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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의 축제
밀란 쿤데라 지음 / 민음사

"뜻이 없이도 살아갈 수 있게끔"
149쪽으로 끝나는 장편소설. 14년 만에 밀란 쿤데라의 신작을 접하는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 있는 분량이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나면 생각보다 아쉬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적절한 분량이다. <무의미의 축제>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은 극적인 데가 있지만 그 극적 효과가 당도하고자 하는 지점이 없기 때문이다. 사건들은 저녁 파티라는 제한된 시공간을 위주로 발생하면서 외견상으로는 연결되어 있지만 화자는 각자의 사건들을 연결시키지 않는다. 사건들은 함께, 그러나 각자의 사정으로 알아서 발생하며 제각각의 타이밍에 사라진다. 말 그대로 '무의미의 축제'다. 여기에 분량이 늘어나 봐야 한 세대 또는 그 이전에 유행했던 누보 로망 또는 포스트모던 소설들의 지지부진한 성과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반복은 치명적으로 지루함을 동반하며 심지어 의도치 않은 이야기를 형성하기도 한다. 사건들의 전후관계가 형성되는 순간 무의미라는 제목은 무의미해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무의미의 축제>는 숙련된 기술을 통해 즐거운 소극을 제공한다. 각각 소제목을 달면서까지 잘라낸 단락들은 매번 시점을 옮겨 가면서 같은 공간을 다른 물리적/심리적 방향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여러 대의 카메라로 촬영한 씬의 최종 편집본을 만들어가는 과정 같다. 말장난이었던 일화가 현실의 옷을 입고 다가오고, 그와 반대로 실제 현실 속의 몇몇 사람들은 이미 이 세계의 불가해함 앞에 좌절했음이 드러나지만 그 모든 발생과 소멸은 짧은 호흡의 시점 변환을 통해(카메라는 다른 곳을 바라본다) 드라마로 발전할 기회를 제거당한 채 하나의 사건에 머물고 만다. 그러나 화자는 독백을 중얼거리기도 하고 농담으로 떠올린 일화를 지속적으로 실제 파티 장면과 교차시키기도 하면서 각각의 사건들을 부드럽게 연결해 낸다. 모두 분열된 것 같지만 사실은 '하나의 하루'다. 많은 인간들과 몇몇 사건들이 발생했음에도 소급할 수 없는 하루가 되는 것. 그러나 우아한 기술로 그 무의미에, 허무에 선율과 리듬을 부여하기. 그렇다면 <무의미의 축제>는 쿤데라의 작은 소설이 아니라 그 자신(과 그간의 작업들)에 대한 뛰어난 다이제스트라고 봐야 할 것이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의 글 :
거미줄처럼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면서도 가볍고 부드러우며 지혜롭다. -누벨 옵세르바퇴르

쿤데라 문학의 정점. -퍼블리셔스 위클리

쿤데라가 독자들을 위해 열어 준 지혜의 축제. 보다 높이 날아오르기 위한 가벼움. -르 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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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의 즐거움
스티븐 스트로가츠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5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도전의 기회, 놓치지 마시길"
수학 책을 소개할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이 분야를 맡은 지 5년이 되어가지만, 그간 이 자리에 소개한 수학 책은 래리 고닉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미적분>이 유일합니다.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봤습니다. 수학 책이 모자라거나 독자가 적어서는 아닐 겁니다. 수학 책이 재미없거나 어려워서도 아닐 겁니다. 대부분의 수학 책은 스스로 재미있고 쉽다고 뽐냅니다. 영화와 문학, 실생활을 예로 들어 풀어냈다는 말도 빼놓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무엇이 문제일까요?

두 번째로 소개하는 수학 책 <x의 즐거움>도 겉모습은 비슷합니다. <뉴욕 타임스>에 연재될 때 큰 관심을 모았고, 단행본은 아마존 과학 분야 최고의 책, 미국수학협회 오일러 상을 받으며 대중과 학계 양쪽에서 지지를 받았습니다. 이 책의 탁월함은 태도입니다. 그 동안 독자를 수포자로 간주하고, 당신들은 수학을 좋아해야만 한다, 수학은 즐겁고 재미난 것이니까, 를 강요하고 반복했던 실패를 넘어, 이 책의 저자 스트로가츠는 수포자를 “사실은 수학을 좀 더 잘 이해하길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이라 말합니다. 이제 우리는 낙오자가 아니라 도전자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어떠냐고요? 네, 재미있고 쉽습니다. 영화와 문학, 실생활을 예로 들어 풀어냅니다. 중요한 건 여러분의 입장이 달라졌다는 겁니다. 낙오자가 아닌 도전자니까요. 여전히 믿지 못하시겠지만, 한 번만 더 속아보시면 어떨까요. 앞서 말씀드렸듯 5년에 한 번 오는 도전의 기회입니다. 부디 놓치지 마시길.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 
응용수학의 대가를 꼽으라면 당연히 떠오르는 이름이 스트로가츠다. <x의 즐거움>은 학교를 떠난 지 오래된 성인에게나 한창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에게나 배울 만한 이야기들이 가득한 책이다.(김민형, 옥스포드 대학 수학과 교수)

스트로가츠는 ‘수학’을 ‘즐거움’으로 바꿔놓는 마법의 함수를 발견했다. 여러분을 멍하게 만들었던 수학의 모든 것을 단순 명쾌하게 설명하는 것을 넘어, 수학을 경이롭고 즐겁고 놀라운 것으로 만든다.(대니얼 길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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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인사이드
EBS 지식채널ⓔ 제작팀 지음/ 북하우스

"<지식채널ⓔ>가 찾아 헤맨 사람들"
2005년 9월에 시작한 <지식채널ⓔ>는 이미 방송 1000회를 넘겼고, 내년 10주년을 앞두고 있다. 방송 내용을 책으로 담아낸 <지식ⓔ> 시리즈는 100만 부가 넘는 독자와 만났고, <지식채널ⓔ>의 여러 방송은 학교에서 수업 자료로 쓰일 정도이니, 앞에 나열한 숫자보다 훨씬 풍성한 이야기가 꾸준히 이어질 거라 예상할 수 있다. 이번에 나온 <지식ⓔ inside>는 그 중간 결산으로, 제작진이 선정한 ‘가슴을 울린 30인’의 이야기를 전한다.

첫 번째 사람은 2010년 칠레 광산 붕괴로 지하 700미터 어둠 속에 갇힌 서른세 명의 광부다. 식량 배분은 똑같이 하고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먹는다는 규칙으로 시작된 이들의 생존은 어느새 미디어의 재난 생중계 리얼리티 쇼로 바뀐다. 출판사의 판권 전쟁이 시작되고 인근 광산에서는 생존기를 담은 영화 촬영이 시작된다. 이들이 아직 깊은 땅 속에 머물 때 말이다. 이렇듯 30인의 사람 이야기에서 어렵지 않게 우리의 얼굴을 발견하게 된다. 억지로 멋지게 그리면 나밖에 알아볼 수 없지만, 솔직하게 민낯을 드러내면 여럿이 공감할 수 있다. 물론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진실을 마주하고 서로를 사람으로 대하는 마음. <지식채널ⓔ>가 찾아 헤맨 사람들에게서 그 마음을 발견한다. 곱씹고 싶은 마음이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 나에게 <지식채널ⓔ>는 한 편 한 편의 프로그램이 쌓아올린 ‘거인’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그는 사람을 존중하고, 힘센 것보다는 힘없는 것을 사랑한다. 정의롭지 못한 것과 싸우고, 무엇이 옳은지 늘 고민한다. 1000회가 넘는 방송이 이어지면서 <지식채널ⓔ>가 바란 것은 천 가지의 지식을 알리는 것이 아니었다. 각자의 인생에서 중요한 몇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었다.(김수현, <지식채널ⓔ>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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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천효정 글, 강경수 그림 / 비룡소

"어린이 심사위원들이 뽑은 제2회 스토리 킹 수상작"
새 학년이 시작된 지 한 달이 다 되어 가는 어느 봄날, 초등학교 인근 학원가에 파다한 소문. 골목길을 혼자 걸어가다 깡패를 만났을 때 ‘도와줘요, 머니맨’을 세 번 외치면, 싸움을 캡 잘하는 머니맨이 어디선가 나타나 나쁜놈을 물리쳐 준단다. 그런데 그리고 나서... 대가로 돈을 요구한다? 초딩은 500원, 중딩은 600원, 고딩은 700원?? 신비로우면서도 어딘가 수상쩍은 머니맨의 정체는 바로 권법의 일인자로 불리는 오방도사의 제자 이건방. 본업 초등학생, 사부 밑에서 온갖 살림살이를 도맡으며 2년간의 수련을 거쳤다. 건방이와 오방도사를 비롯해 전설의 여검객 설화당주와 막네 제자 초아, 대도 도꼬마리 등 개성 있는 캐릭터가 단체로 나와서 어린이 무협소설이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준다.

어린이 심사위원 100명의 선택으로 당선작을 뽑는 비룡소 스토리 킹 공모의 제2회 수상작이다. 초등학교 교실이 중요한 무대가 되고 같은 학년(반) 아이들이 요주의 인물로 등장하는 것, 초월적인 힘에 대한 아이들의 설레임과 동경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점, 방과 후의 비밀스러운 대결 에피소드 등 제1회 수상작 <스무고개 탐정>과 닮은 구석이 많다. 두 작품 모두 아이들 마음을 사로잡는 문학적 재료를 잘 활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른들이 보기엔 싱거울 정도로 단순한 스토리지만 매력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책속에서 검을 휘두르는 장면처럼 우아하고 절도 있는 스토리 전개에 유머가 끊이지 않는다.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바로 다음, 또 그 다음 페이지가 궁금하고 결국에는 악역마저 응원하게 만든다. 스토리 킹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다.
- 어린이 MD 이승혜

책속에서 : “흐흐흐. 고작 그 정도로 나를 상대해 보겠다고?” 면상이가 다짜고짜 주먹을 날렸다. 놀라운 빠르기였다. 건방이는 헉, 소리를 내며 가까스로 면상이의 공격을 막았다. 쩡! 뭔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건방이는 손을 타고 지잉, 올라오는 통증에 당황했다. 수석술을 썼는데도 손이 아픈 건 처음이었다. 건방이는 정신이 번쩍 났다.
 
‘젠장. 녀석도 수석술을 쓰는구나! 게다가 나보다 한 수 위야.’ 쉴 틈 없는 공격과 방어가 더 이어졌다. 면상이의 공격은 점점 날카로워지는 반면, 건방이의 방어는 눈에 띄게 힘을 잃어갔다. 언뜻 보면 비등하게 싸우는 것 같았지만 두 사람의 실력 차이는 확연했다. ‘이대로 가면 지겠어.’ 건방이의 이마에 진득하게 땀이 솟았다. 촤라랑! 갑자기 맑은 쇳소리와 함께 낭창거리는 연검이 둘 사이를 파고들었다. - 본문 141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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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4-07-25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울로 쿠엘료의 불륜 대신 밀란 쿤데라 책이 올라와 있어요.
강풀 책 대신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가 올라와 있고요.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까지... 네권 중 세권이 책이 잘못 올라온 듯요!

주간편집회의 2014-07-25 17:23   좋아요 0 | URL
아.; 오늘자 도서를 업데이트하던 중인데, '비공개'로 올렸어야 할 페이퍼를 '전체공개'로 올렸었네요.
죄송합니다.;

곧 수정 완료된 페이퍼로 정상 업데이트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