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선의 우리 음식 - 우리 집에 꼭 필요한 생활요리 대백과
한복선 지음 / 리스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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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날씨가 무지하게 덥다. 내 식욕은 떨어지지 않지만, 더워서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숟갈을 놓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럴때 우리는 무엇을 먹어야 하나? 사다가만 먹을 수 없고 외식만 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여름에는 자칫 배앓이를 할 수 있으니까. 그것뿐만 아니라 금전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내 몸이 느끼한 음식을 싫어한다. 역시 저자의 책은 펼치는 순간 건강을 위한, 건강에 의한 요리임을 알 수 있다.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 부터 건강에 좋은 죽과 차가 소개되어 있다. 더운 여름에 생맥산차를 마시면 좋다. 종종 만들어 먹는데 만드는 방법도 복잡하지 않고 은근히 맛있다. 맥문동과 인삼과 오미자는 인터넷 쇼핑몰이나 한약방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지친 몸을 달래 줄 생맥산차의 재료는 인삼 30g, 맥문동 30g, 오미자 15g, 물 5컵이 있으면 된다. 인삼과 맥문동을 넣고 파르르 끓으면 약한 불로 줄여서 50분정도 달인다. 그런후에 오미자를 넣고 10분 더 달이면 된다. (223쪽) 요즘 차 달이기 위해서 가스렌지 켜면 짜증이 난다. 다행히 우리집에는 쿠커가 있다. 물을 끓이거나 차를 끓일때 매우 유용하다. 오미자는 깨끗히 씻은 후에 물에 담가 놓으면 더 잘 우러난다. 오미자차만 마셔도 건강에 좋다고 한다.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감자전과 배추적과 무적도 있다. 죽순장아찌는 보기만 해도 쫄깃하니 군침이 돈다. 몸속의 열을 식히고 떨어진 입맛을 되살려 준다는 녹두죽도 있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그리고 녹두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며칠전에 녹두전을 부쳐 먹었는데 어찌나 고소하고 맛있던지, 별미였다. 추억의 우무냉국도 있다. 전에는 장날이면 시장에서 손쉽게 먹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맛이 추억의 맛이 되버렸다. 한번도 먹어 본적은 없지만 맛보고 싶은 가자미식해도 있다. 그리고 도라지 김치, 소박하게 먹을 수 있는 풋고추소박이까지, 여름에 입맛을 달래주고 허한 기를 채워주는 좋은 요리가 가득하다. 하수오 검은콩차도 소개되어 있다. 하수오는 흰머리를 까맣게 해준다고 했는데 거기에 배가 콕콕쑤시면서 꾀병처럼 아픈 배앓이에도 좋은 특효약이란다. 이 꾀병은 내가 주로 앓는다. 정말 배가 콕콕 쑤시고 아파서 못 움직이는데 집에만 돌아오면 씻은듯이 멀쩡하다는. 그래서 꾀병인지도 모른다. 초교탕과 어알탕등 처음 배우는 요리들도 있다. 먹으면 여름따위는 물러서라 할 정도이다. 누가 해주기만 한다면 정말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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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예보
차인표 지음 / 해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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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웃다가 울다가 세상이 돈다. 지구가 도니까 인간도 같이 돌지 않으면 미치는 수밖에 없겠다 싶다. 주인공이 7명이였는데 치열한 경쟁으로 3명만이 살아남았다고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첫 시작은 이름부터가 고단한 나고단씨 그의 절절한 사연을 들어 본다. 어린 시절부터 키가 작아서 앞줄에만 앉았다. 그것보다 더 억울했던 것은 민주화 바람이 초등학교까지 불어 닥쳐서 짝궁도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선택해서 앉는다고 한다. 저자의 글솜씨 덕분에 웃음이 났지만, 차마 웃기엔 그 어린 소년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선택되지 못한 나고단씨, 그의 인생은 그 시절부터 어긋나 있었는지도, 세 사람의 이야기가 차례 차례 소개 되어 진다. 글로써 힘든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래 괜찮아 세상은 웬만하면 아름다운데 그것을 못 보는 것은 인간이 무지렁이 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못 보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미쳐가고 있다.

불안하니까 인간이다. 생각하니까 고로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고단씨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그가 남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도 강물을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죽을 생각을 하셨을까? 우리는 죽지 못해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업이라고 본다고 한다는데. 그 업을 털지 못하면 다음해에는 더 지독하게 이승에서 굴러야 할지도 모른다. 행복해지려고 이세상에 나왔는데 세상은 거저 행복을 주지 않는다. 조직계에 몸 담고 있던 박대수씨와 김부장씨의 이야기에 한참을 웃었다.
김부장의 본명은 김후덕이라고 한다. 저자의 유머가 톡톡 튀어서 큰 웃음을 주었다. 세 사람이 얽키고 설킨 인연의 시작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끝이 좋아서 다행이였다. 디제이 데블이 말하듯이 넘 기대하지 말라고,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건강에 위태로운지 말이다. 기대하지 않으면 그만큼 실망이 크지 않으니까. 저자는 팍팍하고 질퍽한 세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신파극으로만 풀어내지 않고 있었다. 아마도 그랬다면 너무 울쩍하고 슬펐을 것이다.

근데 궁금한 것은 나고단씨 왜 자살할때 옷을 다 벗어요. 그냥 옷 입은 체로 강물에 뛰어들었으면 진즉에 죽었을텐데. 어르신들이 매번 치는 대사, 내가 빨리 죽어야 하는데 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살아서, 살면은 언젠가는 좋은날이 있을 꺼라는 말, 그리고 다 괜찮아질꺼라는 말, 그런 멘트용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믿으면 안될까? 어르신들이 지금까지 세상 사시면서 하신 말씀이시니까 말이다. 구구절절 힘든 시절을 살아내신 분들이 하신 말씀이시니까 말이다.  '오늘 예보 넌 감동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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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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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 내려 앉던 그녀는 통보식 전화 한통을 받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셋째 아들의 조난 사고란다. 일절 다른말도 없이 띵띵 경찰서 입니다 그리고 찰카닥 끊기는 전화다. 몇마디 더하면 문제 생기나 달랑 몇마디 던지고 끊어 버린다. 수화기 너머의 상대방은 어쩌라고 고렇게 전화를 냅다 끊어 버리는가. 경찰의 이상한 눈빛이 왜 인지 알게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녀의 셋째 아들은 파란눈이였다. 첫째 아들, 둘째 딸, 셋째 아들 다 아비가 달랐다. 점례였던 그녀의 어떤 순간에 무엇이 문제 였는지, 그 시절은 난리통이였다. 난리통이여서 이리저리 섞이고 뒤집히고 미쳐서 날뛰어도 뭐하나 이상할 것도 없는 그런 시절이였다. 점례 아버지는 과수원 주인 일본사람을 팼다는 이유로 주재소에 끌려갔다. 주인 일본인이 맞을 짓을 충분히 했음에도(다시는 햇빛을 못보게 해줘야 돼)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끌려가서 고문을 당해야 했다. 18살 꽃다운 그녀의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때부터 그녀의 인생은 굽이굽이 편한 날이 없었다. 야마다라는 일본인의 노리개가 되었다. 아들을 낳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2년이 안되어서 해방이 되었지만 그것이 진정한 해방이였던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얼어 붙어 있던 땅을 뚫고서 나온 새싹은 다시금 짓밟혀야 했다. 짓밟히고 짓여겨져도 살아야 했다. 그 힘든 시절에도 서민들은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눕고 다시 일어서야 했다. 

그녀의 나이 이제 스물이였다. 길고 긴 시간을 그녀는 자식들을 키워가며 버티어 왔다. 죽으면 그만이었을지도 모른다. 자식과 함께 이대로 죽어 버린다면 그 힘든 시간을 힘겹게 살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른다. <여명의 눈동자>에서 최대치와 여옥이 떠올랐다. 그 시절에 어떻게 살았을까? 싶어서 눈물이 핑 돌았다. 첫째 아들 태순은 파란눈의 동익이를 어린시절부터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였다. 피는 못 속인다면서 동익이를 무지 막지하게 때렸다.(그렇게 따지자면 이자식 니 몸속에도 만만치 않은 피가 흐르거든. 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태순 역시 힘들게 살아서 인간이 삐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아비가 누구인지 안다면 그 역시 고통일것이다. 어머니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말이다.) 그럴때마다 세영이는 동익이를 감싸안아 주었다. 한 고비 넘기고 이제 괜찮은 사람을 만나서 괜찮을꺼라 여기면 또 다시 짖꿎은 운명이 기다려 어김없이 일이 벌어졌다.

등 기댈 만한 바람벽 하나 없는 허허벌판에 선 채
시대의 비극과 모순을 온몸으로 견뎌낸 우리들 모두의 아픈 자화상(뒷장에서)

힘이 없고 나약해서 지키지 못했으면서 누구에게 돌팔매질에 손가락질을 하는지. 그놈의 손가락을 분질러 버리고 주둥이를 꼬매 버리고 싶다. 벌써 세월이 많이도 흘렀다. 요즘 전쟁은 먼나라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때 그 아픔을 갖고 계신 분들도 이제는 이세상에 얼마나 계실지 모르겠다. 나라가 두동강 나고 시간이 많이도 흘렀다. 우리가 한 민족이라는 것이 자꾸만 멀게 느껴진다. 같은 말을 쓰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 통하지 않는다니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모르겠다.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지식인이 무슨 소용인지. 배우는게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안다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씁쓸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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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사냥꾼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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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이와씨는 정년 퇴임을 하고 이제 쉬어 볼까 하고 생각하고 있던 중 친한 친구가 떠나고 얼떨결에 헌책방을 맡게 되었다. 친구의 부탁도 있었고 그의 아들은 형사고, 불효막심 하지만 사랑스런 손자 미노루가 선뜻 도와준다고 나선 덕분에 헌책방을 꾸려나가게 되었다. 책에 대해서 잘 몰랐던 이와씨였지만, 손자녀석 미노루의 도움으로 금새 책에 대해서 간파하기 시작한다. 목수직으로 오랫동안 일을 하셨던 할아버지 이와씨의 또 다른 능력을 만나는 기회가 되었다. 할아버지와 손자의 모습이 무지 좋아 보여서 부럽기까지 했다.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가족극장을 보는 느낌이였다. 그런 이야기의 중심에는 묘한 냉기가 흐른다. 세상살이의 이야기가 덧붙여지는 것이다. 저자의 인간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과 인간 내면의 추악한 모습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이야기 속에 단편마다 사건을 풀어나가는 이와 할아버지의 씁쓸한 시선과 따스함을 머금은 잔잔한 여유가 느껴진다.

"우연이란 무서운 것이죠." (99쪽) <말없이 죽다>에서는 우연으로 인해서 사람이 죽게 된다. 본의 아니게 자신은 모르지만 상대방이 숨기고 싶어했던 것을 알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죽어야 하는 이유일까? 죽는 사람은 그 사실도 모른체 죽임을 당해야 하는 것인가? 인간의 욕심이 부르는 사건들과 숨기고 싶은 사건이 이어진다. <거짓말쟁이 나팔>에서는 이와씨의 숨은 추리 본능이 살아난다. 다른 이야기에서는 직접적으로 해결하지는 않았지만 이 이야기에서는 이와씨의 활약이 돋보인다. 할아버지는 손자가 사랑스럽고 손자녀석은 할아버지를 놀려 먹는다. 두 사람의 쫓고 쫓기는 은근히 샤방스러운 장면들이 이어진다. "잡히면 죽는다." 자연스럽게 사건은 헌책방으로 이어진다. 헌책방에 자주 들르는 단골이라던지, 그곳에서 책을 사갔다던지, 책을 팔러 왔다던지. 마지막 단편인 <쓸쓸한 사냥꾼>에서는 하마터면 할아버지와 손자의 다정스러운 사이가 벌어질뻔한 일이 생긴다. 미노루가 늦은 시간에 나갔다가 집에 들어 온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며느리한테 들은 이야기다. 할아버지는 책방때문에 그 근처에 사시고 미노루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주말마다 내려와서 할아버지를 도와 드리는데 크게 싸우고 나서는 내려오지 않는다. 이런 저런 사정이 있음에도 이와씨는 독거노인이 되버렸다.

고 1인 미노루에게도 드디어 사랑하는 여자가 생긴것이다. 그것이 좀 문제였다. 미노루는 아직 소년이기 때문이였다. 사랑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거나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덩치만 컸지 아직 내면까지 자라지 못했다는 것일 수도 있고 어리다고 해서 속까지 어린것은 아니지만. 나이 먹었다고 속이 찬것도 아니니 복잡한 문제다. 하여튼 할아버지와 손자의 이야기에서 인간 세상의 복잡하고 험한 사건까지 이야기는 이어진다. 사건에서는 의외로 담담한 느낌이 때론 서글프거나 무서운 느낌이 덜했다. 그에 비해 사랑스럽고 다정스러운 할아버지와 손자의 이야기가 비중을 많이 차지하고 있어서 따스한 느낌이 좋았다.

'우리는 모두 쓸쓸한 사냥꾼이다. 돌아갈 집도 없이, 거친 들판에 내던져진 외톨이다. 이따금 휘파람을 불어도 대답하는 것은 바람 소리뿐이다.' (280쪽)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람을 사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늘 사람의 따스한 온기를 그리워한다.'(2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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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남겨져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도영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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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아쉬움을 느꼈다. 여러 단편이 담겨 있는데 마지막 이야기(오직 한사람만)는 여운이 남아서 후속작이 나왔으면 좋겠다. 역자 후기처럼 미미여사의 또 다른 매력을 만날 수 있었고 거기에 말랑말랑한 이야기가 좋았다. 이번 단편은 미스테리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라고 복선을 깔아놓고 시작하는 셈이다. 옛 어르신들 말씀에 사람이 나쁜 마음을 갖고 있으면 은연중에 그것이 나타나게 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되도록이면 나쁜 마음 먹지 말고 선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씀. 본의 아니게 타인에 의해 받은 상처로 인해서 좋은 마음만 먹고 살아가기 쉽지 않은게 세상살이이기에 때로는 누군가를 죽이고 싶을 만큼 원망하기도 한다. 마음속에선 몇번이고 죽이기도 한다. 다행히도 누군가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할 만한 일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첫번째 단편은 이런 마음이 부딪쳐서 생기는 일로 <홀로 남겨져>로 시작한다. 새까맣게 잊고 있었던 일이(보통 좋은일 보다는 나쁜일) 갑작스럽게 생각 날때가 있다. 아마도 그 증오의 에너지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는 것 같다. 그것이 다른 증오의 불씨를 만나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모른다. 이 이야기속에서는 확실하게 일이 벌어진다. 처음에는 헛것을 본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사람이 죽어갈때는 추리소설로 빠지나 보다 싶었는데 미스테리한 미궁속으로 빠져든다. 정말 이런일이 생긴다면 악한 마음은 되도록이면 버려야 겠다. 요렇게 무서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말이다. 우리의 마음 저면에는 깨우고 싶지 않은 이런 감정들이 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보통의 사람은 그것을 건드리지 않고 평범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건지도 모른다. 누구나 마음속에 시한폭탄 하나쯤은 장착하고 있다. 여름에 상대방의 발화장치에 불 붙이지 말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꼭 필요하다. 섬뜩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로 한여름의 무더위를 날려줄 만한 <구원의 저수지>와 마음이 훈훈해지는 <내가 죽은 후에>가 이어진다. <그곳에 있던 남자>는 조금 아리송송했다. 두 여자가 놀란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파킨슨병때문에 헛것을 보고 자살했다던 그 중년남자도 좀 이상했다. 의사의 묘한 말이 무언가가 더 있음을 짐작케 했다.

<속삭이다>에서는 마음속의 음흉한 속삭임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강렬한 유혹의 속삭임 그것에 넘어가면 안된다. 사람의 마음이 약해지면 '찰나'에 변신해 버린다. 사람 마음이 손바닥 뒤집 듯이 쉬운 것도 문제이다. <언제나 둘이서>는 빙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 <오직 한 사람만이>는  꿈결같은 느낌이였다. "그 녀석 말로는, 죽음의 문턱에 선 인간은 모두 자신의 육체는 물론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진대." (315쪽)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하지만 운명을 빗겨갈수도 있지 않을까? 그게 안되는 것이였다면 그 당시에 무슨 사단이 나지 않았을까? 시공간의 균형이 깨졌다는 이야기가 주는 인상이 모처럼 감미롭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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