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와 헨차우 사건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 파일 1
데이비드 스튜어트 데이비스 지음, 하현길 옮김 / 책에이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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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의 작가가 데이비드 스튜어트 데이비스라는 분이라니, 이게 무슨 일일까? 아서 코난 도일이 아니었나? 맞다. 셜록 홈즈의 작가는 아서 코난 도일이 맞다. 하지만, 데이비드 스튜어트 데이비스 역시 셜록 홈즈의 작가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그건, 아서 코난 도일이 창조한 셜록 홈즈라는 인물에 매료되어 있는 영국 작가인 데이비드 스튜어트 데이비스가 아서 코난 도일의 뒤를 이어 새롭게 홈즈의 이야기를 창작해 냈기 때문이다.

 

‘과연 두 작가간의 홈즈는 어떤 괴리감이 있을까?’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보지만, 솔직히 어떤 단절감도 느낄 수 없다. 이미 100여 년 전의 극중 인물인 홈즈를 작가가 현대에 다시 살려낸 건 아니다. 작가는 코난 도일의 소설 속에서 언제나 홈즈 사건을 정리하여 발표하는 홈즈의 콤비 왓슨의 말을 빌어 100년의 간극을 단번에 메운다. 홈즈가 활약하여 해결한 사건이지만, 당시에는 그 사건에 대해 발표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 미공개로 남아 있던 사건으로 설정한다. 이렇게 공개할 수 없는 사건이지만, 왓슨은 이 사건을 정리하여 보관하며, 이 사건에 얽힌 인물들이 모두 죽은 후에 발표되도록 안배해 놓은 것으로 설정한다.

 

그래서 이 책, 『셜록 홈즈와 헨차우 사건』에는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 파일 #01>이란 꼬리표를 붙여 놨다. 과연 이러한 설정으로 후대에 다시 살려낸(?) 홈즈의 활약은 어떨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치게 된다.

 

새로운 사건의뢰도 없어 따분한 일상을 보내던 홈즈와 왓슨은 어느 날 가상의 나라 루리타니아 왕실의 최고 권력자 가운데 한 사람인 잽트 대령의 급작스러운 방문을 받게 되고, 잽트 대령으로부터 왕실에 얽힌 비밀과 함께 현 상황을 타계할 수 있도록 사건을 의뢰받게 된다. 루리타니아 왕실이 처한 위기는 바로 헨차우 지방의 루퍼트 백작의 음모로 인해 왕실의 왕좌를 빼앗기게 될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런데, 다음날 잽트 대령은 호텔에서 피살된 채 발견되고, 잽트 대령이 찾고자 했던 라센딜(루리타니아 왕의 이복 형제이자, 쌍둥이처럼 똑같이 생긴 영국인) 역시 행방불명되었는데, 과연 홈즈와 왓슨은 루퍼트 백작의 음모로부터 루리타니아 왕실의 위기를 해결해 낼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방법은 무엇일까?

 

이 소설, 『셜록 홈즈와 헨차우 사건』은 마치 코난 도일이 다시 살아나 홈즈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새롭게 전해주는 것과 같은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소설이다. 아마도 코난 도일의 작품 세계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연구한 작가이기에 아서 코난 도일의 작풍을 그대로 이어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에 의해 새롭게 활약하는 홈즈의 추리력은 결코 녹슬지 않았다(녹슬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소설 속의 홈즈는 여전히 전성기를 보내는 현역이니 말이다.). 아니 어쩌면 현대 작가에 의해 기록되었기에 조금은 더 스피드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한다(물론, 너무 현대적인 느낌이 나지 않도록 최대한 셜록 홈즈 본편들의 분위기를 살리려 작가가 노력하고 있음도 느낄 수 있다.).

 

셜록 홈즈의 멋진 활약에 매료되어 추가 활약에 목마른 독자들이라면 이 책은 그러한 갈증을 단박에 날려 보낼 감로수임에 분명하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캐릭터들도 매력적이겠지만, 이처럼 옛 고전의 캐릭터들을 현대에 새롭게 살려내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도 대단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작가가 어서 빨리 또 다른 셜록 홈즈의 미공개 사건 파일을 발굴하여(?) 열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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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악마다
안창근 지음 / 창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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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한국문단의 장르소설이 약하다 말하는가. 한국문단이 외국에 비해 장르소설이 약하다는 애정 어린 비판의 소리에 일축을 가하게 할 소설이 등장했다. 바로 안창근 작가의 신간 『사람이 악마다』란 제목의 소설이다. 이 소설은 ‘스릴러 장르소설’로, 책의 첫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부터 마지막 책장을 덮는 그 순간까지 독자들을 숨 막히는 스릴의 장막 아래 뒤덮어버리는 그런 몰입도가 강한 책이다.

 

홍대 번화가에서 살인을 벌이겠다는 연쇄 살인범 유령의 예고 살인 앞에 경찰들은 아연하게 긴장하여 잠복근무를 행하게 된다. 가급적 이곳을 피하라는 거듭된 방송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젊음의 열기로 가득한 곳. 그곳에서 갑자기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플래시몹이 행해지고, 가면을 쓴 미모의 플래시몹 참가 여성이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살해되고 만다. 이로서 연쇄 살인범 유령의 세 번째 살인이 벌어진 것.

 

여전히 유령이 누구인지 오리무중인 가운데,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여형사인 희진은 상관과의 협의 끝에 전직 프로파일러이자 또 다른 유명 연쇄살인범인 민수를 찾아 감옥으로 향하게 된다. 민수는 희진의 동료이자 선배였으며, 무엇보다 서로를 사랑한 연인관계였었는데, 과연 희진은 자신의 옛 연인인 연쇄살인범 민수의 도움으로 유령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을까?

 

이 소설 『사람이 악마다』는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숨 막히는 스릴러 장르소설이다. 몰입도가 굉장히 강하다. 한 마디로 재미가 끝내준다. 소설이 재미있으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이 소설은 재미를 줌과 함께, 단순히 흥미와 재미에서만 머무르지 않는다. 소설은 재미를 뛰어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시대를 향한 작가의 외침이 담긴 메시지를. 과연 작가의 외침이 무엇일지 집중해 보는 것도 좋겠다.

 

물론, 작가의 외침은 소설의 제목 안에 담겨 있다. 사람이 악마다. 아니, 우린 사람이 악마인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사람이 악마인가? 무엇보다 사랑하는 가족을 자신의 욕정의 노예로 삼는 자들이다. 여동생을 성폭행하여 아이를 낳게 한 인면수심의 괴물. 딸을 자신의 욕정의 노예로 삼고도 반성의 기미는커녕 딸의 죽음 앞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괴물(여기에선 이 괴물의 아내 역시 포함된다. 자신의 딸임에도 남편의 악마적인 행위를 비난하기보다는, 딸을 부끄러워하며, 남편이 제공하는 편안한 삶 뒤에 숨어버린 아내 역시 악마다.). 또한 자신의 욕정을 풀기 위해 익명의 여성을 희생시키는 이들 역시 악마다(희진 역시 이러한 악마의 희생양이다.). 아울러, 그러한 성폭력의 피해자를 바라보며 자신들의 가십거리로 삼는 자들 역시 악마다(오늘(2015.12.15.) 한 여배우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그 일을 바라보며 시시덕거리며 비난의 글들을 올리며 자판을 두드린 자들 역시 어쩌면 이 시대의 악마들이 아닐까?).

 

또한 자신들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 자신의 유익에 의해, 또는 자신의 손상된 감정의 복수를 위해 누군가에게 애매한 짐을 지우는 이들 역시 악마 아닐까? 자신들의 감정적 요청에 의해 타인에게 죄를 덧씌우고 연쇄살인범으로 만들어 영원히 세상과 격리시키려는 가진 자들의 행동. 연쇄살인범에 의해 수많은 일반인들이 죽음의 위협 아래 놓여 있음에도 국민들의 안전과 범인 검거보다는 실적을 우선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구도에 의해 책임자들을 교체하는 권력자들 역시 어쩌면 악마 아닐까?

 

대부분의 사이코패스는 그다지 위험하진 않습니다. 사실 잔인한 연쇄살인범보다 양심을 팔고 이득을 취하는 사이코패스들이 더 해로운 놈들이죠. 그들은 수천, 수만, 어떨 때는 수억 명을 괴롭히니까요.(407-8쪽)

 

이들 작가가 말하는 양심을 팔고 이득을 취하는 사이코패스들은 누구일까?

 

또 하나의 악마는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나와 상관없으니 괜찮다는 굳은 마음의 소유자들이 아닐까? 소설 속의 유령과 같은 이들이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자신의 목숨을 바쳐가면서 외쳐대도,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이들 역시 악마를 돕는 이들이야말로 악마가 마음껏 활보하고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자들이 아닐까?

 

물론, 이유야 어찌 되었든 수많은 생명을 빼앗는 유령 역시 악마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긴 힘들 것이다. 소설의 말미로 갈수록 독자들은 이 유령에게 동정표를 던지게 되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사람이 악마임을 고발하고자 함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악마들이 존재하는 세상이기에 그 악마들이 판을 키우지 못하도록 누군가는 악한 세상을 향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낼 역할을 감당해야 함을 말한다(마치 극중의 민수가 황기자에게 요청하듯 말이다.). 그렇기에 결국 사람만이 희망이다. 사람이 악마이지만, 악마가 가득한 세상이 되지 않도록 방지할 희망 역시 사람이다. 바로 여기에 작가의 아이러니한 메시지, 외침이 담겨 있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오늘 우리가 그 희망이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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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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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얼마나 악할 수 있을까? 엠마 도노휴의 소설, 『룸』을 읽으며 우선적으로 갖게 된 생각이다. 이 소설은 실화를 모티브로 해서 창작한 소설이다. 실화는 소설보다 더 끔찍하다. 작가가 모티브로 삼은 실화는 당시 19살인 친딸을 지하 밀실 공간에 24년간 가두어 두고 성폭행하여 일곱 명의 아이를 낳게 하였고, 이 가운데 생존한 3명의 아이들 역시 지하 밀실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생활하게 한 악마와 같은 오스트리아 남성 요제프란 자의 사건이다.

 

사실 이 외에도 찾아보니 유사한 사건들이 여럿 등장한다. 미국 오하이오주 북부 클리블랜드에서 1년여에 걸쳐 여성 3명을 납치 감금해 놓고 10년간 성폭행한 아리엘 카스트로란 자(이 자에게는 두 명의 형제 공범이 있다.). 11세 소녀를 납치되어 18년간 감금하며 성폭행하고 두 딸을 낳기도 한 필립 가리도(이 자는 부인과 함께 천인공노할 이 짓을 저질렀다.).

 

이런 이들의 행각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프고, 끔찍하여 생각이 오염될 것 같은 악한 범죄다. 마침, 이 소설 『룸』을 읽기 전, 안창근 작가의 신작 『사람이 악마다』란 소설을 읽었는데(이 소설 역시 근친성폭행에 대한 모티브를 가지고 풀어나가는 연쇄살인 스릴러 소설이다.), 이 소설의 제목처럼, 사람이 악마라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룸』이란 이 소설 속에서의 설정은 19세의 나이에 납치되어 가로세로 3.5미터의 밀폐된 작은 방에서 7년간 지옥과 같은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악마와 같은 범인(올드 닉이라 부른다.)에게 성폭행당하여 한 아이는 사산하였으며, 그 뒤에 잭이란 아들을 낳게 되고, 이 아들이 이제 막 5살이 된 시점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어찌 이리 악마와 같은 자가 존재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런 범죄자들의 악마성을 고발하려는 것보다는 이런 작은 방에서 태어나 살아가야만 하는 잭, 그리고 그의 엄마가 갇혀진 방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상황. 그 속에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이 방을 벗어나 바깥세상에서 겪게 되는 혼란과 갈등 등의 상황을 묘사하는 데 있다.

 

500페이지가 넘는 상당한 분량의 이 소설, 『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겠다(물론, 룸에서의 생활, 탈출, 바깥세상 적응기로 세부분으로 나누는 것도 좋겠다.). 먼저, 전반부는 룸에서의 생활 및 탈출 부분으로 작은 공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만 살아가던 잭은 텔레비전이란 통로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룸과 세상을 연결하는 단 하나의 실제적 공간은 채광창뿐이다. 그렇기에 이 채광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실상 채광창으로 바라보이는 세상은 거의 없다. 그저 극히 제한적으로 볼 수 있는 태양과 달 뿐. 그렇기에 텔레비전이 룸에 갇힌 잭을 세상과 연결해주는 단 하나의 통로다.). 하지만, 텔레비전 속에서 보는 세상은 잭에게는 실재하지 않는 가공의 세상, 허구의 세상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잭에게는 두 개의 세상이 존재한다. 좁은 방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실재하는 제한된 세상과 텔레비전에서 보는 실재하지는 않지만, 가상의 만들어진 세상뿐이다.

 

하지만, 5살 생일을 넘기면서 엄마는 잭에게 텔레비전에서 보는 내용 가운데 많은 것은 실제 존재하는 진짜 세상을 표현한 것임을 알려준다. 룸 바깥세상은 존재하지 않는 줄 알고 있던 잭은 이로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런 과정을 소설은 잘 묘사한다.

 

엄마의 눈빛은 벽 너머를 쳐다보고 있었다. 바깥세상에는 모든 것이 있었다. 스키나 불꽃놀이, 섬, 엘리베이터, 요요 같은 것이 생각날 때마다, 그것들이 전부 진짜라는 것이, 바깥세상에 모두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 생각을 하니 머리가 피곤했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소방수, 선생님, 도둑, 아기, 성자, 축구선수 등등, 모두 바깥세상에 진짜 있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없다. 나랑 엄마는. 우리는 거기에 없다. 우리는 정말 진짜일까?(114쪽)

 

이처럼 소설의 전반부는 극히 한정된 공간인 룸에서 생존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과 그곳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보이는 세상을 향한 소년 잭의 생각의 변화 등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혼란을 넘어, 잭은 바깥세상으로 탈출을 시도하게 된다. 물론, 여전히 잭은 바깥세상이 존재함을 믿지 못한다. 하지만, 잭에게는 전부인 엄마의 간절한 바람이기에, 엄마의 요구대로 시체를 가장하여 대 탈출극을 감행하게 되는 것이다. 이 부분이야말로 독자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며, 과연 탈출에 성공할까 하는 마음으로 소설에 몰입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이제 후반부에는 탈출하여 바깥세상을 실제로 느끼게 되는 잭과 엄마가 겪는 또 하나의 혼란을 보여준다. 탈출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 잭은 처음 접하는 세상에 던져졌다. 닫힌 시스템인 룸에서만 살아가던 잭에게 세상은 모든 것으로부터 무방비한 열린 시스템이다. 그동안 노출되지 않았던 수많은 세균들에게도 노출되게 되며, 엄마와 둘만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던 잭은 이제 수많은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혼란에 휩싸인다. 이처럼 새로운 환경 속에서 겪게 되는 잭과 엄마의 혼란스러움을 소설의 후반부는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물론, 여전히 잭에게는 수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이란 부담감과 새롭게 겪어나가며 배워야 할 수많은 문화적 충격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 다양한 장애물 앞에 잭은 점차 배워나가게 되며 적응하게 되는데, 그 힘은 바로 잭을 향한 엄마의 사랑과 주변 사람들의 선한 관심이다(물론, 수많은 관심이 잭을 힘겹게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선한 관심은 도리어 잭을 성장케 한다.).

 

사실, 주제 자체가 읽고 싶지 않을 만큼 너무나도 어둡고 아픈 주제다. 분명, 독자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힘겹게 할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소설을 읽어 나가는 가운데, 그러한 아픔과 먹먹함 안에서 따뜻한 뭔가가 솟아나게 됨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소설 『룸』이 갖고 있는 힘이다. 슬픔 속에서 감동이 솟게 되고, 먹먹함 가운데서 웃음이 피어나며, 힘겨운 아픔 속에서 따스한 격려를 맛보게 된다. 소설 『룸』을 통해, 이러한 아이러니한 감동의 룸 안으로 들어가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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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쟁이 김 선비 속담에 쏙 빠졌네! - 어휘력을 길러 주는 국어 동화 궁금쟁이 김 선비
김일옥 지음, 백명식 그림 / 개암나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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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비는 어느 날 친구 송 선비에게서 편지를 받습니다. 그런데, 편지에는 아무런 글자도 쓰여 있지 않네요. 어릴 때부터 개구쟁이였던 송 선비는 친구에게 장난을 한 겁니다. 이를 간파한 김 선비는 하얀 편지에 감춰진 글씨를 읽어냅니다. 그 편지는 다가오는 송 선비의 생일에 김 선비를 초대하는 내용이 쓰여 있었는데, 송 선비가 좋아하는 ‘수부수부께베끼비’를 선물로 가져와 달라고 부탁하고 있네요.

 

그런데, 과연 ‘수부수부께베끼비’가 뭘까요? 여러분! 눈치가 빠른 여러분들은 이게 뭔지 알겠죠? 맞아요. 한 글자씩 건너뛰며 읽어보면, ‘수수께끼’랍니다. 송 선비는 수수께끼를 좋아하거든요. 친구 송 선비를 위해 김 선비는 과연 어떤 수수께끼를 준비할까요?

 

『궁금쟁이 김 선비 속담에 쏙 빠졌네!』란 긴 제목의 이 동화는 <어휘력을 길러 주는 국어 동화>란 설명이 붙어 있답니다. 그러니 이 책은 동화의 스토리를 통해 아이들에게 어휘력을 길러주려는 목적을 품고 있습니다. 바로 속담이란 도구를 통해서입니다. 그러니 이 책의 동화 스토리 안에는 수많은 속담들이 녹아 있습니다. 이야기를 읽어가며 문맥 가운데 사용되어지는 속담들을 보며, 자연스레 그 속담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어떤 경우에 사용되는지를 알아가게 되는 교육적 효과가 있는 책입니다. 이야기 뒤편에는 이야기 속에 등장한 속담들을 다시 하나하나 자세히 풀이해주고 있으며, 같은 의미의 속담이나 사자성어, 그리고 반대되는 속담 등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설명하는 부분이 책의 반절 가량 될 정도로 설명이 대단히 충실합니다. 그러니 이야기만 읽고 책을 덮기보다는 뒤편의 속담 공부를 함께 읽어보고 익히는 것이 좋겠네요.

 

또 하나 이 책의 스토리 역시 재미납니다. 그렇기에 스토리를 읽는 재미도 있죠. 뿐 아니라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수수께끼를 함께 풀어보는 것도 이 책이 갖는 또 하나의 색다른 재미입니다.

 

참, 장난을 좋아하는 송 선비의 아들 모습도 재미납니다. 대단히 맹랑한 소년이거든요. 그 맹랑한 매력에 빠져보는 것도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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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뛰어넘기 1 - 선사 시대부터 삼국 통일까지 한국사 뛰어넘기 1
이정화 지음, 정은희.정인하 그림 / 열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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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화 논란으로 인해 우리 역사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시기인 지금이야말로 어쩌면 역사에 대한 관심이 가장 많은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 역사에 대한 첫 단추를 아이들이 제대로 끼울 수 있길 바라며 펴낸 책이 있습니다. 『한국사 뛰어넘기』란 책입니다. 5권으로 된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은 <선사 시대부터 삼국 통일까지>를 시대적 한계로 정하고 있습니다.

 

먼저, 한반도에 국한하지 않고, 인류가 어떤 과정을 통해 문화를 만들어가게 되는지를 설명합니다. 직립보행의 과정,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도구를 만들게 되는 과정 등을 다루죠. 물론, 그 도구의 발전 과정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뗀석기 ⇨ 간석기 ⇨ 청동기 ⇨ 철기> 등의 과정으로 도구가 발전하는 과정, 그리고 불의 사용과 농사를 짓게 됨도 설명하죠. 이러한 인류의 보편적 역사를 다루는 가운데, 어떻게 하여 한반도까지 이동하게 되고 정착하게 되는지도 설명합니다.

 

이제 청동기시대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한반도에서의 첫 번째 나라가 시작됩니다. 나라가 세워지는 것은 농사와 청동 도구의 발명과 맞물려 있습니다. 농사를 지음으로 양식이 남게 되자, 이제 남은 양식을 누가 갖느냐는 분배의 문제로 인해 힘 있는 사람과 힘없는 사람이 구분되는 거죠. 게다가 청동기 도구가 만들어지게 되는데, 이 도구는 부유한 사람만이 갖게 됩니다. 굉장히 귀했으니까요. 이렇게 힘이 있는 사람에게 청동 무기가 들려짐으로 더욱 힘의 차이는 커지게 되고, 이들은 이제 지배자가 되어 나라를 세우게 됩니다. 이렇게 세워진 한반도 첫 번째 나라가 고조선이죠. 이처럼 이 책은 나라가 세워지는 과정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조근 조근 차분하게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건강한 역사책이라는 건, 고조선이 세워지는 가운데 우리의 단군신화에 대한 해석이 건강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로 하여금 신화를 우리가 어떻게 접근하고 이해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레 알려주고 있답니다.

 

또한 이 책은 우리 역사 속 두 번째 나라로 부여를 말하고 있답니다. 물론, 부여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진 않지만, 그럼에도 부여를 우리의 두 번째 나라로 언급함으로 우리 역사 안으로 당당하게 편입시킴이 좋네요. 부여를 말하지 않고는 삼국시대의 고구려도, 백제도 설명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부여를 시작으로 하여 그 뒤에 세워지는 고구려, 옥저, 동예, 삼한(마한, 진한, 변하) 등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제 이들이 다시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라는 나라로 틀을 갖추게 되고, 점차 이들 나라들이 주변 정세 속에서 어떻게 멸망하게 되고, 삼국이 통일되는 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이 책, 『한국사 뛰어넘기』의 가장 큰 장점을 들라고 한다면, 그건 역사의 진행되는 과정들을 논리적으로 조근조근 잘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을 들고 싶네요. 아울러 대부분의 아동 역사책들이 그렇지만, 다양한 그림이나 사진, 지도 등을 통해 시각적으로 이해를 돕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자칫 우리 역사의 주류에서 빠질 수도 있는 나라들을 빠뜨리지 않고, 우리 역사의 테두리 안에 집어넣었다는 점입니다. 특히 부여가 그렇습니다. 자주 언급되는 옥저와 동예 역시 빠트리지 않았고, 가야(물론 가야는 모든 책에서 언급하긴 하지만, 이 책에서는 삼국과 동등하게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느껴지네요.) 역시 다른 삼국과 동등하게 언급합니다. 아울러 신라의 삼국통일에 있어, 과연 고구려 영토의 많은 부분을 당나라에게 넘긴 것을 삼국통일이라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에 대한 언급이 있음도 좋네요(물론, 단 한 줄로 살짝 언급하고 넘어가긴 하지만요.^^).

 

전체적으로 편협한 역사관이 아닌 건강한 역사관으로 우리의 역사를 아이들에게 전해준다고 여겨지는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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