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서재에 가끔 눈팅은 했지만, 포스팅을 해야겠다는 동기가 없었다. 책을 닥치는 대로 빨리빨리 읽었기에 리뷰를 남길 여력이 없었다. 아니, 실은 핑계이고, 탁구치고 영화 보고, 그리고 이러저러한 일들 때문에 알라딘 서재에 글 쓸 틈이 없었다.



코로나가 터진 후 주로 영화를 보며 지내던 중 아무생각 없이 읽게된 책 2권이 나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마구잡이로 책을 넣던 중 같이 구매한 모영이다. 예전에 출간된 책. 이충렬의 <그림 애호가로 가는 길>과 박상용의 <미술시간 뒤집어 보기>. (아..이 보다 먼저 김재준의 <그림과 그림값>을 먼저 읽었지..)

 

 

 

 

 

 




Bts와 기생충 그리고 오징어게임 이후 한국문화가 융성하면서 그림시장도 분명히 큰 성장을 하겠다는 얄팍한 투자심리도 한몫했다. 그래서 그림을 구매하기로 했는데.....아뿔싸! 간과한 게 있었다. 미술책 좀 읽고 전시회 돌아다녔어도 내가 살 수 있는 그림은 없었던 거다. 읽은 책들 태반이 서양 미술과 관계된 책들이고 전시회도 유명 화가만 봐 온 거다. 문제는 여지껏 보아 온 그림들은 수억에서 수십~수백억원 나간다는 것.



내 월급으로 살 수 있는 그림은 없었다. 지난 3월에 열린 아트페어에서도 살 수 있는 그림은 없었다. 더군다나 아는 한국 작가는 거의 없었다. 고작 아는 사람이라고는 김환기, 이우환, 천경자, 박수근, 이중섭 정도가 전부였다.  이들 작품들, 역시 소장할 수 없다. 가격이 어마무시 할 뿐 그림의 떡이었다. 한국 화가를 모르면 내 월급으론 그림을 한 점도 살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작년부터 한국미술과 미술시장에대한 공부를 했는데, 이건 뭐 모래 사장에서 돌덩이 찾는 것 마냥 어려웠다. 80년대 이후 태어난 신진작가들은 거의 모르고, 40년대 태어나서 활동하고 있는 중견작가들도 모르는 화가들이 너무 많았다.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해 오는 작가군이 있는 거 같은데...도대체 누군지 알 길이 없다. 주말마다 갤러리를 순회하면서도 느끼는 게, 오랜 경력을 가진 그들을 나는 몰랐다는 거다. 물론 갤러리가 제시하는 가격들은 내 예산을 항상 가볍게 넘을 뿐.


그래서 난 그림을 못 샀냐? 못 샀으면 이런 글도 올리지 못했겠지. '아~오랜 경력을 가진 화가의 소품(10호 미만의 작은 사이즈)도 못 사는 팔자란 말인가'라고 한탄할 때 쯤 인터넷 미술품 경매 사이트를 알게 됐고, 난 거기서 생애 처음으로 그림 경매에 참여하여 낙찰이란 걸 받아 적품을 소장하게 됐다. 


아래 작품이 내가 월급의 한도 내에서 상당히 저렴하게 득한 '작품'이다.

신범승, <석> (6F;41x31.8cm)


 [작가명]
신범승, 1942년생

[학력]
동국대학교,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MA 미술교육학)
러시아 국립 HERZEN 사범대 박사 과정 졸업(Ph.D 미술교육학)
現 동서울대학 명예교수

[수상]
제 1회 중앙미술대전 서양화부 최고상, 무감사 2회 (국립현대미술관)
제11회 대한민국 미술대전(국전) 大賞, 특선 3회 (국립현대미술관)
한국미술문화 대상전 大賞 -문화공보부 장관상(서울시립미술관)
同 초대작가상(서울시립 미술관)
제1회 단원예술제 초대작가상 (아름다운운동중앙회)
2008 올해의 작가상 (한국전통문화예술진흥협회)
대한민국 국민훈장 석류장 (대통령)
2016 오지호미술상 수상

 [작품소장]
동서울레스피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예술의전당,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은행, 동국대박물관, 서울시 교원연수원, 포스코, 동서울대학, 옛날옥션, 한국 수자원공사
금강산 금강훼미리호텔, 청주지방검찰청, 충주시립남한강수석관, 광진정보도서관,
제주 기당미술관, 동숭미술관, 동양투자금융

[기록화]
청송 그늘에 앉아(200호,변형), 새마을 운동(100호), 물의 정(남한강에,150호 변형)
녹색공간 동서울 레스피아(600호,변형), 별신제와 줄다리기(300호), 동서울 대학에(500호)
대학 장생도(1000호, 변형), 옛 요(200호 변형), 신한국 장생도(500호 변형)


 내가 이렇게 길게 작가의 이력을 가져온 것은(전시이력은 너무 길어 생략했음), 그림을 구입하기 전 그 작가의 이력은 매우 매우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개인전 몇 번 초대전 몇 번은 그 작가의 실력을 가늠하는 중요 이정표 중 하나이고 공모전이나 대회 수상이력이 있으면 검증된 작가로 통한다. 일단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 수상 기록이 있으면 호당가격은 최소 20만원을 넘게된다. 



어쨌든 난 매우 저렴하게 낙찰받았는데 그림을 보면 볼수록 좋다. 도록으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얼마나 감격했는지 낙철받은 후 다음과 같은 후기를 남겼다.(물론 후기를 남기면 5천원을 준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미술품을 구매했다. 갤러리나 전시회에서 관람은 많이했지만 작품을 구매하기로 마음을 먹으니 어떤 그림을 사야할지 막막했다. 내가 전시회에서 본 그림들은 모두 외국 유명화가들의 작품들. 그런 명작들은 도저히 구매할 엄두가 나지 않는 정말 고가의 그림들. 억소리도 모자랄 작품들..그에 비견될만한 작품들은 없었고 알량한 월급으로 살만한 작품들은 성에 처지 않았다. 갤러리를 돌다가돌다가 여기와서 보니 대가의 검증된 작품들이 100만원도 안되게 팔고 있었다! 고르고 고르다가 처음으로 구매한 신범승 화백의 석. 내가 원했던 구상과 추상의 경계. 일필휘지로 저녁 무렵의 시골 숲을 깊게 표현한 마티에르. 저물어가는 숲의 모습을 반추상으로 표현한 게 너무도 마음에 든다. 한국미술대전 대상 수상자의 좋은 작품을 저렴하게 득할 수 있게 해 주신 ()()에 감사할 따름이다~

 





* 앞으로 그림을 살 때마다 여기에 글을 기록할 것이다(이젠 계속 할 거다!!). 물론 내가 생각하는 좋은 그림과 한국 미술시장에 대한 불만도 제기해 볼 것이다. 일단 다음 글에는 지면상 못다룬 그림 호당가격제와 갤러리에 대해 끄적거려 볼 요량이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2-05-09 0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저도 최근 알라딘이 뜸해졌는데 야무님 땜에 미술에 대한 안목도 키워보고 도움 좀 받겠습니다.ㅎ 반갑습니다.😊

2022-05-09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22-05-09 22: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님/ 반갑습니다. 미술품을 원작으로 감상하니 도록으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네요. 명화는 아니지만 나름 실력있는 한국 자가들의 작품도 아주 좋습니다. 완전 기대이상이고 한국작가들의 실력에 비해 국제적으로 매우 저평가된 듯보입니다. 어땠거나 그림 구입 이후로 아주 기분이 좋습니다요~~~^^

yamoo 2022-05-09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랼라 님/ 안녕하세요, 제 서재를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내공은 무슨...좋게 봐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transient-guest 2022-05-10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부럽습니다 저도 그림 애호가로 가는 길 읽고나서 나만의 진품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실천하지는 못했습니다 멋지네요

2022-05-11 0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1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1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1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2-05-11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술품 컬렉터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오랜만입니다.
응원의 댓글을 써야겠단 생각으로 쓰고 갑니다.^^

yamoo 2022-05-11 15:24   좋아요 0 | URL
페크 님, 저도 정말 오랜만입니다. 반갑고 감사합니다!!

yamoo 2022-05-25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술의 현실성은 오로지 현실의 비현실성에서 나온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예술은 현실에서 체험되는 결핍에서 비롯됩니다. 다른 것에 대한 욕망, 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사람들 사이의 다른 관계 조직에 대한 욕망이 낡은 사회적 형식들을 뛰어넘지 못하는 데서 예술의 현실성이 나와요. 인간 세계가 실제로 결핍에 시달리기 때문에, 그 안에 욕망이 있기 때문에, 그 결핍 속에 예술은 비인간적인 세계, 형이상학의 세계, 다른 세상, 내세 따위를 건설할 수 있습니다. -

리오타르, 우리가철학을하는이유, P128

리오타르 책에서 철학을 예술로만 바꿔봤다. 그대로 통용되는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