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 (완역판, 반양장) 세계기독교고전 15
존 번연 지음, 유성덕 옮김, 루이스 레드 형제 그림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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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번연의 『천로역정』만큼 많은 성도들에게 사랑받은 신앙서적도 드물 것이다. 손봉호 교수 역시 성경 다음으로 유익을 주는 책 가운데 성도들에게 가장 많이 읽혀진 신앙 고전 3권을 드는데, 그 가운데 존 번연의 『천로역정』이 당당하게 들어가고 있다(그 외에 어거스틴의 『고백록』,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를 말한다).

 

이처럼 오랫동안 많은 성도들에게 사랑받아온 기독교 신앙서적의 고전인 『천로역정』을 내가 처음 만난 것은 20여 년 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에는 중고등부 수련회를 가면 꼭 들어가는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가 ‘천로역정’이란 프로그램이었다. 학생들이 짝을 이루어 여러 지점들을 돌며 미션을 수행하는. 아마 대체로 이런 프로그램들을 많이 했을 게다. 나 역시 당시 멋모르는 중등부 교사로서 이런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며, ‘천로역정’ 말은 많이 들었는데, 이게 과연 무엇이기에 이런 프로그램을 하는가 싶어,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여 읽었던 기억이다(당시엔 솔직히 많은 은혜를 받진 않았다. 뭐 이런 따분한 책이 다 있나 싶은 감정이 당시의 기억으로 남는다).

 

그 뒤 나이가 좀 더 먹고, 신앙의 연륜도 더 깊어져(?) 다시 『천로역정』을 만나게 되었다. 그동안 한번쯤 다시 읽어야지 하는 필요성은 느꼈지만, 눈앞에 산적한 수많은 신앙서적 내지 전공서적, 그리고 일반 서적들로 인해 언제나 뒷전으로 밀려나기만 했는데, 금번 크리스찬다이제스트 출판사에서 새롭게 완역 번역된 『천로역정』이 있다기에 손에 들게 된 것이다(게다가 번역자가 『천로역정』 전공자라니 더 혹했다^^).

 

그 내용은 멸망의 도시에서 살아가던 ‘은혜없음’이 종말의 순간이 다가옴을 알게 되고, 이에 구원의 길을 찾아 나서게 됨으로 시작된다. 이제 ‘크리스천’이란 이름을 부여받고 말이다. 그런 ‘크리스천’이 만나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과 상황들을 통해, 구원의 길이 무엇을 통해 이르게 되며, 또한 구원을 얻은 후에도 이어지는 신앙생활 가운데 어떤 영적인 위기들을 만나게 되는지를 존 번연은 잘 표현하고 있다. 물론 모든 신앙적 내용들은 이름으로 상징되는 사람들을 만나며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이처럼 이름 하나 하나에 다 의미가 있기에 그 이름 자체가 상징이며, 비유이며, 또한 은유이기도 하며, 때론 풍자가 되기도 한다.

 

책은 술술 읽혀진다. 물론, 신앙적 베이스가 부족한 분들이라면 술술 읽히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 신앙의 연륜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작가가 말하는 내용들이 거의 대부분 쉽게 이해될 것이다. 게다가 책의 전개 속에서도 새롭게 만나는 등장인물들과의 대화를 통해, 앞에서 이야기한 복음의 진리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정리되는 경우들도 종종 있기에 독자 역시 그런 내용들이 정리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존 번연은 복음의 진리를 참 잘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신앙생활의 투쟁의 과정 역시. 물론, 이런 복음의 진리는 모두 비유와 은유, 상징 등으로 포장되어 있기에, 그 포장 안에 담긴 복음의 진리만 보길 바란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여러 가지이겠지만, 무엇보다 신앙생활이란 것은 결국 신앙의 순례임을 크리스천의 여행, 그 순례를 통해 보여준다. 이 순례 과정 가운데 수많은 위기와 유혹의 순간들을 만나게 된다. 때론 잘 이겨낼 수도 있겠지만, 때론 다양한 이유들로 인해 넘어지거나 절망의 자리에 주저앉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다시 ‘크리스천’이 일어서는 모습들을 보여줌으로 우리 역시 그러한 신앙의 순례를 끝까지 견뎌내길 바라고 있다. 한 마디로 신앙의 순례길이 영적 투쟁임을 보여준다. 그 영적인 투쟁의 길을 우리의 의지적 결단과 여전히 끊임없이 은총의 기름을 부어주시는 그리스도를 힘입어 승리하는 자가 되길 소망해 본다.

 

신앙인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고 묵상할 필요가 있는 좋은 책임에 분명하다. 물론, 신학적 견해에 따라 조금은 동의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건강하게 신앙생활, 그 성화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 좋은 책임에 분명하다.

 

이 책을 읽으며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혹 나 역시 ‘수다쟁이’와 같은 말만 앞서는 자는 아닌지. 크리스천처럼 깨어있지 못하고 위험과 곤경의 한 가운데서 신앙의 낮잠을 자진 않는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앞에서 두려워 돌아서려는 모습은 아닌지. 크리스천과 소망이 절망 거인에게 붙들렸을 때, ‘절망거인’과 그 아내 ‘자포자기’의 회유처럼 절망 앞에 자포자기하려는 나약한 모습은 아닌지.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등장인물들 하나하나가 혹 나의 모습은 아닌지 대입해보며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남는 질문이 있다. 바로 순례객을 위한 안식처인 ‘아름다움의 집’에서 만난 ‘자애’가 ‘크리스천’에게 했던 질문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왜 그들을 함께 데리고 오지 않으셨나요?(102쪽)

 

물론 이 질문에 대해 ‘크리스천’은 대답한다(솔직히 이 부분은 조금 설득력이 떨어지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묻게 된다. 혹, 이 질문이 날 향한 질문이라면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자애’의 말처럼 나의 삶의 모습이 설득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지 않길 소망해보며, 여전히 이 질문은 신앙의 화두로 남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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