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작년에 비해 올해에는 좀 더 발전된 한 해가 되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런 기대를 해 보게 된다.
올해엔 서재 활동도 좀 열심을 내야 겠다. 게으름을 조금 걷어 내려면 좋아하는 거에 집중해야 하는데, 서재에서는 책 얘기와 함께 내 옷 스타일에 대한 얘기도 늘어 놓아볼까 한다.
서재에 옷 얘기라니, 좀 엉뚱한 면이 없지 않지만 서재 포스팅을 늘리려면 이것밖에 없는 듯하다. 하이드님 서재를 보면 플라워에 대한 포스팅이 상당수를 차지하는데, 나도 하이드님의 서재 활동을 본 받아야 겠다. 서재에 꽃 애기가 정말 많은 호응을 받고 있으니!!
나는 뭐, 옷으로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그냥 옷을 책만큼이나 좋아해서 날마다의 옷 차림에 대한 얘기를 주절거려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하이드님의 페어퍼와는 질적으로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시도 하는 건 상대적으로 포스팅을 많이 할 수 있어서다.
주로 데일리 룩에 대한 착장 사진과 그에 대한 내 짧은 느낌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내가 이 무모한 짓을 하는 데에는 드라마 '미생'에서 뜬 강소라가 아주 혁혁한 공헌을 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드라마 미생을 딱 3편 봤다. 중간에 1편 후반부에 1편 그리고 마지막편. 미생 마지막편을 보고 얼마 안 있어 강소라 드레스라는 게 화제가 됐었다. 강소라가 무슨 어워드 시상식 상에 갔나 본데, 거기서 입은 미니 드레스가 나중에 H&M의 3만 9천원 짜리 드레스임이 밝혀진 거다. 청중 대부분은 명품 옷이라 생각한 바로 그 옷이!
(왼쪽에 강소라가 입은 푸른 드레그사 3만9천원 짜리 H&M 드레스. 오른쪽 명품 드레스와 비교해도 전혀 빠지지 않는 자태를 드러낸다.)
이후에 H&M에서 강소라 드레스가 최단 시간에 완판 됐다는 후문. 강소라가 개인적으로 사서 입고 간 거라, 강소라 스타일리스트가 매우 미안해 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단다. "브랜드와 상관없이 언제나 배우를 돋보이게 하는 의상을 선택해야.."
내가 추구하는 바와 완전히 일치하는 말이 강소라 스타일리스트의 입에서 튀어 나왔다는 게 좀 재밌었다. 스타일리스트가 강소라에게 미안해서 일종의 자기 합리화를 위해 한 말처럼 들렸지만 이 말은 모든 배우들이, 아니 모든 사람들이 새겨 들었으면 하는 말이었다.
3만 9천원 짜리 옷을 명품옷처럼 보이게 입는 그 스타일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가치다. 아무리 수 백 만원 짜리 옷을 걸치고 명품 백을 들었다하더라도 사람드리 시장 바닥에서 산 것처럼 생각한다면 돈을 시궁창에 버리는 것과 매한가지가 아닐까.
그런데, 이런 상황은 남 얘기가 아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친구들과 대다수의 옷에 무지한 남성들에 대한 애기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별로 좋지도 않은 수트를 백화점에서 100만원을 주고 사서 입고 다닌다.
근데, 그 수트가 정말 100만원의 가치가 있는 줄로 생각한다. 항상 그 브랜드를 입으면 기분이 달라진단다. 내가 수트에 대해 뭐라 하면, '이게 어느 브랜드껀데..'하면서 비싼 가격을 들먹인다. 그 수투가 20만원 정도밖에 안한다는 걸 그들은 진정 모른다.
남성 잡지를 펴도 거기 실려 있는 남자의 물건들은 겁나게 비싼 것들 뿐이고, 패션 블로거란 사람들이 운영하는 자신들의 룩을 봐도 비싼 것들 뿐이다. (물론 멋지다!) 남성 잡지에서 소개된 물건들보다야 저렴하지만 패션 블로거들이 자신들의 룩이라고 선보이는 사진들을 보면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사실 유명 패션 블로그를 보면 한 포스팅 당 수십개의 덧글들을 볼 수 있다. 인기 블로거이다 보니 추종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이들 덧글들을 보면 각 아이템들의 브랜드들을 열거하며 서로 멋지다고 난리다.
예를 들어 패션 블로그의 모 브랜드 구두 포스팅을 보며 자기(덧글을 달고 있는 자신))도 있는데, 너무 좋단다. 밑의 덧들들은 이에 조금씩 덧붙인다. 이 슈즈의 라스트는 예술이라는 둥 브로그가 치밀하다는 둥 가죽 색깔이 죽인다는 둥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둥 찬사를 늘어 놓는다.
근데, 이 구두의 가격은 100만원 가까이(세일 해서 80에 아주 합리적으로 구매했단다) 된다. 블로그의 주인장들은 이런 구두 자랑을 일 주일에 한 두 번씩 한다. 정말 능력자다. 상속자이거나 자기 부모가 갑부가 아니고서야 20 후반의 나이에 이런 구두를 몇 십 켤레씩 소장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일반 샐러리맨들로서 반갑지 않은 이유를 알 것이다. 구두 100만원, 자켓 80만원, 코트 100만원..일반 샐러리맨들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어느 잡지, 어느 블로그를 돌아다녀봐도 남성 클래식 사진 속 착장 물건들은 쉽게 구입할 수 없는 가격대들이다.
그들의 스타일 사진 속 아이템들을 모두 구입한 비용은 대체로 100~200만원 사이다. 200을 훌쩍 넘는 스타일 사진도 많다. 일반 월급 쟁이 남자가 감당하기에는 턱 없이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들의 룩을 추종하면서 비싸면 다 좋은 것인 줄 안다. (물론 비쌀수록 값어치는 한다.)
나는 이런 패션 블로그를 보며 그들과 비슷한 것을 사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남성들에게 그렇게 살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 친구들에게 백화점 매장에서 수트를 구입하는 걸 말리고 싶다. 더군다나 백화점 매장 가격이 1/5이 그 옷의 적정 가격임을 말려주고 싶다.
그래서 나는 이 서재에다가 내 스타일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옷에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멋져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내가 이런 방자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을 하는 이유는 이렇다.
나는 내 스타일이 맘에 든다. 시간을 들여 재미있게 선택한 내 옷차림을 사람들이 좋게 봐주기 때문이다. 나와 만나는 사람들은 언제나 내가 고른 것들을 모두 좋게 봐주고 어디서 샀냐고, 어디 브랜드냐고 묻는다.
하지만 내가 입고 걸치고 드는 것들은 모두가 아주 저렴한 것들 뿐이다. 대개가 3-5만원 정도이다. 하지만 백화점에서 사서 착장할라고 하면 적어도 50~100이상은 줘야 하는 것들이다.
나는 싼 물건도 비싼 물건 못지 않게 멋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데일리 룩'이란 걸 포스팅 해 보고 싶은 거다. 숏다리이고 패션 블로그들에 비해서는 비교 불가능할정도로 열등하지만, 저렴한 옷들도 얼마든지 매력적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다.
200만원 짜리 풀 착장은 멋지다. 하지만 너무 과도하지 않은가. 20만원으로도 그 비슷한 스타일을 낼 수 있다면 나는 그게 패션 스타일에서 '오캄의 면도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더 적은 비용으로 비슷한 스타일을 갖는다는 건 확실히 그렇지 않은 것에 비해 더 낫지 않은가 말이다.ㅎ
작년에 수트 착장 사진을 올린다고 했는데, 날씨가 따뜻해서 셀카를 찍어 봤다. 옷을 바닥에 펼쳐 놓을 때가 입었을 때보다 더 아름답다는 걸 새삼 느낀다. 데일리 룩을 포스팅 할 예정이라 그 시작을 이 사진으로 골랐다. 뭔가 많이 아쉬워 룩 하나를 더 올려본다.
약속했던 팔질레리 원단으로 맞춘 수트다.
워낙 비율이 안 좋아, 더욱이 핸펀 사진이라 구리지만
그래도 착장 사진을 찍어 봤다. 25일 전후로 날씨가
따뜻하여 저런 차림으로 나가도 춥지 않았으니..
수트 : 이전에 말한대로 총60
슈즈 : 모 사이트에서 단돈 6.0에 구입한 스웨이드 더블 몽크 스트랩
양말 : 유니클로. 세일할 때 1켤레 1000원 주고 구입.
패딩 베스트 : 오렌지 팩토리에서 구입한 것 3.5
머플러 : 작년 스트릿 사진에서 밝힘
빨강 더플 코트 : 일본 빈티지 매장에서 3.5주고 구입
안에 입은 자주색 자켓형 베스트 : 일본 빈티지 사트에서 가격 후려칠 때 2.5에 구입
안에 입은 베이지 숄 카라 카디건 : 요즘 H&M에서 1.9에 세일 중
이너로 입은 얇은 터틀넥 : 플로렌스&프레드 1.5
작은 윈도 페인 팬츠 : 11월 명동 에이랜드 구제코너에서 득템 3.5(유나이티드 애로우)
머플러 : 계속 재활용..ㅎㅎ
슈즈 : 5년전 옥션에서 켤레 당 7천원에 가격 후려칠 때 산 것. 타탄 체크라 회색과 빨강을 샀는데, 현재 빨강만 건재하고 회색은 2년 전에 떨어져서 버렸다.
흠...그러고 보니 총15도 안 되네..
덧
지난 한 해 제 서재를 방문해 주시고 좋은 댓글로 나눔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천성이 워낙 게으른 관계로 일일이 서재 방문을 못하는 걸 용서하시길~
새해에는 바라는 것들을 성취하시고, 건강하고 즐거운 한 해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야무의 서재에 오시는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사진을 보시고...돌은 던지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