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고약한 책이다.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을유, 2016)3번 도전 끝에 드디어 완독했다. 진짜 덮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진짜 인내심을 갖고 봤다.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책세상, 2010)을 같이 읽고 있었는데, 두 책 똑같이 약간만 딴 생각을 하면 도대체 내가 무슨 내용을 읽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책이 어렵고 난해해서 그런게 절대 아니다. 번역이 진짜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다. <베르길리우스의 죽음>은 매우 난해하긴 하지만 번역이 거지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망상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따라가는 맛이 있었다. <아우스터리츠>? 번역이 그냥 헬이다. 이런 문장을 세계문학에서 볼 줄은 몰랐다.

 

일단 다음의 문장을 보자. 언뜻 보면 잘 모른다. 왜 문장들이 안 와 땋는지. 문장과 문체가 넘사벽이라 제발트라는 브랜드가 확립한 작가다. 그런데 한국어 문장은 그냥 비문(非文)이라서 이해하기가 힘들다. 다음과 같은 문장들이 지뢰처럼 흩어져 있다.

 

배들이 어슴푸레한 상태에서 갈탄이 타고 있는 동력 장치의 실루엣을 돌리는 것처럼, 석회색의 마름돌과 꼭대기가 톱니 모양인 냉각탑, 그리고 높이 솟은 굴뚝 위로 병든 색으로 줄무늬가 난 서쪽 하늘을 향해 연기가 깃발처럼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지요.” (223)

 

그리고로 이어진 부분을 보면 중요한 문장 성분이 빠져 있다. 문학임에도 불구하고 독일어 문장을 어찌나 해석을 열심히 했는지 해석문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심지어 91페이지는 무려 3번 이상 읽었다. 하도 이해가 되지 않아서. 이 심각한 문장들을 좀 살펴보겠다. 한국어 번역본을 완전히 망쳐놨다.

 

그 호수를 가로질러 흐른다고 했던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어요. 이 두 개의 강은 과거 성경에 기록된 홍수에서 몰락하지 않고 구조된 유일한 사림들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에반이 말해 주

었지요, 라고 아우스터리츠는 말했다. 기치는 발라 호수의 이쪽 끝에서 봉우리 사이의 낮은 부분을 지나 알폰 모데이크 계곡으로 나아갔지요. 산들은 높아지고 점점 더 철로 가까이 다가오다가 돌겔 초원을 향해 내려갔고, 그곳에서 다시 뒤로 물러나고 부드러운 비탈들은 피오드르처럼 넓게 육지 안으로 들어오는 모데이크 어귀에서 가라앉았어요. 우리가 느린 속도로 남쪽 해안에서부터 강력한 참나무 기둥 위에 놓인 거의 1마일 길이의 다리를 지나 다른 편으로 건너가서, 오른쪽으로 만조 때면 바다에서 넘쳐난 강바닥과 왼쪽으로는 밝은 지평선까지 바머스만으로 기차를 타고 갈 때면, 나는 좋아서 어디를 보아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였지요. 아델라는 대부분은 검은 광택이 나는 작은 마차를 타고 바머스 정거장으로 우리를 마중 나왔고, 그런 다음 30분 정도 가면 안드로메다 별장 입구의 자갈길이 바퀴 밑에서 뽀드득거리며 여우색 조랑말이 멈취서고, 우리는 방학 동안 묵을 숙소에 내렸지요. 밝은 회색 벽돌 담장을 한 2층 집은 북쪽과 남동쪽으로는 그 자리에서 가파르게 낙차를 보이며 연결되는 로우어 레치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었지요. 남서쪽으로 반원 형태의 지형이 넓게 펼쳐져서, 시야가 앞 공간으로부터 돌겔 초원의 전체 길이로 난 강 어귀를 넘어 바머스까지 펼쳐졌지만, 이 장소들조차도 한편으로는 바위가 많은 돌출부 때문에, 다른 한편으로는 월계수 수풀 때문에 사람들의 거주지역이 거의 보이지 않는 파노라마에서 제외되고 있었지요.” (91)

 

유일한 사림들 : ‘유일한 사람이겠지. 이런 작은 조사들 때문에 이상하여 다시 읽기를 반복한다.

 

다시 뒤로 물러나고 부드러운 비탈들은 피오드르처럼 넓게 육지 안으로 들어오는 모데이크 어귀에서 가라앉았어요. : 비탈들이 어귀에서 가라앚았다는 말. 근데 비탈들이 피오르드처럼 넓게 육지 안으로 들어오는 모데이크 어귀에서 가라앉았다고 한다. 첨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몇 번 읽다 보니 대충 무슨 비유인지 알겠다. 활유법이란 게 있잖나. 그걸 우리말처럼 잘 다듬어 썼어야 했다고 본다.

 

안드로메다 별장 입구의 자갈길이 바퀴 밑에서 뽀드득거리며 여우색 조랑말이 멈취서고, : ‘멈춰서고가 두 번 걸린다. ‘자갈길이 뽀드득거리며 멈춰서고’, ‘여우색 조랑말이 멈춰서고등 두 개 모두 걸려 모호한 문장이 됐다. ‘뽀드득거리며에서 쉼표를 안 찍은 이유가 하나의 문장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면 중의성이 없게 바꿔야 한다.

 

2층 집은 북쪽과 남동쪽으로는 그 자리에서 가파르게 낙차를 보이며 연결되는 로우어 레치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었지요. : 2층 집이 로우어 레치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정보다. 문제는 그 다음 정보. 북쪽과 남동쪽으로는 그 자리에서 가파르게 낙차를 보이며 연결되는 로우러 레치 언덕이 어떤 언덕인지 도무지 상상을 할 수 없다. 왜 자꾸 ~~를 보이며 ~~하는 으로 연결하는 문장을 구사하는지 모르겠다. 문학에서 누가 저따위 문장을 쓰는지 모르겠다.

 

시야가 앞 공간으로부터 돌겔 초원의 전체 길이로 난 강 어귀를 넘어 바머스까지 펼쳐졌지만, : 시야가 바머스까지 펼져졌다. 깔끔하게 끝난 문장이다. ‘앞 공간으로부터 초원의 전체 길이로 난 강 어귀를 넘어를 주어 뒤에 붙여 넣으면 전체 문장이 어색해 진다. 한국어 문장을 구사하는 게 아니라 관계사 문장을 염두에 두고 해석 작업을 하니 문학적 번역이 되지 않는 거다.

 

사람들의 거주지역이 거의 보이지 않는 파노라마에서 제외되고 있었지요. : 거의 보이지 않는 노라마에서 제외된다? 이게 무슨 말일까? 모르겠다. 왜 이러한 문장으로 번역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91페이지를 여러 번 읽어야 했다. 빛나는 수사의 대명사로 회자되는 제발트가 이런 식으로 문장을 썼을리 만무하다. 진짜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읽는 느낌이었다. 조금만 딴 생각 하면 이상한 미로를 걷는 생경함. <아우스터리츠>가 이런 번역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어쨌거나 기차로 라인 계곡을 따라 내려갈 때면 내가 지금 내 생애의 어떤 시간에 있는지 알지 못했어요. 저녁 빛 사이로 나는 그 당시 다른 쪽 강변 위로 퍼져 가고 곧 하늘 전체를 관통하는 타오르는 아침 노을을 보았고, 오늘 라인 강 여행을 생각한다 해도, 이 두 번째 여행이 첫 번째보다 덜 끔찍하진 않았으며 머릿속에는 내가 체험한 것과 책에서 읽은 것, 떠올랐다가 다시 사라지는 기억들, 계속되는 이미지들과 그 속에 전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고통스럽고 눈에 보이지 않는 장소들, 이 모든 것이 뒤섞여 버려요.” (249)

 

참으로 더디게 읽어야 하는 책이다. 한 번 읽고 또 읽고. 주인공 아우스터리츠가 어느 순간 기억을 잃었다가, 장성해서 자신이 누구인지 차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은 파트릭 모디아노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와 비슷하다. 모두 자신의 기억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다. 하지만 파트릭의 소설이 훨씬 재밌고 인상이 오래 남는다.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는 쓰잘데기 없는 장소와 공간 그리고 건물에 대한 얘기가 너무 많다. 장소와 공간 그리고 건물이 2차대전 독일의 수용소 및 감옥과 연결되어 이 장소가 과연 과거의 나치 그 장소인지 확인을 해야 했다. 정말 지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재미는 없는 소설이 번역도 고약하니 정말 최악인데 한국어 판본이 왜 이렇게 상찬을 받는지 모르겠다.

 

읽는데 혼났다. 장장 한 달이 걸렸다. 제발트 소설 따위는 다시는 쳐다도 안 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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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6-04-09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을 철학 텍스트처럼....참 적절한 비유입니다!!!

페넬로페 2026-04-09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불필요한여자] 읽고 있는데, 이 책 읽으면 꼭 [아우스터리츠]읽어봐야 하거든요. 큰 일이네요.
번역된 출판사가 하나뿐이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