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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된 꽃, 박주가리
   

         -고진하

 
어떤 이가
새가 된 꽃이라며,
새가 아닌 박주가리 꽃씨를 가져다 주었다
귀한 선물이라 두 손으로 받아
계란 껍질보다 두꺼운 껍질을 조심히 열어젖혔다
놀라왔다
나도 몰래 눈이 휘둥그래졌다
새가 아닌 박주가리 꽃의
새가 되고 싶은 꿈이 고이 포개져 있었다
그건 문자 그대로, 꿈이었다
바람이 휙 불면 날아가버릴 꿈의 씨앗이
깃털 가벼움에 싸여 있었다
하지만 꿈이 아닌,
꿈의 씨앗도 아닌 박주가리의 生,
어떤 生이 저보다 가벼울 수 있을까
어느 별의
토기에 새겨진 환한 빛살무늬의 빛살이
저보다 환할 수 있을까
몇며칠 나는
그 날개 달린 씨앗을 품에 넣고 다니며
어루고 또 어루어 보지만
그 가볍고
환한 빛살에 눈이 부셔, 안으로
안으로 자꾸 무너지고 있었다


 

생각하기 

- 박주가리 꽃을 본 적이 있나요? 한 번 찾아봅시다.

 

- 시인은 박주가리 꽃에서 새가 되고 싶은 꿈을 봅니다. 우리 주변의 사물에서 꿈을 느낀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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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전
김규항 지음 / 돌베개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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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궁금한 질문을 안고 있었다. 우리 사회에는 교회도  기독교인도 이토록 많은데 왜 이리 그들이 말하는 사랑과 평화는 적은지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품고 있다, 교회안의 제도가 된  예수는 이미 자기 모습을 상실하고 권력화 되었다고. 진정한 예수 정신은 불의한 권력에 대한 저항을 안고 있는 혁명적 모습이라고.  

김규항이 말하고 있는 예수의 모습이지만, 오늘의 현실을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단호하면서도 예리하다. 반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 사회를 고민하는 사람들. 공동체의 삶을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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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페인트로 담벼락을 새로 칠했어.

큼직하게 써 놓은 '석이는 바보' 지우고

'오줌싸개 승호' 위에도 쓱쓱 문지르고

지저분한 낙서들을 신나게, 신나게 지우다가

멈칫 멈추고 말았어.

담벼락 한 귀퉁이, 그 많은 낙서들 틈에

이런 낙서가 끼여 있었거든.


 

―영이가 웃을 땐 아카시아 향내가 난다.

난 영이가 참 좋다. 하늘만큼 땅만큼


 

  - 신형건의 ‘낙서’ -


 

생각하기

-  오늘 어떤 낙서를 하였나요. 그 낙서에는 어떤 마음이 들어 있나요?

 

-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낙서를 본 적이 있나요?

 

- 내가 웃을 땐 어떤 향기가 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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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의 노래(Canto Libre)
                   -빅토르 하라



나의 시는 보금자리를 찾는
한 마리의 비둘기와 같소
그대들이여, 나래를 펼쳐라
그리고 힘껏 날아라

나의 노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자유의 노래이며
나의 노래는 단결하고픈
신념을 발산하고픈 자들에게
자유의 노래일지니

나의 노래는 끝도 시작도 없는 고리,
수많은 민중들의 절규가 존재하는
영원의 사슬이리라

우리는 권리를 함께 노래하고
우리는 이 노래가 그 무엇에 도달하려는
한 마리의 비둘기라 외치네
나래를 펼쳐라 힘껏 날아라
오 ! 나의 노래는 자유의 노래일지니


 

생각하기

- '나의 시는 보금자리를 찾는 한 마리의 비둘기' 라고 했습니다.

   평화와 자유를 찾는 비둘기 같은 시가 있다면 많은 힘이 되겠지요. 나에게 보금자리와 같은 시가 있나요?

 

- 시인은 '나의 노래는 자유의 노래'라고 말합니다. 나에게 노래는 무엇일까요?

 

빅토르 하라는 라틴 아메리카 노래 운동의 상징인 '누에바 깐시온(Nueva Cancion, 새로운 노래) 운동'을 하다가 1973년 피노체트의 쿠데타로 처형된 칠레의 대표적인 민중가수다. 1932년 산티아고의 변두리 로꾸엔이란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칠레 민중의 삶과 애환을 노래와 연극으로 보듬어준 문화전사였다.

그는 한 때 산티아고대학에서 연기와 연출을 공부한 전공을 살려 칠레에서 뿐만 아니라 남미와 유럽을 순회하며 연극활동에 심취하기도 했다. 토속민 혈통을 이어받은 어머니로부터 칠레 구전 민요를 들으며 자란 그는 일찌감치 시와 노래와 연극을 사랑하던 청년이었다. 스무살이 되던 해에는 사라져가는 칠레의 전통민요를 조사하고 채집하면서 포클로레(Forklore, 안데스의 민속음악)의 뿌리찾기에 열정을 보였다.

하라의 민요 채보 여행은 라틴 아메리카 민중의 전통과 고난에 찬 생활상을 직접 보고 느끼면서 현실의 모순에 눈을 뜨게 했다. 그런 그에게 누에바 깐시온의 선구자 비올레따 빠라(Violeta Parra)와의 만남은 그의 열정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안데스 민속음악을 복원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집단 작업을 통해 진보적 문화계의 중심에 서게 된 하라는 민중저항노래로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하라가 칠레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의 일이었다.

1966년 첫 솔로음반 을 내고 연극활동과 음악활동을 병행하던 하라는 1969년 칠레 산티아고에서 개최한 1회 누에바 깐시온 페스티벌에서 자작곡 'La Plegara a un laborador'(농부의 기도)를 불러 우승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산티아고대학의 연극연구소 일을 그만두고 빠라, 잉띠 일리마미, 뀔라빠윤 등의 민중가수들과 함께 인민연합의 문화선전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전국을 돌며 활발한 누에바 깐시온(칠레의 음악, 라틴 아메리카만의 음악이 아닌 세계의 음악으로서, '제3세계를 포함한 전세계 민중이 인종과 종교, 가치와 신념을 초월해 공감할 수 있는 공통의 음악 언어'로 재정의할 수 있다) 운동을 벌여 나갔다.

1970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노래와 연극으로 파시스트와 보수우익에 날카로운 비판을 퍼부어 선거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빅토르 하라는 살바도르 아옌데(Salvador Allende)가 이끄는 인민연합의 승리를 위해 민중벽화운동, 민중발레단, 노래운동 등 다양한 방면의 민중문화 운동 세력을 모아 나갔다. '벤세레모스'는 하라가 쓴 시로 만든 첫 번째 선거운동극이었다. 대통령 후보인 아옌데를 지지하는 콘서트를 개최하고, 신변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그의 노래는 멈추지 않았다.

1970년 9월 4일의 선거혁명. 대선에서 민중연합 후보로 나선 살바도르 아옌데가 민중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승리했다. 칠레의 봄이었다. 민중 가수 빅토르 하라는 봄의 주역 중 하나였다. 하라는 1971년말 라틴 아메리카 전역을 순회하며 칠레 민중들의 삶의 역사와 고난의 역사를 노래했다. '기타는 총, 노래는 총알'이라는 누에바 깐시온의 구호처럼 하라의 노래는 파시스트의 폭력에 저항하는 무기가 됐다.

아옌데가 이끄는 사회당 정부는 미국의 시장 교란과 위협에도 불구하고 칠레 민중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1973년 3월 의회선거에서 아옌데의 인민연합은 과반수가 넘는 지지를 확보했다. 아옌데의 개혁은 추진력을 얻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개혁에 앞서 국민들로부터 재신임을 묻는 투표를 실시하려고 했던 날 쿠데타가 발생했다. 9월 11일 미국의 지원을 받은 피노체트(Augusto Pinochet Ugarte)가 군부를 장악하고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산티아고의 봄은 짧았다. 1844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후 1932년 이후로 여러 차례의 쿠데타로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불황에 시달려 왔던 칠레. 1970년 살바도르 아옌데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최초로 민주주의 선거에 의해 역사적인 사회주의 정권을 탄생시켰던 그 칠레가 붕괴되고 말았다.

쿠데타 당일 3군총사령관 피노체트는 2대의 전투기로 대통령궁을 폭격했다. 당시 상황을 그린 영화 제목 '산티아고에 비는 내리고'는 쿠데타군의 작전 암호였다. 쿠데타 당시 아옌데 대통령은 18명의 지지자들과 쿠데타군에 맞서 항전하다 최후를 마쳤다. 사망 직전 아옌데 대통령의 마지막 방송연설은 지금도 귀에 들리는 듯하다.



"누군가 이 암울하고 쓰라린 순간을 극복해내리라 믿습니다. 머지않아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보다 나은 사회를 향해 위대한 길을 열 것이라고 여러분과 함께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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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
                                        -김용택

 

한 점 숨김이 없다 망설임도 없다 꽃은.

꽃잎 속 제 그늘에도 티 한 점 없다.

꽃은 호랑이도 살얼음도 무섭지 않다.

허튼 짓이 없으니, 섭섭지도 않고

지는 것도 겁 안 난다.

                                                 김용택- '수양버들' (창비, 2009)

 

생각하기

-  이 시를 읽고 생각나는 꽃이 있나요.

 

-  이 시를 읽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나요?  어떤 면에서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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