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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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마치 항상 기뻐하라고 윽박지르는 기둥서방 앞에 서 있는 억지춘향의 꼴이 아니겠나. 그렇게 억지로 조증의 상태를 만든다고 해서 개조가 이뤄질까? 인간의 실존이란 물과 같은 것이고, 그것은 흐름이라서 인연과 조건에 따라 때로는 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며 때로는 호수와 폭포수가 되는 것인데, 그 모두를 하나로 뭉뚱그려 늘 기뻐하라, 벅찬 인간이 되어라, 투쟁하라, 하면 그게 가능할까?"
김연수는 왜 백석시인의 삶이 궁금했을까? 그는 시를 쓰지 않는 시인으로 살다 간 백석의 삶에 대한 연민에서 삶과 시를 긍정하게 된다. 소설가는 자신의 삶도 그렇게 긍정하게 되었을 것이다.
나 또한 안타까웠던 시인의 삶을 그대로, 글을 쓰지 않이도 충분히 삶이 시처럼 아름다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삶으로 살아냈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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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 수오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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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조각 글

그럼에도 너는
이 생에서 네가 얻고자 하는 것을 얻었는가

그렇다.

무엇을 원했는가?

나 자신을 사랑받는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
이 지상에서 내가 사랑 받는 존재라고 느끼는 것

ㅡ레이먼드 카버.

이미 충분히 받았다고 생각하는데, 생각만으로 그친다.
그래서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되어도 좋은데 나는 아직도 무엇이 부족해서 두리번거리는지.
사랑받는 존재라고 느끼고 싶은 것이구나.
누구나 그런 존재가 되고 싶은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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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뜰 - 소설가 전상국이 들려주는 꽃과 나무, 문학 이야기
전상국 지음 / 샘터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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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그리 크지 않은 백두산 구절초가 만발하면 그 꽃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을꽃이라고 말한다. 조팝나무 꽃이 필 때면 조팝나무 꽃 향을 맡기 위해 눈까지 감는다. 앵초 앞에 서면 앵초를, 이른 봄 복수초를 보면 복수초가, 금불초, 옥잠화, 은방울꽃, 삼지구엽초, 인동덩굴 앞에 서면 그 꽃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아무튼 나는 들꽃 앞어서만 서면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을 잃고 갈팡거린다. 그 하나하나가 모두 지금까지 알고 있는 그 어떤 것의 아름다움보다 앞선다는 느낌 을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ㅡ138p

작가는 사랑하는 것을 담아 두었다가 글을 쓰고 독자는 그 글을 읽으며 그 사랑을 다시 살려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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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없는 거 아닌가? - 장기하 산문
장기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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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애초에 통제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마음이 편해진다. 내 힘은 어차피 별로 세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니, 무력감을 느낀 것이 머쓱해지기도 한다.
나는 자연을 통제할 수 없다. 해일, 지진, 태풍 앞에서 내가 한 명의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인공지능도 이제는 자연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자연은 독자적인 생명력을 가지고 움직인다. 그리고 굉장히 힘이 세다. 그 두가지 점에 있어서는 인공지능이나 바다나 별다를 바 없지 않은가. ㅡㅡ
인공지능이 추천해준 멋진 음악을 들을 때, 나가 패배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슬퍼할 필요가 없다. 그냥 음악을 즐겁게 듣고, 작게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정도의 창작을 해나가면 그만이다.마치 서퍼가 바다 앞어서 작디작은 자기 자신에 대해 슬퍼하지 않고 어찌어찌 파도를 타고 나아가며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처럼. ㅡ214p

장기하는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창작자로서 실패감과 열등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상관없이 그걸 넘어 즐겁게 노래를 만들고 부를 것이다.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 노래를 잠시 쉬며 자신 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여러 모양으로 담아 놓았다. 그의 노래처럼 '앗'하는 순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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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통권 174호 - 2020년 9월~10월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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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모임에서 김종철 선생님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자기 위주로 살지 않는 것이 잘 사는 것' 아니겠느냐 하시며,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인간의 근본 한계를 자각하고 자신의 욕망을 조절할 줄 아는 정신적 능력이라고 하셨습니다. 이제라도 지구 생태계와 인간사회를 회복하고 유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은 결국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해 개인으로나 공동체로서 자기 편리와 안위를 포기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ㅡ84p
이제 고인이 되신 선생님.
김종철 선생님을 기억하는 간절한 목소리들이 있다.
선생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불친절하고 고집스런 사상가 쯤으로 짐작하던 내게 그들의 목소리는 나를 꾸짖는 듯하다.
이제라도 제대로 선생님의 글을 읽고, 녹색평론의 글을 읽어야지. 읽는 것으로 그치는게 아니라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우정과 환대의 삶을 흉내랴도 내야하지 않을까.
선생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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