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엄마는 도시의 청소부입니다 - 도시의 가장 낮고 뜨거운 일터에서 발견한 인생의 존엄
장샤오만 지음, 허유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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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머니는 자기 나름의 진리를 하나 터득했다. "뭘 하든 한가지에 전념해서 빠르게 잘 해내면 그게 가치 있는 거야. 무조건 잘해야 해, 사람이 어디에서 일하든, 남들이 그만두지 말라고 붙잡을 정도가 되면 성공한 거지. 어디서 뭘 하든 자기 이름값은 해야 하고, 일 잘한다는 인상을 남겨야 해,"

아주머니는 미화원 일에서도 그 신념을 실천하고 있었다. 입사한 뒤로 그녀는 한 번도 휴가를 내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갑작스러운 일이 생길 때마다 팀장은 무란 아주머니를 불러 대타로 세웠다, 엄마가 요로결석 진단을 받고 휴가를 낸 날 오전에도 무란 아주머니가 엄마 구역까지 청소했다, 아주머니는 말했다, "할 수 있으면 하는 거지. 좀 더 일한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무란 아주머니는 나이가 가장 많아도 다리가 튼튼해서 걸음이 아주 빨랐다. 

 한번은 다른 미화원들 앞에서 아주 자랑스럽게 말했다, "나만큼 잘하는 사람 아무도 없어!"

 (311p)  


일하는 사람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힘든 일을 하면서도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자기 일을 통해 돈을 벌고 가족을 지원하며 세상을 이롭게 한다면 아름답지 않은가, 


작가는 엄마의 청소부 일을 관찰하고 엄마의 동료들과 대화하며, 사회가 발전하면서 보이지 않는  노동자의 삶을 기록한다, 그것이 엄마에 대한 사랑이면서 우리가 기억하고 감사해야 할 우리의 소중한 삶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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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니주의보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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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한숨과 함께 전화가 끊겼다. 어릴 때는 다슬기 잡고 취나물 뜯느라 애달프고 나이 들어서는 막걸리 사다 나르느라 고달픈 인생이었다. 하기야 들여다보지 않아서 그렇지 애달프고 고달프지 않은 인생이 어딨으랴. 고생이라곤 깃털만큼도 안 해본줄 알았던 찌니들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아니지, 찌니들이 고달픈 게 맞나? 스스로 선택한 것 아닌가? 아닌가? 타고나길 그런가? 그럼 애달픈 게 맞나? 이장의 머릿속이 오뉴월 논바닥의 개구리라도 가득 들어찬 양 시끄러웠다. 이럴 때는 윤선생의 예언도 쓸모가 있다. 이장은 가뿐하게 고민을 멈췄다. 워치케든 되겄제. 이것이 사람구실하기는 어려운 대가리의 결론이었다. (78p)


ㅡㅡㅡㅡㅡㅡ
악담도 쓸모가 있겠거니 하는 말은 이장의 생각이 아니어도 그럴듯하다. 잡초도 생명이고 악담도 잡초거니 하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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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나라는 통증 - 비로소 나아가는 읽기, 쓰기
하재영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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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이라는 용어는 단순한 '언어적 환상'이 아니다. 인간이 오랫동안 애완동물로 치부해왔던 대상과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전환의 언어다
(154p)
반려동물과 함께 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이해하고, 인간 존재 아닌 존재들과도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며 쓰는 작가의 글이다.
나이만 갱신하는게 아니라, 사유도 갱신하고 습관도 갱신해야 인간은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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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시 기행 3 -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리스본, 뽀르투 편 ㅣ 유럽 도시 기행 3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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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온하고 행복해보이는 그의 얼굴이 좋았다.
(57p)
유시민 작기가 걸음을 멈추어 바라본 마테우스 슈바르츠의 초상화처럼 그도 평온하게 세상을 보며 세상의 평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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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하고 사랑하라
헤르만 헤세 지음, 신혜선 옮김, 나태주 해설 / &(앤드)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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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 이른 가을 


어느덧 시든 잎들의 냄새가 매캐하고,

곡식 밭은 텅 빈 채, 눈빛도 없이 서 있다. 

우리는 안다, 다가올 날씨가 한 번에 

지친 여름의 목을 꺽어버리라는 걸.


금작화 꼬투리가 바스락거린다. 지금 

우리 손에 쥐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갑자기 아득한 전설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모든 꽃은 기이하게 길을 잃은 것 같다. 


놀란 영혼 속에 소망 하나 불안스레 움튼다.

생존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기를.

나무처럼 시드는 것을 깨우쳐 알기를,

그들의 가을에도 축제와 색채가 함께하기를.



'때 이른 가을'이란 것이 초가을인지, 아니면 예년보다 일찍 닥친 가을인지, 아니면 인생의 실패나 비극을 말하는 것인지 다만 그것은 시인만이 아는 일일 뿐, 독자의 입장인 나는 몰라도 좋은 일이다. 아무튼, 때 이른 가을,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시들어가고 있고 나아가 죽어가고 있다. 그러한 만상(萬象)을 보면서 시인은 조상(弔喪)하듯이 차근차근 언어의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 역시 헤세가 즐겨 다루는 형식인 3연 형식인데 1연과 2연에 객관적인 풍경을 그렸고, 3연에 주관인 감회를 담았다. 이는 동양 한시 형식인 전경과 후정의 기법과 많이 닮았다. 밖으로부터 안으로 잦아들게 하는 형식이다, 그러므로 시의 분위기는 지극히 고즈넉하고 명상적이다. 역시 마지막 연에서 우리는 인생에 대한 수중한 충고를 만난다, '놀란 영혼 속에 소망 하나 불안스레 움튼다. /생존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기를. /나무처럼 시드는 것을 깨우쳐 알기를, /그들의 가을에도 축제와 색채가 함께하기를.' 이런 구절은 이전의 번역본 시집을 읽을 때는 얼핏 스쳐 읽은 대목인데 이번 시집에서 새롭게, 놀랍게 읽는 구절이다. 뒤늦게 만난 기쁨의 하나라 할 것이다. 



 헤세의 시에 나태주 시인이 해설을 달아놓았다. 헤세의 흔한 시도 있고 새로이 보는 시도 있는데, 나태주 시인이 새롭게 읽고 놀랍게 읽는다는 말씀이 놀랍다. 팔십이 넘은 시인도 새롭게 읽으시며 기쁨을 발견한다는 것. 시보다 더 반가운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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