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에서 계속 나를 노려보던 백래시를 드디어 시작했다. 엄청 두껍고 글자크기 작고 줄간격 좁은 이 책.. 허걱했으나 막상 읽어보니 잘 읽힌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는 페미니즘의 기본 정신들이 상업적 방식으로 재구성되어 마치 세 개의 황금 사과처럼 우리 발밑을 굴러다닌다. 경제적 독립이라는 페미니즘 윤리는 구매력이라는 황금사과가 되었다. 그리고 이 구매력은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카드 빚과, 터져 나갈 것 같은 옷장, 그리고 절대 끝나지 않는 허기를 안겨 줄 뿐이다. 허기가 절대 채워지지 않는 건 물질적인 것을 넘어선 무언가를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결정이라는 페미니즘 윤리는 ‘자기 계발‘이라는 황금 사과로 변신했다. 이 자기 계발은 주로 외모와 자부심, 그리고 젊음을 되찾으려는 헛수고에 바쳐진다. 그리고 공적 주체라는 페미니즘 윤리는 언론의 관심이라는 황금 사과로 탈바꿈했다. 이제는 이 세상을 얼마나 많이 바꾸는지보다 이 세상의 틀에 얼마나 멋지게 맞춰 사는지에 좌우되는 인기를 좇고 있다. - P27
페미니즘 혁명의 더 깊은 약속은 실종되었다. 페미니즘 혁명은 한 번도 극악무도한 경쟁이나 승자독식의 윤리에서 승자가 되어야 한다고주장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경제적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길에서 이 혁명은 시궁창에 처박히고 말았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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