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알랭 드 보통.존 암스트롱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만물박사 알랭 드 보통의 미술 백서" 다방면의 지식을 이리저리 짜맞춰 새로운 그림을 보여주는 마술사 같은 사람, '만물박사'라는 호칭으로도 불리우던 사람들은 점점 만나기 어려워지고 있다. 알랭 드 보통은 이제 국내에서 책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 중에 아마도 거의 유일한 (유명) 만물박사일지도 모른다. 확실히 알랭 드 보통은 어느 정도 깊이 있는 내용을 최대한 어렵지 않게, 가능한 낭만적인 표현들로 포장해 보여줄 수 있는 작가다. 그가 이번에 내놓은 주제는 미술이다. 만물박사답게 다루는 범위가 매우 넓다. 어떤 미술이 좋은 미술일까, 우리는 왜 미술을 좋아할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미술을 둘러싼 온갖 역학관계, 즉 정치와 경제부터 인지심리학에 이르기까지 온갖 주제들이 이 한 권의 책 속에 꽉 담겨 있다. 미술을 둘러싼 온갖 다양한 주제들이 줄지어 등장하는 <영혼의 미술관>은 그야말로 '백서'라 불리울 만한 책이다. 이런 책은 근래에 나온 적이 없고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 걸로 보인다. 독특한 과업이며, 인상적인 부분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미술을 둘러싼 사고의 확장이 어디까지 이루어질 수 있는지 경험해 보기에는 이만한 책도 드물 것이다.
다만 주의하실 점이 있다. 건축이나 종교를 얘기할 때처럼 알랭 드 보통은 어떤 특정한 주제에 천착했을 때 좀더 어렵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내용의 압축도가 높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미술 전공자가 아니라면 이 책을 심심풀이 용으로 읽을 생각은 피하시길 바란다. 집중해서 읽을 필요가 있는 책이다. 물론 그만한 값은 할 것이다. - 예술 MD 최원호
책 속에서 : 우리에게 르네상스 그림에서 주목해야 할 점을 가르치는 다소 난해한 임무와, 자동차, 주택, 햄버거에 대한 취향을 교육시키는 좀더 대중적인 임무에는 중대한 연관성이 있다. 근본적으로 비평가의 임무는 어떤 대상을 볼 때 무엇이 진정으로 만족스럽고 즐거운지, 또는 무엇이 실망스럽고 설익었는지 파악하게 하는 데 있다. 비평은 우리가 느끼는 좋음과 싫음의 기초를 최대한 분명히 드러내고자 하는 노력이다. 때로는 단지 싫은 부분에 집중해, 기준 미달인 점을 지적하고 조롱하는 듯 보이지만, 이 부정적 입장은 감탄할 가치가 있는 측면들을 확인하는 훨씬 더 중요한 사업의 부차적인 부분에 불과하다. | |
|
파운데이션 완전판 세트 - 전7권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물론 위대하겠지만 일단은 그냥 갖고 싶은 세트" SF계의 '그랜드마스터' 아이작 아시모프가 거의 평생의 프로젝트로 삼고 집필해 온 대하 장편소설.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의 아이디어를 우주 스케일로 옮겨 한 문명의 흥망성쇠를 실험한다. 로마의 역사, 즉 지구-정확히는 서구-에서 반복되어 온 문명과 국가의 흥망이 다른 체계와 환경 속에서도 작동하는가에 대한 사고실험으로 읽어볼 수도 있다. 그러나 심각하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다. 그냥 그만큼 대단한 업적이기도 하다고 알아만 두면 된다. 그보다도 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대를 이어 꾸준히 존재한다는 게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즉, <파운데이션>은 세대를 뛰어넘어 보편적인 재미를 보장하는 '클래식'이라는 얘기다.
워낙 유명한 소설이다보니 국내에도 <파운데이션> 시리즈가 소개되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최종화까지 모두 번역된 적은 처음이다. 이번 판본은 기존 판본의 번역이 있었던 책은 번역을 가져오되 전면 개정 작업을 거쳤고, 국내 처음 소개되는 마지막 권은 당연히 갓 번역된 따끈따끈한 책이다. 여기에 최근 등장한 시리즈 중에 손꼽을 만큼 눈길을 끄는 표지와 박스의 자태까지 더하면... 더 그럴듯하게 포장하기가 어렵다. 이건 그저 갖고픈 전집이라고밖엔 달리 할 말이 없다. 로마제국 쇠망사와의 대결이나 심리 역사학이나 사고 실험 같은 얘기는 다 읽고 나서 천천히 생각해 보셔도 되니까, 일단 이 세트의 자태를 찬찬히 감상해 보시기 바란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읽으려면 문학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을 떠올려라. 그 옛날 인간과 똑같은 희로애락을 느끼는 신과 반신과 정령과 괴수들이 자아내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던 청중들을. 그들의 기분으로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런 청중들에게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좋은 보답을 할 것이다. -이영도 (소설가) | |
|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노명우 지음 / 사월의책
"고독하고 행복한 개인들의 연대" “저, 혼자 살아요.”라는 문장에는 수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수작을 거는 듯한 야릇한 상상을 할 수도 있고,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도움을 구하는 상황을 떠올릴 수도 있다. 화려한 싱글도, 독거노인도, 기러기 아빠도, 고시원 생활자도 모두 혼자 산다는 것의 주체다. 그럼에도 ‘혼자’는 소수이자 약자였고, 특히 명절 때면 친지의 구호활동에 녹초가 되곤 한다. 이 책은 싱글남 사회학자가 개인과 사회의 관계 속에서 혼자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왜 우리는 혼자 살 수밖에 또는 혼자 살아야만 하는지, 혼자도 잘 살고 함께도 잘 사는 삶은 어떻게 가능한지를 탐색한 결과다.
이야기는 1인 가구 시대의 도래에서 시작한다. 통계 수치를 보면 가족 중심 사회인 한국 역시 20년 안에 1인 가구 다수 시대에 돌입한다. 이런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오리엔탈리즘에 빗댄) 싱글리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깨뜨리고, 관계에 얽매인 가족주의, 집단주의가 개인의 성장에 끼치는 영향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새롭게 마주해야 할 인간상은 무엇일까. 저자는 루소, 톨스토이, 나쓰메 소세키를 예로 들며 자신을 비추는 내면을 통해 자라나는 ‘단독인’을 제안한다. 독단과 집단 사이에서 홀로서기를 통해 자율적 삶을 이룬 인간. 단독인은 너무나 짧아진 젊음과 너무나 길어진 노년에 당황한 이들, 혼자를 꿈꾸기에는 너무나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나’라는 질문을 상실한 사람들 모두를 껴안을 수 있는 가능성이다.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연대의 필요성도 민감하게 느낄 수 있다는 말, "인간은 모두 섬이다."로 시작한 영화 <어바웃 어 보이>를 떠올리며 책을 덮는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혼자 살게 된 개인의 사정은 특별하고 개별적일지라도, 혼자 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은 보편적인 속성을 갖는다. 심지어 혼자 살기의 문제는 그것이 인류가 꿈꾸는 성숙한 단계인 ‘자율’이라는 범주와 연결되어 있는 한, 혼자 살지 않는 사람에게도 해당되는 보편적인 성격을 지닌다. (중략) 그러므로 이 자전적 사회학의 주인공은, 혼자라는 것에서 유래한 문제를 공유하고 있는 모든 사람이다. 그 수많은 잠재적 필자들을 대리하여 나는 혼자 살기의 대변인 행세를 해보고자 한다.(32, 33쪽) | |
|
감정은 습관이다 박용철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작은 감정들이 나를 살아있게 한다" 잠들기 전, 하루를 돌아보면 애인과 좋고, 일도 잘 되는 것 같은데 왠지 모르게 불안한 사람이 있다. 이 책은 흡연이나 군것질 같은 행동의 습관보다 어찌 보면 더 무서운 감정의 습관에 대한 책이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혼자 시간을 보내는 데 익숙해져 누군가와 함께 지내는 것이 낯설고 불편한 사람이나, 오랜 세월 걱정을 안고 살다보니 막상 해결이 되어도 불안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일부러 새로운 걱정을 만들기까지 하는 이들. 불안, 고독, 슬픔이 이미 몸에 배어 버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의사이자 <감정연습>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저자는 새 책에서 우리의 뇌는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감정 역시 유쾌한 감정이라고 해서 더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설령 그것이 괴롭고 아프더라도 익숙한 감정을 선택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단지 이, 감정이 습관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 인지의 순간을 경험하는 자체로 고통스러운 감정에서 벗어나는 데 큰 한 걸음이 된다고 조언하며 무엇보다 스스로의 감정 습관에 대한 인식을 짚어보기를 권한다. 책은 '부정적 감정 중독'의 인지 단계부터 시작해 긍정적 감정을 습관화 하기까지의 적절한 임상 사례와 함께 단계별 연습 방법을 담았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행복을 가져다 줄 책이다. - 자기계발 MD 채선욱
책 속에서 :감정 표현 불능증은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인식하지 못하며, 자신의 감정 상태를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병을 말합니다. 바로 우리가 앞에서 살펴본, 행복 거식증이나 미안한 상황에서도 화를 내던 분의 경우와 비슷합니다. ...결혼 이후 정신과를 찾는 많은 부부 문제도 여기서 발생합니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 달라는 부인의 요구에 남편이 따르지 못하는 것입니다. "도대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모르겠어요." 부인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불만이지요. 하지만 남편 자신조차 자기 마음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