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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오찬호 지음 / 개마고원

"이십대의 두 얼굴, 우리 시대의 자화상"
“열망에는 아픔이 따른다. 그 아픔이란 눈앞에 당장 보이는 달콤함을 미래의 꿈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 데서 온다.” “세상이 나를 괴롭힌다고 생각하세요? 내가 쉬면 세상도 쉽니다.” 지난 2011년과 2012년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두 책이 제안한 위로와 힐링의 목소리다. 한편 대학 강의실에서는 KTX 여승무원의 정규직 전환 요구가 지나친 요구라고, 용산 철거민의 주장이 무리한 요구라고, 같은 공간에 사는 청소노동자의 권리는 우리 문제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다. 전자와 후자 사이에 어떤 연결 고리가 있는 걸까.

대학에서 사회학 강의를 하는 저자 오찬호는 시대의 화두 ‘자기계발’로 두 상황을 엮어낸다. 본인들 대다수도 정규직을 갖지 못할 게 분명한 사실인데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나 처우 개선보다 자신보다 못한 혹은 자신보다 노력하지 않아서 비정규직이 된 이들이 손쉽게(?) 정규직이 되는 상황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모습.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고, 이런 공감 부족으로 편견을 확대재생산하고, 패자에 대한 편견의 이면에 자리잡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주어진 기존의 길만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이십대. 누구보다 잘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최소한 남들로부터 배제당하기 않기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윤리다. 어설픈 대안을 전하는 데 앞서 이 암울한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제대로 바라보는 일, 이를 바라볼 용기가 필요한 때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이 책은, ‘자기계발 권하는 광기의 사회’가 어떤 인간상을 창출하는지를 일개 개인의 모습으로서가 아니라 분명한 집단적 특징으로서 보여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질문들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요구에 반대하는 청년들을 만들어낸 시스템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이 시스템이 어떻게 견고히 재생산되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함이다. 이는 실업이 낯설지 않고, 취업은 늘 불안정한 것이 되어버렸으며, 그렇기에 해고의 공포를 인간 본연의 감정인 양 갖고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한국의 이십대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기도 할 것이다.(40, 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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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울수록 가득하네
정목 지음 / 쌤앤파커스

"정목 스님의 행복을 키우는 마음연습법"
불교계 ‘힐링의 어머니’이자, SBS 힐링캠프, 아이러브인을 통해 감동을 선사한 정목 스님의 신작.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에서 종교를 초월하여 마음의 평안과 행복을 찾는 길을 부드러운 언어로 전했다면, 이 책에서는 살면서 경험하는 분노, 우울,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을 다독일 수 있는 다양한 명상법을 단계별, 대상별로 소개한다.

스님은 명상을 ‘저절로 깨어나게 하는 어떤 것’, 즉 ‘말하지 않아도 느끼고, 이유를 모른다 해도 마음으로 전해지는 그 어떤 것’이라고 규정한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의지대로 조절되지 않는 마음을 다스리는 법부터 태교 명상, 가족 명상, 청소년 명상, 직장인 명상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명상의 방법들을 알려준다. 누구나 쉽게 명상을 따라할 수 있도록 정목 스님의 음성으로 녹음된 명상 안내 CD를 함께 수록했다.- 종교 MD 송진경

책 속에서 : 
어둠이 왔다고 항상 어둠도 아니고, 길을 잃었다고 영원히 길을 헤매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떠내려가는 배처럼 붙잡을 수 없는 마음이라 해도 배는 어딘가에 닿고 다시 항해를 준비할 것입니다. 힘들고, 아프고, 정처 없는 세상의 모든 마음들에게 이 책이 간절하고 따뜻한 기도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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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1,2 + 밤하늘 아래
마스다 미리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바로 우리의 일상"
일명 '여자 공감만화'를 통해 여자의 마음을 가장 잘 그리는 작가로 떠오른 마스다 미리의 신작 세 권이 동시 출간됐다. 이번 책은 두 부부의 평범한 일상을 그린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1,2권과 삶과 우주를 소재로 한 단편집 <밤하늘 아래>이다.

주로 30대 싱글들의 삶과 고민을 그려낸 전작과 달리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치에코와 사쿠짱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혼자일 때와는 또 다른 의미의 행복을 생각하게 한다. 일하고 쇼핑하고 밥먹고 투닥거리는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이 네모 반듯한 만화 컷 안에서 새롭게 반짝인다. 반면 <밤하늘 아래>는 단편인 듯 하지만 결국 한 실타래로 이어지는 여러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를 우주라는 소재로 묶었다. 광활한 시간의 흐름 가운데 있지만, 실상은 하루하루 유한한 인생을 사는 우리의 이야기. 그래서 때로는 헛헛하지만, 또 힘을 내보는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로 마스다 미리 특유의 섬세하고 따스한 글과 그림이 위로가 된다.
- 만화 MD 도란

마스다 미리와의 인터뷰 중에서 : 
Q. 그동안 싱글 여성의 이야기를 주로 그리셨는데요. 이번에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에서는 치에코 씨와 사쿠짱 부부의 이야기를 그리셨습니다. 부부 이야기를 그리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A. 사람은 서로 기대어 살아가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싱글이든 부부이든 그건 마찬가지이죠. 그래서 저는 딱히 작품 주제를 크게 바꾸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치에코 씨와 사쿠짱 부부는 마치 집을 지키는 큰 아이와도 같습니다. 나이를 먹지 않는 설정입니다만, 두 사람은 분명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더라도 사이가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디에나 있을 것 같지만, 더없이 소중한 것들. 소소한 행복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부부의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읽어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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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 기차 여행
조지욱 지음, 한태희 그림, 김성은 / 책읽는곰

"커다란 입체 지도 따라 우리나라 한 바퀴"
우리나라의 생김새가 머리에 쏙 들어오는 입체 지도책. 하늘에서 내려다 본 시점으로 우리 땅 구석구석을 말그대로 깨알같이 그려냈다. 총 세 팀의 주인공이 등장해 정겨운 기차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가 있는 지도책이다. 초등학생 가비와 다비 형제가 서울 용산역에서 기차에 올라 광주 할머니 댁까지 가면, 광주에 놀러 왔다 부산 집으로 돌아가는 홍이 가족의 여정이 차례를 이어 받는다. 마지막으로 부산에서 출발는 우리 땅 탐방 동아리 친구들과 털보 선생님의 목적지는 정동진이다.

철길을 따라가며 우리 산과 평야, 강과 바다, 도시와 농촌이 어느 곳에 어떤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는지 알아가는 재미가 일품이다. 수많은 답사와 항공 지도 검색, 치밀한 그림 작업을 거쳐 완성한 이 그림 지도에는 컴퓨터 그래픽이나 2차원 평면 지도의 기호로는 표현할 수 없는 생생함이 살아 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운 땅에 살고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2차원 평면 이미지를 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 공간과 연결시켜 이해하는 일이 쉽지 않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지도책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기분 좋은 여행의 충만함까지 덤으로 따라온다.
어린이 MD 이승혜

책 속에서 : 기차는 충청남도를 지나 전라북도 땅으로 들어섰어요. 논산에서 정읍까지 이어지는 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평평해요. 논산평야와 호남평야가 넓게 펼쳐져 있거든요. 예부터 우리나라의 곡식 창고라 불릴 만큼 쌀이 많이 나는 곳이에요. 논산평야에 자리 잡은 부여는 옛 백제의 수도로, 마지막 왕성인 부소산성과 아름다운 백제 문화재들이 남아 있어요.

기차는 황금빛 벼가 출렁대는 호남평야를 지나가고 있어요. 전주, 익산, 김제를 비롯해 열어 도시에 걸쳐 있는 호남평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평야예요. 전라북도 땅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서울 땅의 세 배 넓이지요. 저기 하늘과 땅이 만나는 지평선이 보이나요? 눈으로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은 우리나라에서 딱 하나, 호남평야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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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로맨스와 스릴러의 뜨거운 만남"
기욤 뮈소의 경우 몇 가지 트레이드마크가 있다. 젊은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소재, 단숨에 심장을 뛰게 만드는 역동적 스토리,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영화적 긴장감,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문체, 대중적인 관심을 충족시켜 주는 문화코드 등이 바로 기욤 뮈소의 소설에서 두드러진 매력이다. 한 작가의 여러 소설을 대하다 보면 독자들에게 새로운 기대와 바람이 생긴다. 새로운 변신에 대한 기대감이 바로 그것이다. 아무리 매력적인 작가의 작품이라도 여러 권을 읽을 경우 물리기 십상이다. 그러하기에 독자들은 좋아하는 작가에게서 새로운 시도의 흔적, 부단히 노력하고 변화를 꾀하는 증거를 보고 싶어 한다.

<내일>은 부단한 변화를 시도하는 기욤 뮈소의 새로운 한방이다. 기욤 뮈소가 로맨스와 스릴러를 접붙인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내일>은 점점 성숙해가는 그의 장르 혼합 능력을 보여준다. 사랑과 음모와 모험이 뒤섞인 소설,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을 원한다면 <내일>은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 
기욤 뮈소가 아주 잘 만들 줄 알고, 독자들도 좋아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분위기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독자들을 히치콕 스타일의 스릴러 세계로 몰아넣는다. -메트로 (프랑스)

작가는 다시 한 번 등장인물 각각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역량을 발휘한다. 우리들 각자는 작가가 창조한 인물들의 모습에서 쉽게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르 피가로 리테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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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모리 가즈오 1,155일간의 투쟁
오니시 야스유키 지음, 송소영 옮김 / 한빛비즈

"이것이 경영이다"
일본 대표 기업 교세라의 창립자이자 베스트셀러 <왜 일하는가>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이나모리 가즈오. 일선에서 물러났으나 일본에서 여전히 가장 존경받는 경영자 중 한 사람인 그가 2010년, 현직에 전격 복귀하는 일이 발생한다. 일본 대표 항공사 JAL의 구원투수로 호출 받은 것이다. 이 책은 이나모리 가즈오가 1차 파산 시점에 JAL의 회장으로 취임하여 2013년 3월 이사직을 물러날 때까지, 극적인 V자 회복을 이뤄낸 1,155일간의 투쟁에 대한 기록이다.

책은 일본 최고의 엘리트 집단인 JAL의 직원들에게 '다른 사람을 속여서는 안 된다.' 같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올 법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시작으로 전표 쓰는 법, 회의 진행법과 같은 실무에 이르기까지, 체질 개선은 물론이거니와 JAL의 근본을 변화시킨 이나모리 가즈오의 경영 노하우를 실제 에피소드와 함께 엮어 흥미롭게 풀어냈다. 회복 불가능 판정을 받았던 기업의 재생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어려움에 빠진 후배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는 '살아 있는 경영의 신'의 이 1,155일간의 기록은, 한국의 경영자들에게도 유효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함께 보면 좋은 책 :

왜 일하는가
이나모리 가즈오의 아메바 경영
일심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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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정신
강창래 지음 / 알마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
저자 강창래는 오랜 동안 독서문화 운동에 몸담았고, 출판 기획과 저술에도 활발하게 참여하여 여러 권의 책을 냈다. 박웅현의 광고와 창의성을 다룬 베스트셀러 <인문학으로 광고하다>가 대표작이다. 그는 기존의 독서운동에서 의무와 책임이 강조되며 즐거움이 부족했다고 평가한다. 그래서 전혀 다른 책 세상을 여행하기 위한 지도를 스스로 그려보기로 마음먹었다. 작업은 쉽지 않았다. 예상한 시간과 공간에 다다르면 역사가 기록한, 우리가 알고 있는 책은 제자리에 없었고, 엉뚱한 책이 세상을 뒤흔들고 있었다. 당대의 ‘좋은 책’이 오늘의 고전 목록에는 없고, 당연히 고전이라 알고 있던 책이 당대에 없기도 했다. 고전이란 권위에서 벗어나니 전혀 다른 내용이 드러나기도 했고, 아무도 읽지 않은 책이 세상을 바꾸기도 했다.

이제 여행을 떠나기 전에 마련한 지도는 쓸모가 없어졌다.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이 드러나니 전혀 다른 지도가 필요했다. <책의 정신>은 그 지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발견한 몇몇 범례와 도법을 구체적으로 전해주는 책이다. 그 자체로 충분히 즐겁고 뜻깊지만 아직 전모가 드러나지 않은 몇몇 조각에 불과하다. 다행히 이 모험은 ‘조선, 근대 한국인, 현대 한국인의 책 읽기’와 ‘성장소설, 동화, 그림책의 역사’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걷는 곳에 길이 생긴다고 했던가. 이 책이 말하는 '책의 정신'은 이 지도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불빛이다. 여럿이 함께 만들어간다면 더 즐겁고 빠르게 완성할 수 있지 않을까? 많은 독서가와 애서가의 참여를 기대한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사 : 
책은 비판 정신의 숙주다. 책이 없다면 심지어 책에 대한 비판도 가능하지 않았으리라. <책의 정신>은 우리가 책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고, 거꾸로 그 배움을 통해서 책을 어떻게 다시 읽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것은 정신의 도약이고 모험이다. 책장을 여는 순간, 깊고 넓은 책 세상으로의 도약과 지성의 거침없는 모험이 펼쳐진다. 책의 정신은 아직 살아 있다!(로쟈 이현우, 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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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
김남중 지음, 윤정주 그림, 한국고소설학회 감수 / 웅진주니어

"나이에 맞는 고전을 읽히자"
이제 10세 이하의 어린이 독자들도 제 나이에 꼭 맞는 우리 고전 문학 작품을 고민 없이 집어들 수 있게 되었다. <홍길동전>, <강림도령>, <김원전>, <허생전>, <옹고집전> 다섯 편으로 시작하는 ‘재미만만 우리고전’에는, 초등 저학년 아이들만이 만끽할 수 있는 생기발랄한 에너지가 넘쳐 흐른다. 그간 고학년 대상으로 편중 되어 있던 어린이 고전 읽기물 시장의 균형을 잡아줄 새 강자의 출현이다.

아무리 영양가가 높은 음식이라도 소화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 한국을 대표하는 동화작가들은 수많은 작가들에 의해 씌어진 이야기들에 또 다른 생명력을 부여했다. 그림책처럼 볼거리가 많고, 자유롭고 과감한 활자 편집이 이야기의 호흡을 재미있게 만들어준다. 개성이 톡톡 튀면서도 원전의 내용을 전달하는데 충실하다. 만화보다 재미있으면서도 고전이 전하는 가치들이 퇴색하거나 휘발되지 않았다. 상충하기 쉬운 두 가지 미덕을 놓치지 않고 그 사이에서 기막힐 정도로 정확하게 균형을 잡은 완성도 높은 시리즈. 재미만만 야심만만이다. 어린이 MD 이승혜

책 속에서 : 도적들은 신이 났다. 홍길동이 명령을 내렸다. “우리는 무기만 가져간다. 쌀은 배고픈 백성들에게 나눠 줘라.” ”예?” 도적이 도적질한 곡식을 양보한다? 도적들이 오래 생각할 틈도 없이 불을 끄러 나가지 못한 노인과 여자들, 아이들이 빈 그릇을 들고 밀려들었다. “고맙소. 참말로 고맙소.” “굶어 죽을 뻔했는데 덕분에 살게 됐어요.” “의적이십니다.” “생쌀을 먹어도 맛있어요.” 백성들은 도적들의 손을 잡고 인사를 해다. 절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도적들은 눈이 뜨거워졌다. 도적이 되어 늘 욕을 먹다가 처음으로 칭찬을 들었다. 굶주려 비쩍 마르고 해진 옷을 입은 백성들을 보자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이 떠올랐다. “더 가져가시오. 더!” “배고픈 부모님 밥해 올리고 우는 아기들 떡도 해 주시오.” (본문 69~71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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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의 문제
제임스 블리시 지음, 안태민 옮김 / 불새

"외계에서 창조주의 섭리를 생각하기"
성경에 따르면 인간은 신의 모습을 본따 만들어졌다 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신의 불완전한 모사이므로, 현존하는 피조물 중에서는 신에 가까운 미덕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생명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기에 SF가 질문을 하나 던졌다. 만약 외계인이 우주 어디엔가 존재하고, 그들의 별은 지구보다 훨씬 아름답고 풍요로우며, 인간과 완전히 다르게 생긴 그들의 문명이 인간들보다 더 자애롭고 평화롭다면, 정말로 인간은 신의 모습을 본따 창조된 게 맞을까? 이토록 이질적인 (거의 혐오스러운) 외모를 가진 외계인들이 인간들보다 더 신의 모습에 가깝다면 신의 모습이란 과연 어떤 의미이며 신의 섭리는 대체 무엇일까?

<양심의 문제>는 이 질문을 던졌던 최초의 SF 중 하나이다. 신 또는 신을 향한 믿음을 향해 SF가 이미 반세기도 전에 던진 질문은 아직도 유효하며, 이어 종교 SF로 불리우는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내기까지 했다. 이 유명한 작품이 뒤늦게, 이제야 한국에 정식 번역 출간되었다. 황금기 SF 특유의 달뜬 자신감과 종교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겸비한 걸작을 이제라도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 - 소설 MD 최원호

책 속에서 : 
어떤 경우든 일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 자신과 다른 3명의 남자들은 지구인이 사용할 정거장으로 리티아가 적합한 곳인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이곳 리티아에 와 있다. 그 결정이 지구인과 리티아인 어느 한쪽에게라도 위험 요소가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이다. 다른 3명의 조사단원 역시 루이스-산체스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는 과학자들이었다. 하지만 신부는 결국 자신은 생물학적 분류가 아닌 자신의 양심에 따라 결정을 내릴 것임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양심은, 창조와 마찬가지로, 서둘러서는 안 된다. 기한이란 것도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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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2
EBS 역사채널ⓔ 지음 / 북하우스

"역사의 조각에서 오늘을 발견하는 안목"
지난 2월 시리즈 첫 책을 펴내 많은 독자의 사랑을 얻은 <역사e>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신선한 편집과 영상으로 간결하게 메시지를 전한 ‘지식채널e’에 이어 지난 2011년 말부터 방영을 시작한 ‘역사채널e’는 한국사의 주요 사건과 인물을 재조명해 학부모, 교사, 청소년으로부터 고른 호응을 받았다. 앞서 나온 시리즈 첫 책 역시 역사 분야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시리즈 첫 책에는 근현대사 이야기가 많았는데, 두 번째 책에서는 조선사가 중심이다. 기록이 풍성하게 남아있는 조선사라 더욱 생생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소설 홍길동에 등장한 활빈당이 300년 후에 실제로 부활한 이야기, 임진왜란 때 일본군을 혼비백산하게 만든 귀신폭탄 ‘비격진천뢰’, 젖먹이 세자를 키운 후 세자가 왕이 되면 종1품에 봉해진 유모 이야기까지. 작은 이야기에서 시작해 당대의 핵심을 읽어내고 오늘 돌아볼 가치를 찾아내는 ‘역사채널e’의 안목이 돋보인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꾸준히 이어가길 기대하고 응원한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잘 정리된 역사는 ‘사건’이 아니라 ‘사연’을 담고 있다. 그러기에 역사는 잘 만들어진 드라마나 영화처럼 얼마든지 재미있을 수 있고, 우리의 마음속에서 희로애락을 끌어낸다. 이 책은 한 줄의 기록을 바탕으로 그 안에 숨겨진 인물과 사연을 호출함으로써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었다고, 잊지 말고 기억할 것을 주문한다. 독자들은 <역사ⓔ>를 보며 영상을 통해 얻은 강렬한 인상 위에 구체적이고 세밀한 역사 지식을 세우게 될 것이다. ‘잘 만들어진’ 영상에 값하는 ‘잘 만들어진’ 책이다.(박시백,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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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끝이 시작이다
문재인 지음 / 바다출판사

"문재인이 직접 쓴 대선 평가 보고서"
곧 대선 1년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 결코 적지 않은 일이 있었다. 각자 해석이 있겠지만, 1년 전 대선에서 당선되지 못한 후보라면, 자신이 당선되지 못한 이유를 되짚고, 만약 자신이 당선되었다면 어땠을까 상상도 해보기 마련 아닐까. 물론 지금까지 이런 생각을 겉으로 드러낸 후보는 없었다. 역대 가장 많은 득표를 하고 패한 후보이기 때문일까. 문재인은 2년 반 전 <문재인의 운명>으로 출사표를 던졌듯, 다시 한 번 책으로 지난 대선에 대한 주관적 평가 보고서를 제출했다.

책은 네 부분으로 나뉜다. 우선 박근혜 정부 1년에 대한 평가와 제언, 그리고 대선 이후 지금까지의 소회로 시작해, <문재인의 운명> 출간부터 대선 시점까지, 아마 스스로도 정신 없이 보냈을 시간에 대한 반추, 그리고 대선에서 패배한 내외부의 조건과 상황에 대한 평가와 반성, 마지막으로 다음 정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으로 이야기를 마친다. 그의 말대로 이 책은 문재인의 대선 평가이고 당연히 주관적인 내용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돌아보고 내다볼 계기가 될 게 분명하다. 패장이 입을 열었다는 건, 그만큼 큰 사건이기 때문이다. 대선 1년을 계기로 승자는 승자대로, 패자는 패자대로 깊이 있는 성찰을 해보는 게 어떨까. 물론 국민도 함께 해야겠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변명은 패배를 더 구차하게 만듭니다. 남 탓이나 상황 탓을 하는 것은 장수답지 못합니다. 이 책이 변명이 될까,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패배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 패장에게 남은 의무라고 생각했습니다. 패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패배를 거울삼아야 하기 때문입니다.(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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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상륙 작전 1
윤태호 글.그림 / 한겨레출판

"정전협정 60주년, 아직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끼> <미생>으로 국민적 인기를 얻고 있는 윤태호 작가가 한국전쟁, 그리고 아직까지 이어져오는 그 역사의 굴레를 만화를 통해 되짚는다. 그 시대, 가장 평범했던 철구네 가족은 해방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배가 고프다. 일제 때 일본순사의 뒷일을 봐주다 해방이 되자 재빠르게 살길을 모색하는 삼촌, 그런 삼촌을 멀리하다가 먹고살기 위해 동조하게 되는 철구네 가족은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통과하며 정치적 혼란과 전쟁의 참혹함, 급변하는 사회상을 보여준다.

2013년은 정전협정 60주년이다. 한국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때때로 고조되는 남북관계의 긴장이나, 정치권의 사상 검증, 이념 대립과 세대 갈등과 같은 현시점의 모든 문제들의 기원은 해방과 건국, 전쟁과 분단까지 거슬러 올라감을 알 수 있다. 작가는 그 근원을 탐구해 구호와 명분 아래 숨어 있는 진짜 욕망이 무엇이었는지 들여다보고자 한다. <인천 상륙 작전>은 그래서 바로 오늘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만화 MD 도란

책 속에서 :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전쟁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다. 한국전쟁을 잊혀진 과거 정도로 생각하는 젊은 독자들에게 한국전쟁은 아직 진행중임을 보여줄 생각이다. 세대간 갈등 역시 최근 나타난 새로운 사건이 아니라, 과거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것이란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윤태호, 한겨레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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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선대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전세 대신 집 사라는 유혹에 속지마라!"
2013년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집 문제로 거의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다. 하우스푸어는 하우스푸어대로, 세입자는 세입자대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패러다임은 어떻게 바뀌고 있는 것이며 우리는 어떠한 자세로 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부동산 호항기였던 2008년부터 가장 앞서 대세하락을 예측했던 선대인경제연구소 선대인 소장이 4년만에 본격적으로 내놓은 부동산 예측서. 이 책은 그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수많은 자료와 데이터의 엄밀한 분석을 통해 정부, 건설업계, 금융권도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위기 요인들은 경고하고 우리가 가져야 자세를 상세히 알려준다. 전세 대신 집 사라는 '토끼몰이'에 당하지 마라, 집값 상승기 때의 상식을 버려라, 시세 착시현상에서 벗어나라 등 현실적인 조언들이 집에 대해 걱정하는 모든 사람들의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거대한 전환기가 시작된 지금,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20년이 결정된다! - 가정/건강 MD 도란

책 속에서 : 
이 위태로운 상황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이 책을 쓴다. 이 책에서 독자들이 크게 네 가지를 얻기 바란다. 첫째, 혼란스러운 부동산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둘째, 정부나 언론의 보도를 맹신하면 자신의 삶에 위기가 닥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셋째, 앞으로 부동산시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해야 한다. 넷째, 주택문제와 관련해 내가 어떻게 할지, 그리고 공동체로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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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귀신의 노래
곽재구 지음 / 열림원

"곽재구 신작, <포구기행>을 잇는 따뜻한 산문집"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찾아 떠난 여행의 기록 <예술기행>, 작은 포구 마을 여행을 통해 고뇌와 사색의 흔적을 담은 <포구기행>을 잇는 또 하나의 따뜻한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십수 년간 와온 바다 언저리에 머물며 빚어낸 <길귀신의 노래>는 시인이 살아온 삶에서 만난 인연과 지난 시간들의 추억을 자분자분하게 이야기한다.

사람 냄새 가득한 이 책은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부터 길 위의 사람들, 와온 바다의 아름다움, 길 떠나는 여행자들을 위로하는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시인이 지나온 따뜻한 시간들을 공유한다. 특히 신춘문예 당선작이자 대표작인 <사평역에서>를 집필하던 시절, 탄생 배경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 속에서 :
길귀신이라는 말을 듣고 조금 움찔했을 이가 있을지 모르겠군요. 그냥 길동무라고 해도 좋겠지만 이들이 지상에 머물렀을 시간을 생각하면 동무라는 말이 한없이 친근하고 포근해도, 그냥 귀신이라는 말을 붙이고 싶은 것입니다. 길 위에 서면 나는 이 셋의 사랑스런 길귀신들에게 내 마음의 혼을 모아 다정하게 인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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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요시다 슈이치의 스파이 스릴러"
기존의 요시다 슈이치 소설들과는 여러 면에서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는 소설. 그간 스릴러 장르에서조차 비교적 차분하고 정적인 전개를 선호한 요시다 슈이치는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에서 보편적인 스파이 스릴러의 빠른 템포를 차용한다. 등장인물들도 더욱 공격적이며 망설임이 없다. 이들에게 고민이 있다면 어떤 당위의 문제라기보다는 전략전술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거칠고 냉혹한 세계에서 정의보다는 자기자신의 삶을 위해 서로를 상대로 투쟁하는 모습에서는 하드보일드 소설의 스타일이 느껴지기도 한다.

인물 내면의 흔들림을 포착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요시다 슈이치가 이렇게 확 달라지려고 마음먹은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일단 결과물로 평가하자면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액션 스릴러 소설들의 장점을 파악하고 그 장점을 성실하게 이식하려는 시도가 느껴진다. 이 테스트가 끝난 뒤 차기작이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무척 궁금하지만, 우선은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가 재미난 작품이라고 여러분께 알려드리는 바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 
그가 돌아왔다. 이번엔 하드보일드다. 숨 가쁘게 책장이 넘어간다. 세계는 비정하며, 욕망은 어리석고, 태양은 결코 움직이지 않는다. 새로운 요시다 슈이치를 두 손 들고 지지한다. -정이현

요시다 슈이치는 드라마를 꼼꼼히 만드는 것으로 정평이 난 작가이다. 그런 그가 난데없이 스파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화제가 된 것이 이 작품이다. 이런 사정을 다루는 작가의 솜씨는 역시 꼼꼼하다. 차세대 에너지 이야기도 겉치레로 끝내지 않는 센스가 매우 훌륭하다. 이 소설의 공적은 윤리적으로만 이야기하기 쉬운 대지진과 원자력 사태 이후의 상황에 '호기심'이라는 관점을 제공한 점에 있다. 뛰어난 엔터테인먼트란 아마도 그런 것이리라. -주간문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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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수의 탄생
유은실 지음, 서현 그림 / 비룡소

"평범한 소년의 특별한 성장담"
7월 7일, 행운의 숫자 7이 두 번이나 들어가는 날 엄청난 황금색 태변을 입에 물고 세상에 나온 아이. 아들이 대단한 사람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새마을 문구점 아주머니는 '일등하는 수재가 되라'라는 뜻으로 ‘백일수’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하지만 일수는 모범생도 문제아도 아닌 아이로, 있는 듯 없는 듯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한 채로 언제나 고민을 한다. 나는 누굴까, 내가 잘 하는 일은 무엇일까, 난 어디에 필요한 사람일까, 왜 눈물이 날까. 어른이 되어서도 고민은 계속된다. 초등학교 때 배운 서예 덕분에 돈방석에 오르는가 싶더니만, 이야기의 끝은 한 평범한 사람이 뒤늦게 자신의 눈부신 재능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해피엔딩이 아니다.

이 동화는 세상이 평범한 아이로 분류한다고 해서 그 인생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항변하는 것 같다. 저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버거운 여정에, 서투르지만 진지하게 임하는 아이들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나도 예민할 거야>의 유은실 작가가 십 년 넘게 품고 있던 이야기가 오랜 세월을 돌고 돌아 세상에 나왔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많은 아이들과 닮은 주인공의 모습이 멋쩍으면서도 반갑게 다가온다. 쉴 틈 없이 장난을 거는 듯한 작가의 재치와, 동화와 소설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스타일의 문체도 매력적이다.
어린이 MD 이승혜

책 속에서 : ‘일수는 모든 면에서 딱 중간이구나. 이렇게 완벽하게 보통인 아이는 처음인걸!’ 선생님은 차마, 놀라운 특징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적었죠. [순한 아이입니다. 특기가 생길 수 있도록, 부모님께서 많이 관심을 기울여 주십시오.] 어머니는 ‘특기사항’을 읽고 기분이 알쏭달쏭했어요. 그래서 일수만큼이나 말수가 적은 아버지에게 물었죠. “여보, 이게 우리 아들을 칭찬하는 거야, 흉보는 거야?” 아버지는 통지표를 받아들었어요. 특기사항과 성적을 자세히 읽은 후, 입을 열었죠. “눈 씻고 찾아봐도 잘하는 게 없다는 얘기야.” 어머니는 통지표를 던졌어요. 문구점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일수는 눈물을 찔끔 흘렸죠. 마음이 통지표처럼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진 것만 같았어요. 어머니를 실망시켜서 슬펐어요. ‘난 왜 잘하는 게 하나도 없지?’ (본문 3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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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정복자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 지음, 이한음 옮김, 최재천 감수 / 사이언스북스

"가장 큰 물음에 대한 가장 분명한 대답"
에드워드 윌슨은 사회생물학의 기틀을 세운 학자이자 <통섭>이라는 저작으로 잘 알려진 생물학계의 거장이다. 80대 중반, 학문의 황혼기에 그가 내놓은 저작 <지구의 정복자>는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란 물음으로 시작한다. 어쩌면 모든 인간의 삶이 끊임없이 묻고 답해온 '가장 큰 물음'에, 평생 '인간 조건'과 사회성, 진화를 연구해온 동시대 최고의 학자가 드디어 답을 펼쳐보인다. 물음은 다시 두 가지로 정리된다. 인간이 이룩한 고도의 사회성은 왜 존재하며, 이런 고도의 사회성을 존재하게 한 원동력의 정채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는 개미, 꿀벌, 말벌 등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사회를 만들어낸 생물과의 비교를 통해 앞선 질문에 답하려 한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에 대해서는 사회성 진화로, 우리는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문화, 종교, 예술, 도덕의 기원으로 설명하는데, 모두가 궁금해할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란 물음에 답하는 과정에서 학계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새로운 이론을 제시한다, 혈연의 생존을 위한 이기적 본능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이타적 집단 선택이 오늘 인간 사회를 이룬 이유이자 방향이라는 말이다. 도킨스를 비롯한 여러 학자가 논쟁에 참여했지만, 결과는 아직 모른다. 이기적 유전자의 시대는 정말 끝난 걸까? 우리는 정말 '지구의 정복자'일까? 윌슨의 분명한 대답에도 물음은 끝나지 않는다. 어쩌면 이런 과정 역시 또 하나의 대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과학 MD 박태근

추천사 : 
인간 조건의 생물학적 기원에 대한 기념비적인 탐구.(제임스 왓슨,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거대하지만 간명한 잘문, 힘 있는 설명, 자연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 그리고 아름다운 문장.(재러드 다이아몬드, <총균쇠>)

언어, 종교, 예술, 그리고 모든 인류 문화의 기원이라는 수수께끼에 도전하는 생물학과 인문학의 지헤로운 융합.(올리버 색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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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라이프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그저 짧은 빛들"
인생에 뭐 대단한 순간이 있을까. 대부분은 패턴의 반복이다. 등하교나 출퇴근 같은 매일매일의 짧은 패턴부터 몇 달 몇 년 사이로 이루어지는 만남과 헤어짐의 패턴, 또는 결혼과 출산, 취직과 퇴직... 태어남과 죽음을 제외하면 인간의 삶은 서로 속도가 다른 톱니바퀴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기계(아마도 시계)같다. 이 굴레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소설을 읽는다. 현실을 탈출하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다른 세계를 함께 꿈꾸기 위해서다. 이는 소설의 아주 오래된 기능이다.

그러나 어떤 소설들은 독자들을 돌려세우고 지나온 삶의 풍경들을 되돌아보도록 한다. 가까울수록 선명하고 저 멀리는 몰아치는 바람과 구름으로 인해 흐려진 풍경이다. 독자를 이렇게 돌려세우는 가장 내밀한 방식은 소설의 전체 또는 특정 부분이 특정 독자의 삶을 대단히 흡사하게 재현하는 경우다. 그러나 이런 매우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무척 어려운 길밖에 남지 않는다. 작가는 특별할 것 없는 배경과 사건을 가지고 삶의 놀라움을 선보여야 한다. 특히 단편에서 삶의 놀라움은 찰나의 빛처럼 스쳐 지나가야만 한다. 인생에 기적이나 깨달음이 길게 서광을 비추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보다 길어지면 드라마가 되어버린다. 그물처럼 서로 얽혀 에너지를 주고 받는 드라마의 서사는 최면처럼 독자를 홀려 끌어들인다. 독자를 뒤돌아보게 만드려면 빠져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 장의 사진처럼 어떤 단편의 앞뒤가 영영 공백으로 남겨지고, 독자는 외부에서 그 공백을 주시하다가 결국 자신의 삶을 대입하게 될 것이다.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지 않도록 하되 계속 읽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고, 완결된 서사를 피하면서도 구조를 유지한 채 '찰나의 빛'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 어려운 과제를 해낸 작가들이 있었고, 노벨문학상 덕분에 비로소 국내에 알려진 앨리스 먼로도 이제 그중 한 명으로 추가해야 할 때가 왔다. <디어 라이프>가 그 자격을 충분히 갖추었기 때문이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
은밀히 고조된 극적인 순간들이 미처 알아채기도 전에 스르르 빠져나간다. 묘사는 정확하고 간결하다. 분노와 슬픔의 감정은 날것 그대로가 아닌 절제된 형태로 나타난다. -뉴욕 타임스

경이로운 작가. -조이스 캐롤 오츠

진정한 형식의 대가. -살만 루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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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러 Simpler
카스 R. 선스타인 지음, 장경덕 옮김 / 21세기북스(북이십일)

"현명한 선택을 이끄는 부드러운 개입"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의 새 책이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오바마 행정부에서 정책을 추진해온 저자가 사회적 제도나 경제활동, 국가를 이끄는 정책에 '넛지'가 어떤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 그 결과와 효율은 어떻게 나타나는지 등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구체적으로 다룬다.

미래의 정부에 관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기획된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물음에 가장 적절한 답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정부는 우리를 현명한 길로 안내해줄 수 있는가? 어떤 길이 현명한 길인지 누가 판단할 것인가? 현명한 길이 분명히 보인다면 정부는 강제로 우리를 그 길로 이끌어가도 좋은가? <넛지>를 통해 우리의 선택과 행동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얻었다면, 더 나은 삶을 위한 '넛지'란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자기계발 MD 채선욱

추천사 : 
어떻게 하면 복잡한 시스템을 간소화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일이 왜 중요한지, 우리 모두의 안녕을 위해 그 일이 왜 필요한지를 깨닫게 해준다. - 댄 애리얼리(<상식 밖의 경제학> 저자)

효율적이면서 동시에 인간적인 정부에 대한 관점을 흥미진진하고 거침없이 드러낸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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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끝의 남자
백민석 지음 / 문학과지성사

"10년의 침묵, 백민석의 출사표"
<16 믿거나말거나박물지>, <목화밭 엽기전> 같은 작품을 발표하며 '욕망'과 '분노'라는 한 스타일을 형성했던 작가 백민석은 어느날 갑자기 소설을 떠났다. 그가 침묵한 동안 많은 백민석들이 나타나고 사라졌다. 그리고 10년, 백민석이 돌아왔다. "당시 나는, 작가로서의 나를 죽였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의 나머지를 살게 했던 것이었다. 나를 계속 살게 했던 것이다." (사랑과 증오의 이모티콘 中) 소설과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았던 지난 10년 간의 사랑과 증오를 이렇게 정리하며.

두 편의 신작과 일곱 편의 기발표작을 새로 고쳐 총 아홉 편의 소설을 묶어냈다. "전에 뾰족뾰족했던 부분은 모두 구부러졌다"고 스스로 표현하지만, 진짜 백민석이 선보이는 진짜배기 문장은 여전하다. 백민석의 문장은 인간들이 비참을 견뎌내는 방식을 향해 치열하게 다가간다. 한때는 "오히려 그런 변화의 일부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폭력의 기원 中)고 말하던 한 소설가가 오랜 시간을 건너와 던지는 출사표. "신이라면 나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내 혀끝이 종교의 발상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종교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이제 모든 것은 다시 씌어져야 한다." (혀끝의 남자 中) 그 말대로 이제 백민석을 읽어야 한다.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의료기관의 도움 없이 자신의 질병과 싸우는 사람들은 어떻게든지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병원을 찾는 대신 자기 치료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 말이다. 특히 마음의 문제로 정신분석학 분야에서 도움이 될 만한 임상 치료의 사례를 찾는 이들이라면 예상을 훨씬 넘어서는 양의 책을 사들이게 된다. 왜냐하면 그 어느 책도 충분할 만큼의 임상 치료 사례를 싣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곧 발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십 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났어도 내 표정은 아직 기본형 '.'이다. 그리고 여전히 내 삶과 세계의 많은 것들이 의미없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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