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 찾아갔던 건 뭐, 어떤 비장한 각오가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어떤 사람들은 지금껏 한 번도 찾아가지 못한 부채감, 뭐 이런 것들로 찾아가기도 했다지만, 또 어떤 사람은, 이런 정치적 행위를 통해 그 문제의 진상이 빨리 규명되고, 해결되기 원하는 정치적 이유로 가기도 했다지만, 나는 그보다는 좀 더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이유였다. 그냥, 예배에 대한 갈급함.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싶었다기보다는, 그저, 내가 조금 위로를 받고 싶었다.
날이 꽤 풀렸음에도, 그곳의 바람은 꽤 서늘했다.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그 곳의 분위기는 참 을씨년스럽기도 했다. 유가족 분께서 나오셔서 여전히 분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한마디 한마디를 하는데, 저 분의 올 한해는 참 지옥같았겠구나. 이런 일로 주목 받는 삶 같은 거, 결코, 단 한번도 원한 적이 없었을텐데, 싶어 마음 한구석이 쌔하다. 그래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주었으니,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화려하고 번쩍번쩍하고, 따뜻하고 아늑한, 다른 갈 곳들도 많았을텐데, 선택 뒤켠의 마음이 그대로 보여, 다른 어떤 것은 굳이 필요치 않아 보였다. 크리스마스라는 날의 의미를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고 나누는 것만으로도, 그 곳에 모인 사람들은 다시 한 해를 살아갈 힘을 얻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비록 그 힘이 허상에 불과할지라도.
그 힘이 허상,이라는 자조섞인 절망. 을 내뱉을 수밖에 없는 스스로가 참 안타깝기도 하지만, 실은 나는 희망이라는 것을 거의 믿지 않는다. 처음부터 이런 사람이었는지, 혹은 이렇게 되어버렸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역사는 불가능한 것을 희망해온 사람들이 조금씩 조금씩 바꿔왔다고 믿고 있기도 하다. 내년에도 나는, 아마도 희망과 절망 그 중간즈음의 어디에서 그 어느곳으로도 몸을 옮기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내몸하나 겨우겨우 건사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가끔은 여전히 희망을 품고 있는 자들이 그 마음을 디딜 수 있는 작은 표식이나마 될 수 있다면, 참 감사한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