 진행시킬 때 가장 이상적인 독법이 된다. 이러한 독법으로 읽다 보면, 작품의 층위에서 그 자체로 한 점의 동판화인 53개의 장들이 모여서 다시 한 점의 판화를 구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부분과 전체가 팽팽히 긴장하며 서로가 서로를 떠받치는 가운데 작가가 새기는 동판화 <은밀한 생>도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프랑스 평단에서는 키냐르의 소설들에 대해 ‘시적 산문’ 혹은 ‘산문시’라는 찬사를 늘어놓는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시처럼 아름다운 문장을 만나볼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아름다움이 키냐르의 글쓰기 방식, 어휘의 선택, 아포리즘적 문장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작품에서 시적인 메타포를 건저올리게 하는 것일까? 송의경씨의 말을 들어 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아름다움은 일체의 기교가 배제된 극도로 예민한 감수성이 강렬하게 표출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솟아오른다. 그곳에서 단순히 ‘문제’가 아닌, 육체(작품)에 깃든 영혼과도 같은 한 목소리가 예리한 칼처럼 느닷없이 우리의 가슴을 겨눈다.” <르몽드>지가 “그의 작품들은 <시학>이 시에 부여한 영역을 단번에 획득하여 점령한다.”라고 언급한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다.

책은 굉장히 사적(私的)이다. 자신의 단상들을 적어 놓은 일기장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여주인공을 등장시켜 마치 자기 얘기를 하는 판토마임극과 같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저자는 사랑하던 여인을 잃고 은둔지를 찾아 끊임없이 사회로부터 이탈하면서, 기원의 탐색, 잃어버린 첫사랑의 기억, 은밀한 삶의 방식이라는 주제들을 표출해 나간다. 키냐르의 표현을 빌면, 그를 비롯한 모든 인물들은 모천을 향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인간들’이다. 이러한 것을 키냐르는 ‘모천회귀’라고 명명한다. 키냐르에 있어 모천회귀 여행은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이루어진다.(그는 하루도 독서를 하지 않는 날이 없다고 한다) 독서는 책과 1:1로 대응하는 침묵의 여행이다. 또한 글쓰기는(키냐르식으로 말하자면) “말을 함으로써 사회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사회에서 자신을 사라지게 하는 방식이다.”

키냐르가 이 책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독서와 배우기 그리고 사랑은, 태아가 어머니와의 융합상태에서 느꼈던 완전한 일치감을 제공한다고 한다. 사랑을 통해서 키냐르는 끊임없이 그런 순간들을 찾아 헤맨다. 그 궤적은 다음과 같다.

1. 최초의 사랑(어머니) ← 2. 첫사랑(네미) ← 3. 사랑의 그림자(M)

1은 최초이며 지금은 잃어버린 불가능한 사랑, 곧 어머니이다. 현실의 어머니가 대신할 수 없는 사랑이다.
2는 첫사랑이다. 적어도 키냐르에게는 최초의 사랑에 가장 근접할 수 있는 사랑은 첫사랑뿐이다.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첫사랑은 이미 두 번째이므로, 네미의 머릿글자가 N인 것은 전혀 우연으로 보이지 않는다. N은 M다음에 오기 때문이다. 이 책의 화자인 ‘나’는 이렇게 말한다. “네미 사틀레라는 이름은 가짜다. 이 세상에 존재했었으나 이제는 어벗는 내가 사랑했던 한 여인을 나는 그렇게 부를 것이다.”
3은 사랑의 그림자이다. 최초의 사랑을 잃고, 단 한 번 뿐인 첫사랑을 잃으면 그 아음부터의 사랑은 그림자에 불과하다.

키냐르에 따르면, 옛날과 옛날 이후. 전자와 후자가 분리되는 시점은 언어를 습득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우리는 원래 말하는 존재였던 것이 아니라 그런 존재로 변화된단다. 언어의 인칭대명사가 ‘나’와 ‘너’와 ‘그’를 구분하자 틈이 벌어지고, 엿보는 자가 생기고, 사회가 나타난다는 것. 언어의 개입으로 분리된 두 가지 시간은 관계를 분열시킨다.

이 책은 언어로 분열된 두 시간을 언어로 통합시키고자 필사적으로 애쓴 저자의 산물이다. 키냐르는 말할 수 없는 부분, 말 할려해도 혀 끝에서만 멤도는 그러한 부분만을 사랑이라는 보편적 주제로 환원시켜 전달한다. 포장은 ‘사랑’이지만 본질은 인간 실존 문제에 대한 언어적 고민이다. 하나의 범주로 가두기에는 그의 사상과 문체가 너무도 심대하다~ 

 
<책에서> 

“진정한 모든 사랑에는 사랑이 싹튼 무렵보다 더 오래된 무엇이 자리잡고 있다. 바로 이 다른 곳으로부터 사랑이 드러난다.” p154

"우리의 매혹, 우리의 출생, 우리의 유년기, 우리의 나체, 우리의 약점, 이런 것들이 가장 확실하게 우리를 죽이는 무기들이다. 그래서 우리가 남자들과 여자들을 죽여야만 한다는 사실, 즉 그들이 우리를 죽이기 전에 먼저 재빨리 그들을 습격해서 죽여야만 한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칠 때, 그것이 사회적 삶이라는 것이다. 사회에서는 비명소리에 조차도 동족인 인간의 죽음이 끈질기게 따라다닌다. 사회에서는 꽃들마저도 동족의 죽음에 사로잡혀 있다. p 471
 


댓글(1)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차좋아 2010-09-27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무님 은밀한 생. 다음달 책 모임에서 읽기로 했어요. 제가 읽자고 추천했어요 ㅋㅋㅋ 야무님 추천 받고 목차르 훑어봣는데 너무 읽고 싶은거였지요.ㅋㅋ
책 읽고 야무님 리뷰 읽어 볼께요 ㅎ
 
Indigo Dying - Indigo Dying
인디고 다잉 (INDIGO DYING)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Album : Indigo Dying
Type : Studio
Release Date : 2007
Country : Canada
Genre(s) : Power Metal / Hard Rock

Jamie Teramo : Keyboard
Gisa Vatcky : Vocals
John Macaluso : Drums
Mordechai Hauser 'Mordy' : Guitar
Fabrizio Grossi : Guitar, Bass

Mark Boals : Vocals Guest
Michael Kiske 'Ernie' : Vocals Guest
Tommy Denander : Guitar Guest
Joshua Berkowitz : Guitar

 Tracklist
1. All I Never Wanted
2. Hear Me
3. Breathe in Water
4. Better
5. Taken
6. Superman
7. Island
8. Remember (I.O.U)
9. Real Life Fairytale
10. Far Enough
11. Shattered Life
12. Go

 

솔직히 이 앨범은 넥센 음반이 일률적으로 쎄일을 했기때문에 구매한 것이다. 물론 가격이 넘 착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알지도 못하는 앨범을 사는 위험(?)을 상쇄하고도 남는 먼가가 있었으니, 바로 보컬의 미모였다. 얼굴로 노래 부르는 것도 충분히 참아줄 수 있는 미모였고, 자켓도 아주~ 섹쉬했다. 노래 안 좋으면 눈이라도 즐거울 요량으로 구입한 것이라, 계속 방에 굴러다녀도 음악을 들을 생각을 안했다. 그냥 앨범을 흐믓하게 바라만 봤다~ ㅋㅋ

그러다가 어제 밤에 플레이시켜봤는데....오~~~ 이거 대박이다~ 인디고 다잉의 여자보컬 이름은 기사 뱃키(Gisa Vatcky). 목소리가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때 미트 로프의 백보컬에도 참여했단다. (한 때 미트로프의 열혈 팬이었다) 미트 로프뿐만 아니라 엔리케 이글레시아, 루이치 미겔, 플라시도 도밍고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여러 분야의 백보컬을 담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노래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 생긴 거와는 딴판으로 파워풀한 목소리가 하드락 뿐만 아니라 멜로디 파워 나 고딕 메틀에도 잘 어울릴 수 있는 목소리이다.

이 앨범은 여러 경력을 거쳐 자신의 밴드 올리버의 <Just Don't>를 제작하는 와중에 기사 배킷의 능력을 십분 끌어 낼 수 있도록 계획된 음반이다. 다분히 실험적이고 단발적인 이벤트 성격이 강한 앨범으로서, 스튜디오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음반이기 때문에 싱글 위주의 곡들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이 앨범에는 두 명의 걸출한 보컬리스트가 참여하여 앨범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바로 전 헬로윈의 보컬리스트 마이클 키스캐와 현재 로열 헌트의 리드 보컬을 맡고 있는 마크 볼스가 그들이다. (마크 볼스는 잉위 멈스틴의 라이징 포스, 링 오브 화이어, 코덱스 등을 거친 바로 그 보컬을 말한다)

멜스멜 팬이라면 이들이 보컬을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을 가질만한 앨범이다. 그런데 노래를 들어보면, 내로라 하는 유명 밴드의 실망스러운 앨범보다 훨씬 낫다. 수록된 12곡은 다채로운 영역을 아우르면서 빼어난 멜로디로 청자의 귀를 사로잡는다. 뉴메틀, 멜로딕 파워, 심포닉 파워, 하드락, 락발라드, 그리고 팝적인 감각과 얼터너티브한 요소까지~

너무도 다채로운 종합선물같은 앨범이다.

수려한 멜로디와 파워풀한 기사 뱃키의 목소리는 누구의 귀라도 충족시킬 수 있을 포스를 발휘하고 있다. 특히나 마이클 키스케가 참여한 'Breathe in water'는 이 앨범의 킬링 트랙으로 잊을 수 없는 멋진 곡이다.

비록 스튜디오 프로젝트로 계획된 음반이었지만 기대치를 훨씬 넘는 곡들로 채워져 있어 듣는 내내 뿌듯했다. 수록된 12곡 모두 버릴 곡이 하나 없다! 앨범을 통해 기사 뱃키라는 또 한명의 걸출한 여성 싱어를 알게 되어 고무적이다. 고딕이나 멜로디 파워메틀에서 기사를 프론트로 내세운 밴드를 곧 만나게 될 것 같은 예감이다~

킬링 트랙; 1, 3, 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유와 존엄을 넘어서
B.F.Skinner / 탐구당 / 1994년 3월
평점 :
품절


90년대 초반 미국의 저명한 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21세기는 심리학의 시대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심리학은 부지불식간에 우리 곁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조직관리에서부터 소비에 이르기까지 심리학의 응용분야는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급기야 몇 년 전에는 경제학에서 심리학을 접목시킨 이론으로 사이먼과 카너먼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이기적 유전자>와 <만들어진 신>이 지속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 책들의 저자인 리처드 도킨슨은 진화심리학의 계열에 속한 학자입니다.

더군다나 서점에 가면 교양 심리학 책들이 베스트셀러 목록을 점유하고 있음을 볼 때 심리학의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거 같습니다.


여기 심리학의 시대를 열 개 한 1권의 책이 있습니다. <자유와 존엄을 넘어서>(탐구당, 1994; 2008년 부글북스에서 재간행)는 20세기를 충격으로 뒤흔든 3권의 저서 중 한 권이라는 평가를 받는 문제의 저작으로서, 스키너를 심리학자를 넘어 사회사상가로 격상시켜준 기념비적인 책입니다.

스키너는 자신의 실험을 바탕으로 기존의 인간관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인간은 자유롭고 존엄한 존재가 아니라 단지 환경의 조작을 통해 바꿀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주장했습니다. 스키너의 이런 생각은 수많은 작가(특히 헉슬리)와 사회과학자들의 비판과 찬사를 동시에 받았습니다. 이 한 권의 책만큼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 온 저작도 드물 것입니다.

<자유와 존엄을 넘어서>는 스키너 철학의 정수를 담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닙니다. 책은 상당히 짜임새 있게 갖추어져 있습니다. 전반부는 자유와 존엄에 대한 일반적 가치관에 반대하는 기본적 입장을 개진(1장~3장)한 다음 행동주의 심리학의 이론들의 개념들이 이를 대체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4장~5장).

그리고 문화 재구성에 대한 주장을 펼치면서 사실과 가치를 구별짓는 오랜 철학적 관례에 반기를 듭니다. 가치판단을 행동과학의 영역에 속할 수 있는 하나의 주제(6장~8장)로 보았습니다.
후반부에서는 특히 조작적 조건화에 기반한 문화설계를 가능하게하는 지점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스키너는 마지막으로(9장) 이 문화설계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인간이 자유롭고 존엄한 존재라는 사상을 버리라고 말합니다. 인간이 조작적 조건화에 따라 강화받는 유기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일찍 깨달아 알때만이 진정한 자유를 획득할 수 있다는 부분으로 그의 철학적 대미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스키너에 따르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반복되는 것은 바로 행동의 원인을 의지나 성격, 정신 등과 같은 심리적인 내적상태에 돌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자유롭고 존엄한 존재라는 사고방식을 버리고 환경에 따라 어떻게 적응해 가는지 그 작동기제를 이해할 때만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간의 행동이 바뀌려면 가치 교육을 강화시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바꾸는 그 강화조건을 통제할 때만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스키너의 생각은 심리학과 교육학에서 뿐만 아니라 여타 학문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의 조작적 조건화와 그의 이론을 기반으로 한 사회공학적 설계는 사회를 변혁시키고 사람들을 변화시키며 환자를 치료하는데 탁월하게 응용되고 있습니다. 스키너의 이론은 그냥 알고서 넘어가는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는 것이 각종 실험을 통해 증명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키너 사상을 인간 사회를 변화시킨 4대 혁명적 사상으로 보는 학자들이 꽤 있습니다. 코페르니쿠스에서부터 시작해서 프로이트와 마르크스를 지나 마지막으로 스키너를 그 위치에 넣습니다. 스키너가 과연 그런 평가를 받을 만한 학자인지 책을 통해 확인해보는 것도 흥미로는 일 아닐까요~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herion - Lemuria / Sirius B
데리온(Therion) 노래 / 드림온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세리온에 의해서 고대 문명사가 장엄한 대 오페라 서사시로 재탄생한다. 그리스-로마 신화와 이집트 신화에 바탕을 두고 잃어버린 문명에 대한 향수를 음악으로 복원하는 세리온의 불멸의 컨셉 앨범 Remuria! 그 어떤 수식어로도 이 앨범의 가치를 제대로 표현할 수가 없다.

이런 앨범에 대해서 왈가왈가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개인적으로 장엄하고 화려한 사운드를 직접 귀로 체험하라는 말밖에~ 그래도 몇자 끄적여 그 감동의 여운을 조금이라도 잡아보자한다.



앨범이 특이하게 SiriusB와 Remuria 두 장으로 발매되었다. 2004년에 나온 것을 나는 최근에야 구하게 되었는데, 전에는 이런 계열의 음악이 있는지조차 모를 때였다.

올 겨울, 우연찮게 블로그에서 2007년 헝가리 미슈콜츠 국제 락 페스티벌 공연을 보게 됐다. 엄청난 사운드를 들려주는 뮤지션이 바로  Theorion이었다. 이것이 바로 쎄리온 음악에 빠지게 된 계기였다. 정말 그들이 하는 음악은 락과 메탈의 경계를 횡단하여, 클래식 그것도 오페라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었다.

쎄리온은 그냥 그런 메탈 밴드가 아니었다. 밴드의 주축 멤버들이 클래식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락과 메탈, 그리고 클래식과 오페라의 크로스오버를 시도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매번 발표하는 그들의 앨범은 매우 체계적이고 정제된 음악을 들려준다.

세리온의 공연에는 반드시 오케스트라와 대규모 합창단이 가세하는데, 밴드의 주축인 크리스토퍼 요한손과 토마스 칼슨이 곡을 그렇게 쓰고 있기 때문이다. 4명의 밴드 멤버, 완편된 오케스트라, 4명의 클래식 솔리스트 그리고 2인에서 4인의 락 보컬리스트들은 분리와 종합의 원칙에 맞춰 곡을 표현해 낸다.

곡의 처음은 소프라노나 테너 솔로로 시작하고 중반이후 솔리스트들의 중창과 합창단의 코러스가 이어지면서 곡의 내용과 느낌을 전개한다. (라이브 공연무대에서도 이 원칙은 그대로 지켜지고 있다.) 비슷한 음악을 들려주는 다른 뮤지션들(해거드나 라크리모사 등)과 달리 이들은 연주보다는 보컬의 비중이 커서 락오페라적 특징을 보여준다. 앨범에 함께 들어있는 사진과 가사를 보면 영락없이 장대한 오페라를 감상하는 것과 같다.

이제, 앨범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 전체적으로 봤을 때, <SiriusB>는 싱글 위주의 완성도 높은 곡들로 채워져 있고, <Remuria>는 에픽적 요소가 부각되어 있다. 두 장의 앨범이 합본 형식을 띠고 있지만 자켓도 다르고 음악적 색깔도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하나로 느껴진다! (리뷰는 레무리아만 다루도록 하겠다~)

<Remuria>부터 들었는데,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쎄리온의 이전 앨범에 비해서 사운드가 그리 강한 것은 아니지만 공격적인 곡들이 눈에 띈다. 1번과 3번 트랙이 그렇다. 강한 기타 리프가 특징인 곡들인데, 오랜만에 크리스토퍼의 거친 그로울링을 들을 수 있어 무척 반가운 곡이었다.

1번 트랙은 강한 기타 리프와 함께 소프라노와 테너의 중창으로 시작된다. 코러스 부분에서 크리스토퍼의 그로울링을 들을 수 있다. 이 트랙은 타이폰을 노래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그 타이폰 말이다. 어깨에는 용의 머리가 100개 나고 무릎 밑은 몸을 서린 독사의 형체를 한 타이폰이 신들이 창조한 왕국의 사원들을 파괴하고 있다는 내용이기 때문에 공격적 리프에 맞는 그로울링이 반드시 필요했다. 강하지만 수려한 멜로디 내에서 클래식 파트의 중창과 그로울링의 대비는 곡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시켰다.

2번 트랙은 이 앨범에서 가장 이질적인 느낌으로 들은 곡이다. 한 사람에 대한 어떤 상징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내용인것 같은데 가사 자체가 비유와 비약이 심해서 좀 난해하다. 약간 아라비아 풍의 사운드도 간간히 들리는데, 멜로디 라인은 이 앨범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감이 있다. 하지만 기타 연주 부분이 매우 훌륭했다. 한 가지 신선했던 점은 남녀 혼성 합창이 끝나고 매츠 레빈의 솔로가 이어지는 부분이다. 보통은 거꾸로 해야 하는데, 코러스를 매츠 레빈 솔로로 들으니 색다른 맛이었다. 더군다나 마지막에 스크리밍까지~! 전체적으로는 1번 트랙처럼 공격적인 리프를 많이 사용하는 곡이지만 몽환적이고 신비적인 느낌도 있어, 아마도 예언을 담은 메시지 때문일 거라고 생각해 본다.

3, 4번은 독특하게 구성된 에픽 트랙이다. 4-5세기 경(게르만족이 이동하는 시대), 고딕 종족의 로마제국 침공을 다루고 있는데, 이 역사적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사운드에 담아 빼어나게 전달하는 곡이다. 고딕 종족의 왕 버릭은 그들의 무리를 모아서 당시의 기독교 제국인 로마를 침공한다. 용맹한 이교도인 고딕 종족이 세 대의 배에 나누어 타고 바다를 건너는 동안 기독교 제국은 공포에 떤다는 내용이다. 고딕 종족은 이를 성전(聖戰)으로 묘사하며 진군가를 부르는데, 바로 이 부분이 음악적 환타지로 장대하게 펼쳐진다. 4번 트랙은 결국 이 성전에서 고딕 종족이 승리했음을 보여주는 찬가이다. 짧지만 긴밀하고도 압축적인 곡의 구성이 장대한 서사시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멋진 트랙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쎄리온 음반을 통틀어서 가장 인상 깊은 에픽 서사라 생각한다.

5번 트랙은 이 앨범의 타이틀곡인데, 왜 이곡으로 타이틀을 정했는지 충분히 공감하는 트랙이다. 그만큼 앨범의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 아름답고도 애절한 선율이 깊은 내면을 어루만지는 서정미의 절정을 보여준다. 레무리아는 고대에 찬란히 빛났던 지혜의 도시였다. 그런데 그들의 망각에 의해 아틀란티스와 뮤 대륙처럼 바다에 삼켜졌다. 크리스토퍼 존슨과 피터 칼슨은 이 찬란했던 고대 도시의 위대함을 서정적이고 매혹적인 음악으로 구현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몽환적이고 서정적이면서도 헤비함을 잃지 않는 사운드와 알토 솔리스트의 보컬은 매혹적인 가사를 절묘하게 담아낸다. 가사의 상징성은 고대 도시의 가치와 인간 내면의 가치가 충분히 유비될 수 있게끔 구성되어 있어, 듣고 있으면 가슴 한끝이 아련해진다. 찬연히 빛났다가 바닷속에 가라앉은 레무리아처럼 지난 날 자신이 가졌던 꿈과 희망이 세월이라는 풍파에 가라앉았음을 상기하게 된다. 듣고 있으면 내 속에 잃어버린 레무리아를 찾고 싶어진다.  

6번 트랙 역시 헤비한 사운드 이면에 흐르는 바이올린 선율과 혼성 합창단의 웅장함이 돋보이는 곡이다. 고대 마야 문명의 예언을 담고 있는데, 코러스에 스페인어로 번역된 가사까지 곁들여 있다. 트랙의 타이틀인 QUETZALCOATL이 뭔지 하도 궁금해서 가사를 유심히 봤다. 분위기상 어떤 전설상의 짐승인 것 같다. 이 곡의 내용도 참 독특하다. 어디서 이런 소재를 가져오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어느 날 마야 달력의 동지가 되면 지옥으로 가는 문이 열린단다. QUETZALCOATL을 타고 당신은 또 다른 어느날에 이르게 되는데, 그때는 염소자리가 세계를 변화시키는 2012년에 이르게 된다. 마야의 예언은 성취될 것이라는...그런 내용. 얼마 전 개봉한 영화 <2012>도 마야의 예언에 힌트를 얻은 것이라 한다. <2012>영화에 이 화려하고 웅장한 QUETZALCOATL곡이 배경음악으로 깔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7번 트랙의 타이틀은 스웨덴신비주의철학의 꿈.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세레나데 풍의 멜로디가 로맨틴하고 신비스런 느낌을 한껏 드러낸다. 특히 코러스 부분이 압권이다. 남자 보컬이 섬세하게 한 소절을 부른 후 바로 여성 합창단이 받쳐 부르는데, 너무나도 감미롭다. 부드러운 멜로디라인에 기타리프 그리고 혼성 보컬의 어울어짐이 마음을 달래준다.

이어지는 8번과 9번 트랙은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쎄리온의 음악을 들어온 사람이라면 대번 쎄리온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는 싱글들이다. 헤비함 사운드 속에 서정성을 극대화시키는 소프라노 보컬과 합창단의 코러스는 지극히 체계적이고 정제된 면을 들려준다. 이 두 곡의 가사도 미학적으로 매우 뛰어나다. 8번 특랙은 서사적이고 심미적인 면이 부각되고, 9번 트랙은 이교도적이고 주술적면이 두드러진다. 각각 그리스 신화와 구약을 모티브로 삼은 가사인데, 듣고 있으면 섬세함과 강렬함의 조화로부터 오는 카타르시스를 체험할 수 있다.

마지막 트랙은 프로메테우스 신화의 내용을 노래하고 있는데, 독일어로 씌어져 있어 해독이 불가능하다. 쎄리온이 발표하는 음반을 보면 항상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다양한 언어로 가사를 쓴다는 것이다. 영어, 독일어, 스웨덴어, 스페인어는 물론이고 라틴어와 그리스어까지 차용하고 있다. 내용도 온통 고대문명/종교를 기반으로 한 신화와 전설로 구성한다. 이러한 쎄리온의 음악적 기조는 이 앨범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는데, 1번 트랙부터 마지막 10번 트랙까지 이 기조에서 벗어나는 곡은 단 하나도 없다.  
10번 트랙은 강한 기타 리프와 장중한 심포닉한 면이 잘 어울리는 멋진 곡이다. 무엇보다 앨범에서 유일하게 저음의 베이스 솔리스트 보컬을 들을 수 있는 트랙이다. 베이스 보컬로 인해 곡의 장엄함이 한껏 부각되어 프로메테우스의 내면적 고뇌를 잘 형상화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10개의 트랙을 듣고 있으면 락음악을 듣고 있는게 아니라 환타지 오페라를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2004년 <레무리아>에 바쳐진 각종 찬사가 허풍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그야말로 쎄리온의 음악은 말로 형용할 수가 없다. 클래식에 대한 깊은 이해, 강렬함과 부드러움의 조화, 청중을 사로잡는 체계적이고 정제된 곡의 구성력, 다양한 음색 그리고 신화와 전설을 재해석하는 이야기들로 펼쳐지는 <레무리아>. 10곡은 그야말로 쎄리온의 면모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심포니 락오페라의 회랑이다. 고딕의 서정성, 데쓰의 부루털함, 말러 교향곡의 웅장함, 라흐마니노프의 깊고 장중한 분위기 그리고 바그너의 오페라까지!

이 앨범을 듣고 나면 다른 어떤 음반도 당분간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쎄리온이 전해주는 쓰나미 같은 음악의 감동을 느껴보시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