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자유
밀턴 프리드먼 지음, 심준보 외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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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주의 철학의 핵심은 개인의 존엄성을 믿는 것이다. 나아가 자기와 마찬가지로 행동할 다른 사람의 자유에 간섭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스스로 판단한 바에 따라 각자의 능력과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개인의 자유를 믿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면에서는 사람들의 동등성에 대한 믿음을,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불균등성에 대한 믿음을 의미한다. 각자는 자유에 대해 평등할 권리를 가진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302


 밀턴 프리드먼 (Milton Friedman, 1912 ~ 2006)의  <자본주의와 자유 Capitalism and Freedom>는 최소 정부를 지향하는 시카고 학파의 사상, 이른바 신자유주의(新自由主義, Neo-Liberalism)의 핵심이 잘 드러난 책이다. 프리드먼이 강조하는 '자유(自由, freedom)'은 무엇으로부터의 자유(free from)인가? 그것은 정부의 제약으로부터 제약이며, 본문에서는 하이에크(Friedrich Augustvon Hayek, 1899 ~ 1992)의 '노예 serfdom'로도 설명된다.


 자유주의자는 근본적으로 집중된 권력을 두려워한다. 그의 목표는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의 자유를 개개인에게 따로따로 보장해주는 것이다. 그들은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권력이 분산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자유주의자는 시장이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을 정부에 부여하는 것에 회의적이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82


 프리드먼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조정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개인의 존엄성에 기반하여 시장 구성원이 각자 자신의 이익에 충실했을 때 시장은 분업과 전문화를 통해 효율적으로 작동하며 효과적으로 최대의 생산물을 산출해낼 수 있다는 것이 프리드먼이 강조하는 바다. 시장의 원리에 의해 완벽하게 조정될 수 있는 세상. 여기에 정부가 자리할 곳은 없다. 


 외부효과라는 이름으로 다뤄온 것들과 같은 고려사항들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정부 개입을 합리하는 데 이용돼왔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러한 합리화는 외부효과라는 개념을 정당하게 적용한 것이라기보다는 불리한 내용은 뒤로 빼놓고 유리한 내용만을 내세워 사람들을 오도하는 것이다. 외부효과는 일장일단이 있다. 그것은 정부의 활동영역을 확장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고, 제한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외부효과가 어느 정도로 큰 규모라야 이를 극복하는데 드는 특정한 비용을 정당화하기에 충분한지도 알기 어렵거니와, 그 비용을 적절한 방식으로 분산하기란 훨씬 더 어렵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71


 기업독점에 관하여 가장 중요한 사실은 경제 전체적 관점에서 볼 때 그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이다(p198) ... 정부운영 혹은 정부 감독 부문은 지난 반세기 동안 급격히 성장해왔다. 반면 민간 부문에서는 독점의 범위가 증가하는 경향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감소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199


 프리드먼은 실물경제에서 시장의 실패 - 기술독점과 외부효과 등 -를 보완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도 불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화폐시장에서 정부지출의 효과 - 승수효과(乘數效果, fiscal multiplier)도 불확실하기에 정부개입은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해석하며 케인즈(John Maynard Keynes, 1883 ~ 1946)와 대립각을 세우고,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저자는 이러한 '최소정부'에 기반해서 사회 전반의 문제를 논평한다.


 정부 지출의 증가는 화폐소득을 증가시킬지는 모르지만, 이러한 증가는 전부 정부 지출에 의해 흡수되어버린다. 민간 지출은 불변이다. 그 과정에서 가격은 상승하거나 적어도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하여 덜 하락할 것이기 때문에, 그 효과는 민간 지출의 실질액을 오히려 줄어들게 한다. 마찬가지로 정부 지출의 감소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논리들이 성립한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144

 기본적으로 프리드먼의 논의는 다음과 같이 균형(equilibrium)에서 출발한다. 수요와 공급이 완전하게 일치한 완전한 시장. 자유롭게 시장에 참여해서 가격과 수량이 결정되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이상의 세계. 그곳은 유토피아(utopia)다.


 미국이 대체로 국제수지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가정하고...(p114)


 그렇지만, 과연 현실의 경제문제가 그렇게 결정되는 것일까. 프리드먼이 말한 시장의 원리가 모든 곳에 적용될 수 있을까. 이윤이 나지 않는, 그렇지만 반드시 필요한 공공재가 거래되는 시장(시외버스, 마을버스)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참가자가 있을까? 또는, 반도체 가격이 폭등했다고 해서 바로 반도체 생산에 뛰어들 기술장벽 없는 시장이 오늘날에는 얼마나 될 것인가? 또한, 정부의 독점과 노동조합이라는 카르텔에는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기업의 독점과 카르텔에는 한없이 너그러운 프리드먼의 논리는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사적 담합이나 카르텔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담합 등은 일반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얻을 수 없다면 불안정하고, 오래 지속될 수도 없다. 카르텔의 결성으로 인하여 가격이 인상되면 제3자는 그 산업에 신규 진입함으로써 이익을 볼 수 있게 된다. 게다가 높은 가격은 참여자들이 그 가격으로 팔고자 하는 수준 이하로 판매량을 제한함으로써만 기능하게 되므로 각 참여자들 개별적으로는 판매량을 늘리기 위하여 가격을 낮추고자 하는 유인을 가지게 된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212


 만약에 노종조합이 특정 직업이나 산업의 임금을 인상하면, 그 직업과 산업에서의 고용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는 가격이 높으면 수요가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경우 더 많은 사람이 다른 직업을 찾게 되고, 이는 다시 그 직업의 임금 수준을 낮추게 된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노동력의 사용을 왜곡함으로써 일반 대중들뿐만 아니라, 노동자들 전체에 대해서도 피해를 주었다. 노동조합은 또한 가장 불리한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의 고용기회를 줄임으로써 노동자 계급의 수입을 더욱 불평등하게 만들어왔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202


 개인적으로 신자유주의 이론을 담고 있는 <자본주의와 자유>의 논지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자격증과 같은 진입장벽을 부정하는 프리드먼의 논지 안에서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저자는 케인즈의 승수이론을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이론이라 비판한다. 그의 비판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정부의 투자 지출이 늘어나더라도,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결국 민간투자만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같은 논지로 그의 자유주의를 비판하게 된다. 완벽한 자유주의가 사회 구석구석까지 마치 인간의 모세혈관처럼 미칠 수 있다면, 그의 이론처럼 될 수 있겠지만 실제적으로 시장은 그런 곳이 아니다. 이윤이 생기지 않는 곳에서는 한계인간들만이 시장에 참여할 곳이고, 승자들의 논리가 적용되는 게임의 법칙을 적용한다면 그들은 살아남지 못한다. 결국 사회의 손끝과 발끝부터 모세혈관은 죽어가고 대동맥만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살아 남는다면, 몸통만 남은 절반의 사회가 되지 않을까. 프리드먼의 자유주의 한계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경제문제의 출발은 균형점이 아니라, 개선해야 할 불균형점에서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의과대학의 입학허가를, 그리고 나중에는 의사면허를 통제하는 것은 그 직업에 대한 진입을 이중으로 제한한다. 더욱 노골적인 통제는 많은 수의 지원자들을 단순하게 탈락시켜버리는 것이다. 이보다는 덜 노골적이지만 아마도 훨씬 더 중요한 또 다른 통제는, 입학허가와 면허발급의 기준을 강화시켜 젊은이들로 하여금 의과대학에 입학하려는 노력을 아예 포기하도록 만드는 방법일 것이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238 


 시간에 따른 변화를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제발전이 이루어짐에 따라 급격히 불평등이 감소하고 있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264

자유는 개인이 자유를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의 문제를 내포하는 개념이 아니며, 매사를 포괄하는 윤리도 아니다. 실로 자유주의자의 주된 목적은 윤리적 문제를 개인이 해결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그리고 ‘진실로‘ 중요한 문제는 자유사회에서 개인이 직면하는 문제들, 이를테면 자유를 가지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와 같은 문제다. 그러므로 자유주의자는 두 가지의 가치를 강조한다. 하나는 사람들 간의 관계에 관련된 가치로서, 자유주의자는 바로 이 맥락에서 자유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다른 하나는 개인이 스스로 자유를 행사하는 과정과 관련된 가치로서, 이는 개인윤리와 철학의 영역이다. - P41

우리는 우리 이외의 세상사람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자유를 신봉하며 그것을 실천하려 합니다. 누구도 당신들에게 자유를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당신들의 문제일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에게 동등한 조건으로 당신들에게 전폭적인 협력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우리 시장은 당신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여기서 당신들이 팔 수 있고, 팔고 싶은 것들을 파십니오. 그 수익을 이용하여 당신들이 원하는 것을 사십시오. - P130

차별을 정의하고 해석하는 데는 심각한 문제점들이 있다. 누군가를 차별하는 사람은 그 차별에 대한 대가를 치른다. 말하자면 그는 스스로 차별을 하나의 ‘상품‘으로 보아 이를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차별이란 말에 자신이 공감하지 못하는 다른 사람의 ‘기호‘ 이상의 의미를 찾아내기는 어렵다. - P182

정부가 만들어낸 일종의 독점으로서 이제까지 논의했던 것들과는 원리상 전혀 다른 것이 있는데, 발명자들에게 부여하는 특허권과 저작자들에게 부여하는 저작권이 그것이다. 이들은 모두 재산권을 구성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에 여태껏 논의한 독점들과는 다르다... 특허권과 저작권의 경우, 한눈에 보아도 재산권으로 인정해주어야 할 강력한 근거가 분명히 있다. - P206

기업에 자선 목적의 기부를 허용하고, 소득세 공제를 허용하는 현재의 정책방향은 소유와 통제를 실제로 분리시키고 우리 사회의 기본 성격과 본질을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내딛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주의적인 사회에서 한 걸음 더 멀어져서 법인형 국가 corporate state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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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3-04-25 07: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윤탱이 읽고 감명 받었다는 저자네요. ㅎㅎ 저는 요즘 돌아가는 판세 보면 경제학자들의 조언이 과연 맞나 싶습니다. 제조업체들 다 외국으로 보내던 미국이 다시 자기 나라에 유치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부의 경제 가치관이 중요하긴 하구나 싶습니다. 저의 경제를 발가 벗겨 먹으려는 미국이 요즘처럼 싫은 적 없었던 것 같아요. 아니 윤탱은 그렇게 밀턴 프리드먼 좋아하면 프리드먼처럼 의대정원 자유화 하면 되겠네요. 프리드먼도 이런 건 좋네요!!

겨울호랑이 2023-04-25 08:20   좋아요 3 | URL
네, 대통령 후보 시절 자신의 경제철학(?)이 밀턴 프리드먼에 기반했다고 공공연하게 말했었습니다. 정말 그렇게 시장자유화를 강조하면서 미분양아파트를 정부가 사들이거나, 외환시장의 환율방어를 위한 개입은 왜 하는 것이며, 이와 반대로 쌀 수매에는 왜 시장자유를 외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원할 때는 상대를 공산세력으로 규정하고 반공을 외치며, 자신이 원하지 않을 때는 자유를 강조하며 두 손 놓고, 강자에게 한없이 굴종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노예의 길‘로 잘도 끌고 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