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스무 명도 넘게 아픈 아이를 만나 온 지 10여년째. 진료실 문을 조심스레 밀치고 아이와 함께 들어오는 엄마와 눈을 마주칠 때면 늘 가슴 한쪽이 아파 온다. 며칠 못 잔 듯 피곤에 찌들어 생기를 잃고 퀭한 눈. 거기에는 아이를 걱정하는 불안감과 함께 그 엄마가 겪어 온 좌절의 고통과 상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 엄마는 또 그 동안 얼마나 전쟁 같은 일상을 견뎌 왔던 걸까. 그 견딤 속에서 얼마나 많이 스스로를 몰아세웠을까. (p55)「아이보다 더 아픈 엄마들」중
아내가 근무하는 학교가 아토피•천식 안심학교라 학부모 중 많은 분들이 아토피 자녀를 두고 계십니다. 잠을 못 이루는 아이를 보면서 부모가 지쳐간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 안타까운 마음이 저절로 들지만, 아픈 자녀를 둔 부모의 고통은 주변인들이 상상하는 이상일 것입니다.
최근 이코노미 인사이트 4월호 기사에서는 ‘예민한 부모가 아토피를 키운다‘는 제목으로 아토피 어린이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리플러의 이론에 따르면 스트레스와 산만함,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그로 인해 과민 반응이 질병의 형태로 터져 나올 위험이 커진다. 리플러는 이것이 바로 심각한 아토피성 질환의 증가로 생각한다.(p32)... 리플러의 주장은 최근 활기를 띠는 ‘정신적 측면과 면역체계의 연관성‘ 연구 분야에서 발견된 사실과 일치한다... 오늘날 우리는 심한 스트레스와 피부 질환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 이를 치료에 반영한다면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p32)... 임신 기간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태어난 아이들보다 천식•아토피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p33) 「이코노미 인사이트 4월호」- 예민한 부모가 아토피를 키운다 -중
기사에 따르면 독일과 오스트리아 같은 선진국에서는 전체 유아 중 최대 15%가 아토피를 앓는다고 하니, 아토피는 대표적인 선진국 질병 중 하나입니다. 산업화, 공업화로 인한 환경 오염과 더불어 스트레스 또한 아토피, 천식 발병의 주요한 요인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토피•천식 치료에 사회도 책임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라는 이유로 이를 개인의 문제로 돌리기에는 부모에게 지워진 짐이 너무 무거운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살기 어렵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려옵니다. 개인이 살기 어려운 현대 사회의 문제를 풀기 위한 시작은 개인에게 주어진 짐을 덜어주어야 하는 것부터 출발해야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