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 한 법의학자가 수천의 인생을 마주하며 깨달은 삶의 철학
이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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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법의학자로서 불법체류자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죽음앞에서조차 인종과 국적을 중요시하고 구분한다. 하나의 사건을 처리하는 데서 끝낼 일이 아니다. 이런 비인간적인 시스템과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법의학자도 사회 문제를 공부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나와 타인, 나와 사회를 분리하고 대상화하는 공부가 아니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기 위한 공부가 필요하다.
의사로서 진료실에 오는 환자, 내 앞에 와 있는 환자만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진료실에 오지 않는 환자, 오지 못한 환자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잘못된 시스템과 구조 때문에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의사가 인체가 아닌 인간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2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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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어른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이호 선생님의 생각을 실천하려고 할 듯하다.
좋은 작가가 아니라 좋은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
우리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함께 나아가야 한다. 그 길은 편가르기와 혐오로는 불가능하다. 혐오라는 독을 멈추기 위해 이호 선생님 같은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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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미술관 - 다정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그림과 인생 이야기
이진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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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들린 밀러의 <키르케>에서 키르케가 처음으로 연정을 느꼈던 글라우코스와의 대화를 마지막에 놓아두고 싶다. 글라우코스는 나이를 먹으면 아버지에게 독립해 자기 배와 자기 집을 갖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계속 불을 지필 거라고 말한다. "당신을 위해 항상 피워놓을 거예요. 허락만 해 주신다면." 그 말을 듣고 키르케는 이렇게 말한다. "그보다는 의자를 항상 준비해 놓았으면 좋겠구나. 찾아가서 너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사랑은 불을 피우는 일인 것 같지만 그보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항상 의자를 준비해 놓는 일이다. 당신이 지금껏 의자를 당계 내 앞에서 이야기를 들어준 모든 시간들과 그 안의 마음에 감사한다. 나도 계속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331p)

작가의 이야기를 잘 들었다. 이야기에 나온 그림과 책과 시들 덕분에 다시 그림을 들여다보고, '키르케'를 펼치고, 시를 소리내어 읽어 본다. 세상에서 마녀라고 손가락질 받는 존재라도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면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다.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와 의자가 많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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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거짓말 창비시선 512
장석남 지음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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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청하다

난로 위 주전자에게 노래를 청하니
끓고
커다란 벽 담쟁이에게도 노래를 청하니
느리게 느리게
푸르렀다

접시에게도
사과에게도
노래를 청해보았다
접시에서누 청색 난초 무늬가 돋아나왔고
사과는 시들어갔다
시듦의 노래로 그 저녁
평화로웠다

언제부터인지 나는 노래를 청하러 다니는 자
하나 누가 나에게도 노래를 청한다면 얼굴이 붉어지겠지
그것이 나의 노래
나는 망설이다가 한마디 하려네
그 모두가 나의 노래, 뗏목
앓는 사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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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라는 뗏목을 타고 사랑에게 가는 사람이 시인일까?
시인은 시듦의 노래를 듣고도 평화로웠다고 한다.
그 평화를 엿듣는 시간도 평화에 가까웠다고 전해주고 싶은 날이다. 눈이 내리는 2월. 지금 노래에 가깝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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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책 - 금서기행
김유태 지음 / 글항아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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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라는 나침반이 가리키는 불화의 방향은 소수의 권력자가 탈취한 이념이었다. 금서의 작가들은 복종하지 않음으로써 세계의 독자에게 자유를 선물하고자 했다. (15p)

누구보다 이 책은 아내 강수진의 절대적인 배려로 가능했다. 아내는 모든 글의 첫 번째 독자였다. 먼 미래에 내 책장에 꽂힌 책의 의미를 알게 될 딸아이 김서인이 훗날 이 책을 펼치는 순간을 상상하며 한 줄 한 줄 썼음을 미리 밝혀둔다.
(21p)


여러분에게도 책과 관련된 추억이 하니쯤은 있지 않나요. 종이와 잉크로 구성된 세상 속의 영혼의 운명이 걸려 있다는 듯이 한 줄씩 밑줄을 그으면서 자주 '책바보'가 되었던 저로서는, 이 책저럼 독서의 본령을 일깨우는 작품 앞에서 겸허해집니다. <화씨 451>은 우리가 책을 손에 쥘 자유의 소중함을 떠올리게 해주는 명저입니다. 책장에 꽂아야 할 것은 바로 이런 책입니다. (194p)

책을 읽을 자유도 있고, 읽지 않을 자유도 있다. 책을 읽고 나서 누리는 자유는 그 깊이와 넓이가 다르다. 그 깊이와 넓이를 깊이 탐사하고 나서 쓴 책이다.
작가에게, 그 작가의 첫번째 독자인 아내에게, 그리고 미래에 읽을 딸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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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역습 - 모든 것을 파괴하는 어두운 열정
라인하르트 할러 지음, 김희상 옮김 / 책사람집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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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사회는 사회적 격리의 지극히 다양한 위협, 이를테면 실직, 오로지 컴퓨터 앞에만 앉아 일하는 재택근무, 인터넷 중독 등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또한 가정주부나 노인도 사회적 격리에 취약하다. '코로나바이러스' 유행 당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에 왜 사람들이 그토록 반감을 보였는지 납득이 된다. 지나친 개인화, 사회의 고령화, 갈수록 줄어드는 교류는 증오의 온상이 될 수도 있음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격리에 따른 심적인 요소, 훼손당한 자존감, 주변의 일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태도, 개별적인 경험의 일반화 등은 증오를 촉진한다. (92p)



 증오가 자라는 사회가 되고 있다. 어느 시대에든 증오는 있었겠지만 지금의 증오는 그 양상이 더욱 거대해지고 있다. 거대사회를 반영하는 증오를 분석하고 함께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어느 시대에나 시대적 문제는 존재한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문제를 직면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지혜와 의지를 주는 첵이어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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