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잘 읽히는 소설이다.‘

사놓은 책이 많다. 읽어야 할 책이 많다는 거다.
그럼에도 또 책을 샀다.아니 어느새 내 손에 쥐어져 있는거다.

다음 달인 9월에 영화로 개봉한다는 ‘살인자의 기억법‘이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인 설경구 씨가 주연으로 나온단다. (경구찡~~기대가 큽니다~)

알쓸신잡으로 폭풍유명해진 김영하 작가의 작품으로 2013년도의 작품이다. 작가가 뜨니 그의 이전 작품도 이슈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서점에서는 소설부문 베스트 3위로 그의 신간인 ‘오직 두사람‘ 5위를 당당히 제쳤다. 아마 영화개봉의 영향탓이리라. (그의 신간인 ‘오죽 두사람‘도 이달 초에 봤다. 단편 모음집이다.)

살인자가의 기억법은 김영하 ‘장편소설‘이라고 커버에 굳이 써놓은 것 치고는 149페이지로 얇다. 그런데 ‘장편‘소설이란다. ;; (김연수의 장편소설, ‘사랑이라니, 선영아‘보다 10여페이지 더 많은 수준. 원래 이바닥이 그런건가. 장편과 단편의 기준이 아직도 이해가 안된다)

이 책 ‘살인자의 기업법‘은 젊은 시절부터 장년이 될때까지 근 30여년동안 수 십여명을 살해한 무자비한 전직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다.

수 십년간 수십여명의 연쇄살인을 저질렀음에도 한번도 수사망에 잡히지 않은 이른바 프로살인범이기도 하다.(이런일이 현실에선 생기면 안되겠다)

그러다 25년간 살인에서 은퇴해 지내다가 나이 70세가 되어서 천벌이라고 하기도 지은 죄에 비하면 민망한 ‘알츠하이머‘에 걸려서 점점 기억을 잃어간다.(꼴 좋다~)

알츠하이머로는 부족했던가. 하늘은 그에게 진짜 천벌을 내리려고 결정했다.(그렇지. 인과응보다. 고고~)

살고 있는 동네에서 연쇄살인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하나밖에 없는 딸이 연쇄살인범의 표적이 된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70세의 전직 연쇄살인범이 현직 연쇄살인범으로부터 딸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사투가 시작된다.

소설치고는 밑줄을 좀 많이 그으면서 읽었다. 또한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의 모습을 보고 ‘기억‘에 대한 소중함을 피부로 느끼는 계기도 되었다.

첫페이지를 펼치자마자 느낄것이다. 마치 급행열차를 타고 숨돌릴 틈없이 도착지를 향해 질주해가는 것을.

마치 ‘드디어 내가 독서의 신이 됐는가‘ 하고 착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잘 읽히던 책이다.

그런데 도착지에서 모습을 드러낸 혼란을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나만큼 난감해 할것이 상상이 되면서 절로 미소를 짓는다.

#김영하 #살인자의기억법 #문학동네 #추천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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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을까봐 아까워서 아껴서 보는 책이 있다.‘

얼마전에 꼼수를 발휘해서 아내의 돈으로 산 책이다.
(나의 한달 용돈은 이미 책값에 올인된지 오래되었다. 그것도 월초에 말이다.ㅠ_ㅠ)

‘꿀벌과 천둥‘

제목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감이 안온다. 띠지에 있는 광고문구는 ‘일본 서점대상과 나오키상을 역사상 동시 수상작‘이다. 후아. 후광효과에 눈이 부실 지경이다. 서점대상과 나오키상이 어떤 수준인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16년도 말에 ‘편의점인간‘을 접했을 때 아쿠타가와상이 순문학을 대상으로, 나오키상은 대중문학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상이라는 기본정보를 숙지한 정도에 불과하다.

책 커버도 이쁘고 제목도 그렇고 여러모로 매력적인 책이다. 직접 마주하면 안다.

이 책은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참가한 연주자들의 경연에 대한 이야기다.
응? 피아노? 악기 피아노를 말하는 거다.
(내가 피아노, 음악에 관련된 책을 볼 줄이야)

참가자들은 모차르트, 베토벤, 바흐, 라흐마니노프, 쇼팽 같이 고등학교 음악시간때나 들어 봤음직한 거장들의 음악을 피아노로 경연하면서 3회에 걸쳐 예선전을 치룬다. 그리고 대망의 본선을 치루는데.

나는 이제 1차 예선 합격자까지 봤다. 아껴서 볼 생각이다. 승부는 자연인, 천재, 돌아온 천재, 노력형 일반인, 이렇게 4강구도로 예상이 된다.

‘꿀벌과 천둥‘을 보면서 성장한 점이 2가지다.

첫번째는 귀의 문명화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국제 콩쿠르 참가자들이 연주한 피아노협주곡을 함께 듣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점점 더 문명인이 되어 가는 것을 느끼며 흐뭇해한다.

두번째는 음악의 표현법이다.
˝한 음, 한 음이 깊고 풍부하다. 그대로 드러내는 게 아니라 벨벳으로 감싼 것 같다. 그런데도 간결하면서도 조금 냉소적인 바로크의 울림이 뚜렷이 드러난다.˝ 음악을 어떻게 텍스트로 표현할런지가 궁금했었는데 시원하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여러모로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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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향한 인간의 본성이 ‘계급없는 사회구현‘을 불가능하게 한다.

오랜 세월 인간이 경영하던 한 농장이 있다.
농장주가 ‘존즈‘이고 ‘메이저 농장이라 불리운다. 어느날 이 농장에서 태어나 아주 오랫동안 농장생활을 하고 곧 죽음을 맞기전의 늙은 수퇘지 ‘메이저‘가 농장의 모든 동물들을 모아놓고 이런 말을 한다.

‘우리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이 있습니다. 그것은 단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바로 인간입니다. 인간은 우리의 유일한 적입니다. 인간을 여기서 몰아냅시다. 그러면 배고픔과 과로의 근원이 영원히 사라질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배고픔과 과로에 시달리던 동물들은 마침내 ‘메이저‘ 농장에서 ‘혁명‘을 일으킨다. 농장에서 농장주인 존즈는 물론 농장의 모든 인간들을 모두 쫓아내고 동물들끼리 농장을 운영해 가기로 결정한다. 농장의 이름도 ‘동물농장‘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 한동안은 농장의 모든 동물들이 함께 일하고 수확물을 골고루 나누었는데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그 동물들을 이끌어가는 돼지들이 더 많은 몫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더 많은 몫을 가져가는 것에 대해서 처음에는 다소 미안함과 어색함이 담겨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뻔뻔함만이 남아있었다.

동물농장의 동물들은 돼지들을 지지하는 무리와 반대하는 무리, 그리고 다수의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무리들로 나뉘어졌다.
반대하는 무리들은 강제로 쫓겨나거나 인간들과 내통했다는 혐의로 죽임을 당했다. 다수의 어리석은 무리들은 이같은 사건들에 아무런 의미를 두지 못하고 ‘풍차‘를 만드는 일에 내몰린다.

농장의 수확물들은 점점 더 돼지들, 특히 돼지들의 우두머리인 ‘나폴레옹‘에게 집중되고 동물농장의 대부분의 동물들은 ‘혁명‘전보다 더한 배고픔과 과로에 시달린다. 종국에는 쫓아낸 인간들과 야합을 도모하는 돼지들의 형상이 인간으로 변하는 것으로 끝나는 이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 책은 조지오웰이 ‘마르크스의 이상‘을 이용한 ‘러시아 혁명‘을 스탈린 자신의 권력쟁취만의 수단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느낀 환멸감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풍자소설이다.

동물농장에서 등장하는 독재자인 ‘나폴레옹‘은 러시아 혁명을 일으킨 ‘스탈린‘이다. 평등한 사회를 만들자는 대의 명분으로 혁명을 일으켜서 정권쟁취에 성공한다.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혁명동지들을 잔혹하게 숙청한다. 평등사회 건설은 어딨냐며 묻는 국민들을 공포정치로 입을 닫게 만든 스탈린의 행적은 보는 이로 하여금 어이가 없게 만든다. 죽는 순간까지도 사회주의자였던 조지오웰의 입장에서는 참기 힘든 시대였던 것이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권력을 향한 인간의 본성이 계급없는 사회구현은 불가능하다‘라는 조지 오웰의 목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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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죽이기는 핫도그 안에 있는 소시지와 같다.˝

무슨 내용인지 기억나지 않는 ‘노르웨이의 숲‘을 제외하고는 읽은 내용이 기억나는 유일한 소설 ‘1Q84‘.
그리고 그의 에세이 ‘소설가로서의 직업‘

이정도가 고작 내가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다.
그런데 나는 하루키 선생의 작품에서 묘한 매력을 느낀다.
이것은 하루키가 한국에서 인기있는 일본작가이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그동안 텍스트로 뽑아 내지 못했던 그 매력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아키가와 마리에는 물 빠진 스트레이트 블루진에 흰색 컨버스운동화를 신은, (중략) 얇은 회색 요트파카 위에 벌목꾼이 입을 법한 두꺼운 체크무늬 셔츠를 걸쳤다.˝
˝아키가와 쇼코는 식탁에 함께 앉기에 이상적인 상대였다. 화제가 풍부하고 유머감각이 있으며 지적이며 사교성이 넘쳤다. 테이블 매너는 우아하면서도 젠체하는 구석이 없었다˝

‘인물에 대한 묘사‘가 아주~~ 디테일해서 마치 그림으로 보고 있는 듯한 실감이 느껴진다.
이점이 내가 생각하는 하루키 선생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어릴 때 먹었던 핫도그가 생각난다.
핫도그에서 가장 맛있는 핫도그 안의 소시지를 가장 나중에 먹기 위해서 소시지 주변을 둘러싼 빵을 먼저 먹는다.
그리고 나선 소시지만 남겨놓은 상태를 눈부신듯 실눈을 뜨고 바라보며 흐릿한 미소를 남긴다.

나에게 있어서 하루키 선생의 신간인 ‘기사단장 죽이기‘는 어릴때 제일 마지막으로 먹던 핫도그의 소시지같은 존재이다.
다 먹기가 아까워 아껴서 보고 싶다. 어디 휴양지 (휴가 갈때 재밌는 소설을 가져가는 불상사는 없길 바란다) 아니 정말로 심심한 장소에 가게 되었을 때 펼치면 모든 고통과 지루함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하루키 선생의 스토리가 있고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즐겨 나오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가 ‘벅스‘에서 흘러나오는 새벽이다.
책읽는 시간이 마냥 즐겁다. 그러니 읽자.

이제 곧 자야 하니 이제 종목을 바꿔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이 책을 붙잡고 있다는 건 곧 밤을 새겠다는 무모함을 드러낼 뿐이다.
펼치면 잠이 오는 수면제 역할을 하는 책들을 펼쳐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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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7-07-28 15: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책이라니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자강 2017-10-10 11:54   좋아요 0 | URL
이...이제서야 댓글을 다는 것을 용서해주세요. 재밌게 봤습니다~
 

‘기사단장 죽이기‘로
‘하루키 선생의 신묘한 작품에 빠져든다.‘

나는 이 책을 보는 내내 제목에 대한 궁금증에서 벗아날 수가 없다.

‘기사단장‘은 기사단의 장, 우두머리다. 그리고 기사단은 중세유럽의 군대체제를 말함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나오는 기사단장은 일본의 고대사인 아스카 시대를 배경으로 한 그림의 인물이다.

일본의 아스카 시대에 왠 기사단장이란 말인가....
이러한 혼란을 뒤로 하고 이야기 해본다. (2편에서 혼란이 해결되려나 모르겠다)

하루키 선생의 작품은 작년에 1Q84로 접했었다. 정확하게는 20여년전에 군대에서 ‘상실의 시대‘를 읽었는데요. 무슨 내용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3권에 달하는 1Q84를 보면서 한여름에도 식은 땀을 흘리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게 만들었던 그때의 스릴이 생각난다.

그것을 ‘기사단장 죽이기‘로 그대로 느끼고 있다. 하루키 선생은 스릴러 전문인건가. 이야기 전개의 범위가 상상력을 초월한다. 대단하다.
하루키 선생의 ‘마르셀 프루스트‘ 사랑은 최신작 ‘기사단장 죽이기‘에서도 여전하다.

결국 나는 이 책을 손에 넣고야 말았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손에 넣는 것만으로도 뭔가를 해내었다는 자신감이 생기는 책이다.

‘기사단장 죽이기‘1편을 보고 난 소감은
˝하루키 선생이 펼치는 상상의 세계를 좀더 누리기 위해서 2편을 읽어가는 속도를 늦추어야 겠다.˝이다.
그리고 ‘진짜 무섭다‘

#무라카미하루키 #기사단장죽이기 #마르셀프루스트 #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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