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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하의 고민 ㅣ 푸르메그림책 1
조은수 글.그림 / 한울림스페셜 / 2017년 10월
평점 :
한울림스페셜에서 출간된 그림책 『병하의 고민』(2014년에 양철북에서 출간된 책이 한울림스페셜에서 새롭게 출간되었습니다.)은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되돌아보게 하는 책입니다.
이야기 속 ‘나’인 병하는 장애인을 보며, 할머니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할머니, 저 아이는 왜 이 세상에 온 거예요?”
처음 이 질문을 접하며, ‘어떻게, 이런 말을 다 할 수 있지?’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조금 더 솔직히 이 질문을 곱씹어보니, 어쩌면 병하의 질문은 다름 아닌 나의 질문이고, 우리 사회의 질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쩜, 우리 역시 나는 건강하다고 해서, 나는 장애인이 아니라고 해서, 장애인을 바라보며, 피하고 싶은 병균처럼 여기진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장애인을 향해, 귀찮은 존재,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은 존재로 여기진 않았는지 반성해 보게 되었답니다.
병하의 이러한 솔직한 질문에 할머니는 병하에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장애인은 태어나면서부터 약하다는 것을. 외모가 예쁘지 않다는 것을. 주변의 쌀쌀한 눈초리와 조롱의 시선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장애인의 삶이란 운명적으로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삶이란 것을. 등등을 말입니다.
이렇게 장애인에 대해 들려주던 할머니는 병하에게 말합니다.
“그러니까 저 아이는 너와 함께 살기 위해 온 거란다. 이 땅에서 너와 함께 살기 위해.”
이 문장을 읽는데 왠지 가슴이 촉촉이 적셔집니다. 함께 살기 위해, 함께 부대끼고, 함께 웃기도 하고, 함께 마음을 나누며 살기 위해 이 땅에 왔는데, 여전히 장애인들의 삶이란 비장애인들과 온전히 함께 하지 못하는 삶이란 것을 생각해봅니다. 여전히 그들은 소외되고, 여전히 외면당하며,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에 아파하고 있음을 말입니다.
책의 특별한 구성은 이런 이야기 사이에 여러 에피소드를 싣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에피소드, 실례 또는 간증을 통해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자연스레 바람직하고 건강하게 바로잡아줍니다.
책 속 할머니의 말을 다시 들어봅니다.
“그러니까 저 아이는 너와 함께 살기 위해 온 거란다. 이 땅에서 너와 함께 살기 위해.”
그렇습니다. 나와 함께 살기 위해 이 땅을 찾아온 나와 똑같은 생명들. 우리 모두가 장애인을 배려하되 차별 없이 똑같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장애시설이 들어온다고, 집값 떨어질까 염려되어 집단적으로 반대하는 그런 부끄러운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이 땅에서 발견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잠재적 장애인이란 사실을 깊이 인식하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장애인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러니까 저 아이는 너와 함께 살기 위해 온 거란다. 이 땅에서 너와 함께 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