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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가 끝나는 즉시 나는 조명을 사러 신림역 부근에 가야했다. 이상하게 생긴 전구 때문이다. 전에 살던 신림동 지역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던 전구가 화곡역 주변에서는 좀처럼 구할 수 없는 거라.
전구를 사고 보니, 눈에 알라딘 중고서점이 보인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리가 없지.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서 둘러보기만 했는데 10여권을 미친듯이 담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몇 권을 추렸음에도 3만원이 넘었다.
어쩌랴...더 이상 뺄 책도 없으니 그대로 결제를 하러갔다. 알라딘 직원이 계산을 할 찰라, 적립금 쓰시겠어요? 라고 묻는다. 헛! 이게 무슨 말?! 보니, 적립금이 2만원이나 있었던 거다.
순간, 내가 뭐라 그랬나면(지금 생각해도 멍청하다), "적립금이 있을 턱이 없을 텐데...기게가 미쳤나 봐요?" 그랬더니, 직원이 무표정하게 또 묻는다. 적립금 쓰시겠냐구. 당연히 적립금을 쓰고 마일리지를 더해 1만2천원만 현금으로 냈다.
곰곰 생각해보니, 2만원 적립금은 이달의 당선작 당첨밖에는 생각나는 게 없었다. 잽싸게 알라딘 서재에 접속해서 보니, 아니나 다를까 페이퍼가 당첨돼 있었다. 좀 많이 찔렸다. 몇 주 전에 알라딘 당선작에 대해 쥐럴을 해 대는 글을 썼는데, 남우새스럽게도 당첨이라뉘...
근데, 이런 생각도 잠시, 속은 쾌재를 불러대고 있었다. 적립금 2만원이 이렇게 달콤했던 적은 없었다. 진짜다!

2
연휴에 광화문 교보에 가 보고 놀란 것이, 교보가 어마무시한 통나무 책상을 매장 한 켠에 놓았다. 좋은 의자도 구비해 놓았다. 언뜻 보면, 이게 도서관인지 서점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곳곳에 1인용 책걸상을 갖다 놓아 사람들이 책읽기에 여념이 없었다. 호! 이런 경사가!! 자주 애용해야 겠다는 결심을 했더랬다.
3
간만에 교보에 간 김에 읽을 만한 신간이 없나 두리번 거렸다. 딱히 눈낄을 끄는 게 없었다. 헌데, 팟캐스트에서 일찍이 들었던 '지대얕'이 책으로 나와 있었다.
뒷북인듯한데, 놀라운 건 이 책이 팔린 부수다. 무려 240쇄를 찍었다. 인문학 책이 말이다! 채사장이라는 저자의 첫 저서라는데, 처녀작이 이 정도의 대박을 터뜨린 일은 전무후무한 것 같다.

인문학의 진입장벽을 대폭 낮춰준 쉬운 서술 덕분일텐데....우리 사회에 인문학에 대한 잠재적인 수요층이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인문학은 진짜 교수법이 중요한 듯. 인문학 원전을 누가 중학교 수준의 눈높이로 설명하느냐가 저변확대의 시금석일 거란 생각이다. 이 책의 판매 부수가 이걸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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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비가 왔다. 어제는 중요한 미팅 건이 있어 기업체 중견 간부를 만나야 했다. 무척 중요한 일이라 옷 입기에 신경이 쓰였는데, 그냥 그레이로 밀어 붙여 보았다. 대신 신발과 가방 그리고 우산을 검정색으로 통일했다. 결과적으로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준 거 같아 뿌듯하다~

블레이저 : 더반(일본산) 25,000원
팬츠 : 닥스 25,000원
슈즈 : 그 엔날의 레오파드 가죽 레이스업 슈즈 10,000원
머플러 : 아놀드 바시니(이태리산) 3,000원
카디건 : 유니클로 퓨어울 카디건 10,000원
가방 : 쌤소나이트(미국산) 30,000
우산 : 5,000원
양말 : 동생이 갖다준 닥스 양말(가격 몰름)
총 10만 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