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였다
정해연 지음 / 연담L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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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연 작가의 단행본을 처음 만났습니다. 작가의 작품을 읽어본 기억이 없었는데, 작가의 작품들을 살펴보니, 단편을 읽은 적이 있더라고요. 이번 작품 내가 죽였다는 작가에게 완전 푹 빠지게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우리 작가들의 미스터리 수준이 결코 일본 작가들에게 뒤지지 않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 작품이기도 했답니다.

 

주인공은 저작권 소송 전문 변호사인 김무일입니다. 저작권 소송 전문 변호사라고 하니 굉장히 그럴듯한데, 사실은 불법 소설 공유 사이트에 들어가 소설을 불법으로 업로드 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작가가 소송을 걸게 하고, 그 사이에서 코 묻은 돈을 수임료로 챙기는 변호사 업계의 이단아 같은 존재랍니다. 한 마디로 인간 말종 같은 변호사죠. 하지만, 상당히 매력 있는 캐릭터랍니다. 변호사로서 진실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수임료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은 모습이지만, 실상 진실을 파헤치는 일에 주저 없이(?, 사실은 주저를 많이 하긴 합니다.^^) 자신을 던질 줄 아는 멋진 인물이죠.

 

여기에 또 한 사람, 중요한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바로 신여주라는 여형사랍니다. 엄청난 미모를 가지고 있지만, 실상은 대단히 털털하고, 수많은 무술의 유단자이기에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도 위험한 형사인 신여주. 그녀는 김무일과는 고등학교 동창이자, 같은 건물에 세 들어 살고 있는 세입자랍니다.

 

어느 날 김무일에게 조물주 위의 존재인 건물주 권순향이 사건을 의뢰합니다. 그건 바로 자신의 건물 세입자였던 한 청년이 7년 전 사고사로 죽었는데, 사실은 자신이 그 청년을 죽였다는 겁니다. 그러니, 이 일을 자수하려 하는데, 이 문제를 김무일에게 의뢰한 겁니다. 그런데, 바로 그날 밤 건물주 권순향은 자신의 집인 5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고 맙니다.

 

하지만, 김무일과 신여주는 결코 자살이 아님을 확신하고, 이 사건을 뒤쫓게 됩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요? 아니, 드러나는 진실을 과연 이 두 사람은 감당할 수 있을까요?

 

소설은 우리 사회의 묵직한 주제 가운데 하나인 국정원의 민간 사찰을 사건의 배경으로 삼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흔히 구분하는 사회파 미스터리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어쩐지 무겁다는 느낌보다는 때로는 정통 추리소설을 읽는 것 같으면서도, 또한 때로는 스릴러 소설을 읽는 것도 같답니다. 여기에 작가의 묘한 유머감각이 곳곳에 녹아들어 있어 무거운 주제마저 결코 무겁지 않게 느껴지며 소설 속에 깊이 몰입하게 만든답니다.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결코 소설을 손에서 놓고 싶지 않을 만큼 다음이 궁금하여 계속 읽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또한 두 남녀 주인공 사이에서 일어나는 묘한 분위기 역시 또 다른 기대감을 품게 만들기도 하고요. 그런데, 소설의 말미 또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면서 끝난답니다. 어쩌면 그 사건으로 이 매력적인 두 주인공을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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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19-09-02 0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해연 작품은 ‘더블‘만 읽었는데요, 그 책의 주인공도 형사에 싸이코패스였어요. 이제보니 작가가 독특한 컨셉을 잘 잡는거 같네요. 리뷰 잘읽었습니다^^

중동이 2019-09-03 22:45   좋아요 1 | URL
전 이 책 참 재미나게 읽었어요. ‘더블‘도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기도의 막이 내릴 때 (저자 사인 인쇄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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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는 작가의 수많은 작품 가운데서 몇 안 되는 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그런 만큼 독자들의 사랑과 충성도 역시 유별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여태 <가가 형사 시리즈>를 많이 만나진 못했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를 읽으며, 도대체 범인이 누구라는 거야! 하며 머리를 싸맸던 기억이 있으며, 기린의 날개를 읽으며, 니혼바시 다리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품게도 되었다(하지만, 이젠 안녕~~).

 

작가의 마지막 <가가 형사 시리즈> 작품이라는 기도의 막이 내릴 때를 만나게 되었다. 작품은 2013년 작품으로 금번 도서출판 재인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소설의 시작은 가가 형사의 어머니가 집을 떠나 홀로 어느 장소에 정착하는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쓸쓸한 죽음을 맞는 장면. 그리곤 시간이 흘러, 오시타니 미치코라는 여인이 타인의 아파트에서 살해된 시신으로 발견된다. 청소업체의 모범적 직원인 오시타니 미치코는 왜 아무런 연관도 없는 타인의 아파트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 걸까? 그리고 이 아파트의 주인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이 사건을 가가 형사의 사촌 동생이자 형사 후배이기도 한 마쓰미야 형사가 추적하게 되고, 그런 가운데 가가 형사 역시 이 사건에 합류하게 된다. 왜냐하면, 이 사건은 가가 형사의 어머니 죽음과 연관이 있다는 고리를 발견했기 때문. 어머니의 유품 속에서 발견된 12다리의 메모가, 바로 살인 현장의 아파트에서 발견된 달력에 적힌 다리 이름 메모와 필체와 내용이 같기 때문. 과연 이 12다리에 감춰진 비밀은 무엇일까?

 

마쓰미야 형사는 피해자인 오시타니 미치코가 행방불명되기 전 찾았던 중학 동창 아시이 히로미(연극 연출가로 그의 연극이 유명한 극장에 올리게 된다.)로부터 사건의 흔적들을 찾아 나서게 된다. 그런 가운데 또 하나의 사건인 노숙인이 움막에서 불에 타 죽은 사건과 아시이 히로미가 어떤 식으로든 연관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되고, 아시이 히로미의 과거들을 추적하게 된다. 사건의 진상은 과연 무엇일까?

 

소설은 마치 본격추리소설 마냥 사건 속 범죄 트릭이 감춰져 있다. 여기에 탐정 역할을 하는 형사들이 등장한다. 그러니 어쩌면 본격추리소설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본격추리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등장인물, 특히 범죄자의 사연에 관심을 더 많이 기울이고 있다. 이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

 

등장인물의 사연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 부분으로 인해, 독자는 밝혀진 범인을 보면서도 마냥 그들을 미워할 수만은 없다. 아니 도리어 그들이 범죄의 길을 선택하게 되고, 그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아니 그들을 그 범죄의 늪으로 몰아넣은 사회적 상황을 먹먹한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소설은 사회파 소설임에 분명하다.

 

특히, 범인 쫓고, 어떤 과정을 통해 범죄를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형사들이 그 범인의 진상으로 접근하는 과정 등을 통해, 깨진 가정의 모습, 그 암울하고, 먹먹하기만 한 상황을 오롯이 보여주기에 독자는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개인에게 있어 가장 단단한 보호막이 되고 안식처가 되어줘야 할 가정이 너무나도 쉬이 파괴되고 그 상처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가족들(특히, 자녀들. 가가 형사도 그렇고, 사건 속 용의자 아사이 히로미 역시 그렇다.)의 슬픔, 아픔을 바라보며 함께 아파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놀라운 반전은 그럼에도 여전히 가정이 가장 큰 힘이었으며, 가장 큰 보호막이었음을, 가정이야말로 삶을 끌고 가는 원동력이었음을 역설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런 부분에서 소설은 뭉클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상당히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연관성 없어 보이는 사건 내지 상황들이 촘촘하게 얽혀 나가는 과정이 조금은 복잡하여 소설에 대한 몰입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상황들이 사건이 서로 얼마나 촘촘하게 얽혀 있는지를 알게 될 때, 무릎을 치게 된다.

 

여기에 또 하나, 소설은 요 근래 끊임없이 작가가 관심을 기울이는 원전에 대한 내용 역시 언급되고 있다. 이는 일본의 원전 사고의 영향임에 분명하다. 아직도 결코 끝나지 않은 원전의 그림자, 그 어두운 굴레를 끊임없이 작가는 끄집어 내주며, 경고음을 발하고 있다. 마치 잊어서는 안 된다고 항변하는 것만 같다.

 

원전은 연료만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네. 그 녀석은 우라늄과 인간을 먹고 움직여. 인신 공양이 필요하지. 한마디로 우리 작업원들의 목숨을 쥐어짜야 움직인다 이 말이야. 내 몸만 봐도 알 수 있어. 이게 바로 목숨을 짜내고 남은 찌꺼기일세.(364)

 

물론, 무엇보다 큰 관심은 가정의 해체, 그리고 가정으로부터 떨어져 홀로 살아가는 고독한 인생들의 먹먹한 삶에 대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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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기담집 - 아름답고 기이하고 슬픈 옛이야기 스무 편
고이즈미 야쿠모 지음, 김영배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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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독특한 책을 만났다. 고이즈미 야쿠모의 골동 기담집이란 제목으로 이 책은 1902년에 출간된 책을 번역 출간하였다.

 

먼저, 저자인 고이즈미 야쿠모는 1850년 그리스의 레프카다섬에서 아일랜드인 군의관 아버지와 그리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두 살 때 아일랜드로 이주하였고, 열아홉 살 때 홀로 미국으로 건너가 호텔 보이, 야간 경비, 행상 등의 직업을 전전하다가 저널리스트로 문필력을 인정받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1890년에 일본 땅을 밟고 영어교사로, 대학 강사로 그리고 와세다대학에서 교수로 교편을 잡았다고 한다. 1896년 결혼과 함께 일본인으로 귀화하여 1904년 심장마비로 54세의 생애를 마감했다고 한다.

 

저자의 이력을 보며, 상당히 독특한 삶을 살았구나 싶다. 그래도 저자가 행복한 인생을 살았구나 싶은 건, 심장마비로 생애를 다소 빨리 마감했지만, 도리어 그럼으로 일제의 광기를 그리 많이 보진 않았겠구나 싶다(물론, 지금의 광기 역시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살 수야 없겠지만.).

 

문화의 다양성에 매료되었던 탓일까? 그는 일본의 기이한 이야기를 재창조하여 소개하고 있다. 책엔 도합 스무 편의 짧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타문화에 관심이 많은 저자의 작품이기에 밖에서 바라보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의미도 있겠다 싶다.

 

때론 친구들이 함께 모여 으슥한 밤 시간 무서운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만 같은 느낌의 이야기들도 있고, 때론 담력 테스트를 하는 것만 같은 이야기들도 있다. 물론 때론 이게 뭐지 싶게 허망하고 시시한 이야기 역시 없진 않다. 때론 철학적 질문을 심도 있게 던져주고 있는 이야기들도 있으며, 때론 당시대상의 여성의 애달픈 생활상을 보여주는 이야기들도 있다. 동물들의 모성을 보여주는 이야기도 있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지만, 기대했던 것처럼 으스스한 즐거움, 오싹한 행복은 그리 많이 느낄법한 이야기들은 아니다. 그럼에도 과하진 않지만, 소소한 오싹함은 곳곳에 숨겨져 있기에 소소한 오싹함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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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마스터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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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린 지에벨의 단편소설집이라니 의외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여태껏 만난 작가의 작품들은 대체로 두툼한 분량을 자랑하는 장편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러한 장편 역시 몰입도가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상당히 느슨하게 진행되곤 하던 느낌이 강했기에 더욱 그랬다. 단편을 쓸 것이란 생각을 하지 못했던 작가의 단편, 과연 카린 지에벨이 쓴 단편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함이 먼저 들었던 게 사실이다.

 

이렇게 의외라는 감정과 함께 만난 작가의 단편집 게임 마스터는 책장을 펼쳐들자마자 금세 작가의 작품 속으로 빨려들고 만다. 책 속엔 도합 두 편의 단편(어쩌면 중편소설이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이 실려 있다.

 

첫 번째 작품인 죽음 뒤에란 작품은 작가가 장편만 쓸 줄 아는 작가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유명 여배우인 모르간은 어느 날 생면부지의 남자가 죽으며 남긴 유산을 받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을 찾게 된다. 그곳에서 고인이 남긴 시골 저택을 유산으로 받게 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남편 마르크와 함께 찾게 된 저택에서 모르간과 마르크는 고인이 남겨 놓은 함정에 빠지고 만다. 결국 남편 마르크는 불의의 사고로 죽게 되고, 모르간 역시 저택에 갇혀 버리고 마는데.

 

죽음 뒤에란 작품은 미스터리 작품답게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도 반전에 또 다시 반전이. 그러면서도 작품 속에 푹 빠지게 만드는 몰입력이 강한 작품이다. 소설은 완전범죄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두 번째 작품, 사랑스러운 공포는 스릴러 소설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러고 보면, 첫 번째 작품 역시 스릴러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생각해보니, 작가가 심리스릴러의 여왕 아닌가! 그렇군. 괜한 소리를 했다. 두 작품 다 스릴러 소설이다.

 

정신병원을 탈출한 연쇄살인범이자 강간범이 수사망을 피해 도망치기 위해 장애우 아이들이 캠핑을 떠나는 차에 합류한다. 그리곤 캠핑에 참여하게 된다. 인솔 여교사와 핑크빛 분위기까지 연출해내며. 이렇게 독자는 공포분위기를 갖고 작품 속으로 몰입하게 된다.

 

이번 작품에서 더욱 절묘한 건, 캠핑에 참여한 사람 가운데 누가 연쇄살인범인지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캠핑에 참여한 두 사내(버스 운전사,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서툰 모습을 보여줌으로 독자는 과연 두 사람 중 누가 연쇄살인범인지를 모르게 만든다는 점이다. 둘 다 수상하다. 그래서 더욱 긴장감을 느끼게 해준다.

 

단지 이런 긴장 관계, 과연 누가 연쇄살인범인지를 몰라 졸이게 되는 마음은 한 순간 누가 연쇄살인범인지를 알게 해줌으로 허망한 느낌마저 없지 않다. 그래도 괜찮다. 아직 스릴러는 끝나지 않았으니까, 단지 범인이 누구인지 독자로서 알게 된 것뿐. 그런데, 이렇게 끌고 가는 스실러는 마지막 순간 허무하게 급작스레 봉합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독자들을 안심시켜주는 결말이긴 하지만, 어쩐지 뭔가에 쫓기듯 급작스레 봉합되어버리는 점은 옥에 티가 아닐까 싶다.

 

이런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두 작품 모두 흡입력이 강하고 스릴 가득한 미스터리 단편소설임에 분명하다. 앞으로도 작가의 단편들도 종종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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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중간한 밀실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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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러스한 미스터리 작품으로 유명한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작품은 묘한 매력을 품고 있다.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유머러스한 탓인지 가벼운 분위기이지만, 그 추리의 구성만은 결코 가볍지 않은 게 히가시가와 도쿠야 소설의 특징이다. 본격추리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열광할 수밖에 없는, 본격추리소설의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작품들. 이번에 읽게 된 어중간한 밀실역시 그렇다.

 

책속엔 도합 다섯 편의 단편추리소설이 실려 있다. 첫 번째 작품인 어중간한 밀실을 제외하곤 나머지 네 작품은 탐정 역할을 맡은 사람과 그 곁의 보조(?) 내지 왓슨의 역할을 담당하는 등장인물이 같다. 그러니, 네 편은 연작단편소설이라 말할 수 있겠다.

 

첫 번째 작품만 등장인물이 달라 조금은 의아했다. 아예 모든 작품의 등장인물을 다르게 하던지, 아님 다 같게 하지, 왜 다른 작품들은 탐정 역할이 모두 같은데, 한 작품만 다르게 했을까? 그럼에도 이들 다섯 편을 하나의 단행본으로 묶은 이유는 뭘까? 이들 다섯 단편이 하나의 단행본으로 묶인 이유는 간단할 것 같다. 모든 작품들에 안락의자탐정이 등장하여, 사건을 추리해나가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 책 어중간한 밀실안락의자탐정 소설이다. , 또 하나 공통점이 더 있다. 다섯 편 모두 오카야마라는 곳을 배경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다섯 편의 단편, 다섯 건의 사건들. 이 가운데 실제 탐정의 추리를 통해 사건이 해결되는 건, 아니 이렇게 말을 바꾸자. 사건 해결에 안락의자탐정의 추리가 기여하는 사건은 첫 번째 작품 어중간한 밀실과 마지막 작품 아리마 기념 경주의 모험뿐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작품의 사건 속에선 안락의자탐정이 사건 추리에 실패하는 걸까? 물론 그것은 아니다. ‘안락의자탐정이 대부분 그렇듯, 소설 속 탐정 역할을 맡은 이인 야마네 빈은 얄미울 정도로 사건을 정확하게 추리해내며 순식간에 진실에 도달하곤 한다. 그럼에도 사건 해결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미 사건이 해결되었거나, 또는 이미 그 사건이 80년 전의 지나가버린 사건인 경우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친구의 치기 어린 의뢰에 의해서거나(이미 범인은 밝혀졌는데, 똑똑한 네가 한번 사건의 개용을 듣고 풀어봐라 는 식.), 또는 낡은 신문에 기사화된 사건을 보며, 정말 심심풀이 땅콩식으로 사건을 풀어가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추리과정이 느슨하다거나 설득력 떨어지는 추리라는 말은 아니다. 역시 작가의 소설은 본격추리소설의 매력이 가득하다. 때론 알리바이 트릭을 파헤쳐 해결하기도 하고, 때론 소실 수수께끼를 해결해내기도 한다. 물론, ‘안락의자탐정인 만큼 사건 현장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어진 정보만으로 말이다.

 

부끄러운 일 하나 밝힌다. 솔직히 난 이 작품 어중간한 밀실이 작가의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로부터 시작되는 <아카가와 시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인 줄 알고 구해 읽었다는 사실. 읽으며 처음엔 황당함, 그리고 나의 무지를 탓했다는 사실. 그럼 뭐 어떤가? 재미난 추리소설을 읽었으면 됐지. 어쩐지 안락의자탐정야마네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가 나오면 좋겠다는 욕심을 품어보지만, 요즘 이 작가 신작은 가뭄에 콩 나듯 하는지라 괜한 욕심은 접고, 아직 읽지 못한 작품들이나 구해 읽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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