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 집필진이 쉽게 풀어 주는 술술 한국사』 시리즈는 말 그대로 우리 역사를 술술 읽어보며 역사의 파노라마를 함께 할 수 있는 역사책이다. 독자층은 청소년들을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다. 도합 6권으로 이루어진 시리즈인데, 절반인 4-6권이 근현대사 부분이다. 이처럼 분량으로만 보더라도 이 시리즈가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 우리 역사의 근현대사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근현대사의 첫 번째 책이자, 시리즈의 4번째 책으로 “개항기”를 다루고 있다.
‘개항기’는 어쩌면 우리 역사 가운데 가장 안타까운 시기가 아닐까? 문호 개방에의 압력 아래 흥선대원군의 대응으로부터 시작하여, 개화의 요구, 고종의 친정, 명성황후 시해, 을사늑약에까지 이르게 되는 우리의 어두운 역사. 읽는 내내 안타까움이 가슴을 저민다.
무엇보다 조선 정부의 무능에 마음이 아프다.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할 이유는 이러한 우리의 부끄러운 속살을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오늘의 우리를 반성하며, 내일을 아름답게 건설하기 위함이 아닐까? 그렇기에 아픈 역사라 할지라도 외면치 않고 직시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개항기’를 다룬 이 책은 우리가 반드시 살펴봐야 할 ‘과거의 거울’임에 분명하다.
아울러 저자는 어느 사건이나 개인에 대해 가급적이면 편협한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공과(功過)를 모두 아우른다. 물론, 어떤 변명도 허락지 않을 사건들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든다면, 을사오적들의 경우가 그러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를 제외한 다른 많은 경우는 역사의 평가가 상반될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그들 모두 각자의 가치관을 가지고,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기에.
저자는 말한다.
“시기와 방법, 주체에 따라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다르지만, 모두가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답니다.”(57쪽)
그렇다. 각자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기에 편협한 판단보다는 공과를 모두 아우르는 저자의 관점이 바람직하다 여겨진다.
예를 든다면,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을 비난하기만 해야 할까? 당시 무력을 앞세워 개방을 요구하며, 조선을 침략하던 외세 앞에 흥선대원군의 대응을 그르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흥선이 있었기에 서양의 힘으로부터 어느 정도는 조선을 지켜내지 않았을까? 물론, 당시 국제정세 파악이 미흡하여 서양 근대문물의 장점을 배울 기회를 막아버린 과(過)가 있지만 말이다.
이처럼, 편협하지 않은 역사적 접근이 4권의 장점이 아닌가 여겨진다.
또한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은 역사 파노라마 역시 저자의 강점이라 여겨진다. 사건 사건을 지엽적으로 서술하기보다는 각 사건이 인과관계 속에서 이어지고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저 학창시절 역사수업을 위해 단편적으로 외운 사건들이 아닌, 꼬리에 꼬리를 물며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음을 우리에게 잘 보여준다. 그래서 지루하지 않다. 비록 더욱 더 아프고 어두운 시간으로 들어가며 4권을 마치게 되지만, 그런 한 편, 머릿속에 뒤엉켜 있던 여러 사건들을 잘 정리하게 되는 좋은 독서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