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말그대로 책의 쓰레기 더미에서 건진 명저들입니다. 송파구에서 살던 시절, 아파트 쓰레기 가져가는 날을 살펴 늦은 저녁이나 이른 아침에 한바퀴 돌면 책의 더미들을 간혹 만날 수 있습니다. 아파트 관리자분에게 잘만 말하면 거기서 책들을 선별해 올 수 있었지요. 한 번 돌면 수십 권 정도는 얻어 올 수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제 서재에 꽃혀 있는 책들 중 일부는 그 시절 데려온 것입니다. 대표적인 책들을 꺼내면 이렇습니다.

 

 

 

 

 

 

 

 

 

 

 

 

 

 

 

 

 

 

 

 

 

 

 

 

 

 

 

이 외에도 피터 드러커의 <새로운 현실>(시사영어사 판)이나 중앙일보사의 세계문학전집도 있습니다. 쓰레기장으로 직행하기 직전 건진 책들입니다. <철학 에세이>는 명저라고 말하긴 좀 뭐하지만, 그래도 금까지 출간되고 있는 걸 보면 괜찮은 책임에는 틀림 없는 거 같아 요기 끼워봤습니다. 더 많지만 알라딘 이미지가 뜨지 않아 요정도만..

 

아파트 쓰레기 집결지는 아니지만 황학동 헌책방에서 가판대에 놓고 파는 1000원 짜리 책들이 있습니다. 먼지가 뽀얗게 앉은 책들인데, 잘만 고르면 정말 대박인 책들을 고를 수 있습니다. 명저들이 숨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나중에 서점 사장님들에게 물어보니, 잘 팔리지 않은 책을 빨리 처분하고자 울며 겨자먹기로 내놓는다는 군요. 여기서 건진 명저들이 꽤 많습니다. 이런 책들이죠.

 

 

 

 

 

 

 

 

 

 

 

 

 

 

 

 

 

 

 

 

 

 

 

 

 

 

 

 

 

원래 <마지막3분>은 사이언스북스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동아출판사에서 '사이언스 마스터즈'시리즈로 기획한 책 중 첫 번째 권이었습니다. 황학동에서 1권 <마지막3분>과 함께 6권을 구입했지요. 구입하고 이 시리즈를 10권 쯤 모았을 때, 출판사가 두산동아로 바뀌더니 얼마 있어 모든 시리즈가 사이언스북스로 넘어갔습니다. 그리고는 판형이 줄어들고, 일부 목록이 교체되어 새롭게 출간된 시리즈가 사이언스북스의 '사이언스마스터즈' 시리즈입니다. 어쨌든 저는 절판된 동아풀판사(두산동아)로 모았기 때문에 사이언스북스판은 구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황학동에서 입수한 타타르키비츠의 <미학의 기본개념사>는 미진사판입니다. 나중에 이론과실천사판 <여섯 가지 개념의 역사>를 구입했는데, 같은 책이더군요. 어쨌든 완역된 책을 보시려면 미진사나 이론과실천사 판을 구해서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알라딘 중고서점에 간혹가다 출현하곤 합니다.

마지막으로 햄린의 <형이상학>과 <인식론>을 각각 1000원에 데려왔지요. 철학에 관심 있는 분들은 햄린의 책을 꼭 보시기 바랍니다. 매우 명쾌하고 쉽게 서술되어 있어 어려운 이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흙서점에서 1000~2000원 정도로 데려온 세계 문학 명저들이 있습니다. 절판된 명저들이 많아 알라딘 이미지가 뜨지 않는 책들이 많습니다. 알라딘 DB에서 확인 가능한 목록들을 꺼내봤습니다.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법>(솔)이나 에드거 알렌 포우의 <검은 고양이>(혜원출판사) 그리고 줄리아 크레스테바의 <사무라이>(솔) 등의 책들은 흙서점 1000원 코너에서 데려온 명작들입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흙서점에서 데려온 최고의 절판 명작은 예전에 장원에서 '프랑스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10권 하드커버로 나온 시리즈가 있습니다. 이걸 권당 1000원에 데려온 것이 최고의 행운이었습니다. 지금은 구경할 수조차 없고 일반 도서관에서도 볼 수 없는 시리즈입니다. 정말 걸출한 프랑스 작가들의 엄선 작품이었는데, 당시는 하나도 모르고 시리즈가 있어 냉큼 데려왔는데, 지금 보니 정말 대단한 작가들(제라르드 네르발, 프랑스와즈 랄레 조리스, 에르베 바쟁, 드디 디드로, 싸드 등)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인것 같습니다. (불문학은 잘 몰라서..)

 

황학동 서점들이나 흑서점이나 헌책방의 1000원 코너는 그야말로 책의 쓰레기 더미 같습니다. 먼지 속에서 뒤져야 명저들을 발견할 수 있으니, 아파트 쓰레기 집결지와 별반 다르지 않은 거 같습니다. 거기서 저런 책들을 데려 올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도 재밌습니다.

 

요즘은 황학동이나 흙서점을 잘 가지 않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가지만 예전처럼 명저들을 발견할 확률이 매우 낮습니다. 그 대신 알라딘 중고 서점을 적극 이용합니다. 검색시스템이 잘 돼 있어, 검색해서 알라딘 중고서점을 돌아 보면 절판된 책을 착한 가격에 데려올 수 있기 때문이지요. 황학동이나 흙서점보단 좀 비싼 편이지만 그래도 만족할 수준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아름다운 가게의 헌책 가격이 대폭 오른 점입니다. 예전에는 500원 1000원에 명저들이 즐비했습니다만, 이제는 좋은 책들도 별로 없고 명저들이 있다 하더라도 알라딘 가격보다 비쌉니다. 차라리 알라딘에서 사는 게 더 싼 상황으로 변했지요. 여러모로 아쉬운 변화입니다.

 

새 책보단 헌책, 그것도 절판된 책을 주로 찾아 다니니 요즘 신간 정보에 더욱 어두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도 가끔 대형 서점에 가서 둘러 보는 편인데, 그리 땡기는 책들이 없어 보입니다. 그래도 신해철 유고집은 반디 문고에서 앉아서 다 봤다지요. 읽으면서 웃기도하고 눈물이 핑 돌기도 했지요. 개인적으로 애증해 마지 않았던 아티스트였습니다. 신해철 유고도 제겐 명저 반열에 넣고 싶군요. 워낙 사랑과 증오가 교차했던 인물이라..

 

 

 

 

 

 

 

 

 

 

 

 

책을 정리하다가 보니, 책 하나하나가 구입한 경로가 생각나길래 페이퍼로 써 봤습니다. ^^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5-02-05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대박인데요. 크리스테바의 소설을 1000원으로 득템하시다니! 중고샵에서는 <사무라이> 두권짜리를 묶어서 0 하나 더 붙여 팔더라고요. 노이에자이트님이라는 알라디너께서도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다가 쓰레기 더미 속에서 좋은 책 몇 권을 찾는 분으로 기억해요. 저는 아파트 단지에 살지 않지만, 가끔 아파트 주변을 지나가면 쓰레기 더미 있는 곳을 기웃거려요. 혹시나 건질만한 책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그런데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책을 버리지 않더군요. ㅎㅎㅎ

yamoo 2015-02-08 16:51   좋아요 0 | URL
그쵸...크리스테바...대박 맞습니다..ㅎ 노이에자이트님이 예전에 페이퍼 쓰셨던 기억이 납니다..아파트 주변에 책이 나오는 날이 있습니다. 잘 노리고 가야 합니다..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5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만큼은 눈치 안 보고 줍습니다.

yamoo 2015-02-08 16:51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책을 눈치보고 줍는다는 건 좀 거시기한 일입니다. 걍 닥치고 주워야 합니다..ㅋㅋ

oren 2015-02-05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트러스트>는 표지 디자인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책 내용만큼은 기가 막히게 좋더군요. 특히 한국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은 한국 사람이 읽어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던 기억도 나네요. 피터 드러커의 <새로운 현실>은 이젠 정말 책 이미지조차 뜨지 않네요. <방관자의 시대>,<단절의 시대>,<자본주의 이후의 사회>,<Next Society> 등이 한 때는 베스트 셀러로 시대를 풍미할 때도 있었는데, 그게 벌써 다 옛 일이 되고 말았군요. 드러커씨 약력을 다시금 보니 어릴 때부터 프로이트, 슘페터, 토마스 만 등과도 자주 만났다고 나오네요. 우린 그런 줄도 모르고 (우리가 그의 책을 읽을 때만 해도) 우리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 쓴 책을 읽고 있다고 여겼는데 말이지요. 이젠 저자도 죽고, 단골 번역자도 이미 고인이 되고 말았으니 뭔가 `단절`을 느끼지 않을 도리도 없겠다 싶네요..

yamoo 2015-02-08 16:54   좋아요 0 | URL
트러스트를 읽어보니 저도 오렌님과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도 괜찮았습니다. 후쿠야마 책을 리스트로 짜서 읽어야지...했는데, 어느 순간 관심에서 멀어져 있더군요..ㅎ

드러커의 책들도 꽤 많이 읽었는데, 지금 생각나는 건 거의 없습니다. 그의 책은 대체로 비슷비했던 거 같아요..하지만 드러커 만큼 다방면에 걸쳐 쉽게 책을 쓴 경영학자는 매우 드문듯합니다~

카스피 2015-02-06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아파트 단지 기웃거리며 책을 몇권 주운 기억이 나는데 문제는 보통 밤에 가야하기에 순찰하는 관리어저씨 눈치가 보여서 힘들더군요ㅜ.ㅜ

yamoo 2015-02-08 16:55   좋아요 0 | URL
그냥 아저씨 음료수 하나 찔러주면 만사 오케입니다~ㅎㅎ 맘껏 골라가라 합니다..ㅎ 관리아저씨를 잘 구워삶아야 합니다~~

페크pek0501 2015-02-09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 있게 읽게 만드는 페이퍼네요.
앨빈 토플러의 <권력 이동>을 읽었던 시절이 떠올라요.
그 시절, 유명한 책이었죠.
<구토>도 보니 반갑네요. 읽고 실망했던 기억이...
책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로워요. ^^


yamoo 2015-02-10 21:00   좋아요 0 | URL
그쵸,,,권력이동은 이제 고전이 된 거 같습니다..ㅎ
<구토>같은 경우는 읽고서 매우 고무됐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르트르의 철학적 파편이 도처에 있어서 꽤 의미있었습니다. <존재와 무>를 읽는 입문서나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했습니다.ㅎ <구토>를 읽고 어떤 점에서 실망하셨는지 무척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