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 집필진이 쉽게 풀어 주는 술술 한국사 6 - 현대 역사 교과서 집필진이 쉽게 풀어 주는 술술 한국사 6
원유상 지음, 한용욱 그림, 오정현 감수 / 주니어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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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한국사』의 마지막 6번째 책은 “현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1945년 광복과 함께 시작된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 그리고 6.25 발발, 4.19혁명, 장면 정부 수립, 5.16 군사 정변(이 책에서는 ‘정변’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 박정희 정권이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정권을 잡았음을 암시하고 있다), 유신과 이에 맞서는 5.18 민주화 운동, 그리고 6월 항쟁에 이르기까지(6월 항쟁 이후에 세워진 노태우 이하의 정권에 대해서는 극히 간략하게 서술하고 있다.) 현대사를 아우르고 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현대사를 다룸에 있어서의 어려움을 피력한다. 현대사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아직 생존해 있는 인물에 대해 객관적 평가가 어렵기 때문이며, 또한 사건들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란다. 사건마다 서로 다른 관점이 존재하기에 이 책에서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언급한다.

 

하지만, 도리어 그런 접근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객관적 전달을 고집하다보니, 역사에 대한 평가가 너무 약하다. 우리의 부끄러운 과거의 역사를 살피고, 오늘의 잘못을 바로잡고, 보다 나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잘못에 대한 정확한 언급이 필요하다. 비록 그 일들이 현 정권이나 현재 생존하고 있는 이들에게 생채기를 낸다 할지라도 필요하다. 모든 역사는 사관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은가! 저자의 사관이 무엇인지 피력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오히려 진보와 보수, 좌와 우의 갈등 구조에서 현대사를 평가하기가 어려웠다면 양 진영의 견해와 평가를 객관적으로 전하도록 노력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우리 현대사를 일목요연하게 잘 서술해주고 있음은 분명하다. 정치적인 발전, 경제 성장과 문화의 발전, 그리고 통일을 위한 노력에 이르기까지 현대사를 잘 보여주고 있음은 사실이다.

 

현대사를 살펴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의 현대사를 장식하는 대표적 인물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는 점이다(물론 전부는 아닐 것이다). 바로 국가를 위해 자신이 존재하기보다는 자신을 위해 국가가 존재하고 정권이 존재하였던 이들이 상당하였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헌법의 제2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모든 권력이 대통령 본인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했던 각하들이 존재했던 것이 우리의 슬픈 현대사 아니었을까? 국민을 위해 대통령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위해 국민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이젠 그저 지나간 역사에만 그칠 수 있길 바래본다. 이제는 정권을 잡기 위해 온갖 부정을 행하는 지도자들이 아닌, 국민에게 권력을 되돌려주기 위해 자신을 내려놓을 수도 있는 그런 지도자들이 이 땅에 다시 세워지게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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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과서 집필진이 쉽게 풀어 주는 술술 한국사 5 - 일제 강점기 역사 교과서 집필진이 쉽게 풀어 주는 술술 한국사 5
노현임 지음, 백대승 그림, 한철호 감수 / 주니어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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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술술 한국사』 5번째 책, 『일제 강점기』부분이다. 우리 역사 가운데 가장 슬픈 시기이며 또 한편으로는 가장 자랑스러운 역사이기도 하다. 나라를 잃고, 일제의 악행에 몸서리쳐야 했던 시기인 반면, 일제의 악행에 자랑스럽게 저항한 역사이기도 한 것이다.

 

일제는 을사늑약 이후 한일병탄조약을 통해 우리를 완전히 집어 삼킨다. 그리고는 수많은 악행을 저지른다. 조선을 효과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조선총독부를 설치한다. 헌병 경찰 제도를 통해 이들에게 우리 백성을 즉결 처분할 권리를 허락한다. 조선태형령을 내려, 조선인들의 경우 잡아 마음대로 구타할 법적 근거를 세운다. 토지조사사업을 통해, 우리의 땅을 합법적(?)으로 자신들의 소유화한다. 등등 일제는 다양한 지혜(?)를 짜냈다.

 

이러한 일제의 악행을 보며, 분노가 일게 된다. 그럼에도 또한 이러한 일제를 향한 조선인들의 저항 앞에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대한독립 만세의 함성이 울려 퍼지고, 수많은 의병대가 활동하기도 한다. 독립군 활동과 광복군 활동으로 이어지는 독립을 향한 열망에 함께 응원하기도 한다. 또한 안중근, 박재혁, 이봉창, 윤봉길 등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고 행동한 수많은 의사들의 행보에는 숙연하게 된다.

 

특히, 조국의 해방 소식 앞에 마냥 기뻐하지 못하고 도리어 탄식하였던 김구 선생님의 모습에서는 함께 안타까움도 느끼게 된다. 조국의 광복을 위해 준비한 한국광복군이 실제 참전을 앞두고 일제가 항복하였기에 향후 국제정세에서의 발언권이 약화될 것을 염려하며 탄식하던 그 모습, 그리고 실제 그렇게 되었음을 알기에 안타까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처럼 조국의 해방을 위해 다양한 모습으로 헌신한 분들의 피와 땀방울이 있기에 이 암울한 시기는 결코 암울함만이 아닌 우리 역사에 밝은 빛줄기들이 비춰지던 시기라 여겨진다.

 

한편 이 5권을 읽으며, 부끄럽게 여긴 것은 일제의 역사왜곡 작업의 영향을 오늘까지도 우리가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제는 우리나라를 집어삼키기 전부터, 그리고 삼킨 이후에도 끊임없이 역사왜곡을 감행했다. 자신들의 침략을 합리화시키고 정당화시키기 위함이었다. 그 대표적인 식민 사관으로 이 책은 3가지를 이야기한다. 타율성론, 정체성론, 당파성론이 그것이다.

 

타율성론은 한마디로 한국의 역사는 스스로 발전하기보다는 언제나 누군가의 지배를 받아온 역사라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나라는 일본의 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 정체성론은 무엇인가? 이것은 한국사의 발전은 정체되어 있었는데, 일본의 지배를 받으며 발전하고 근대화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오히려 자신들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는 논리. 마지막 당파성론은 조선의 역사는 당을 지어 서로 분열하고 다투기만 하던 열등한 정치였다는 것. 이런 이유들로 인해 조선은 자신들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이 세 가지 논리들은 오늘날 여전히 우리의 입에서 나오는 푸념이 아닌가! 물론, 발전적 모색에서의 우리 편에서의 이런 반성이라면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자신을 깎아내리기 위한 이런 푸념은 놀랍게도 일제가 우리를 집어삼킨 것을 정당화하기 위한 그들의 공작 내지 작업이었음을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그들의 작업이 얼마나 교묘하고 효과적이었으면 오늘까지도 그 논리에서 우리가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까?(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지 않지만, 우리나라의 꽃 무궁화에 대한 수많은 부정적 이미지들은 일제가 우리 자긍심을 깎아내리기 위해 고의적으로 퍼트린 말들이다. 그럼에도 오늘도 여전히 그런 주장들을 아무 생각 없이 하고 있음을 볼 때, 일제의 작업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이제 우리의 역사를 부끄러워 할 것만이 아니라, 그 부끄러움 속에서도 자랑스러운 역사를 써가기 위해 몸부림 쳤던 그 흔적에 더 집중할 수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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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과서 집필진이 쉽게 풀어 주는 술술 한국사 4 - 개항기 역사 교과서 집필진이 쉽게 풀어 주는 술술 한국사 4
송치중 지음, 심수근 그림, 한철호 감수 / 주니어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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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과서 집필진이 쉽게 풀어 주는 술술 한국사』 시리즈는 말 그대로 우리 역사를 술술 읽어보며 역사의 파노라마를 함께 할 수 있는 역사책이다. 독자층은 청소년들을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다. 도합 6권으로 이루어진 시리즈인데, 절반인 4-6권이 근현대사 부분이다. 이처럼 분량으로만 보더라도 이 시리즈가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 우리 역사의 근현대사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근현대사의 첫 번째 책이자, 시리즈의 4번째 책으로 “개항기”를 다루고 있다.

 

‘개항기’는 어쩌면 우리 역사 가운데 가장 안타까운 시기가 아닐까? 문호 개방에의 압력 아래 흥선대원군의 대응으로부터 시작하여, 개화의 요구, 고종의 친정, 명성황후 시해, 을사늑약에까지 이르게 되는 우리의 어두운 역사. 읽는 내내 안타까움이 가슴을 저민다.

 

무엇보다 조선 정부의 무능에 마음이 아프다.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할 이유는 이러한 우리의 부끄러운 속살을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오늘의 우리를 반성하며, 내일을 아름답게 건설하기 위함이 아닐까? 그렇기에 아픈 역사라 할지라도 외면치 않고 직시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개항기’를 다룬 이 책은 우리가 반드시 살펴봐야 할 ‘과거의 거울’임에 분명하다.

 

아울러 저자는 어느 사건이나 개인에 대해 가급적이면 편협한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공과(功過)를 모두 아우른다. 물론, 어떤 변명도 허락지 않을 사건들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든다면, 을사오적들의 경우가 그러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를 제외한 다른 많은 경우는 역사의 평가가 상반될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그들 모두 각자의 가치관을 가지고,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기에.

 

저자는 말한다.

“시기와 방법, 주체에 따라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다르지만, 모두가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답니다.”(57쪽)

 

그렇다. 각자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기에 편협한 판단보다는 공과를 모두 아우르는 저자의 관점이 바람직하다 여겨진다.

 

예를 든다면,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을 비난하기만 해야 할까? 당시 무력을 앞세워 개방을 요구하며, 조선을 침략하던 외세 앞에 흥선대원군의 대응을 그르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흥선이 있었기에 서양의 힘으로부터 어느 정도는 조선을 지켜내지 않았을까? 물론, 당시 국제정세 파악이 미흡하여 서양 근대문물의 장점을 배울 기회를 막아버린 과(過)가 있지만 말이다.

 

이처럼, 편협하지 않은 역사적 접근이 4권의 장점이 아닌가 여겨진다.

 

또한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은 역사 파노라마 역시 저자의 강점이라 여겨진다. 사건 사건을 지엽적으로 서술하기보다는 각 사건이 인과관계 속에서 이어지고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저 학창시절 역사수업을 위해 단편적으로 외운 사건들이 아닌, 꼬리에 꼬리를 물며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음을 우리에게 잘 보여준다. 그래서 지루하지 않다. 비록 더욱 더 아프고 어두운 시간으로 들어가며 4권을 마치게 되지만, 그런 한 편, 머릿속에 뒤엉켜 있던 여러 사건들을 잘 정리하게 되는 좋은 독서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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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나라, 카자흐스탄
김정민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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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선 제목이 참 흥미롭다. 『단군의 나라, 카자흐스탄』, 카자흐스탄(이하 카작)이 우리와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겠다. 이러한 주장이 얼마나 흥미로운가?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큰 땅덩어리를 가지고 있는 나라, 전 세계에서 9번째로 넓은 나라, 그 넓은 땅덩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뿌리라는 생각은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한다.

 

저자는 이러한 카작과 우리 민족이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음을 밝히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 느낌을 받게 된다. 무엇보다 그는 언어의 유사성을 들어, 카작과 우리가 같은 뿌리임을 주장한다. 특히, ‘단군’이란 단어가 유라시아 민족 공통된 언어임에 주목한다. 우리에겐 ‘단군’이라 불리지만, 카작에서는 ‘탱그리’라 불린다는 것. 이 둘이 같은 어원, 비슷한 음가임에 주목한다.

 

또 하나 고구려와 백제의 뿌리가 되는 ‘부여’국에도 주목한다. 카작의 상징 가운데 하나가 늑대인데, 이 단어는 ‘봬르’라고 한다. 이 ‘봬르’와 우리 민족의 뿌리 가운데 하나인 ‘부여’와 음가가 비슷하다는 것. 게다가 부여국은 ‘늑대’와 연관이 있다고 주장한다(사실 이 부분은 조금 억지스럽기도 하다. 부여국이 동물과 연관이 없지만, 특별히 ‘늑대’와 강한 연관성은 없다. 물론 부여국의 한 관직자, 윷놀이의 도개걸윷모 가운데 개가 되는 개를 늑대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말 그대로 윷놀이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개를 특별히 높여 생각할 수는 없다. 도리어 윷인 소나 모인 말을 부여의 상징이라고 말한다면 모를까). 이렇게 저자는 언어의 유사성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수메르어, 카자흐어, 한국어에 유사한 단어들이 많다는 것이다.

 

아울러 신화의 유사성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이러한 접근은 사실 대단히 유용한 접근이기도 하다. 이러한 저자의 연구노력이 더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어쩌면 생소할 수도 있는 카작과 우리 민족이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는 이런 연구결과를 통해, 향후, 카작과 우리의 많은 교류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저자의 연구와 주장은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저자의 이러한 연구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심스러운 것은 언어의 유사성으로 접근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히브리어로 아버지는 ‘아브’이다. 우리의 ‘아버지’ 내지 ‘아빠’와 비슷한 음가다. 어머니는 ‘앰’이다. 이 역시 비슷한 음가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그러니 이러한 비슷한 음가, 그것도 언어사용의 첫 출발이 되는 가장 기본적인 단어의 유사성을 들어 히브리 민족과 우리의 뿌리가 같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단어가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니겠다. 또 다른 기본적인 단어들을 보자. 아들은 ‘벤’, 딸은 ‘바트’, 여자는 ‘이샤’, 남자는 ‘이쉬’다. 우연히(?) 비슷한 음가를 가진 단어가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인 단어 가운데, 더 많은 수의 경우는 음가가 전혀 다르다. 그렇다면, 같은 논리로 두 민족은 전혀 다른 출발을 가지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비슷한 음가의 단어로 접근하는 위험성이다. 바라기는 저자의 아름다운 노력이 더 많은 성과와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 역시 염두에 둘 수 있다면 좋겠다.

 

위의 사족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업적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카작의 자료들과 언어로 이런 접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분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렇기에 저자의 연구에 박수를 보내야 한다. 아울러 이런 저자의 노력으로 인해 우리와 카작이 같은 뿌리라는 공감대를 가지고 앞으로 펼쳐나갈 일들, 그로 인해 얻게 될 성과들도 기대해본다. 저자의 앞으로의 연구를 기대해 보며,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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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 유성룡이 보고 겪은 참혹한 임진왜란
김기택 옮김, 임홍빈 해설, 이부록 그림, 유성룡 원작 / 알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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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성룡의 징비록이 유행인가보다. 아무래도 tv 드라마가 진행 중인 영향이 없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작년 한해 <명량>이란 영화의 흥행도 한 몫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징비록에서 보여주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의 모습들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이런 유행으로 인해, 나 역시 몇 편의 징비록 책들을 봤다. 소설도 봤고, 유성룡에 대한 역사서도 봤다. 이번에 본 이 책은 유성룡이 쓴 <징비록> 원작을 쉽게 오늘 우리의 말로 번역해 내놓은 책이다. 그러니, 어쩌면 가장 오리지널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전시재상(戰時宰相)이라고도 불리는 유성룡, 우리 역사의 가장 부끄러운 시간 동안 조선이란 배를 끌고 갔던 재상, 그가 바라본 임진왜란은 어떨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펼쳐 읽어나간다.

 

『징비록』을 읽는 가운데 느끼는 점은 사실, 여느 임진왜란에 대한 책을 읽으며 느끼는 바와 다르진 않다. 하지만, 유성룡의 <징비록>은 훨씬 더 담담하게 기록되었다는 느낌이다. 본인이 직접 그 역사의 한 가운데서 체휼한 바였기에 어쩌면 가장 감정적으로 접근하기 쉬었으련만, 자신이 직접 경험한 역사이기에 어쩌면 더욱 끓어오르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기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담담한 느낌을 받게 된다.

 

아울러, 당시 조선호의 선장이었던 이균, 조선의 왕 선조에 대한 평가는 극히 생략되어 있음도 새롭다. 이것은 어쩌면 신하로서의 한계이면서, 또 한 편으로는 군왕을 섬기는 신하의 자세로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임진왜란 당시 가장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준 사람은 어쩌면 선조였다. 하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철저하게 자제하고 있음을 느낀다. 물론, 간혹 간략한 언급은 주어지지만, 선조에 대한 이야기는 최대한 아끼고 있다.

 

이렇게 어쩌면 담담히 기록된 유성룡의 <징비록>, 임진왜란 당시의 그 끔찍한 상황들을 읽어나가는 가운데 무엇보다 당시의 가장 큰 문제는 인사문제에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실력은 없으며 큰소리만 치는 자들이 정책을 만들고 책임을 져야하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도 그랬고, 전쟁이 발발한 이후에도 그랬다. 이런 모습이 유성룡의 <징비록>을 읽어가는 가운데, 가장 눈에 들어온다.

 

전쟁에 대해 모르는 자들이 지휘관의 자리에 앉아 있었고, 오히려 그나마 전쟁을 아는 숙련된 군사들은 그들의 지휘를 받았다. 그리고 지휘관들은 자신의 생각, 자신의 고집, 자신의 감정에 이끌려 전투를 치른다. 상황판단 능력이 없는 자들이 지휘관으로 전투를 지휘하기에 수많은 생명을 사지로 몬다.

 

아울러 조정에 앉아 입으로 전쟁하는 자들은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도 생각지 못한다. 그래서 전쟁이 발발한 상황에서도 위기를 타계하려는 노력은 없고 여전히 책임추궁이 먼저이며 자신의 안위가 우선이다.

 

이처럼 사람을 제대로 쓰지 못함이 조선호가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바로 이런 문제의식 때문에 오늘 이 시점에서 <징비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조심스레 해본다.

 

물론 유성룡이 <징비록>을 기록한 이유는 누군가의 잘잘못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닐 것이다. 그건 바로 이 뼈아프고, 부끄러운 역사를 보며, 후세는 제발 그런 부끄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을 게다.

 

그럼에도, 유성룡 이후에 우리는 더 부끄럽고 뼈아픈 역사를 반복했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다시 이 <징비록>을 읽는 이유는 앞으로는 그 부끄러운 역사가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 아닐까? 그것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바로 세우고, 쓰는 거다. 우리 대한민국이라는 배가 제대로 운항하기 위해선 사람을 바로 세우는 축복이 있길 소망해본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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