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더 영감과 무시무시한 꿈 한뼘어린이 1
김은의 지음, 유기훈 그림 / 꿈초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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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더 영감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참 바쁘답니다. 왜냐하면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사람도 동물도 뭐든 더! 더! 해야 한다고 외쳐야 하거든요. 뭐든 더 가져야 하고, 뭐든 더 빨라야 하고, 뭐든 더 잘해야 하고, 뭐든 더 열심히 해야만 해요. 그래서 더더~를 외치느라 바쁘답니다.

 

지나가는 개미들에게도 더 빨리 가라고 외쳐야 하고, 아들에겐 더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외치고, 아내에겐 더 일찍 일어나라고 하네요. 심지어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는 손주에게도 더더 빨리 걸으라고 외쳐 울렸답니다. 일꾼들에게는 더 힘을 쓰라고 하고요. 이처럼 언제나 더더를 외치며 독촉하는 더더 영감님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괴롭답니다.

 

그런데, 아무리 더더를 외쳐도 더더 염감님 집에서 일하는 박서방은 언제나 웃는 얼굴이랍니다. 한 번도 찡그리지 않네요. 그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요?

 

더더 영감님에게는 남들에게 밝히지 못할 고민이 한 가지 있답니다. 그건 잠만 자면 악몽을 꾼다는 거예요. 이 악몽이 바로 압권입니다. 꿈속에서는 모든 것이 반대거든요. 현실 속에서 자신이 더더를 외치며 괴롭혔던 모든 것들이 꿈속에서는 더더 영감을 괴롭힌답니다. 더더 영감님은 과연 이런 악몽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런 악몽을 통해 더더 영감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요?

 

『더더 영감과 무시무시한 꿈』은 언제나 욕심을 부리는 영감님의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욕심이 갖게 되는 괴로움을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꿈속에서 일어나는 반전이 이 동화의 핵심이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이런 반전을 통해, 더더 영감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되는 거죠. 반대로 박서방이 언제나 웃을 수 있는 것은 박서방의 꿈 역시 반전이 있거든요. 박서방의 꿈은 언제나 행복하고 기쁨이 넘치죠.

 

꿈은 현실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꿈이 현실에 영향을 주고 있네요. 이쯤 되면, 꿈이 현실이 아니라는 말을 못하겠어요. 그렇다면, 꿈도 현실임에 분명하네요. 그리고 그 꿈을 통해, 현실이 보다 더 긍정적으로 변하게 되니, 자면서 꾸는 꿈이 현실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네요. 물론, 그런 꿈을 통한 소리에 더더 영감이 귀를 기울이고 깨달았기 때문이지만요. 만약 깨닫지 못한다면 여전히 꿈은 그에게 지옥을 선사할 테고, 현실에서는 그를 통해, 다른 존재들이 지옥을 엿보게 되는 거죠.

 

언제나 더더를 외치는 더더 영감님을 통해, 욕심에 대해, 그리고 꿈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좋은 동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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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서 날아온 펭귄의 모험 함께 사는 세상 환경 동화 1
유재영 지음, 김형근 그림 / 아주좋은날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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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 붕과 숭은 펭귄 남매랍니다. 물론 남극에서 살고 있죠. 남극은 지구에서 가장 깨끗한 곳이랍니다. 하지만, 그곳이 오염되기 시작합니다. 자꾸 상승하는 지구의 온도로 인해 남극의 얼음이 녹고 있답니다. 그래서 그곳 펭귄들이 길을 잃어버리는 사고가 일어나게 됩니다. 또한 나쁜 바이러스가 유입되어 턱끈펭귄 한 무리가 죽는 일도 벌어졌대요.

 

그래서 붕은 자신들 무리인 황제펭귄들이 모여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찾아보기로 결심한답니다. 그 일을 위해선 붕은 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열심히 기도하고 있죠. 자신이 날 수 있게 해달라고요. 그런데, 동생 숭도 오빠를 따라 함께 기도하네요. 그리고 어쩐 일일까요? 붕과 숭은 실제로 날 수 있게 되었답니다. 이제 붕과 숭은 남극을 떠나 친구 펭귄들이 모두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나게 됩니다.

 

구름 위는 안전할까요? 울창한 숲은요? 많은 물이 흐르는 강은 또 어떨까요? 과연 붕과 숭은 안전한 곳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이 책, 『남극에서 날아온 펭귄의 모험』은 환경동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붕과 숭은 오염된 남극을 떠나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찾아 모험을 떠납니다. 하지만, 그 어느 곳도 남극보다 나은 곳이 없답니다. 모두 하나같이 오염되어 있어 동물들이 살아가기 힘겹죠. 물론, 이런 오염은 모두 우리 사람들 때문이고요.

 

하지만, 모두가 지구를 오염시키는 것만은 아니랍니다. 펭귄 붕과 숭은 나나라는 아이를 만나게 되는데, 나나는 환경보존에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아이랍니다. 이런 아이들이 있기에 그래도 희망이 있는 것 아닐까요? 우리 모두가 환경에 대해 더 긴박감을 가지고 신경을 쓸 수 있다면 좋겠네요. 함께 힘을 모아 활동할 수 있는 일들에 참여하는 것도 좋겠고, 또 한편으로는 내 삶의 현장에서 실천적 삶을 살아가는 것도 필요하고요.

 

동화 속에서 붕과 숭은 나나에게 더 이상 환경이 오염되지 않도록 땅과 하늘과 바다를 아껴 줄 것을 당부합니다. 이 당부는 오늘 우리 모두를 향한 당부이겠죠. 우린 이 당부의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붕과 숭은 또 다른 많은 사람들도 환경을 아끼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남극을 향해 힘차게 날갯짓을 합니다(어쩌면 작가는 붕과 숭의 날고 싶다는 기도가 응답받게 되는 것으로 동화를 시작하기에 이 기도 역시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네요.). 이런 기도와 날갯짓이 오늘 우리 모두의 것이 될 수 있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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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행복할 거야 -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한국 아이들 이야기
원유순 지음, 방새미 그림 / 국민출판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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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내일은 행복할 거야』는 원유순 작가의 동화집입니다. 우리 곁에 있는, 하지만, 우리가 어쩌면 별로 관심을 갖지 않을 수도 있는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 6편을 담고 있습니다. 모두 아픔이 있는 상황의 아이들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런 아픔을 딛고 희망을 쏘아 올리는 이야기이기도 하답니다.

 

<새우눈 엄마, 왕눈이 아들>은 입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1살 광호는 태어나자마자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랍니다. 한쪽 눈에 장애를 갖고 태어난 광호는 다섯 살 때 한 가정에 입양되었지만, 그 가정에 ‘진짜’ 아이가 태어나면서, 광호는 ‘가짜’ 아들로 밀려나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 파양되었고요. 이때부터 광호는 심각한 아토피로 고생하게 된답니다. 그런 광호 앞에 새우눈 아줌마가 나타나죠. 매주 토요일이면 사랑의 집에 찾아와 광호를 귀찮게 하는 아줌마. 그런 과분한 관심조차 광호는 부담스럽고 싫기만 하죠. 그러다 새우눈 아줌마네 집으로 아토피 치료를 명분으로 찾아가게 되고, 함께 지내는 사이 광호는 새우눈 아줌마가 엄마가 되었으면 하게 되죠.

 

착하고 예쁜 광호야.

새우눈 가족의 막내아들이 되어 줄래?

새우눈 엄마가

 

광호가 새로운 가정을 향해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참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광호의 상처가 이 가정에서 깨끗하게 씻어질 수 있다면 좋겠네요.

 

<내일은 따뜻할 거야>는 소년소녀가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3살인 승미는 언니와 둘이 살고 있습니다. 아빠는 돌아가셨고, 엄마는 3년 전 뺑소니 교통사고로 전신마비 환자가 되어 병원에 입원해 있죠. 입원비와 간호비용으로 승미네 집은 산동네 옥탑방에서 힘겹게 살아가고요. 승미네 언니는 공부도 잘했는데, 학교를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고 있답니다. 이런 힘겨운 상황에 처한 승미네 이야기, 참 슬프네요. 하지만, 두 아이들의 올곧고 예쁜 모습 덕일까요? 엄마가 조금씩 회복되는 기적이 일어남이 감사하네요. 소년소녀가정의 아이들, 비록 힘겹고 견디기 어려운 삶이겠지만, 잘 헤쳐 나갈 수 있길 소망해봅니다. 아울러 우리가 그들이 일어설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다면 좋겠고요.

 

<내 사랑, 뽕주 할매>는 조손 가정 이야기입니다. 10살인 누리는 엄마 아빠 없이 쌍둥이 여동생들과 함께 할머니 댁에서 살아간답니다. 10살답지 않게 의젓한 누리의 모습과 힘겨운 가운데서도 젊고 밝게 살아가는 할머니, 그리고 할머니와 손주들 간의 사랑의 힘이 느껴지는 이야기입니다.

 

<붕어빵 세트>는 미혼모 가정 이야기입니다. 열여덟 살에 소라를 가진 엄마는 소라를 포기하지 않고 낳아 단둘이 살아간답니다. 주변의 입양권유에도 소라 엄마는 소라를 포기할 수 없답니다. 물론, 삶은 녹녹치 않고 힘겹지만요. 비록 힘겨운 가운데서도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사랑으로 당당하게 기르시는 엄마와 소라의 모습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 봅니다.

 

<차라리 꿈이었다면!>은 가정 폭력을 이야기합니다. 11살 승기네 가정은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이었답니다. 그런데, 아빠가 친한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친구의 빚을 모두 끌어안게 되었데요. 이때부터 승기네 가정은 지옥을 경험하게 됩니다. 아빠가 술만 먹으면 악마로 변하거든요. 엄마를 때리고, 승기도 마구 때린답니다. 이런 가정폭력의 희생양이 된 승기가 폭력의 굴레를 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가정폭력은 천국을 지옥으로 바꾸게 되는 악마성을 가지고 있음을 생각해보게 되네요.

 

<빨간 베레모>는 희귀성 난치병 어린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솔비는 백혈병으로 병원에서 생활하고 있죠. 하루하루 희망이 보이지 않는 질병과의 사투 가운데, 같은 병원의 슬기 오빠에게서 선물 받게 된 빨간 베레모, 비록 하늘나라로 떠나버렸지만, 슬기 오빠가 보여준 밝은 모습은 이제 솔비에게로 옮겨가게 된답니다. 질병과의 힘겨운 싸움에서도 솔비가 웃음을 잃지 않게 되길.

 

이 책은 이처럼 모두 다른 모습의 아픔들을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이들의 이야기가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 여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들은 모두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가 함께 관심을 가지며, 헤쳐 나가야 할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이 책에서는 이야기만을 전해주는데 그치지 않고, 각각의 상황들(입양, 소년소녀가정, 조손 가정, 미혼모 가정, 가정 폭력, 희귀성 난치병 어린이)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 있답니다. 그 개념, 현황, 문제점, 대안방안 등을 설명해 주고 있어,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알아야 관심을 갖게 되고, 함께 대안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겠죠. 이런 이야기들을 우리 모두 함께 읽고,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네요.

 

책 제목처럼, 비록 지금은 아프고, 힘겹고, 눈물 흘리는 상황이지만, 이들 모두에게 내일은 행복이 찾아오게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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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누구요 날 찾는 게 누구요 - 토끼전 열네살에 다시보는 우리고전 4
고영 지음, 이윤엽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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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용왕을 고치기 위해 필요하다는 토끼의 간. 그 간을 구하기 위해 육지로 떠난 자라는 우여곡절 끝에 토끼를 데리고 바다 속으로 오지만, 토끼의 재치 있는 대처로 인해 다시 토끼를 놓치고 마는 용궁.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토끼전』의 이야기다.

 

어린 아이 시절부터 익히 많이 들어 알고 있는 이야기. 하지만, 점차 커가면서 다시 읽게 되는 『토끼전』은 확실히 또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무엇보다 동심 가득한 낭만적 이야기가 아닌, 그 안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향한 풍자가 가득함을 알게 된다. 이 책, 『게 누구요 날 찾는 게 누구요-토끼전』은 바로 그러한 풍자 가득한 토끼전을 우리에게 알려 준다. 고영 작가의 <열네 살에 다시 보는 우리 고전> 시리즈 4번째 책은 『토끼전』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는 신재효의 판소리 대본 <토별가>와 김연수 명창의 판소리 대본 <수궁가> 이렇게 두 가지를 바탕으로 하여, 『토끼전』을 다시 읽는다. 그리고 풍자 가득한 내용을 우리에게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우리의 선조들은 『토끼전』을 통해 부조리한 세상, 권력을 향해 풍자와 해학을 풀어놓으며, 자신들이 처한 울분을 달래곤 했을 것이다. 특히, 언제나 짓눌리고 당하기만 하는 민중들의 한을 이런 풍자를 통해 풀어내곤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 역시 이런 풍자 가득한 고전을 읽으며, 오늘의 아픔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부조리한 세상을 우린 문학의 힘으로 비웃을 수 있으며, 또한 그런 웃음을 통해, 우리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주게 될 것이기에 이런 고전을 다시 읽게 되는 것이리라.

 

아울러, 우리가 행해야 할 또 하나의 작업은 과연 나는 이야기 속의 누구에 해당하는 가를 찾아보는 것이다. 나 역시 이런 풍자와 비판의 대상, 그 모습을 보이고 있진 않은가. 반성해봄이 우리가 이런 풍자 가득한 이야기를 읽는 목적일 게다.

 

나에게는 내 안녕을 위해 누군가의 간 하나쯤 빼내어도 괜찮다 여기는 용왕의 모습은 없는지. 삶의 목적과 삶의 목표가 그저 성공에만 머물러 있는 자라와 같은 모습은 아닌지. 그저 말만 앞서는 용궁 관리들의 모습은 아닌지. 등등 단지 풍자의 대상들의 모습을 비웃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모습이 혹 내 안에 자라잡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고 반성해보게 하는 힘이 있는 책이다. 고영 작가의 다음 이야기 역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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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제21회 전격 소설대상 수상작
기타가와 에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놀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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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기상, 6시 46분 전철을 타고, 8시 35분 회사 도착하여 컴퓨터를 켜고 업무시작. 12시 15분 점심시간 식당까지 걸어서 3분. 줄서기 15분. 음식 나오기까지 3분. 먹는데 5분. 12시 58분 자리에 복귀. 21시 15분 마침내 퇴근. 22시 53분 귀가. 25시 0분 취침.

 

주인공 아오야마 다카시의 하루 일과다. 여기에 곱하기 6을 하면, 1주일의 일과가 된다. 본격 직장인 소설인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이처럼 직장인의 팍팍한 일과를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인쇄 관련 중견 기업에 입사한 다카시는 꿈과 희망, 그리고 의욕에 넘쳐 회사 생활을 시작하였지만, 지금은 온통 잿빛으로 물들어 버렸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상사의 불호령을 맞을 뿐. 일요일도 온전한 휴일이 되지 못한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휴대전화 저편에서는 부장의 고함소리만이 가득하다. 그것도 자신의 업무와는 무관한 것임에도 그 불호령이 왜 자신의 몫이어야만 하는지. 또한 그나마 이룬 성과마저 가로채는 동료 아닌 동료들. 아무런 보람도 느끼지 못하는 격무에 여자 친구는커녕 친구도 만나지 못하고 하루하루 지쳐만 가는 일과. 과연 다카시에게 미래는 있긴 있는 걸까?

 

자신의 미래가 없다 여기며, 전철 승강장에서 그대로 정신을 잃고 떨어져 잠들어 버리길 원하는 다카시. 전철 선로로 떨어지려는 순간, 그의 오른팔을 누군가 꽉 붙잡는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야, 오랜만이다! 나야, 야마모토?”라 말하는 사내. 처음 보는 얼굴인데, 초등학교 동창이란다. 아니, 3학년을 마치고 오사카로 이사 갔다는 야마모토. 이렇게 우연한 만남은 일과 후에 종종 만나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위로받고 힘을 내게 되는 관계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야마모토를 만나는 가운데, 다카시는 야마모토가 자신의 동창 야마모토가 아님을 알게 되고, 더 나아가 자신을 야마모토 준이라 밝힌 야마모토는 이미 3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한 회사원임을 알게 된다. 얼굴도 완전히 똑같은. 과연 그동안 다카시를 만난 야마모토는 유령일까, 아님 또 다른 누구인 걸까?

 

소설을 읽어 나가는 내내 어디선가 읽은 것 같은 기시감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창이라며 접근하는 야마모토의 모습, 그리고 함께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 어디에선가 읽은 느낌이 든다. 분명 처음 읽는 소설임에도. 어쩌면 소설은 그만큼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이야기란 의미일까?

 

아무튼 소설은 금세 읽혀지는 짧은 내용이다. 하지만, 직장인들에게는 공감 백배할 내용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직장인들의 애환만을 담아내는 것만은 아니다. 아울러, 제목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힘겨운 회사를 이젠 관두고 자신만의 일을 찾아 나서길 권장하는 그런 내용을 담고 있는 것 역시 아니겠다. 사실 이 책은 월급쟁이보다는 보다 더 자기 발전적인 일을 찾아 나서라는 의미에서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 소설이 진짜 이야기하는 것은 극단적 선택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때론 도망치는 법도 알아야 함을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설 속의 자살한 야마모토 준의 어머니가 주인공 다카시에게 하는 말을 보자.

 

제가 가장 원통한 건 말이죠, 그 아이에게 소중한 것을 가르쳐 주지 못한 일이에요. 도망치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어요. 나는 그걸 깨닫지 못했어요. 그 아이는 어릴 때부터 성실하고 어떤 일이든 열심히 했죠. 나도 남편도 늘 힘내라, 열심히 해라 격려하면서 길렀고요. 괜찮아, 너라면 할 수 있으니까 힘내라고 말이에요.(178쪽)

 

물론, 우린 힘내야 한다. 열심히 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을 만큼 힘겨움에 짓눌릴 때엔 과감히 벗어버리는 것 역시 용기다. 삶을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또 다른 전진을 위해 잠시 뒤로 물러서자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은 말한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이 소설은 이처럼 힘겨운 상황에서 도망치는 것도 하나의 용기임을 말하며, 더 나아가 이 도망이 포기가 아닌, 누군가 삶을 포기하려는 이들을 돕는 또 하나의 손길로 나아가는 모습으로 승화됨을 보여준다. 직장인들의 애환을 오롯이 느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그런 애환을 딛고 또 다른 꿈을 품고 나아가는 통쾌함과 감동이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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