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질문
안희경 지음 / 알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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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는 삶과 삶의 만남이다. 굳이 뭔가를 더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좋은 인터뷰를 하겠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그저 내 안으로 침잠해 들어가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상대적인 경험을 만난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라는 사람을 인터뷰하는 사람이 농부이거나 사회학자이거나 무용가일 때, 두 사람의 대화의 결은 달라질 것이다. 인터뷰이가 누구든 자기 본연의 자세로 집중해 들어간다면, 상대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집중된 답을 듣게 된다.

 봄날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던 그 생각 이후, 나는 있는 그대로,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그 순간의 진실에 다가가겠다는 마음으로 인터뷰이를 만났다. 준비가 부족하다고 시험을 앞둔 아이처럼 조바심치기보다는 '나의 삶이 다른 이의 삶과 만나는 이시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준비되어 있었다는 점을 기억하자고 다짐했다.

-115p

질문하는 저자가 찾은 길을 따라 천천히 걸은 듯하다,

한국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방송 일을 하던 저자는 미국으로 옮겨 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며 자기 안에 있는 의문과 호기심을 키워 질문하고 질문을 듣는 사람이 되었다.

그의 인터뷰 책을 읽으며 세상을 이해하기도 하고 더 깊은 질문을 간직하기도 했었는데.

저자의 숨결이 깃든 에세이를 읽으니 질문의 깊이는 삶의 깊이에서 온 것이겠구나 싶다.

삶이 깊어질수록 좋은 질문을 만나고 그 질문을 통해 좋은 길을 열어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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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수식어 - 더 큰 세상을 향한 전후석의 디아스포라 이야기
전후석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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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은 순수하게 나라를 지킨 조상들의 유산이자 순교자들의 제물이다.
조국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모든 이들의 영감이다.
조국이라는 개념은 지리적 경계를 넘어선다.
한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에게만 해당되거나 이기적 민족주의를 따르지 않는다.
애국심은 더 나은 세상을 열망하는 착취받고 고통받는 이들의 희망과 눈물과 합쳐져야 한다.
조국은 그것을 가질 자격이 있는 사람들의 존엄이자 명예이다.
ㅡ<조국 >, 헤로니모 임

쿠바로 여행을 갔던 재미 한인 청년이 쿠바에 있는 한인 후손들을 만나게 되고, 혁명의 대열에 있던 헤로니모 선생을 알게 되어 그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
'나는 누구인가'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한인의 정체성과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을 배우게 되는 여정이 펼쳐진다.
그 과정을 통해 저자는 모든 경계를 넘어서는 디아스포라의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바라보게 된다.
존엄한 조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존재들의 존엄도 지켜야 한다.
영화를 함께 보고 서로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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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 - 인생의 판을 바꾸는 무의식의 힘
정도언 지음 / 지와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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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 분석의 '듣기 잠수함'은 마음 속 흐름을 타고 갈등을 찾아갑니다. 가끔 바닷속 기뢰가 나타나 막으면 멈춰 서서 작전을 짜야 합니다. 제거할 것인가, 우회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자유연상'은 기뢰가 상징하는 저항과 방어를 우회할 최상의 방법입니다.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을 가능한 가리지 말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말하고 싶지 않은 생각이나 감정이 떠오르면 연상의 흐름이 끊어집니다. 연속되지 않고 끊어지는 지점에는 늘 저항과 방어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188p

 

 다양한 분야의 실력 있는 전문가가 많은 사회는 갈등이 조용히 해소되면서 살기가 편안합니다. 전문가인 척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갈등이 증폭되어 시끄럽고 살기 힘듭니다. 진정한 전문가의 목소리는 듣기 좋은 소리입니다. 전문가인 척하는 사람이 내는 소리는 잡음입니다. 잘 구별해서 들어야 마음의 평정을 지키고 이용당하지 않습니다.

-218p

 

정신분석가인 저자의 말은 전문가의 말이면서 겸손하게 열린 마음으로 말을 전달하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가 돋보인다.

시끄러운 세상에 소음을 더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묵묵하게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편안한 세상이겠지.  확신을 가지고 덤빌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를 수 있다는 마음으로 융통성 있게 대화하는 자세를 가져야 숨기고 있는 것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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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세상의 기쁜 말 - 당신을 살아 있게 하는 말은 무엇입니까
정혜윤 지음 / 위고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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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만 뜨면 소비자로 살아가느라 바쁜 우리가 까마득하게 잊고 있는 것은 우리가 만드는 존재, 창조적인 존재란 점이다. 창조적인 과정에 있을 때 우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줄도 몰랐던 힘을 발견한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 우리에게 해가 되지 않는 것,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이 헤더가 말한 "나는 내 인생의 전문가"라는 말의 의미다. 재과 헤더(콜롬바인 생존자)는 어둠을 창조적으로 이용했고 무력감을 뚫고 삶을 살아갈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들었다. "슬픔 속에서도 자기 삶을 살 수 있다"는 말은 슬픈 일을 겪었지만 자기 삶을 소중히 여긴다는 말이다. 이것이 좋은 이야기다.
231p

저자는 슬픈 세상에서도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이야기들을 찾아가 듣고 소중하게 모셔와 다시 들려준다.
아름다운 말들의 일렁임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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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만 없는 아이들 - 미등록 이주아동 이야기
은유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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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 어쩔 수 없는 거 아니야. 나도 어쩔 수 없어, 불법 주제에 공부는 뭐하러 해? 어차피 공장에나 가고 청소나 할 텐데." -이란주의 [로지나 노, 지나]중

 

부모의 선택으로 한국에 오거나, 부모가 일하는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들이 미등록아동이 되어 한국 아동이 선택할 수 있는 경험을 하지 못하고 자란다. 주민번호가 없어 통장을 개설하지 못하고,  자격증 시험도 응시하지 못하고, 당연히 수능시험도 보지 못한다.

모든 가능성이 차단되어 있다고 느낄 때 아이들이 느끼는 절망을 차마 상상하지 못하겠다.

여기 분명히 있지만 없는 존재처럼 대우받고 사는 이들을 위해 애쓰는 분들도 있고 글로 쓰는 작가도있다. 이런 분들의 노력으로 미등록 이주아동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기를 빈다.

 

고통받는 존재들의 소리를 들어주고 그 소리들을  모아 글을 쓴 작가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이 이야기가 듣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을  윤동주 시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책을 쓰면서 가슴이 답답할 때마다 부암동에 있는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 올랐다. 키 큰 나무 밑에 누워 '슬퍼하는 는 복이 있나니'가 반복되는 시 <팔복>을 읊었다. 시인은 먼저 슬퍼한 자, 깊이 슬퍼한 자, 끝까지 슬퍼한 자들이 슬픔에 짓눌리지 않고 슬픔을 말하는 것으로 세상이 조금씩 나아졌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슬픔은 보시가 된다. 우리는 타인의 슬픔에 빚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 이 엄연한 사실을 잊지 않고 또 갚기 위해서라면, 시인의 기도대로 우리는 영원히 슬퍼야 하리라.

 

- 에필로그 2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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