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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올 사랑 - 디스토피아 시대의 열 가지 사랑 이야기
정혜윤 지음 / 위고 / 2020년 12월
평점 :
뭔가를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인간의 '확신'이다. 그러나 우리는 매일 조금씩 죽기 때문에 매일 탄생의 기적을 경험할 필요가 있다. 매일 새롭게 봐야 한다. 매일 다르게 보면서 더 풍요롭게 살아내야 한다. 앞으로 우리가 인간중심주의를 어떻게 벗어나느냐에 따라 인류 역사는 달라질 것이다. 인류세는 인류가 각성한 시기가 될 수도 있다. 인류는 어느 시기나 다른 방식으로 보는 사람들이 수많은 대안을 내면서 출구를 찾고 위험을 피해왔다. 우주는 결코 우리를 속이지 않고 세계는 늘 우리에게 말을 건다. "이봐, 주위를 좀 보라니까! 눈 좀 뜨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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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우리가 가장 시급하게 할 일도 피난처 만들기다. 피난처에 거(居)하기야말로 우리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유일한 삶의 방식일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가혹한 인간조건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므로, 우리는 어디선가 힘을 얻어야 한다. 존중받아야 한다.
피난처에서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과 함께 한다. '사랑하는 oo과 함께 살기'가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면 '00'에는 인간 뿐 아니라 개, 화분, 나무, 제비, 돌고래, 책, 태양, 바다 등 온갖 비인간이 들어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피난처는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이 파괴당하는 것에 대해 다같이 욕하고 저항하는 장소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인간성을 더 나쁜 것과 바꿀 필요가 없다. 굳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을 이해할 필요도 없다. 피난처는 삶을 살만한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모인 곳이다, 그렇게 우리는 무엇이든 돈으로 환원하고 마는 세계에서 저항하고 인간성을 하찮게 만드는 세계에 저항한다. 그곳에서 우리는 훨씬 마음에 드는 사람으로 재창조된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과 함께하면서, 서로 같이 그렇게 된다.
-262p
앞으로 올 사랑은 우리끼리 만나는 사랑이 아니다, 우리 가족끼리. 우리 민족끼리, 우리 인간끼리를 넘어 이 지구에 함께 살아가는 박쥐도, 코끼리도, 돼지도, 화분도 충분히 존중받고 서로를 해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적인 인간들이 망치고 있는 지구를 재창조하기 위해 나아가야 하는 사랑의 이야기들이 우리의 피난처가 될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피난처가 될 수 있는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곱씹고 곱씹어서 내것으로 만들고 싶은 이야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