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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외 서커스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6월
평점 :
고바야시 야스미란 작가의 작품을 몇 편 읽으면서 작가에 대해 알게 되었다. 더 다양한 작품을 읽고 싶어 작가의 책을 몇 권 구입했는데, 그 가운데 한 권이 바로 이 소설 『인외 서커스』다. 소설을 읽으며, 작가의 작품들은 참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소설은 판타지다. 흡혈귀가 등장하는 판타지 스릴러다. 평범한 이들이 그 흡혈귀들과 대결을 벌이는 내용이 돋보인다.
소설 속 흡혈귀들은 너무나도 당연히 흡혈을 행할 수 있다. 흡혈귀 소설의 공식인 흡혈귀에서 흡혈을 당하면 피해자 역시 흡혈귀가 된다는 설정은 소설 속에서도 동일하다. 하지만, 쉽게 흡협귀를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점이 조금은 다르다. 흡혈귀들은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그저 흡혈만 행하고 흡혈귀로 바뀌지 않도록 파괴해버린다. 자신들과 경쟁관계가 될 흡혈귀들이 만들어지길 원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소설 속 흡혈귀는 괴수로 변하는 능력이 있다. 박쥐로 변하기도 하고, 무시무시한 괴물로 변하기도 한다. 그리고 흡혈귀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 감히 대적할 수 없을 그런 엄청난 힘이. 무엇보다 엄청난 힘은 재생력이다. 그들의 약점이 파괴되지 않는 한 놀라운 재생력을 보이며 다시 회복되어지곤 한다.
이런 엄청난 능력을 가진 흡혈귀들조차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단체생활을 한다. 서로를 향한 끈끈한 공동체 정신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생존을 위해, 필요에 의해 이들은 단체생활을 한다.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흡혈귀들로부터 자신들을 지켜내기 위함이며, 또 하나의 위협인 흡혈귀 사냥꾼들로부터 자신들을 지켜내기 위함이다.
흡혈귀들을 죽이려는 컨소시엄이 존재한다. 그 대표자는 랜디라 불리는 랜돌프란 사람이다. 흡혈귀들조차 경계하게 만드는 흡혈귀 사냥꾼이다. 바로 그 흡혈귀 사냥꾼들의 모임이 서커스단으로 위장하고 있다는 정보를 흡혈귀 집단이 입수하게 되면서 흡혈귀 집단은 인근 서커스단을 습격하게 된다. 바로 그곳에 마술사 랜디가 있다. 랜디라고? 맞다. 흡혈귀 사냥꾼으로 이름이 알려진 바로 그 이름 랜디다. 그러니 흡혈귀들은 이곳 서커스단원들을 제거하려 한다. 그런데, 이 랜디는 흡혈귀 사냥꾼 랜디가 아니다. 소설을 읽으며 나 역시 속았는데, 아니다.
정말 평범한 마술사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맞다. 그의 동료 서커스 단원들 역시 평범한 서커스 단원에 불과하다. 흡혈귀 사냥꾼들이 아닌. 그런데, 흡혈귀들의 공격을 받는 이들은 어떻게 될까? 이런 긴장관계에서 소설이 진행된다. 서커스 단원들과 무시무시한 흡혈귀 집단과의 대결이. 사실 평범하기만 한 서커스 단원들, 하지만, 그들에게는 서커스로 단련된 몸과 자신들만의 고유한 서커스 기술들이 있다. 이 기술들을 극대화하면서 흡혈귀들과 대결하게 되는데, 과연 이들은 흡혈귀와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소설을 읽어가면서도 빨리 마술사 랜디가 자신의 진정한 신분을 드러내면서 흡혈귀 사냥꾼으로서의 능력을 발휘해주길 기대하게 된다. 작가에게 낚였으니까. 그런데, 마술사 랜디는 정말 평범한 마술사에 불과하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다. 그에게는 마술사로서의 트릭과 기술들이 있다. 다른 단원들도. 그들이 흡혈귀들과 맞서 펼쳐나가는 아슬아슬하고 아찔한 대결이 가슴 졸이는 맛이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긴장감은 흡혈귀 집단 외에 뭔가 거대한 존재가 있다. 서커스 단원들 말고도 누군가 흡혈귀를 죽인 엄청난 존재가. 과연 그 존재는 누구일까? 여기에 대반전이 감춰져 있다. 그런데, 흡혈귀 사냥꾼들, 그들은 정말 등장하지 않는 걸까? 빨리 나타나 위기에 처한 서커스 단원들을 구해주면 안 되겠니?
너무나도 강력한 존재들 앞에 너무나도 약하기만 한 인간들. 그러나 그런 인간의 처절하기만 한 투쟁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여기에 이 소설의 통쾌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