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문학은 밥이다 김경집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누구처럼 인문학'을 넘어 '나처럼 인문학'으로" 언젠가 인문학 책은 제목에 인문학을 넣지 말자고 에스엔에스(SNS)에 올린 적이 있다. 인문학 열풍을 넘어 인문학 범람이라고 할 정도로 인문학이라 이름 붙인 책과 강연이 쏟아지는 요즘, ‘인문학은 밥’이라 말하는 책이 나왔으니 의심을 살 법하다. 나 역시 그렇다. 이 책은 철학, 종교, 심리학에서 시작해 과학, 문학, 예술, 정치, 경제까지 열두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한 주제에 50쪽 남짓한 분량으로 해당 분과 학문의 내용을 설명하기보다는 해당 분과 학문의 문제 의식이 무엇이고 왜 지금 여전히 문제인지를 살펴보는 데 집중한다. 또한 그 열두 가지 주제가 인문학, 즉 인간성을 회복하고 인격을 완성하는 인간학으로서의 인문학을 구성하고 구현하는 데에 어떤 연결 고리가 되는지를 알려준다.
수많은 인문학 책과 무엇이 다르냐고 되물을 법도 한데, 다시 한 번 설명하면 이렇다. 이 책은 저자가 생각하는 인문학의 의미, 효용, 방법론을 제시하는 동시에 내용으로서의 인문학으로 앞서 제시한 부분을 구성해낸다. 그 내용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겠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와 말하는 바에는 어긋남이 크지 않다. 이 책의 장점은 유별난 설명도, 압축한 정보량도 아니다. 어떤 태도로 인문학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질문과 대답이 달라지는데, 이 세 가지가 왜 일관성을 가져야 하는지, 그럴 때 어떤 인문학이 가능한지를 시도해봤다는 점이 중요하다. 저자가 "나처럼 인문학을 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 말은 아마도 이런 의미가 아닐까. 이 책이 각자의 태도와 질문 그리고 대답을 가다듬는 데에, 그래서 '누구처럼'이 아니라 '나처럼' 인문학을 시도해보는 데에 용기를 줄 거라 생각한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여전히 사람들은 낡은 질문을 던진다. 인문학이 밥이 되냐고, 떡을 주냐고. 그 물음에 인문학은 어떻게 답해왔는가. 그동안은 “사람이 어떻게 밥만 먹고 사냐”고 반문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만족스러운 답도 아니다. 단순 제조업과 저임금의 시대를 통과한 지금, 인문학의 대답은 달라질 것이다. 달라져야 한다. “인문학은 더 맛있는 밥, 더 몸에 좋은 떡을 준다”로.(7, 8쪽) |