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구하기 - 일자리 접촉과 직업경력 연구 아카넷 한국연구재단총서 학술명저번역 509
마크 그라노베터 지음, 유홍준.정태인 옮김 / 아카넷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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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머리말에서 기본 주제는 다루어졌다. 사람을 일자리에 연계시키는 데 있어서 인적 접촉이 커다란 중요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보다 나은 일자리는 인적접촉을 통해 찾아지고, 임금과 위세(prestige)가 높고 근로자들에게 가장 큰 만족을 주는 일자리들은 이런 방식을 통해 채워지기가 쉽다. 인적접촉을 통하지 않고 일자리를 찾은 사람들은 그렇게 하고는 싶었으나 '구조적' 요인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다. _ 마크 그라노베터, <일자리 구하기>, p47 


 마크 그라노베터 (Granovetter, Mark)의 <일자리 구하기-일자리 접촉과 직업경력 연구 Getting A Job>가 보여주는 결과는 간결하지만 의미심장하다. 우리가 가치있게 여기는 -높은 임금과 명예가 보장되는 - 직업들은 공개 채용과 같은 공식적인 경로  대신 비공식 경로를 통해 채워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개인의 실력 이전의 문제다. 어느 직장에 빈 자리가 생겼다는 정보 자체가 공공으로 나오기 전 이미 긴밀한 네트워크를 통해 유통되고 내부 이너 써클(inner circle)에 의해 채워진다. 실력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네트워크가 없다면 실력을 보일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경험적인 사회학 연구들은 공식적으로 합리화된 체계 속에서도 비공식적인 상호작용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꾸준히 보여준다.(Selznick, 1949; Dalton, 1959 ; Crozier, 1964). 즉 개인들은 일자리 이동 기회와 관련된 정보를 얻을 때 자신들이 현재 맺고 있는 인적접촉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개인들이 속한 사회연결망(social network)이 개인들에게 가하는, 종종 드러나지 않는 커다란 제약의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_ 마크 그라노베터, <일자리 구하기>, p22


 과거제(科擧制)보다 음서제(蔭敍制). 이것은 고려 시대의 이야기가 아닌 20세기 말 서구 사회의 현실이라는 점이 우리에게 말하는 바는 무엇일까. 공정(公正)한 절차를 당연한 상식(常識)으로 받아들이는 우리의 인식과 달리 우리 인류의 역사는 단 한번도 공정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공정이라는 가치가 어느날 악습에 의해 훼손되거나 묻혀진 것이 아니라는 것, 한 번도 우리 것이었던 적이 없었던 가치를 지금 우리가 현재의 가치로 만드는 과정에 있다는 점을 <일자리 구하기>의 결론이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본다면 우리를 둘러싼 어두운 현실에 절망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미처 몰랐을 뿐 우리 주변은 단 한번도 밝았던 적이 없었다. 다만, 지금 어두움을 깨닫고 나니, 마치 우리가 밝은 곳에서 계속 살아왔었다는 생각을 해온 것일 뿐. 언제나 소수 엘리트 계층들만의 리그는 농경시대 이후 계속 되어왔고 (어쩌면 농경시대 이전 늑대를 개로 키울 때부터일지도), 이러한 리그의 규칙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왔으니까. <일자리 구하기>는 구직과 관련한 사회경제학 저서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그 분야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학술적이어서 다소 딱딱한 책이지만, 여러 면에서 울림이 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지금까지 논의의 주요 쟁점은, 근대화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가정된 혁명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前)산업사회 노동시장과 산업사회 노동시장이 노동력 충원에서 유사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_ 마크 그라노베터, <일자리 구하기>, p180


 긴 정보 연쇄를 이용한 사람들은 짧은 연쇄를 이용한 사람들보다 노동시장에서 덜 좋은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이 사람들의 프로필(profile)을 모아서 보면, 긴 연쇄를 통해 일자리를 찾는 것은 접촉보다는 공식적 방식(formal means)을 통해서 일자리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 방식이 긴 접촉 연쇄의 극단적 경우라고 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_ 마크 그라노베터, <일자리 구하기>, p98


최고의 임금을 제공하는 일자리들은 인적접촉을 통해 얻어진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연봉 1만 달러 미만의 일자리 중에는 인적접촉을 통한 경우가 반이 안 되는 데 비해, 2만 5,000달러 이상의 일자리 중에서는 그 수치가 4분의 3을 넘는다. 일자리의 임금이 높아질수록, 직접지원 방법을 이용한 비율은 계속 낮아지며, 공식적 방법을 이용한 비율은 가장 임금이 높은 일자리 범주에서는 가장 낮지만 그 양상이 다소 일관성 없게 나타난다.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들은 다른 유형보다는 인적접촉을 통해 채워질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은 반면 직접지원이나 공식적 방법에 의해 채워질 여지는 거의 없다. - P37

일반적인 공식에 따르면, 개인이 주요한 직종 변화를 겪게 될 가능성은 자신과 다른 직업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인적접촉을 하는 비율과 대체로 비례한다. 직업 관련 활동 이외의 모든 인적 관계는 그런 친구들의 비율을 높인다. 친척 관계는 이런 현상의 한 예이며, 그렇기 때문에 친족의 경제적 기능이 쇠퇴해왔다는 가정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사회에서도 친족 관계는 여전히 중요하다. - P86

나는 각 개인의 직업경력 상의 이동이 한 일자리에서 다른 일자리로 무작위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전 직장생활이나 그 이전의 삶의 다양한 단계에서 얻은 접촉들을 통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보였다. 이 발견에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면, 그것은 일자리 이동이 자체적으로 생성(self-generating)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 P132

시간의 경과에 따른 인과적 영향에 주목하면 다소 반대의 효과가 확인된다. 자신들의 과거 생애의 영향으로부터 가장 유리된 사람들, 직업 공동체에서 장기간에 걸쳐 접촉을 거의 형성하지 않은 사람들처럼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 때마다 새롭게 노동시장에 접근하는 사람들이 가장 불이익을 많이 당하고,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으며 가장 나쁜 자리를 얻게 된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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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3-11-27 1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거제도 거의 음서제와 가까웠다고 하던데요. ㅠ

겨울호랑이 2023-11-27 23:20   좋아요 1 | URL
사실 오늘날 공채제도도 엄밀하게 객관적이라 볼 수는 없으니, 학문을 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진 이들이 한정된 과거에는 더 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