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젠더는 규범이다

 2) 물질화 규범으로서의 섹스: 주체, 타자, 그리고 비체


 "'섹스'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젠더 이원론 규범 체계를 통해 물질화된 인식론적 범주"이고 "이 섹스 범주는 특정 존재를 반박 불가능한 '물질'의 위상에 올려놓는 '물질화 규범'으로 기능한다"(161쪽)는 것이 요 아래 책에서 버틀러가 담은 주장이라고 한다. 


 <Bodies that matter>는 우리나라에 <의미를 체현하는 육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나온지 오래이나 절판되었고 새로 나오지는 않은 모양이다. 저자는 이 번역서를 추천하지 않는다면서, 페미니즘도 퀴어 이론도 아는 바 없는 번역자의 심각한 오역을 지적하고 있다(각주12, 227쪽). 

 저자는 위 원제를 <물질화되는 몸>이라고 번역한다. 










당신이 '몸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라고 말할 때 당신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는 그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몸은 누구의 몸을 기준으로 하는 것인지를 질문하는 것이다.  - 161쪽


 육신의 고통을 내세워 몸의 물질성이 담론과 무관하게 실재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에 대해 : 저자는 "내 몸이 정말로 아픔을 느끼고 고통스러워한들 사회의 지배적 담론들이 세워놓은 인식틀에 잡히지 않으면 그 고통이 실재하지 않는 양 꾀병 취급당하는 경험을 지긋지긋하게 겪어왔다"(162쪽)면서, 각주 40)에서 아래 참고할 책들을 알려주고 있다. 안타깝게도 <통증연대기>는 품절이다. 

















그러므로 모든 물질성이 있는 그대로 인정받는 건 아니다. 육신의 고통까지 포함해서 어떤 특정한 몸과 몸의 경험을 실재하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이 몸으로 인식될 수 있고 무엇이 인식될 수 없는지 그 가능성을 지배하는 당대의 인식틀이다. 버틀러는 이를 '인식 가능성의 매트릭스matrices of intelligibility'라 부르는데, 

(...)  섹스와 젠더의 특정 규범에 맞는 몸들은 'bodies that matter'로서 인정되고 '물질성'의 위상을 획득하지만, 규범에 순응하지 않거나 들어맞지 않는 몸들은 'bodies that not matter'가 되는 셈이다. 이 후자가 바로 '비체abject'이다.  - 163, 164쪽


'비체'라는 것은 '타자'보다도 더 타자화된, '타자'라고조차 불릴 수 없을 만큼 인식 바깥에 있는 존재를 의미한다. "주체/타자의 인식틀을 이루는 경계 자체이자, 주체가 주체로서 '실재'하게 해주는 그림자"(164쪽)이며 "삶도 죽음도 삭제되는 이들이 놓이는 자리"(165쪽)이며 "인식 가능성의 한계 그 자체"(167쪽)라고 한다. 


버틀러는 인간이 차별적으로 생산되는 메커니즘을 파헤치고 그에 맞서고자 하는 것이다. 어떤 몸만 인간의 몸으로서 자격이 있고 어떤 몸은 그런 자격이 없는가? 어떻게 해서 특정 존재들만 '인간'으로 인정되고 다른 존재들은 (...) 인간으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 되는가? 그 기준은 무엇인가? (...) 우리가 이런 차별적 생산에 맞서고자 한다면, 우리에게 익숙한 담론에서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당연한 듯 받아들여지던 모든 것을 의심해야 한다.  - 168쪽 


 보부아르의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되는 것이다'라는 말에서 버틀러가 더 나아간 질문을 던진다고 지난번 읽은 부분에 썼는데, 오늘 '비체' 개념을 보니 버틀러가 보부아르의 논의에서 더 깊게 파고든다는 걸 알겠다. 오늘 읽은 쟝쟝님 <제2의 성>페이퍼(*매우 멋짐* 다시 꼼꼼히 읽어볼 예정)에 한마디로 "여성은 타자"라는 이야기를 한다고 볼 수 있다 쓰셨는데, 버틀러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타자로조차 인식되지 못하는' 존재가 있음을 밝히는 것이다. 

 보부아르도 모르는 내가 버틀러를 공부하고 있구나..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아 그러고보니 버틀러 강의 1-4강 본방사수 했는데 어제 5강은 놓쳤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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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28 17: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괭님이 올려주시는 발췌문 따라다니면서 ฅ🐾 읽는 재미 붙이고 있습니다!

독서괭 2021-09-29 08:01   좋아요 4 | URL
읽어주시니 뿌듯하네요^^ 사실 제가 발췌하지 않은 부분이 더 재밌습니다 ㅎㅎ

새파랑 2021-09-28 17: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강의를 비대면으로 듣는 기분이에요 ^^ 독서괭님 5강은 재방으로 보시겠네요~!

독서괭 2021-09-29 08:02   좋아요 3 | URL
아직 못 봤는데 재방으로 봐야겠어요! 버틀러님 멋져요!!

미미 2021-09-28 18: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영어 원제와 비교해서<의미를 체현하는 육체>의미가 좀 쌩뚱맞네요? 버틀러 저도 놓쳤어요ㅠ 다시보기 고고씽!ㅋㅋㅋㅋ😆👍

독서괭 2021-09-29 08:03   좋아요 3 | URL
네 제목부터 완전 오역이라고 ㅜㅜ 미미님도 다시보기 고고씽!!^^

2021-10-01 0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01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