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사냥꾼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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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이와씨는 정년 퇴임을 하고 이제 쉬어 볼까 하고 생각하고 있던 중 친한 친구가 떠나고 얼떨결에 헌책방을 맡게 되었다. 친구의 부탁도 있었고 그의 아들은 형사고, 불효막심 하지만 사랑스런 손자 미노루가 선뜻 도와준다고 나선 덕분에 헌책방을 꾸려나가게 되었다. 책에 대해서 잘 몰랐던 이와씨였지만, 손자녀석 미노루의 도움으로 금새 책에 대해서 간파하기 시작한다. 목수직으로 오랫동안 일을 하셨던 할아버지 이와씨의 또 다른 능력을 만나는 기회가 되었다. 할아버지와 손자의 모습이 무지 좋아 보여서 부럽기까지 했다.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가족극장을 보는 느낌이였다. 그런 이야기의 중심에는 묘한 냉기가 흐른다. 세상살이의 이야기가 덧붙여지는 것이다. 저자의 인간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과 인간 내면의 추악한 모습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이야기 속에 단편마다 사건을 풀어나가는 이와 할아버지의 씁쓸한 시선과 따스함을 머금은 잔잔한 여유가 느껴진다.

"우연이란 무서운 것이죠." (99쪽) <말없이 죽다>에서는 우연으로 인해서 사람이 죽게 된다. 본의 아니게 자신은 모르지만 상대방이 숨기고 싶어했던 것을 알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죽어야 하는 이유일까? 죽는 사람은 그 사실도 모른체 죽임을 당해야 하는 것인가? 인간의 욕심이 부르는 사건들과 숨기고 싶은 사건이 이어진다. <거짓말쟁이 나팔>에서는 이와씨의 숨은 추리 본능이 살아난다. 다른 이야기에서는 직접적으로 해결하지는 않았지만 이 이야기에서는 이와씨의 활약이 돋보인다. 할아버지는 손자가 사랑스럽고 손자녀석은 할아버지를 놀려 먹는다. 두 사람의 쫓고 쫓기는 은근히 샤방스러운 장면들이 이어진다. "잡히면 죽는다." 자연스럽게 사건은 헌책방으로 이어진다. 헌책방에 자주 들르는 단골이라던지, 그곳에서 책을 사갔다던지, 책을 팔러 왔다던지. 마지막 단편인 <쓸쓸한 사냥꾼>에서는 하마터면 할아버지와 손자의 다정스러운 사이가 벌어질뻔한 일이 생긴다. 미노루가 늦은 시간에 나갔다가 집에 들어 온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며느리한테 들은 이야기다. 할아버지는 책방때문에 그 근처에 사시고 미노루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주말마다 내려와서 할아버지를 도와 드리는데 크게 싸우고 나서는 내려오지 않는다. 이런 저런 사정이 있음에도 이와씨는 독거노인이 되버렸다.

고 1인 미노루에게도 드디어 사랑하는 여자가 생긴것이다. 그것이 좀 문제였다. 미노루는 아직 소년이기 때문이였다. 사랑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거나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덩치만 컸지 아직 내면까지 자라지 못했다는 것일 수도 있고 어리다고 해서 속까지 어린것은 아니지만. 나이 먹었다고 속이 찬것도 아니니 복잡한 문제다. 하여튼 할아버지와 손자의 이야기에서 인간 세상의 복잡하고 험한 사건까지 이야기는 이어진다. 사건에서는 의외로 담담한 느낌이 때론 서글프거나 무서운 느낌이 덜했다. 그에 비해 사랑스럽고 다정스러운 할아버지와 손자의 이야기가 비중을 많이 차지하고 있어서 따스한 느낌이 좋았다.

'우리는 모두 쓸쓸한 사냥꾼이다. 돌아갈 집도 없이, 거친 들판에 내던져진 외톨이다. 이따금 휘파람을 불어도 대답하는 것은 바람 소리뿐이다.' (280쪽)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람을 사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늘 사람의 따스한 온기를 그리워한다.'(2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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