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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폴보다 더 노래를 못하는 가수를 좋아하게 되는 날도 살다보니 온다. 스케치북을 보니, 검정치마의 라이브는 정말 최고 오브 최고. 애정의 눈으로 보면 귀엽다. 진심,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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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슈퍼스타K3가 시작된다. 매우 기대하고 있다. 김지수 같은 친구가 5명은 된다는 말에. 실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1회부터 보는 건 처음이다. 나도 지역 예선부터 꼬박꼬박 따라갈 수 있겠구나, 싶어 좀 신난다. :) 1년만에 TV 스트리밍 사이트에 가서 월 결제권을 끊었다. (여기는 1년이 지나도록 서비스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구나. 결제 모듈이 엉망이다 ;;)
TV가 있는 사람에게 TV를 보는 일은 그저 버튼 하나 누르면 될 일이지만, 나에게는 TV 스트리밍 프로그램을 결제해야 하고, 제 시간에 못본 경우 다운로드도 받아야 할 일이다. 컨텐츠 비용만 한달에 1만원 이상이 들어갈 때도 있는데, 그럼에도 TV를 사지 않는 것은 레알 테순 라이프를 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하루 한시간, 앞으로 가지 못하는 자전거를 돌리는 일이 허무해지지 않으려면 TV라도 봐야지. 덕분에 탑밴드도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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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와 빵을 끊은지 18일 정도 됐나보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이어트 메뉴, 이런 건 스스로 만들 재간이 없고, 운동을 죽어라 하는 것도 잘 못하고, 굶는 것도 자신 없어서.... 끊을 수 있는 거라곤 그나마 과자밖에 없는 것 같아서 끊었다. 실은 그동안 치즈케잌도 한번 먹었고, 베이글도 좀 먹었고, 피자를 먹은 적도 있긴 하지만 (ㅜㅜ) 그래도 과자는 입에도 안댔고, 아침마다 습관처럼 사오던 단팥빵 같은 것들도 끊었다. 간식이 땡길 땐 밤이나 냉동 블루베리같은 걸 먹었고, 집에서 종종 마시던 맥주 대신 탄산수, 산야초, 뭐 이런 걸 마셨다. (맥주 끊었다는 거 아님) 엄청난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18일동안 1.5kg 정도 빠진 것 같다. 매일 매일 1kg 씩은 차이가 나지 않나요? 뭐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도 있는데, '빠졌다'의 기준은 무조건 최저점 기준이다. 아침에 99kg, 밤에 100kg이었다면 어느날 아침 98kg, 밤에 99kg이 됐을 때 1kg이 빠진 것. 1kg 빠질 때마다 스스로를 옷가게로 데려가주기로했다. 이게 정말 엄청난 자극제가 된다. 1kg이 더 빠질 때까지 옷을 살 수 없다고 생각하면 의지가 샘솟는다.
그리고, 마이클 폴란의 <잡식 동물의 딜레마>를 주문했다. 3~4년 전에 한참 읽던 밥상과 먹거리 관련 책들이 아무래도 약발이 떨어져가는 것 같기도 하고, 싶어서. 인간은 확실히 망각의 동물이라, 꾸준히 책을 읽으며 자극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는 듯하다. 그런데, 낮에 주문하려다가 갑자기 사정이 생겨 주문을 못하고는, 나는 오늘 하루종일 이 책을 저녁에 받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다. 저녁에서야 주문을 안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패닉. 아.
바보사람의 딜레마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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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모님께서 자신의 서재에 나에게 멘사 시험을 보라고 한 것에 대해, 혹시 내가 머리가 좋다고 오해를 하실 분이 계실 것 같아 한마디 하자면(정말로 계시더라고요 ;;), 예전에 병원에 입원했을 때 퍼즐 잡지를 풀고 싶어서 친한 언니에게 사다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는데, 언니가 더 좋은 것을 사다준다고 멘사 퍼즐을 사온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책에서 단 한 문제도 풀 수가 없었습니다. 간염으로 입원했는데 홧병으로 입원이 연장될 뻔했습니다.
나는 멘사 문제 중 단 한 문제도 풀 수 없는 사람입니다. ㅜㅜ 정말이지, 저도 한 문제 정도는 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ㅜㅜ 제 수준은 딱 3천원짜리 지하철 가판대 퍼즐 잡지입니다! ㅎㅎ / 근데 왜 갑자기 존댓말? 그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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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후진 아파트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강 근처에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종종 놀러가는 건대입구에서 택시를 타고 오면 1만원 정도가 나오는데, 강변북로를 통해 서울의 야경을 보면서 오게 된다. 그 불빛이 너무 좋아, 나는 기꺼이 택시비를 지불한다. 오늘도 일산에서 택시를 타고 오는데, 역시 강변북로(로 추정되는 길)을 통해 왔다. 차분하게, 반짝반짝 빛나는 서울의 밤, 그 서울의 밤이 너무 좋아. 앞으로도 일산에 갈 일이 있으면 밤에 올 땐 꼭 택시를 타야지, 라고 결심을 해본다. 나는 차가 없으니까, 이 정도 사치는 귀엽게 봐주세요 :)
택시는 도시의 한가운데를 빠르게 달렸다. 번쩍거리는 네온사인을 단 커다란 건물들이 휙휙 지나갔다.
"서울의 밤은 이상해요"
미지근한 보온병을 붙잡고서 그녀가 말했다.
"불빛이 꺼지질 않아서, 기대를 버릴 수가 없어요"
정한아 <마테의 맛>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